관측기 & 관측제안 ~☆+

  • 081129 1st 별빛 테이스팅 report - 천문인 마을
  • 조강욱
    조회 수: 6344, 2008-12-07 06:18:05(2008-12-07)
  • 지난 글 "신의 빛줄기"에서 예고한 대로,

    이번 관측기에서는 별빛 tasting report를 한 번 만들어 보고자 한다.. ㅋ


    Contents

    1. NGC891            - 광어 or 졸리

    2. Trapezium        - 그 꿋꿋함에 대하여

    3. NGC2496/2485   - 집착

    4. NGC2438           - 이러시면 곤란한데

    5. NGC2359           - 커튼 뒤의 하대리

    6. NGC2672           - 보이는 게 너의 전부는 아니야

    7. NGC2775           - 야생은하 한마리



    ===================================================
    관측지 : 덕초현 천문인마을 옥상
    관측자 : 최샘, 민정언니, Nightwid
    관측일시 : 2008.11.29 09:00 ~ 11.30 04:40
    투명도 : 6/6
    관측장비 : Discovery 15" Dob
    ===================================================


    1. NGC891


    팔구일. 너무나 낯익은 숫자.

    팔백구십일이라 읽는 게 오히려 어색할 정도다

    밝은 곳에 있다가 막 천문인마을 옥상에 올라와서 눈 먼 사람이 되어 더듬더듬 내 자리를 찾고 있는데..

    최샘이 한마디 하신다.     "팔구일 봐라"

    민정언니도 한마디 거든다. "팔구일 환상이야"

    그간 891 뽐뿌를 워낙에 수도없이 당한지라.. 그래봤자겠지 ㅋ 하고 아이피스를 보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ㅋㅋㅋ

    암적응이 아직 안 되어서 ㅡ_ㅡ;;

    그냥 기다리자는 생각으로 계속 보고 있으니 점점 무언가 거대한 것이 스멀스멀 떠오른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광어가 한참의 실랑이 끝에 끌려 올라올 때,

    아직 물 밖으로 몸통이 나오기 전에 물 속에 아련히 비치는 그 꿈틀대는 모습처럼,

    낚시대를 당길 수록, 동공이 열릴 수록 점점 더 커지더니

    한참만에야 예의 그 압도적인 자태를 볼 수 있었다

    두툼한 두 입술과 살짝 벌린 입.. 이건 안젤리나 졸리? =_=;;;;




    2. Trapezium


    멀리 있고 어두운 것이 아니면 잘 보지 않는 Nightwid.. (아 잘났다 정말 ㅡ_ㅡ;;)

    엎어지면 코 닿을 데(?) 있으며 거기다 휘황찬란하게 광해까지 내뿜는 트라페지움은 단 한번도

    제대로 볼 이유가 없는 아이였다

    누군가 숙제를 내 주셨으면 안 하고 가볍게 살짝 넘어갔겠지만,

    민정언니가 찾아서 이거 이렇게 보라고 그냥 떠먹여 주신다

    별 생각 없이 눈을 들이댔는데, 생각보다 꽤 재미가 있다

    밝디 밝은 네 개의 사다리꼴 별무리 위 아래에 창백하게 빛나는 청백색과 오렌지색의 무광의 두 별.

    그 잘나고 모진 놈들 사이에서 주눅이 들 법도 한데

    작지만 깔끔한 빛을 내는 두 별이 너무나 대견하다

    마치 Rigel과 그 반성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Rigel이 아무리 아이피스 상에 오만한 십자를 그려대도, 십자포화(?)를 피해서 꿋꿋하게 빛나는 그 놈!

    대충 보면 안 보이고 생각하고 봐야 보이는..

    가만 보니 내 기조에 맞는 애들 아닌가 ㅋ

    Albireo에서는, Polaris에서는 볼 수 없는 그런..



    3. NGC 2496/2485
      
    2496                                                                       2485

    위 두 은하는 연결 은하도 아니고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애들도 아니다

    작은개자리에서 은하를 수확하고자 NSOG를 들고 저인망 그물로 바닥까지 쓸고 다니는 중에 걸린 애들이다

    밝은 별 바로 옆에 아주 작은 희미한 구름.

    단지 농담의 차이만 존재할 뿐, 2496과 2485는 같은 모습이다

    저 작고 희미한 빛조각을 찾기 위해 십몇년간 나는 며칠 밤을 천문인마을 옥상과 전국 각지에서 보냈던가

    8인치로 볼 때나, 15인치로 볼 때나, 지리산 노고단 정상에 망경을 메고 올라가서도

    입으로 랜턴 물고 치악산에 올라가서도, 한적한 야산의 무덤가에서도 항상 보던 것은 이런..

    보이는 것도 안 보이는 것도 아닌 한 줄기 빛조각이었다

    사진의 화려한 나선팔은 간 데 없고 그저 "있다"라는 것만 확인할 수 있는 분들.

    "안 보인다"와 "흔적만 보인다"는 거의 '그게 그거'일텐데..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한 뒤 지금까지 9년간 유지하고 있는 기조인

    '관측 가서 새로운 것 하나 이상 보기'..

    사실 이젠 미리 준비를 안 하고 가거나 몸 컨디션이 안 좋으면 위 미션이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럴 때마다 나를 구해주는 애는 2496, 2485와 같은 작고 희미한 빛덩이들.

    나는 얘네들을 '집착'이라고 부르고 싶다.


    4. NGC2438


    언제 처음 봤더라?

    한참 메시에 숫자 채우기 랠리를 할 때니 아마 96년 겨울 시즌, 아니면 97년 가을.

    이걸 처음 본 날부터 지금까지 내 최고의 행성상성운 1위는 10여년간 변함이 없다

    성긴 산개성단 언저리에 있는 듯 없는 듯 붙어 있는, 자세히 보면 멋진 디테일도 제공해 주는 2438은,

    Nightwid의 취향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분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 날 최샘 망경으로 본 2438은 이미 2438이 아니었다

    이건 마치 6781? 아니면 246?  6751인가????

    6781


    246


    6751


    엄청난 dyd를 통해 작고 깜찍한 2438이 호빵만하게 보이는 게 아닌가 ㅎㅎ

    2438은 이렇게 spot light를 받으면 안 된다

    내 사생활 깊은 곳의 한 부분을 담당하는 분이기 때문에..

    어떤 부분인지는 물론 비밀이다 ㅡ_ㅡ;;

    그 날의 2438에 대한 한 줄 감상평 : "이러시면 곤란한데..'

    <2438 컬러 클로즈업 사진>



    5. NGC2359


    최샘이 '2359'라는 생소한 숫자를 언급했을 때.. 사실 큰 기대를 가지지는 않았다

    처음엔 마귀할멈(IC2118) 얘기하시는 줄로 착각도 ㅡ_ㅡ;;


    안시로 볼 수 있는 잼있는 성운이 많지 않은 겨울 하늘에 번호도 못 들어본 성운이라니.

    위치는 찾기 쉬운 곳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 보았다

    필터 없이 136배에서.. 저 멀리 커튼 뒤에 무언가 거대한 괴물이 꿈틀꿈틀 하는 것 같다

    당장이라도 불을 뿜을 것처럼!!

    '신의 물방울' 만화책에 보면, 아직 마실 시기가 되지 않은 숙성이 덜 된 와인을

    '디켄터'를 이용하여 강제로 벗기는(=_=;;) 장면이 자주 나온다

    UHC나 OⅢ를 쓰는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인간의 성급한 욕망이랄까.. ㅎㅎ

    보이는 대로 보면 되고, 마실 시기가 되지 않은 와인은 시기가 될 때까지 기다리면 될 것을.. ㅋ

    어쨋든 나도 욕망을 제어하지 못하는 한 마리 인간  ㅡ_ㅡㅋㅋ

    무언가 꿈틀대는 걸 확인하고 아무 주저없이 UHC를 끼우고 2359를 한꺼풀 벗긴다.

    최샘과 민정언니한테 들은대로 달팽이 모양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는데..

    오오오 이것은....!

    거대한 쉼표인가?


    근데 이게 뭐야. 하대리 쉼표머리 아냐 ㅋㅋㅋㅋ


    시간은 새벽 3시 반. 기쁜 마음에 먼저 주무시러 가신 두 분을 깨워서 하대리 본 자랑을 한다

    민정언니에 의하면, 잘 보면 샤넬이 보인다고 ㅡ_ㅡ;;


    샤넬 로고 모양을 의식하면서 보니 그렇게 보이는 것도 같고 아닌거 같기도 하고 ㅋ

    근데 지금 사진을 보니 샤넬은 생각보다 훨씬 거대하고 희미하다

    여럿이서 시끌벅적하게 보면서 시음평을 나누기 좋은 대상이다.. ^-^


    6. NGC2672


    요즘 이런 착각을 많이 한다

    그냥 작은 측면 나선은하인데 마음 속에서는 거대한 나선팔이 풍차처럼 돌고 있는 환상

    NGC4220도 그렇고, 이 분도 마찬가지다

    2672는 밝기에 비해 약간 짧은 팔을 가지고 있다.

    그 짧고 굵은 팔이.. 마치 보이지 않는 역기를 들고 있는 듯 역동적이고 힘이 넘친다

    2672 별에 사는 외계인이 이런 생각을 하는 나를 보고 한 마디 하겠지.  

    "정신을 Abell 2151로 보냈냐"

    (참, 나선팔에 집중하느라 바로 옆에 붙어있는 2673은 생각도 못해봤다 ㅡ_ㅡ;;)


    7. NGC2775


    새벽 4시반이 넘으니 이 좋은 하늘을 두고서도 눈이 저절로 감긴다.

    하지만 못 본 대상은 끝이 없고.. 아! 갑자기 시조 한 수가 떠오른다

    박명을 넘겼느냐 별빛들이 우지진다.
    별 보는 아희들아 상기 아니 일었느냐
    머리 넘어 펼쳐진 별을 언제 보려 하나니
    - 남구만

    힘을 내고 게자리의 은하를 하나 찾는다.

    아! 이것은....

    막 아이피스를 뚫고 뛰쳐 나오려는 듯 야생성을 주체할 수 없는 놈이다

    왜 그렇게 느꼈을까?

    일주일의 시간이 흐른 지금, 몽롱한 상태에서 본 야생 은하는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_-;;;

    내가 기억하는 모습은, 사진을 너무 확대하여 pixel이 사각형의 연속 모자이크로 보이는,

    이글이글 타오르는 듯한, 군데군데 쥐가 파먹은 듯한 모습..

    그나마도 아득하게 사라진다 (서서 졸아서 ㅡ_ㅡㅋㅋ)

    지금 skyview 사진을 보니 또 한번 깜짝 놀란다

    그 거친 픽셀이 여기서도 보이네.. ㅎㅎ 먼진 모르겠지만 꿈속에서 본 것은 아니군 ㅡ_ㅡㅋㅋ

    2775의 비밀은 따로 한 번 풀어봐야겠다..



    방에 들어가서 발 좀 더 녹이고 작전 계획을 또 짜자고 들어갔다가

    옷 입은 채로 그대로 쓰러져서 잤다.  관측 끝!!

    이 날은 회사 같은 부서의 과장님 가족과 과장님의 APT단지 친구 두 가족,

    차장님 가족까지 총 20여명에 가까운 분들이 대규모로 출동을 하셨다

    물론 대부분 망원경이란 것을 처음 보신 분들..

    하지만 초딩 애들은 요즘 출판계를 평정했다는 Why?란 책을 모두 끼고 있었다

    어지간한 별자리와 우주 지식에 켁1 켁2 천문대까지 암송하시는 신공을 ㅡ_ㅡ;;;

    하지만 영하의 날씨에 구름이 오락가락하는 하늘에서 게릴라 관측으로 빡시게 돌리니

    아이들, 어른들 대부분 곧 방으로.. ㅎㅎ

    달도 목성도 없는데다 기다리던 토성은 12년만에 찾아온 고리 안 보이는 시기.. ㅋ;;;

    그 날 오셨던 많은 분들 중 다시 오겠다는 생각이 드신 분이 있을까?

    나는 왜 이 '별짓'에 미치게 되었을까? ㅋ

    차장님, 과장님과 관측 중에 까페테리아에서 맥주를 몇 잔 마셨다.

    난 술을 상당히 즐기는 편이지만 '본격적인 관측' 중에 마셔본 것은 처음이다.

    (2002년 2회 메시에마라톤에서 경기 중 음주로 개념을 알 수 없는 곳으로 떠나보내고

    완주 포기한 것은 잊어 주세요 ㅠ_ㅠ)

    마실 때는 몰랐는데 새벽이 되니 급격한 체력저하와 한기에 졸면서 달달 떨어야 했다

    Nightwid가 누군가. 발바닥만 빼고는 온 몸에 완벽 자연 방한체제를 구축한 몸 아닌가 ㅡ_ㅡ;

    이 아름다운 밤에 음주로 전투력을 까먹다니.  반성하고 또 반성할 일이다

    토미네 잇세를 생각하며 나름 감성에 충만한 관측기를 써 보려고 노력했다

    물론 나 좋자고 쓰는 거지만.. 보시기에 어떠셨는지? ^^;;

    같은 format의 기계적인 관측기를 남기다 보니

    몇몇 취향에 맞는 대상을 제외하고는 한 1년 지나면 생긴것도 가물가물 해지고

    한 2년 지나면 관측한 대상의 번호마저 기억에서 사라질 지경이라

    무언가 더 효과적인 방법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별맛 보기'는 한 번 해봤으니.. 하겠다고 한 Nightwid 도전목록도 조만간에 시작을.. ㅎㅎ



    Nightwid 我心如星

댓글 8

  • 이준오

    2008.12.07 08:00

    2359는 저의 즐겨찿기 겨울대상중 하나인데...
    아무리 봐도 저는 막 이제 도망치쳐고 한껏 웅크리고 있는 토깽이로 밖에 안보이던데요..ㅎㅎ
    그중 젤로 크게 반짝이는 별은 토깽이의 겁에 질린 빛나는 눈같고...^^;
    암턴 이건 용궁에서 간이 콩알만 해져 한껏 도망칠려는 "밤하늘의 수궁가"에 저는 올인인데....."쉼표"에 "샤넬"이라~ -,.-;

    글고 2438은 저에겐 "긴 긴 겨울밤의 찹쌀떡~!"인데...강욱님은 저의 그 떡을 가지고 "이러시면 곤란한데" 라고 하시믄..
    정말 강욱님 이러시면 곤란한데요..ㅋㅋ
  • 김경싟

    2008.12.08 17:19

    별빛 testing이라고 하기에 난 말그대로 별빛테스트를 말하는 줄 알았지^^;
    대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
    보니 강욱씨나 준오씨나 나나 다 같은 접근을 하고 있네.
    서로 엮으면 소설책 하나 나오겠다*^^*

    난 산개로 시작하여 은하로 마무리하려오.

    자극받아 망원경을 항상 차에 싣고 다니기로 마음먹슴돠.
    *^^*
  • 인수

    2008.12.08 19:31

    형 글은 언제나 신선해요~

    저도 요런 느낌의 관측기에 도전해 봐야겠네요~

    그나저나, 관측은 언제 간다냐 -_-;;

    눈길에 안 미끄러지려면, 체인부터 사야겠네 ㅎㅎ
  • 이민정

    2008.12.09 09:13

    강욱양..

    강태공 신발이 안보인다..
    좀 더 찾아봐야..그러고 보니 찾아도 신발사이즈가 맞을랑가~ㅠㅠ

  • 조강욱

    2008.12.18 18:17

    준오님 - 저보다 표현력이 더 풍부하시군요 ㅎㅎ
    같은 대상을 보고 난 관측자마다의 다른 느낌과 묘사 등을 Database화 하면 잼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NGC2359를 검색하면 05년 언제 경싟형님이 쓴 분석, 07년 언제 준오님의 관측감상, 08년 언제 누가 그린 스케치
    이런 것들이 자료화가 되면 우리의 노력으로 만든 data가 더욱 가치있는 information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 조강욱

    2008.12.18 18:19

    경싟형님 - 소설책 같은 관측 가이드는 어떨까요 ㅎㅎ
    형님이 은하로 오시면 저는 PN으로 이동할까요? ㅋ
  • 조강욱

    2008.12.18 18:20

    인수 - 나도 체인은 사놓고 1년에 한두번밖에 안 쓰지만, 차에 굴러다니며 방치되어 있는 체인을 보면 그냥 왠지 마음이 든든 ㅡ,ㅡ;;
  • 조강욱

    2008.12.18 18:21

    민정언니 - 나 발 260임. 언니 사이즈랑 비슷할 거 같은데.. ㅎㅎ
    그리고 강태공 신발이 없으면...... 크리스마스 선물로.. ㅋㅋㅋㅋㅋ 쿨럭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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