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150913 홍천 - 으아~ 들이대! 2부
  • 조회 수: 3860, 2015-10-06 16:30:11(2015-10-03)


  • 일요일. 아침부터 하늘색이 어마무시하다


    황홀.JPG 


    그간 모아둔 포인트 대방출하여 (실은 포인트가 모자라서 포인트 대출)


    저녁시간 출정 허가를 받았다


    환호.JPG 


    낮시간, 놀면 뭐하나


    날씨도 이렇게 좋은데 대박태양 구경좀 하자


    애개.JPG

    '애게~~~'


    코딱지만한 홍염 하나 발견.


    애니메이션을 만들려고 한시간에 한번 놀이터에 나가서 그 코딱지를 그렸는데


    조그만 주제에 움직임도 별로 없는 아이였다


    친구야놀자.jpg


    투수가 잘던지면 타자가 조용하고


    타자가 터지면 투수도 터지는 엘지의 엇박자 야구와 은근히 닮았다


    헉.JPG


    생각해 보니 급하게 그리느라 아직 이름을 안 지었네!



    저녁 5시, 급히 장비를 챙겨서 오늘도 홍천으로 출발.


    춘천고속도로 초입에 구름이 조금 있었지만


    사라지겠지 뭐..


    코딱지.JPG



    TV에서 얼핏 들은 '제3한강교'라는 노래가 마음에 들어서


    차에서 틀어놓고 홍천-인제로 이어지는 44번 국도를 질주.


    (혹시 노래를 잘 모르시는 분은.. https://youtu.be/Xd_4fT4nMzU)


    '강물은 흘러갑니다~ 제3한강교밑을~~

    은하수도 흘러갑니다~ 홍천하늘위를~~

    하늘로 쉬지않고 하늘로~ 흘러만 갑니다~'


    7시 10분, 박명을 맞기 전에 관측지에 도착했다


    한솔형님 초보씨님 이주임님 세 분이 미리 나와 계셨다


    망경을 펴고 천문박명과 동시에 점찍기 시작.


    궁수 전갈 쪽의 자잘한 구상성단부터 모조리 쓸어담으리라~~


    하하.JPG



    작은 대상 용으로 종이를 4분할로 나누고 62번부터 그린다


    M62.jpg


    무정형 성운 같은 Halo와 작지만 날카로운 Inner star chain이 눈길을 끈다


    트윈스의 경기력에 맞먹는 엄청나게 어이없는 시상을 보여주었던 지난주 홍천과 달리


    투명도도 시상도 너무나 좋다

    이슬도 바람도 없고 춥지도 않다


    거기에다 낮에 힘 안 빼고 초저녁부터 관측을 하니

    컨디션도 쌩쌩해서 점도 잘 찍힌다


    3시간동안 대상 6개는 너끈히 관측하겠는데~~


    하하.JPG



    62번을 완료하고 19번으로 이동하는데


    이상하게 호핑이 잘 되지 않는다


    이상.JPG


    이 별을 건너면 저 별이 나와야 하는데 이상하네.. 하며 하늘을 보니


    어느 틈에 남쪽 하늘에 구름이 잔뜩 들어와 있었다


    아니 아까 춘천고속도로에서 본 그 구름!!!


    놀람.JPG 


    지나가겠지..


    기다린다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왜 계속 몰려오지?


    왜.JPG



    난 오늘 궁수 전갈만 보고 집에 갈 계획인데


    궁수 전갈이 위치한 동남쪽 하늘에만 절묘하게 구름이 덮여서 흘러간다


    동남쪽을 제외한 하늘엔 너무나 아름다운 은하수와 별들이 펼쳐져 있지만


    오늘 나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다


    찢기.JPG  


    구름이 걷힐 때까지 느긋하게 명작 감상이나 하면서 기다릴 마음의 여유가 없다


    다시 다음해 봄이 되기 전에 궁수 전갈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절망.JPG



    30분여를 그렇게 앉아서 기다리기만 하다가


    마음이 답답하여 청명한 북쪽 하늘의 7789번을 잡아 보니


    아~~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아름다워.JPG


    살아 움직이는 듯한 만가닥 암흑대가 요동을 친다


    그걸 보고 있으려니 다시 의욕이 재점화 되었다


    가자.JPG


    놀면 뭐하나. 기다리지 말고 뭐라도 하자!


    구름 사이 사이로 기를 쓰고 호핑하여 기어코 구름 속의 M18을 찾아냈다


    열심.JPG


    찾아만 놓으면 추적은 EQ가 해 주겠지


    잘난척.JPG


    인생 뭐 있나~~ 맑으면 맑은대로


    시상이 춤추면 춤추는대로


    구름이 끼면 낀대로


    으아~~ 들이대!!!


    으아.jpg 



    점을 몇 개 찍고 다시 아이피스로 돌아오면 언제 있었냐는 듯 모두 사라지고


    아니.JPG


    아무것도 없는 아이피스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으면


    초롱초롱한 별들이 어느 틈에 Fade-in으로 나타난다


    황홀.JPG


    15분이면 다 그릴,


    궁수자리의 일원이라 하기에는 너무나 초라한 18번을


    끊임없는 기다림과 인내 속에 50분만에 완성


    M18.jpg


    밤하늘의 작은 모종삽이랄까?


    궁수 치고는 너무나 소박한 성단이지만 그래도 모양 하나는 찾을 수 있었다



    18번을 겨우 마치고 그 다음!


    구름 속에서 억지로 억지로 23번을 찾아서 보니


    이 아이는 뱀주인자리 모양을 꼭 닮았다


    깔깔.JPG


    37번을 연상시킬 정도로 밝기 차이 없는 별들이 조밀하게 뿌려져 있고


    그 형상이 꼭 뱀주인의 길다란 오각형을 닮아서


    이거 재미있겠네.. 하고 점을 찍으려는 순간..


    음.JPG


    2천년을 날아온 그 빛은 내 눈에 도달하기 직전 구름에 가려버렸다


    그리고는 두꺼운 구름이 딱 동남쪽 하늘에만 쉬지 않고 흘러간다


    폭발.JPG



    휴대폰의 네이버뮤직 재생 리스트는 한 바퀴를 돌아서


    다시 제3한강교로 왔다


    "구름은 흘러갑니다~~ 궁수 전갈 앞을~~

      그쪽만 쉬지않고 그쪽만~~ 흘러만 갑니다~~"


    가지마.JPG


    시상도 투명도도 좋고 이슬도 추위도 없고 바람마저 불지 않는 최고의 조건.


    바람이 안 부는 바람에 더 천천히 흐르는 야속한 구름을 한참을 더 망연자실 구경하다가


    궁수 전갈이 모두 넘어갔을 10시 30분,


    기다림도 의미가 없어져서 미련없이 관측을 접었다


    허무.JPG


    (목격자에 따르면 12시부터 하늘이 완전히 개었다 한다)



    관측지에서 꽝을 맞는 것은 비일비재한 일이지만


    오늘의 경험은 정말 특별하다


    끝까지 추격은 하되 절대로 역전은 하지 않는 트윈스의 답답하고 안타까운 경기를 직관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돌아와서 청옥산의 '인생의 하늘' 염장도 당하고 ㅠ_ㅠ


    배야.JPG


    아 뭐.. '꽝 보존의 법칙'을 따르자면..


    언젠가는 있었어야 할 종류의 꽝이었다고,


    다음 관측에서는 대박을 맞을 확률이 더 높아졌다고


    애써 위안해본다



    그래도 그 와중에 62번과 18번, 메시에 두 개를 더 건져서


    이제 메시에 스케치 완주를 위해 남은 대상은 38개가 되었다


    현황.JPG



    내년 상반기까지는 7년간 질질 끌어온 메시에 스케치를 모두 마치고


    새로운 망원경으로 새로운 대상을 만나야겠다


    그때까지.. 으아~~ 들이대!!!


    으아.jpg 







                                                    Nightwid 無雲



댓글 14

  • 이한솔

    2015.10.04 05:05

    강욱씨 경주마처럼 주변시 가린채 질주하는 모습 보기 좋습니다ㅎ
    제가 별보러 가자 바람넣은것 같아 미안하네요ㅠ
    근데 제3한강교가 어딘지아세요?^^
  • 조강욱

    2015.10.04 06:29

    무조건 달리고 보는 것은 회사에서 얻은 직업병일지도 모릅니다 ^^;


    그리고 제3한강교가 지금의 한남대교라는 것은 최근에야 알게 되었죠 ㅎㅎㅎ

  • 김남희

    2015.10.04 23:56

    홍염 모습이 재미나네요..펜싱하는 애들로 보여요.ㅎ
  • 조강욱

    2015.10.05 22:22

    역시.. 그림 만들기는 남희 형님 ^^*

  • 김재곤

    2015.10.05 08:22

    강욱씨. 스케치가 거의 7부 능선을 넘었네요. 작품집 한번 보여주세요.
  • 조강욱

    2015.10.05 23:05

    요즘엔 게을러서 바인더에 정리도 안해놨네요

    말씀 주신김에 정리해 보겠습니다 ㅎ

  • Profile

    장형석

    2015.10.05 17:03

    집에서 열심히 마늘까고 있을때 이야기군요.. ㅠ.ㅠ
    ...
    전 요즘 가을을 타나.. ㅎㅎ Sting의 Fields of Gold 라는 노래가 계속 맴돌고 있습니다..;;;
  • 조강욱

    2015.10.05 23:05

    마늘 까면서 포인트 쌓는 것이 훨씬 좋을 뻔 했어요 ㅡ,ㅡㅋㅋㅋ

  • 김민회

    2015.10.05 20:50

    1.둘이 싸우다가 엄마가 밥먹으라 부르는 소리에 돌아갔다. .같이 밥먹은 동생과 한패가 되어 싸우는 모습? !
    2. "To treno Fevgi Stis Okto/ 기차는 8시에 떠나네 " 들어 보소. 가을을 더 타게 하네요. .
  • 조강욱

    2015.10.05 23:06

    패싸움의 현장이라.. 뜨거운 싸움이군요 ㅎㅎㅎ

  • 김철규

    2015.10.05 21:32

    나도 좀 얘들이 들이대 줬으며 좋겠어요... ㅠㅠ 스케치에 대한 열정 대단하십니다.
  • 조강욱

    2015.10.05 23:07

    애들이 아니라 제가 들이대는 거라는.. ;;;

    스케치는 제 별보기의 새로운 에너지가 되었지요.. ^^*

  • Profile

    박상구

    2015.10.06 06:22

    멋져요 . 활극 영화의 스틸컷을 보는 것 같네요 ^^
  • 조강욱

    2015.10.06 16:30

    라인 이모티콘이 종류가 많고 표정도 다양해서 좋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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