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090823 우문(愚問)에 현답(賢答) - 양평 벗고개
  • 조강욱
    조회 수: 7116, 2009-08-26 20:45:00(2009-08-26)
  • 어떻게 하면 재능 없는 nightwid가 스케치 테크닉을 단기 속성으로 배워볼 수 있을까?

    인터넷으로 접근 가능한 연필 스케치 동호회 중 가장 포스가 넘치는 곳에 가입을 하고서 올라온 작품들을 보니..

    아..... 정말.. 스케치 그림 속의 인물들이 살아서 걸어 나올 것 같다



    저게 정말 4B 연필로 그린 그림이란 말인가..



    (그린 분께 퍼온다고 얘기 못 드렸는데.. 어느정도 수준인지 보여드리고 싶어서 퍼왔습니다. 다른 데로 퍼가지 마세요.. ㅡ_ㅡ)



    질문을 올렸다

    '저는 이런거 이런거를 그리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잘 그릴 수 있을까요?

    어떤 펜과 지우개와 종이를 써야 하나요?'

    그 질문에 대한 그쪽 세계 고수들의 답변은, 재미있게도 거의 일치한다

    '그리고 싶은 대상을 많이 그려 보시면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자기만의 표현 방법, 자기만의 개성으로....'

    .
    .
    .
    .
    .
    .
    .
    .
    .
    .


    '저는 이것도 보고 싶고 저것도 찍고 싶은데 저렴하고 성능 좋은 망원경 추천해 주세요

    참, 초보라 별자리는 한 번도 못 봤구요  어떻게 별 관측 하는지 쪽지로 보내 주세요  지금 빨리요'

    나의 우문이 이것과 무엇이 틀린가?

    스케치 세계의 고수들의 답은 내게 많은 것을 생각할 기회를 주었다

    노력은 제대로 해 보지도 않고 좋은 장비 장만할 생각만 하고 있었다니....

    우문에 현답.

    그냥 부딪혀서 하다 보면 도가 통하는 날이 오겠지......


    맑은 날씨. 하지만 일요일 오후....

    하해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계신 마나님께서 일요일 저녁의 번개 관측을 선뜻 許하여 주셨다



    ==========================================
    관측지 : 양평 벗고개
    관측일시 : 2009.8.23~24
    관측시간 : 20:30~01:20
    관측자 : 최형주, 김남희, Nightwid
    관측장비 : Discovery 15" truss dobsonian
    투명도 : 5.5/6 →6/6
    운량 : 1/10
    특이사항 : 자정 이후 시상 · 투명도 좋아짐
    ==========================================

    간만에 Deep-sky wonders를 가져갔으나, 마음이 급하여 읽어보질 못했다.. ㅡ_ㅡ;;;

    목표 철수 시간은 새벽 1시.  많이 그려야 두 개 그리겠지....

    M11을 그려보고 싶은데, 도저히 견적이 안 나온다

    저걸 어떻게 다 찍냐.. 4시간동안 다 못 끝낼 것 같아서 포기.. ㅜ_ㅜ

    M8은 너무 어렵고.. 나름 좁은 영역에 집중된 밝기를 자랑하는 17번을 target으로 잡았다

    김남희님 가족과 한 번씩 감상을 한 후.. 본격적인 관측 시작!!

    항상 남 보여주기용 대상으로만 활용하다가, 내가 이렇게 정성을 들여 관측하기는 처음이다

    14mm를 끼우고 136배로 관측 시작..

    9mm Nagler 빨리 가지러 가야 하는데..

    은하들은 어느정도 정형적인 모양을 가지고 있으므로..부담이 크지 않은데

    17번은 너무 크고 복잡하다.

    아무리 복잡한 대상도 분할하고 또 분할하여 그리면 된다는 처갓집 막내고모님 말씀을 생각하며

    구도를 잡고 스케치를 시작한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동쪽에서 구름이 뭉게뭉게 커지면서 빠르게 몰려온다

    댁에 계신 싟형님께 전화를 드려서 위성 사진을 확인해도.. 사진 상으로는 완벽한 하늘이다

    동쪽에서 넘어온 구름은 몇 분 만에 서남쪽의 궁수를 금새 먹어치웠다

    궁수 주전자 뼈대가 겨우 보이는 하늘..

    어짜피 인건비 안 나오는 주변별 찍기를 지금 하자는 생각으로 17번을 다시 찾으려고 하는데..

    돕드라이브 때문에 움직임이 자연스럽지 않은 데다가 17번을 성도 보고 찾아본지가 너무 오래 되어서

    파인더에서 17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도저히 못 찾겠다 ㅡ,ㅡ;;

    물론 성도 보고 찾으면 되지만, 17 찾는데 성도를 볼 수 없다는 똥고집을 가장한 게으름.. =_=


    17번 찾기를 포기하고 한 20여분 엠피삼을 들으며 구름이 걷히길 기다린다

    불행아.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녹두꽃.

    별 볼 때는 김광석이 참 잘 어울린다

    그 맑은 목소리의 깊은 울림이 별들에까지 전해지는 듯 하다

    담엔 여행스케치도 한 번 들어보자.. ㅎㅎ


    구름이 지나가고, 하늘은 서서히 회복이 되어 가고.. 파인더에서도 다시 17이 보인다

    관측을 시작한 지 1시간이 넘으니, 오리 꼬리 바깥쪽으로 성운기가 보인다

    주변시로 조금씩.. 조금씩 더..

    이게 스케치의 맛일까.  감질맛을 조금씩 조금씩 벗겨나가는 기분..

    반대로 스케치의 맛을 방해하는 것은 주변 별을 비례와 밝기에 맞추어 성실하게 찍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리 배 밑의 별들을 그리기 위해 시간을 투자했음에도 비례가 제대로 맞지 않는 부분이 생겼다

    앞으로는 그릴 대상을 관측 전에 미리 선정하여, 성도 S/W에서 아이피스 실시야에 맞추어 별 배치를 출력하여

    스케치 할 때 종이 뒤에 끼우고 참조하면

    스케치 총 시간의 30% 가량을 차지하는 별 찍느라 소모되는 인건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결과물도 더 훌륭하겠고.. 나는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다


    하늘은 점점 더 좋아지는데.. 대상이 서남쪽으로 넘어가는 바람에 17 스케치를 아쉽지만 마무리할 수 밖에 없었다

    M17 Omega Nebura





    돕의 좌우 이동이 너무 빡빡하여, 이동이 필요 없는 북극성을 보기로 한다

    내가 거의 유일하게 즐겨보는 이중성.. Polaris!!!

    주성의 강렬한 스파이더 자욱 사이로 보이는 가냘픈 반성.  (이런 종류의 감성은 Rigel도 동일하다)

    그런데.. 이상하게 북극성이 안 찾아진다..  아마추어같이.. ㅡ,ㅡ;; 아니 나는 아마추어 천문인이 맞구나 =_=;;

    북극성 주변을 한참 뒤져서 겨우 찾았는데 광축이 완전히 틀어져 있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돕드라이브 때문에 주경이 계속 stress를 받아서 광축이 나간 것 같다

    다시 광축을 맞추고 파인더를 맞추고..  북극성 찾다가 한 15분은 헤멘 듯.. 아 쪽팔려.. >_<:;;;;


    예전부터 그려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정한형님처럼.. 19세기 아일랜드 로스경처럼..

    정말 보이는 그대로

    별빛이 스파이더 모양으로 쭉쭉 갈라지는 것까지

    광축이 잘 안 맞아서 별상이 점상이 안 되는 것까지....

    그게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었다 ;;;


    그리고 낑낑대며 돕 돌리느라 힘들어서.. 좀 안 도망가는 애를 보고 싶은 이유가 더 컸지만.. ㅡ,ㅡ;;

    빛살이 번진 별 모양도 보다 보니 더 잘 보인다.. ㅎㅎ

    다 좋은데.. 움직이질 않으니 방향 표시를 못 하겠다 ㅡ_ㅡㅋ

    Polaris & Polaris B





    NadA 사진을 검색하다가, 최승용 님의 완벽한 사진을 찾았다

    http://astronet.co.kr/cgi-bin/zboard.php?id=gallery_dso&no=2760

    이거야 이거.. 내가 하고 싶은 건 이거였는데.....



    북극성을 다 그리고.. 최샘과 몇 가지 이슈 대상들을 보며 놀다가 1시 20분쯤 장비를 접었다

    스케치를 하면서 살림이 늘어서 철수에 시간이 더 걸린다 ;;;;



    집에 오는 길.

    어둠이 내린 345번 지방도를 달리며..

    지금까지 십수년간 관측 활동을 하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기분좋은 포만감에 그냥 저절로 씨~익 하고 웃음이 나온다

    하룻밤에 50개를 봐도, 100개를 봐도 느낄 수 없었던 만족감..

    좋아하는 은하나 암흑성운도 아니고 고작 발광성운 하나 이중성 하나 봤을 뿐인데..

    '오늘은 처음으로 진짜 별 좀 본 거 같다' 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흐뭇함.....

    이 참에, 우리 진삽이도 개명을 하려고 한다

    고상하게.. 그림을 그리시는 삽.. 畵삽!!!!!!

    진삽이 이름은 경매에 부칠까요? ^^;;







    PS. 지난시즌의 천문인마을 관측시에..

    예별이가 자기 전에 제 망원경으로 목성을 보여줬습니다

    보이냐 안보이냐 의사소통이 안 되기 때문에..

    그냥 아이피스에 예별님 눈을 밀어 넣었죠 ㅡ_ㅡ;;

    목성은 워낙에 밝으니, 눈동자에 밝은 동그라미가 비치더군요..

    그래서.. 예별님 눈의 검은자 가운데에 그 동그라미가 위치하게 하여 한참 보게 했더니

    진짜 뭐가 보이는지 흥미있게 쳐다보더군요..

    저는 예별이 뒤를 쫓아다니며 '그건 목성이야 목성.. 이쁘지?' 하고 세뇌를 시키니

    오래지 않아 예별이도 '목떵!! 목~~떵!!!!' 하면서 따라합니다.. ㅎㅎ

    이정도면 첫 관측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첫 관측회는 생후 66일째 되는 날.

    첫 관측은 생후 648일째.. (만 1세)

    꾸준히 별을 본다면, 초등학교만 들어가도 관측경력 6년이군요.. ㅎㄷㄷ

    아빠가 원하는 후덜덜한 관측자가 될 확률은 매우 낮겠지만,

    만약에 예별이가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자기가 본 것을 그림으로 그려 본다면

    정말 흥미로운 작품이 나올 것 같습니다.. ^^





                        Nightwid 我心如星

댓글 14

  • 이준오

    2009.08.26 21:38

    또(?) 1등임다..ㅎㅎ 스케취북이 까만색으로 바꿨네요...^__^ㅋ
    제 생각엔..뭐, 너므 그림 그리는 것에 대해 강박관념(?)을 가지실 필요까진 없다고 봅니다.
    (싟님이 저에게 관측기쓰는 것에 강박관념 가지지마라.. 뭐 그런 것같은데 저도 강욱님한테 이런 말씀을..-,.-ㅋ)
    암턴 그림이야 정말 하다보면..자연스레 느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보기엔...조만간 저위의 그림처럼 예별이의 이쁜 모습도 쓱쌱~ 그려서 올릴듯한데요..뭘~!)

    글구 북극성 보실 때, 파인더로 보이는 Engagement Ring(약혼반지)도 그리지 그랬어요?..ㅎㅎ
    (알고계시겠지만..참고; http://www.nightflight.or.kr/xe/observation/31405 )

    담엔 그 절대반쥐도 꼬옥~ 그려주시고, 예별이의 드뎌 즐건 星생활로의 입문을 추카드립니다..ㅎㅎ(우리 연우는 언제쯤이나 星생활이 가능할쥐..?..ㅋㅋ)

  • 김원준

    2009.08.26 23:09

    17번 오리모양에서 둣쪽에 우치한 꼬리쪽은 신경써서 보지 못했는데 스케치로 보니 그쪽도 보이는가 보네요. 다믕번에는 좀 더 세밀하게 살펴야 겟습니다.
  • 조강욱

    2009.08.27 09:17

    준오님 - 강박증은 '관측 가서 한 개 이상 무조건 보기' 규칙을 스스로 깨면서 자유로워 졌습니다.. ㅎㅎ
    스타파티에서 뵈면 전공자의 그림 지도를 한 번 받아볼까 합니다.. ^^
    그리고 약혼반지는.. 너무 스케일이 커서 그것까지 시야에 들어오게 저배율을 만들면 북극성이 분해가 안 되죠.. ;;;;
  • 조강욱

    2009.08.27 09:18

    김원준님 - 오리 꼬리 뒷쪽은 주변시로 겨우 본 것입니다..
    스케치에서는 보이는 것보다 더 '강조'하여 그렸죠.. ^^;;;
  • 김경싟

    2009.08.27 16:52

    은은한 백조 멋있는걸?
    멋있다.
    보석이 박힌 것 같다.

    그리고
    맨위의 인물 사진...
    대체할 사진으로 내가 저녁에 올려줄께...
    ^^
  • 이기수

    2009.08.27 23:10

    까망 스케치북의 Polaris.. 쨍~~ 하네요..
    눈이 부십니다 m @,.@ m

    온 우주에서 제일 스케치를 잘하시는 분, 그 다음으로 스케치를 잘하시는것 같습니다 ㅎㅎ
    정말 멋집니다 Goooooooooood!!!
  • 유혁

    2009.08.28 04:50

    그냥 스케치 보다, 흑백으로 반전을 시켜놓은 스케치가 훨씬 더 멋있어 보입니다.

    게다가 상당히 사실적이어서 전혀 오메라스럽지도 않고요... ^^;;
    어제 '스케치 별상' 개선 문제로 고민을 하시던데,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좋은 '스케치 별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나저나, M13, M22 같은 구상성단의 스케치(150배 정도의 배율로)도 보고 싶은데.... 부탁해도 되겠습니까?
    기대하겠습니다... ^^;;
  • 김경식

    2009.08.28 07:35


    누가 그렸다고 말하긴 그렇지만,
    불펌해도 되는 그림^^
  • 김희준

    2009.08.28 17:51

    조강욱님의 중국 상하이 일식 관측기 이후의 생생한 오메가성운과 북극성 스케치 관측기록 잘 보고 갑니다.
    뒤집어논 스케치의 역발상도 아주 멋집니다..

    누가 그렸는지 인물그림도 믿기어려울 정도로 아주 섬세하네요
  • 조강욱

    2009.08.28 18:30

    싟형님 - 혹시..... 직접 그리신 것? ^^;;;
    저 그림 그리신 분이 천체 스케치를 하시면 엄청난 그림이 나오겠는데요.. ^^;;;
  • 조강욱

    2009.08.28 18:32

    기수님 - 우주에서 제일 스케치 잘 하시는 분이 이 댓글을 볼까 걱정됩니다.. ㅎㅎ;;;;;;
  • 김경싟

    2009.08.28 20:33

    별찌엄마가 했다오 *^^*

    내가 저 정도 되려면....................................다시 태어나는 길 밖에 없다는^^;

  • 조강욱

    2009.08.28 21:23

    유혁님 - 구상성단이 산개성단보단 그리기가 그나마 수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힘들면 대충 뭉개서 표현해도 되지 않을까요.. ㅡ_ㅡ;;
    구상을 그린다면, 제가 제일 좋아하는 22번이나
    아니면 몇년째 도전하고 있는 15번부터 시도할 예정입니다.. ^^
  • 조강욱

    2009.08.28 21:24

    김희준님 - 스케치의 명암을 반전한 것은 제가 생각한 것은 아니고..
    스승님을 따라 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입니다..ㅎㅎ;;
    확실히 검은 바탕으로 바꿔 놓으면.. 진짜로 보고 있는 것 같고 폼도 더 나요 ㅡ_ㅡ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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