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서호주 4편 : 별들과의 대화 – 꿀잠은 언제쯤?
  • 조회 수: 126, 2023-05-28 11:01:28(2023-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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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원정 준비 - 고생길이 훤한데 왜 설렐까?
    2. 가도 가도 아직도 가는 중 - 퍼스에 갈 수는 있을까?
    3. 드디어 아웃백을 향하여 - 첫판부터 몸살이면 어떡하니?
    4. 별들과의 대화 – 꿀잠은 언제쯤?


    서호주 원정 3일차 – 2023년 4월16일, 서호주 Hamelin Pool Station Stay


    장비를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아침식사
    Resized_20230416_073757.jpg

    아침에는 역시 모닝..맥주
    Resized_20230416_074455.jpg

    낮에 자고 밤에 별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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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새 열일한 망원경들도 숙소에서 쉬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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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에 관광지 돌아다니고 맛집 찾아 다니는데 에너지를 써버리면 
    밤에 온전히 별빛을 마주하기가 어렵게 된다. 
    시드니에서 원정을 시작한다 해도 일부러 오페라하우스 구경을 하지 않는 것은
    여러번의 해외 원정에서의 성공과 실패에서 얻은 교훈이다.
    관광은 가족들하고 여행 가서 하면 되고 
    관측 원정에서는 목적에 충실하게 별에만 집중하자. 



    한숨 자고 일어나 태양망원경을 꺼냈다.
    Resized_20230416_101226.jpg

    망원경 무게도 꽤 무겁고, 이걸 올리려면 마운트도 삼각대도 제대로 준비해야 하니
    한정된 항공 수하물 짐 안에 태양망원경을 위해서만 10kg 정도를 할애해야 했다.
    가져갈까 말까 출발일 새벽까지 고민했는데..
    가져왔으니 잘 써 봐야지.

    개기일식 며칠 전이고 일식지 근처다 보니 다른 투숙객들도 태양에 관심이 많다
    얼떨결에 공개관측회를 하고 있으니 숙소 매니저님이 오셨다
    (이곳은 Bush Heritage라는 비영리단체 소속의 시설이라 사장님은 아니다)

    꼬마애도 쉽게 찾았던 홍염을 못 찾으셔서 보는 방법 다시 설명 중
    Resized_20230416_101556_HDR.jpg

    태양관측에 최적의 모자를 쓰고 관측중인 김동훈님
    Resized_20230416_101857.jpg

    이 날 홍염이 여기저기 꽤 많았는데
    김동훈님이 폰을 아이피스에 쓱 가져다 대고 사진 한 장
    Resized_20230416_102325.jpg

    휴대폰 카메라를 손에 들고 태양망원경으로 홍염 사진을 찍어본 사람은 모두 알 것이다
    이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이다.
    시야는 너무 좁고 조금만 각도가 안 맞아도 바로 블랙아웃이다
    난 아무리 해도 홍염 한줄기 건지기도 어려운데 
    이걸 손각대로 한 방에 완벽하게.. ㅎㅎ 역시 천상 찍사 인증!

    호주 아재에게 고프로 촬영을 한 수 지도하는 찰칵 김동훈 선생
    Resized_20230416_103040.jpg


    번개 공관을 마치고 태블릿으로 태양 스케치를 연습해 본다
    태양 표면은 너무 복잡해서 진즉에 포기했었는데 일식 덕분에 다시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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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때쯤 이건호님이 친구분과 캠핑카를 끌고 숙소에 잠시 들리셨다
    여기서 머무는 것은 아니지만, 
    일식 보러 이동하는 길은 하나밖에 없어서 모두들 비슷한 루트를 지나게 되어 있다 ^^
    Resized_20230416_123059.jpg

    몇 달 전 한국에 방문했을 때도 결국 거노리 형님 얼굴을 못 봐서 아쉬웠는데
    역시 별쟁이는 관측지에서 만나야 제맛.


    점심은 집밥 박선생의 된장국이 아닌 쌈장국.
    Resized_20230416_134813.jpg

    아웃백 풍경 조미료도 한 스푼
    Resized_20230416_134816.jpg


    사실 여러 숙소 후보지 중에 여기 Hamelin Pool을 고른 것은
    지구상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생명체인 스트로마톨라이트를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stroma.jpg

    stroma 2.jpg

    아래와 같은 긴 나무 데크로 이동하며 물 속에 반쯤 잠겨있는 35억년 된 숨쉬는 돌들을 구경하는 것인데
    boardwalk.jpg

    리셉션의 매니저에게 밤에도 갈 수 있냐고 물어보니
    2년 전에 사이클론 피해를 입어서 데크가 파손된 관계로 현재는 낮에도 폐쇄 중이라고 한다
    아니 2달 전도 아니고 2년 전에 수해를 입었는데
    그걸 아직 보수를 안했다고?? 한국인의 관점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호주 뉴질랜드 등 남쪽 나라들의 시계는 한국보다 많이 느리다


    어느덧 날이 저물어간다.
    Resized_20230416_174258_resize.jpg

    밤새 예보가 구름이 점점 많아지는 추세라 그리 좋지 않다. (대략 운량 30% 정도)
    정오 이후부터 구름이 조금씩 많아져서 해질녘이 되니 거의 하늘의 절반 정도를 구름이 덮었다

    어딘가로 이동해서 별을 본다면 북쪽으로 2~300km는 올라가야 가능성이 있다.
    내일 오전에는 체크아웃하고 숙소를 이동해야 하는데, 
    오늘 밤에 어딘가 3시간가량 이동해서 노지에서 관측을 하고
    다시 돌아와서 짐 싸서 종일 이동을 하면 다음 날 관측할 체력이 될까?
    그리고 안시용 망원경이면 어디든지 대충 조립해서 보면 되는데
    사진 장비는 세팅하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리니 쉽지 않은 일이다.

    다행히 내일부터는 일기예보도 아주 좋아서..
    혹시 하루 공치더라도 휴식일로 쉬는 셈 치고 그냥 숙소에서 보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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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소 앞 관측지에도 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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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웃백 들판 너머로 해가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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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순간을 놓치지 않는 불굴의 사진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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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무슨 별? 아마도 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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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와 다르게 컨디션도 말짱해졌고
    석양빛이 점차 사라지는 것을 구경하며 흘러가는 구름 속에 각자 전투대형(?)으로..
    오늘은 밤새 구름 사이로 게릴라전이 될 것이다.
    이번 원정에서 내가 목표로 삼았던 것 중의 하나는 대마젤란은하 파인더 차트를 만드는 것이다.
    남반구에 살면서 2019년부터 벌써 5년째.. 대마젤란을 망원경으로 보며 
    눈에 띄는 대상이 존재하는 소구역마다 하나씩 천체스케치를 만들고 있다
    LMC sketch region 27.jpg

    은하 하나를 그린다, 성단 하나를 본다 하면 시야 가운데의 대상을 하나 잘 그리고
    배경 별 몇 개 찍으면 아무리 오래 걸려도 한 시간이면 끝인데,
    어디가 시작이고 끝인지 모를 M24 같은 대상을 수십 개를 그리다 보니
    이젠 재미보단 거의 오기로 이 작업의 끝을 보려고 한다.

    마젤란 스케치는 현재 30개까지 진도가 나갔고
    아마도 45개 영역 정도 그리면 어느 정도 완성이 될 것 같은데,
    관측을 마친 이후에는 그동안 쏟은 노력과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마젤란 관측을 위한 필드 가이드를 만들 계획이다

    LMC는 북천과 남천을 합해도 전 하늘에서 가장 밝고 볼 게 많은 대상인데 
    내부 구조가 너무 복잡하고 방대하다보니 관측 난이도 또한 말도 안 되게 어려운 대상이다.
    그렇다고 해도 안시관측을 위한 종합적이고 디테일하면서도 일목요연한 자료를 
    세상 어디서도 구할 수 없다는 것은 별쟁이로서는 아쉽고 의아한 일이다. 

    이걸 출간을 하기에는 아마도 수요가 너무 적을 것 같고 ㅎㅎ;;
    Hickson 은하단 관측 자료집을 영문으로 만들어 PDF로 배포하신 독일 형님처럼 해봐야겠다



    어쨌든 그런 가이드북을 만들려면 맨 앞장의 목차 페이지에는 호핑을 위한 파인더 차트가 필요할텐데,
    사진을 쓰자니 실제 안시로 보는 것과는 괴리가 커서
    19세기에나 했을 법한 방법으로.. 내가 직접 그려서 파인더 성도를 만들어봐야겠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구식 별쟁이.
    파인더 차트를 굳이 손으로 그린다는데 그걸 최신 태블릿으로? 
    뭔가 앞뒤가 잘 맞지 않는 것도 같지만.. ^^;

    실제로 LMC를 파인더로 보며 점을 찍고 그림을 그려보니 이거 보통 일이 아니다.
    성도로 쓸 정도로 별을 찍으려면 완벽에 가깝게 정교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파인더 한 시야에 보이는 별이 너무 많다. 이 막막함.. ㅜ_ㅜ

    늘상 하던대로.. 미련하게 그냥 한땀 한땀 하다 보면 길이 보이겠지.
    오늘은 여기까지

    조강욱 그림(작업중, 완성 아님), Galaxy Tab 7+ & Clip Studio
    230417 LMC Finder Chart 1st try.jpg


    구름이 왔다 갔다 하여 쉬엄쉬엄 LMC 작업을 하다 보니
    예보와는 다르게 구름이 점점 사라진다
    아니 이러면 오늘도 잠 못 자는데.. ;;;



    천체사진가 두 분은 어제 장비 셋업을 마치고 이젠 생산 체제로.

    아래 사진은 박대영(별토벤)님의 은하수 사진과 한마디
    Milkyway Hamelin.jpg
    (촬영 : 박대영님)

    “하늘은 화려함 그 자체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영역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부분도 느낌이 다르다. 
     대화하듯 하늘 곳곳을 누비며 긴 밤을 지새웠다. 그
     저 아름답다는 말 이외에는 특별한 단어도 떠오르지 않는다. 
     행복하고 행복하다.”
    (출처 : 박대영님 페이스북)


    낮에 숙소 매니저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여기 숙소는 Bush Heritage라는 호주의 비영리법인 소속으로, 
    한국으로 치면 생태보존지구 관리와 운영을 위한 공익 목적의 수익 사업의 일환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회사의 사업을 홍보하기 위한 사진이 필요한데 
    숙소 배경으로 천체사진을 찍어서 공유해 줄 수 있겠냐고 하여..
    Bush Heritage 기념품 몇가지 받고 흔쾌히 승낙! ㅋㅋ
    박대영 해멀린풀 숙소 은하수.jpg
    (촬영 : 박대영님)


    나도 틈틈이 폰사진 연습을 더 해보았다

    해멀린풀 숙소를 배경으로
    Hamelin 20230417 0430 5stack (final).jpg
    (촬영 : 조강욱)

    배경이 밋밋하니 일주로 한 번?
    Hamelin 20230417 0430 Trail (final) Startrails.jpg

    은하수 영역도.. 안맞은 초점을 트레일로 물타기 시도!
    Resized_Hamelin Milkyway 20230417 0459 Trail (final).jpg


    새벽 3시 40분, 숙소에서 잠시 쉬다 나오니 이미 달이 떠올랐다
    붉은 아웃백에 물이 든 것인지 달도 달빛이 스민 하늘도 노랗다 못해 붉은빛이 감돈다
    그 붉은 달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원래의 색으로 돌아왔지만
    지구조가 너무 선명하고 아름다워서 가져온 파인더로 관측하며 그림 한 장.
    평소에는 망원경 쳐다보느라 바빠서 이렇게 파인더로 오래 달을 볼 일은 앞으로도 거의 없지 않을까?
    230417 The Moon on the finder.jpg


    9배율로 달을 열심히 그리고 나니 달은 이미 하늘 높이 올라왔다
    지평선 위로 떠오른 붉은 달과 정신을 차린(?) 하얀 달을 하늘빛과 함께 한 컷에 담아보았다
    Resized_Moonrising in the outback 230417.png


    휴대폰으로 사진도 찍고 그림도 그리고 비싼 폰을 사정없이 굴리다보니 어느새 박명이 오고 있다

    열심히 타임랩스 제조 중..
    Resized_20230417_062439.jpg

    날이 밝는 풍경을 30초 단위로 찍어서 나름 어설픈 타임랩스를 만들어 보았다.
    내 폰 다음 모델인 갤럭시S23울트라는 아예 Astro 타임랩스 기능이 있던데.. 
    이런 것도도 천문장비 뽐뿌일까??

    일출 전 하늘이 밝아오는 모습 - 타임랩스
    (동영상 삽입이 잘 되지 않는데, 도와주실 분을 찾습니다 ㅜ_ㅜ)


    밤새 구름 예보가 무색하게 자정이 넘은 이후로는 거의 구름의 영향이 없어서
    오늘도 결국 잠을 못 자고 말았다.
    Resized_20230417_065716.jpg

    Resized_20230417_065805.jpg

    이틀째 밤잠을 제대로 못 자서 몸은 쑤시고 정신은 몽롱하지만
    기대하지 않았던 별빛을 밤새 충전하여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이다.

    행운은 개기일식을 위해 좀 아껴놔야 하는데..
    이렇게 미리 끌어다 써도 될까?



    3줄 요약
    1. 예보가 틀려서 밤을 샜다
    2. 비싼 폰을 열심히 굴렸다
    3. 하늘과 별들과 해와 달과 은하수와 하루종일 얘기를 나누었다




    Nightwid.com 無雲

댓글 2

  • 김철규

    2023.05.28 02:37

    일식 보러 가셔서 밤하늘 관측도 알차게 하셨군요. 강욱님의 관측 여행길에는 항상 행운의 여신이 같이 따라 다니나 봅니다. ㅋ

    스트로마톨라이트 서식지에 나무데크는 아직도 보수를 안 했군요. 작년에 갔었을때 부서진채로 1년이상 방치된 상태라는걸 알고 부서진 김에 자연보호를 위해서 그냥 놔두는구나 하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ㅋㅋ
  • 조강욱

    2023.05.28 11:01

    저는 해외원정에서 나름 운이 좋은 편입니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갑자기 불길해지네요 ㅎㅎㅎㅎ;;;;

    헤멀린풀 나무데크는.. 이곳의 삶의 속도로 봤을때 10년쯤 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ㅜ_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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