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서호주 7-2편 : 하이브리드 일식의 예술 - 역대급 환희와 역대급 시련을 하루에?
  • 조회 수: 129, 2023-07-15 12:10:55(2023-07-03)

  • 서호주 원정 7일차 – 2023년 4월 20일 서호주 Exmouth


    차에서는 더 이상 못 잘 것 같아서 일어난 김에 동네 산책을 하고 오니 이제 하늘이 밝아오려 한다.
    5일 연속 일출 감상.. 오늘은 오메가??
    20230420_060154_HDR.jpg

    오메가(Ω)를 처음 보는것도 아니고, 못 본다 해도 별 상관 없을텐데 
    매일 실패가 이어지니 더 오기가 생긴다.
    게다가 이 곳은 호주의 서쪽 끝임에도 동쪽 수평선에서 떠오르는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서호주 일몰 일출.jpg
    오늘도 일출의 동반자 김동훈님과 서둘러 길을 나섰다. 해변까지는 걸어서 15분 정도 걸릴듯.
    일식날 일출 지도.jpg

    20230420_06111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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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420_061634.jpg


    잘 가다가.. 앞 사람 따라가다가 길을 잘못 들고 말았다. 
    우리는 해변에 갈 계획이었는데 어 이상하다 점점 경사를 올라가더니 
    뜬금없이 해변에서 한참 떨어진 언덕 위로.. ㅜ_ㅜ
    가쁜 숨을 참으며 까치발을 들어야 겨우 수평선이 보인다.
    20230420_062743.jpg

    해는 몇 분 내로 떠오를테니 이건 뭐 돌아갈 수도 없다. 
    그냥 여기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20230420_063438.jpg

    파인더로 찾으며 태블릿으로 그리며 열심히 일출을 보았으나
    오늘도 역시 오메가도 그린 플래쉬도 꽝.
    20230420_063730.jpg

    호주에는 원래 오메가가 없는 것으로 합의봅시다.. ㅎㅎ
    20230420_064328.jpg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떠올랐다가 곧 사라질 태양을 태블릿에 터치펜으로 담아 보았다
    보이진 않지만 오늘의 숨겨진 주인공인 달도 바로 근처에 있을 것이다
    Resized_230420 Exmouth Sunrise (In the morning of Eclipse).jpg

    같은 시각, 본진에도 태양이 떠올랐다.
    20230420_064101_HDR.jpg

    이제 본게임을 준비해야 할 때가 되었다.
    서둘러 캠핑장으로 돌아가는 중에 길거리에 망원경을 세팅하고 있는 분이 있길래 말을 걸었더니..
    이미 개기일식을 17번이나 관측한 영국에서 오신 할아버지였다. 14회 성공 3회 실패.
    가족들과 함께 영국에서 날아와서 퍼스부터 캠핑카를 몰고 오셨다고 한다.
    20230420_065748.jpg
    나 : “저는 개기일식 겨우 7번째밖에 안 되는데 엄청나네요 어르신!”
    할아버지 : “You will overtake me. (당신이 날 넘어설거야)”

    흠 성공률은 나랑 비슷한 것 같고.. 10번 더 하려면 30년은 걸릴텐데.. 
    그럼 저 할아버지 나이가 될 것 같다 ㅎㅎ

    부분식 시작 2시간 전. 두 분은 여러 대의 촬영 장비를 세팅하느라 정신없이 바쁜데
    경위대에 태양망원경만 달아놓으면 되는 나는 딱히 할 일이 없다.
    20230420_084059.jpg
    바쁜 사진사들 대신 알아서 3인분 아침식사도 준비하고
    20230420_075224.jpg

    캠핑장 우리 자리 주위에는 별쟁이가 보이지 않아서 캠핑장을 한바퀴 돌다보니 예사롭지 않은 포스가..
    20230420_081602.jpg

    시간을 뺏는 것이 미안할 정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주인장과 민폐를 무릅쓰고 얘기를 나누어보니
    호주 반대편 끝에 위치한 캔버라에 사는 Joe Cali라는 별쟁이였다.
    개기일식 14번 시도 중에 무려 13번 성공하셨다고.. ㅎㅎ
    본인이 만든 개기일식 관측&촬영 핸드북과 웹사이트도 알려주셨다
    https://joe-cali.com/eclipses/

    20230420_081904.jpg

    나 : “성공률도 횟수도 대단하네요 존경함다 행님”
    Joe : “No worries, you will overtake me soon. (걱정마~ 당신 조만간 나를 넘어설거야)”

    오늘 처음 본 두 명의 Eclipse Chaser 형님들에게 똑같은 얘기를 듣다니.
    나는 그들을 넘어설 운명인가보다.


    준비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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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둘의 공통점은? 2012년 호주 케언즈 개기일식을 본 사람들 (내 유일한 실패이기도 하다)
    20230420_081038.jpg

    개기일식 시작 직전, Corona 맥주와 함께 태양의 Corona를 기원하는 의식을 경건하게.
    그리고 이름만 같은 나쁜 코로나는 물러가라~~!!!!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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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식 시작 전부터 태양을 그리고 있었다
    Lunt 60mm 더블스택과 슈퍼마운트 경위대, 그리고 새로 장만한 갤럭시탭 S7+ 태블릿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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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 표면의 복잡한 패턴을 도저히 표현할 수가 없어서 이미 오래전에 포기한 태양 스케치인데
    기왕 해보기로 한 거.. 뭐가 되었던 결과를 내 봐야겠다
    20230420_104102.jpg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어짜피 날씨가 안 좋아도 어디 갈 수 있는 대안이 없었던지라 원래도 마음이 편했는데
    눈만 뜨고 있는다면 놓칠 수가 없는 상황이 되었다
    20230420_111738.jpg

    개기일식 축하공연인지 홍염이 꽤 많이 보였는데, 
    일식이 진행될수록 그 홍염이 달그림자에 조금씩 사라지는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다.
    Resized_Exmouth 1.jpg

    Resized_Exmouth 2.jpg
    달의 카시니 크레이터와 코카서스 산맥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과 많이 닮았다.
    Cassini Piton.png
    (출처: Backyard 이혁기님 달사진, https://cafe.naver.com/skyguide/123557)

    그동안 셀 수 없이 많은 일식 사진과 스케치를 보아왔지만 
    태양망원경으로 확대하여 홍염과 표면의 무늬들이 달에 잠기는 모습은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원정기간 내내 애물단지로 들고 다니던, 쓸데없이 비싸서 부담스럽고 무겁기만 한 태양망원경이
    찬란하게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일식이 진행될수록 더 많은 영역이 달 뒤로 사라지다가
    개기일식 10분 전쯤 되니 달과 태양의 시선방향이 거의 일치하게 되어
    달그림자 뒤로 숨었던 큰 홍염들이 다시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내가 이걸 라이브로 보고 있다니.. 소름이 쫙쫙 돋는다.
    Resized_Exmouth 3.jpg
    길가의 나뭇잎에도 일식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림도 잠시 접어놓고 관측에만 집중 집중
    20230420_112153.jpg


    개기식 10초 전, 다이아몬드 링이 육안으로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다
    보통 2초 이내로 순간적으로 다이아가 반짝 하고 강렬하게 사라지는 일반적인 일식에 비해
    상당히 길고 은은하게 나타나는 느낌이다

    그리고 개기일식.
    대략 58초쯤, 1분도 채 안 되는 일식이라
    아래 두 영상으로 현장의 감동을 전해본다


    이 영상의 주연이자 감독은 리액션 장인 김동훈님.. ㅎㅎ
    김동훈님 유튜브 동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RuJu3pX0_40


    나는 맨 뒤쪽에 미러리스 카메라와 폰카를 세팅해 놓고 일식을 감상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중심으로 동영상을 찍어보았다.
    태양 고도가 너무 높아서 카메라 표준렌즈 화각 문제로 태양은 포기. 
    대신 핸드폰 카메라를 세로로 세워서 태양부터 지상 풍경까지 일부 걸치게 억지로 구도를 잡았는데
    화질도 음질도 삼성 NX200 카메라보다 갤럭시S22울트라가 더 좋으면 어쩌자는 것인지 ㅎㅎ





    태양과 달의 크기가 겨우 0.3%밖에 차이나지 않는 아슬아슬한, 
    거의 금환식에 가까운 개기일식이다. (보통은 1% 이상 차이가 난다)

    달이 태양을 아주 살짝만 가려서 그런 것인지 
    개기식 중에 아무 장비 없이 맨눈으로도 
    코로나는 말할 것도 없고 
    홍염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엄청나게 보였다. 

    그리고 태양망원경으로는 일식 중에 어떻게 보일까 궁금해서 잠시 아이피스에 눈을 가져갔다가
    너무나 충격적인 모습에 도저히 눈을 떼지 못해서 
    1분도 안 되는 금쪽같은 시간을 15초나 써버렸다
    (위 내가 찍은 영상의 55초 부터)

    홍염들은 모두 그대로인데, 
    개기일식 직전까지 보이지 않았던 거대한 루프(loop)가 홍염들 위쪽으로 태양 표면의 1/4 정도를 덮고 있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내가 보고 있는 것이 맞을까?
    두 달여가 흐른 지금, 글을 쓰고 회상을 하면서도 스스로도 믿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군대에서 간첩 잡은 무용담을 늘어놓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ㅎㅎㅎ
    (아래 그림에서는 위에 언급한 거대한 루프는 그리지 않았다. 그릴 시간이 있었을리가 ㅜ_ㅜ)
    Resized_Exmouth 4.jpg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위 영상의 개기일식 끝난 직후 내가 했던 말에서 찾을 수 있다 - “기억이 안 나”
    짧은 시간 동안 너무 큰 충격을 받아서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육안으로 너무나 선명하게 보이던 360도 홍염, 우아하게 뻗어나가는 대략 5줄기의 코로나
    그리고 믿을 수 없는 태양망원경 안시관측.

    7번의 일식 경험 중 굳이 순위를 매긴다면
    2015년 북극의 설원 위에서 경험한 거대한 Shadow bands에 다음가는 강렬함이었다

    개기식이 끝나고도 한참을 패닉에 빠져 있다가
    정신 차리기 위해 축하주 한 잔. SKT에서 출장 오신 팀장님과 가족도 함께 
    20230420_113650.jpg

    코로나 맥주로 전야제, 거사(?) 이후 축하주는 one GIANT leap으로
    20230420_113705.jpg

    거리의 나뭇잎에도 다시 일식이 열렸다. 방향만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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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 차리고 그림 마무리
    20230420_122556.jpg

    보통 개기일식이 끝나면 텐션이 급격히 떨어져서 부분일식은 보는둥 마는둥 하고 마는데
    시작한 일은 마무리를 해야 하니
    땡볕에 맨살이 바싹 타고 더위에 정신이 어질어질해질 때까지, 
    일식이 완전히 종료되고 나서야 그림 한 장을 완성할 수 있었다
    20230420_122742.jpg

    Resized_Exmouth 5.jpg

    Resized_Exmouth 6.jpg

    Resized_Exmouth 7.jpg

    일식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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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믿을 수 없는 감동을 안겨준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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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는 박대영님의 일식 3콤보와 클로즈업 (출처 : 박대영님 페이스북)
    박대영 일식3콤보.jpg
    (촬영 : 박대영)

    박대영 일식 클로즈업.jpg
    (촬영 : 박대영)


    육안으로 보는 코로나도 위 사진과 비슷한 정도로 잘 보였다
    (사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두 분 다 공교롭게도..
    충격적인 태양의 모습에 넋을 잃고 보다가 
    중요한 작업 중의 하나였던 일식 클로즈업 동영상 촬영 버튼을 누르지 못했다고 한다.. ㅎㅎ;;;

    앞으로는 마음놓고 일식 감상을 하기 위해
    촬영 계획에 맞춰서 카메라 버튼 눌러주고 
    필터 벗겨줄 알바를 어떻게 찾아서 고용할지 
    심각하게 토론을 했다는 슬픈 뒷이야기.. ㅋ


    오랫동안 기다려온 일식이 끝났다.
    태양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고,
    우리도 정신을 차릴 시간이다
    20230420_135946.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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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은 샌드위치 하나로 때우고 점심은 거르고 
    몇시간째 뜨거운 태양을 온몸으로 받고 있으니 정말로 쓰러질 것 같아서
    SKT 촬영팀 숙소에서 잠시 릴랙스~~
    20230420_162737.jpg

    20230420_171412.jpg
    원정 내내 부실하게 겨우 끼니만 때우다가 
    갑자기 멋진 숙소에서 BBQ라니.. ㅎㅎ 다른 세상에 온 것 같다
    20230420_162634.jpg

    고기+맥주로 든든하게 기력을 회복하니 다시 별 볼 욕심이 난다
    여세를 몰아서 오늘은 바다 위로 떠오르는 은하수를 감상해보자

    엑스머스에서 조금만 떨어진 곳이면 될테니 
    식사를 마치고 이건호님이 지난밤 머물던, 
    엑스머스 타운에서 차로 20분 떨어진 외딴 해변으로 출발
    관측 후보지1.jpg
    해변으로 이어지는 비포장길을 달려서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썰물이라 그런지 바다는 안보이고 맨땅이 드러나 있는게 좀 볼품이 없다.
    흠~~ 이게 아닌데.
    구글맵을 검색해서 근처 다른 해변으로 이동했다
    관측 후보지2.jpg
    그러나 그 길은 점점 좁고 험해지더니
    결국 모래 언덕에 차가 빠지고 말았다
    온몸에 모래를 뒤집어쓰고 땀범벅으로 짐을 빼고 차를 밀고.. 
    20230420_191929.jpg

    헛도는 바퀴, 
    비산하는 모래,
    깊어지는 구덩이, 
    지쳐가는 몸,
    절망적인 마음.

    불과 반나절 전에 환상적인 일식을 보던 환희는 저 멀리 아득한 곳에 있다
    SKT 팀도 도와주러 왔다가 소득 없이 떠나고,
    Lorenzo라는 이탈리아에서 온 젊은 친구가 장비까지 동원하며 도와주었지만
    헛도는 바퀴는 탈출구가 없다

    한국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호주 & 뉴질랜드의 엉성하고 느려터진 일처리를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어떻게든 스스로 요행히 탈출하려 했으나.. 결국 포기하고 렌트카 화사에 연락을 했다.
    렌트카 회사인 Hertz와 통화 세 번, 엑스머스 로컬 견인업체와 통화 두 번, 문자 여러 번.

    Hertz에는 전화 세 번 걸 때마다 각자 다른 상담원에게 똑같은 상황 설명 세 번.. ㅎㅎ 놀랍지 않다
    결과적으로 사륜구동이 아닌 일반 차를 가지고 비포장길에 들어간 것은 운전자 책임이니 알아서 하라고.. ;; 
    그래도 지역 견인업체 연락처는 알려 주었다 
    견인업체에서는 우리 차 위치를 묻기 전에 카드번호와 비밀번호를 먼저 요구했다
    이걸 다 알려주는게 맞는건가.. ㅎㅎㅎ
    카드번호를 알려주니 그 뒤로 연락이 잘 되지 않는다
    여기 일처리 속도로 보아 빨라야 내일 오전이나 되어야 오겠구만. 
    돈만 먹고 안오는 일만 없기를.. ㅜ_ㅜ  근데 여기서 밤새 별이라도 잘 봐야 하는데 저 구름은 어떡하니?
    ..하고 망연자실 있는데 보험사에 처음 연락한 시간 기준으로 대략 "2시간"만에 해변으로 견인차가 도착했다
    20230420_215946.jpg
    써프라이즈~~ 
    이정도면 여기서는 로켓배송 급일듯? ㅋ;;
    20230420_215536.jpg
    4륜구동 견인차에 로프를 연결해서 전문가의 손길로도 한참을 작업해서
    결국 모래 구덩이를 탈출했다. 한국에서도 안 해본 견인을 서호주에서.. 쩝.
    20230420_220250.jpg
    차가 달릴 수 있는 비포장길까지만 견인을 해 주고는 나에게 영수증을 건네 주었다
    20230420_221102.jpg

    비용은 대략 50만원쯤(AUD550). 얼마인지는 당연히 사전에 고지해주지 않았다
    알려줬다 해도 거절할 여지가 없었겠지만.. ㅎㅎㅎ
    멘탈도 주머니도 탈탈탈 ㅠ_ㅠ
    100M 견인하고 지불한 돈이 넘 허무해서 물어보았다
    "우리같이 승용차로 해변 들어왔다가 바퀴 빠져서 견인 요청하는 사람이 많나요?"
    "아니. 너네같이 용감한 사람들 거의 없어 ㅋㅋㅋㅋ"
     

    견인차를 기다리는 동안 박대영님이 뭐라도 건져보자고 해변의 은하수를 찍어 보았으나
    구름이 잔뜩 몰려와서 시원치 않다
    50만원짜리 천체사진은 그냥 폐기! 우리는 오늘밤에 남은게 뭐가 있는가.. ㅋㅋ;;
    SKT팀에서 촬영하고 있는 근처의 페블 비치로 갈까 하다가
    일진상 오늘은 자중하는 것으로..
    다시 캠핑장으로 돌아와서 온몸 가득한 모래를 씻어내고 텐트에 지친 몸을 뉘였다

    어쩐지 너무 잘나간다 했지.
    그동안 7번의 개기일식에서 일식을 보고 나서 그날 오후나 밤에 사건사고가 유독 많았다.
    보통은 지나친 욕심에 개기일식이 끝나자 마자 멀리 있는 별 보기 좋은 곳으로 서둘러 이동하려다 벌어진 일들이었다

    일식날 시련 리스트
    2009년 중국 – 항저우에서 일식 보고 당일 저녁 귀국편 캔슬로 상하이 공항에서 3시간동안 방황
    2012년 일본 – 별 일 없었음
    2012년 호주 – 잘못된 판단으로 인한 개기일식 관측 실패 자체가 시련 ㅋㅋ
    2015년 북극 – 일식 직후 공항까지 갈 콜택시의 배신으로 영하 15도에서 땀범벅이 될 때까지 뛰어다님
    2017년 미국 – 일식 직후 포틀랜드 차량 정체로 아슬아슬하게 뱅기 탑승
    2019년 칠레 – 일식 직후 차량 정체 + 버스터미널에서 자정 넘어서까지 피난민급 인파에 떠밀려다니다 압사 당할뻔..

    그래서 더는 생고생 않겠다고 마음먹고 일식 장소에서 처음으로 하룻밤을 더 머물렀는데,
    끝없는 욕심은 또 다른 종류의 사고를 낳았다 ㅎ;;;;;



    며칠 뒤, 집에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달의 검은 그림자를 가지고 간단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보았다.
    개기식 중에 보았던 거대 loop는 차마 그리지 못했다.
    우선은 마음속에만 간직해 놓는 것으로..





    그냥 달 그림자 위치만 살짝 움직이게 만들었는데
    흠~~ 이거 참 마음에 든다 ^^*
    앞으로는 일식 중에 Solar Scope를 잘 활용해봐야겠다



    텐트에 누워서 길었던 하루를 돌아본다
    낮에 할 촬영을 위해 밤새 장비를 세팅하던 일,
    숨을 몰아쉬며 해변 앞 언덕에서 일출을 기다리던 순간
    두 Eclipse Chaser의 같은 얘기 - You'll overtake me.
    100.03%의 놀라운 하이브리드 일식
    그보다 더 놀라운 태양망원경 안의 일식
    좋은 숙소에서 성대한 저녁식사
    견인차를 기다리며 피폐해진 몸과 마음

    아 꿈만 같다.




    3줄 요약
    1. 역대급 일식
    2. 역대급 삽질
    3. You'll overtake me.



    Nightwid.com 無雲

댓글 3

  • 조강욱

    2023.07.03 21:38

    게시판에 동영상 삽입하는 방법 아시는분 있으면 도움 부탁드립니다.. ㅜ_ㅜ
    유튜브 동영상 링크하는 법과 제가 가지고 있는 동영상 파일 업로드해서 재생하는 법..
    저는 HTML이 넘 헷갈립니다.. ㅎㅎ;;;
  • 김철규

    2023.07.04 11:21

    요소수 잘못 넣었다가 도로 한가운데서 보혐사 차량 기다렸던거 생각하면 얼마나 고생 하셨을지 절로 공감히 갑니다. ㅜㅜ 우리도 거의 두시간 이상 기다렸던거 같네요.

    강욱님이 이번에 겪었던거 같은 일식을 만나려면 역시 많이 도전해 봐야 확률적으로 가능한 거겠죠. 맨눈으로 홍염이 보였다니 정말 상상만 해도 대단한 장관이었겠습니다.

  • 조강욱

    2023.07.09 20:31

    개기일식을 여러번 봤지만 각각의 일식마다 저마다의 매력이 있더군요. 특히 이번 것은 황당할 정도로 다르고 멋졌어요 ㅎㅎ

    유튜브 동영상으로 요소수 얘기를 보면서 그저 나랑은 먼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당하고(?) 보니 정신이 번쩍 나네요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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