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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호주 1편 : 원정 준비 - 고생길이 훤한데 왜 설렐까?
  • 조회 수: 129, 2023-05-04 06:18:51(2023-04-29)
  • 1편 : 원정 준비 - 고생길이 훤한데 왜 설렐까?


    일식 경로.jpg

    [관측지 선정]

    이번 개기일식 루트를 확인하고, 첫 번째 든 생각은 “엄청 빡세겠네.. 잼있겠다”

    고생길 예약인데 재미있겠다니, 난 아무래도 변*인가보다


    기상 통계를 확인해보니 열대지역에 위치한 인도네시아와 동티모르 쪽은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

    군복무를 하던 시절 해외파병을 자원하여 갈 ‘뻔’ 했으나 부모님의 반대로 가지 못했던 동티모르에

    이제라도 가보고 싶었으나.. 일식은 확률 싸움이다.


    그러면 호주에 가야 하는데..

    드넓은 호주 대륙의 한 점을 스치고 지나가는 일식.

    저 작은 점 안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으려면 얼마나 힘들게 쟁취를 해야 하나 시작도 전에 걱정이 된다

    일식 경로 2.jpg

    개기일식 2년 전,

    일식이 지나가는 서호주의 엑스머스, 인구 2000명의 고립된 작은 타운에 위치한

    모든 숙박업소와 캠프사이트에 빠짐없이 가능 여부를 물어보았다


    한 절반쯤은 이미 그 훨씬 전에 전문 여행사들과 계약 완료.

    나머지 절반은 아직 예약을 오픈하지 않고 시세(?)를 관망하고 있었다.

    이걸 10배를 불러야 하나 20배를 불러야 하나 꿈에 부풀어 있을 것이다.


    개기일식 1년 반 전,

    엑스머스 시내 한 캠프사이트의 예약이 오픈되었다.

    앞뒤 가리지 않고 무조건 잡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시스템 오류로 인해 운 좋게 예약이 된 것이었다

    예약이 강제로 취소될 줄 알았으나 어찌어찌 버텨서

    결국 일식이 지나는 호주의 한 점에 바가지 안 쓰고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원정 멤버]

    원래 이번 일식은 3인 가족 여행으로 계획했으나

    가려는 곳이 호텔도 식당도 관광도 아무것도 없이 흙먼지만 날릴 서호주 오지라는 것을 깨닫고

    와이프님 딸님은 결국 안 가시는 것으로..


    일식장소 예약도 렌트카도 3인분으로 세팅을 해놨는데 누구와 같이 가야 할까?

    2019년 칠레 개기일식 원정을 같이 했던 박대영님, 김동훈님께 의사를 물으니 바로 OK

    국립과천과학관 천문팀장인 박대영 형님과는 예전 대학생 시절부터 같이 별 보러 다닌 오랜 인연이 있고

    벌써 별책을 7권째 내신 김동훈 형님과는 한국에서는 같이 별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지만

    동반 해외 원정만 벌써 6번째. 이 정도면 거의 영혼의 파트너? ㅎㅎㅎ

    칠레 개기일식 직후.jpg

    2019년 칠레 안데스 산맥 어딘가에서 개기일식 관측을 마치고 한 장 (왼쪽부터 박대영 김동훈 원덕중 조강욱)


    [이동 계획]

    인원도 확정을 하고, 서호주의 유일한 국제공항이 있는 퍼스에서 일식지 엑스머스까지

    1300km 구간에 어디서 머물다 갈지도 하나씩 정해 보았다


    원래는 가족들과 사람 사는 동네의 멀쩡한(?) 숙소를 잡을 예정이었으나

    멤버가 업계 선수들로 바뀌어 나도 태세 전환을..

    멀리 안 가도 숙소 앞마당에서도 관측이 가능한 Outback Station Stay 중심으로 거점을 마련했다.

    Route.jpg


    캠퍼밴을 빌려서 더 깊은 곳으로 자유롭게 들어갈 수도 있었으나

    4~50대 아저씨들 체력으로 그러고 다니다가는 밤새 관측을 제대로 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다.


    [관측 계획]

    개기일식 1년 전, 전체 일정과 숙소까지 예약을 마치고 일식은 저 멀리 잊고 살다가

    어느새 일식 원정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어떤 장비를 들고 갈까 고르기 전에 무엇을 해볼까부터 생각해 보았다.


    1. 개기일식을 잘 보는 것이야 당연히 가장 중요한 일. 생각할 필요도 없다

    2. 그림으로 불가능한 은하수와 육안 밤하늘을 폰카로 잘 찍어보기

        내가 사진 찍는 재능이 없다는 것은 어릴때부터 잘 알고 있지만

        천체사진가 두 분과 동행하다 보면 무언가 좀 배울 수 있지 않을까?

    3. 대마젤란 은하 파인더 안시 스케치

        벌써 5년째 대마젤란 은하의 세부 구조를 30개가 넘게 안시관측 스케치로 남기고 있는데,

    LMC sketch region 30.jpg

        어떻게든 마무리를 하고 나서 이 엄청난 대상, 대마젤란 관측에 대한 핸드북을 만들어볼 예정이다.

        그 관측 가이드북의 맨 앞장에 Index로 쓸 파인더 차트를

        사진이나 성도가 아니라 직접 내 9*63 파인더로 보면서 그려보고 싶다.

        사진으로 보는 마젤란과 눈으로, 파인더로, 망원경으로 보는 마젤란은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4. 태블릿 스케치 연습

        노안 진행으로 인하여 눈물을 머금고 스케치 도구를 종이에서 태블릿으로 전환할 계획인데..

        태블릿으로 그림 그리는 것에 좀 익숙해지도록 연습을 많이 해봐야겠다.


    [장비 구성]

    그럼 장비는?

    한국에 사는 모든 별쟁이가 열망하는 남반구 하늘이지만,

    이미 남위 37도에 살고 있는 나에게는 호주나 뉴질랜드나 칠레나 다 똑같은 하늘이다.

    따라서 망원경을 안 가져갈거라 짐이 단출할 줄 알았는데.. 그랬는데..

    20230408_234127.jpg


    1. 관측용 의자 : 모든 해외원정에 가지고 다니는 조금 무겁고 큰 낮은 캠핑의자

    2. 9*63mm 파인더 + 슈퍼마운트 경위대 + 055 삼각대 : LMC 파인더차트 제작용

       위 사진에 보이는 15*70 쌍안경은 파인더와 용도가 겹쳐서 결국 안 가져갔다

    3. 갤럭시탭 S7플러스 태블릿 : 디지털 천체스케치

    4. 갤럭시 S22울트라 핸드폰 + 볼헤드 + 노트PC : 은하수 & 밤하늘 천체사진과 합성 프로그램 구동

    5. 삼성 미러리스 카메라 + 저렴이 삼각대 : 일식중 풍경 동영상

    6. 방한복 : 서호주 아웃백 지역이 사막 기후처럼 일교차가 크다고 해서 한겨울 수준의 헤비다운 상하의를 준비했다.

                  결과적으로는 준비 안했으면 컨디션 관리 힘들었을 듯..

    7. 태양망원경(Lunt 60 더블스택+Ethos8) : 이 무거운 태양망경을 들고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마지막까지 고민이 되었다. 일식날 2시간 쓰려고 무겁고 비싼 아이를 계속 들고 다녀야 하나..

       그 결과는 5편 쯤에서 언급하는 것으로.. ^^


    결국은 욕심의 대가로 약 40kg 정도의 짐이 되어 앞으로 있을 7번의 비행에서

    추가요금을 피하기 위해 매번 짐을 쌌다 풀었다 눈치게임을 반복해야 했다.

    20230414_093802.jpg

    나의 7번째 일식 원정,

    그리고 9년만의 서호주 원정이다.


    그 때 서호주에 왔을 때는 아무 준비 없이 전날 뱅기표만 예약하고 맨몸으로 그냥 왔었는데

    (‘서호주’로 제목 검색을 하면 그 당시 관측기록을 찾을 수 있다)


    이번엔 몇 년을 준비해 보았다

    서호주에선 어떤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Nightwid.com 無雲


댓글 4

  • 정화경

    2023.04.30 21:47

    땅덩이가 넓으니 관측지 가는 길도 어마어마하네요.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설레임이 느껴집니다~ 다음 이야기도 기대가 되네요^^
  • 조강욱

    2023.05.04 06:17

    강원도 관측지 간다고 2~3시간 운전하는 것하고는 차이가 많이 나죠 ㅎㅎ

    일반 여행도 그렇지만 원정도 준비 과정이 더 설레는 것 같아요 ^^

  • Profile

    박상구

    2023.05.03 19:50

    지나간 일식 원정 글들 모두 다시 정독하고 있는, 1년 전부터 설레고 있는 1인입니다 ㅎㅎ 새 연재도 기대 하겠습니다 ^^

    파인더 차트를 스케치로 만드는 계획에 오~ 했습니다. 멋진데요 ^^

  • 조강욱

    2023.05.04 06:18

    지나간 원정 글이 상당히 많은데.. 그걸 다 보고 계신 건가요? ^^

    파인더 차트는.. LMC를 안시로 보는 것처럼 비슷하게 찍은 사진을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맛집 찾다가 내가 차린 집' 느낌으로다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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