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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하늘을 품에 안은 천문인마을(2)
  • 조회 수: 3519, 2015-03-25 21:55:04(2015-03-25)
  • 밤하늘을 품에 안은 천문인마을(2)

       2. 심우주를 느끼는 고독한 시간

     

    천문인마을에서 메시에마라톤이 성황리에 끝난 3월 22일 오전...

    모두들 즐겁게 인사하며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나눕니다.

     

    메시에마라톤을 하기위해 전날 처가에서 출발하기 전 집사람과 짧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집사람: "가면 언제와?"

    저: "월요일 점심쯤 오겠지"

    집사람: "이틀갔다가 온다며!!!"

    저: "응, 이틀밤을 보내고 온다고 내가 미리 말했었자나"

    집사람: "그래, 토요일가서 일요일오면 이틀이자나?"

    저: "이틀 밤을 보내고 온다는 거였는데?"

    집사람: "뭣이~~ 나한테 사기쳤네."

     

    역시나 제가 생각한 것과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집사람이 생각하는 이틀밤 = 토요일(21일) + 일요일(22일) 즉 출발부터 귀가까지의 날짜로 이틀간의 시간

    제가 말한 이틀밤 = 토요일(21일) + 일요일(22일) + 월요일(23일) 즉 밤을 보내는 날짜로 이틀간의 시간

     

    커뮤니케이션은 이렇게 어려운 것 같습니다.

    문을 나서는 순간까지 다시 한번 확인 합니다. 언제올꺼야? 내일(일요일) 올꺼지?

    저는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함께 계셔서 집사람 귀에 속삭입니다. "미리 다른분들이랑 벌써 약속 잡아나서 월요일에 올께"

     

    그렇게 도망치듯 황급히 떠나서 출발하였지만 그래서 인지... 마라톤 당일(토요일) 서울 강변북로부터 해서 천문인까지 도착하는데 무려 4시간이 걸렸습니다.

     

    전날 마라톤 후 잠시 쪽잠을 자고 계획대로 일요일인 오늘도 관측을 위해 밤을 보낼 곳을 정하느라 고민을 합니다.

     

    원래는 문예단에 가서 관측할까했는데 전날 다녀오신 용축 선배님이 전화를 주십니다. 오늘은 안오는게 좋을 것 같다고.. 어제 별로 였고 근처 현장사무소

    같은데 불도 켜둔다고...

     

    이미 천문인마을에서 작별인사는 하고 떠나서 안흥면 하나로마트에 차를 대고 다시 고민을 합니다.

     

    문예단을 갈까? 청옥산을 갈까? 아님 용축을 갈까?.....

    쉽사리 결정을 못내리고 있던 터에 갑자기 아까 김남희님께서 청옥산 갔다가 돌아가신다는 말씀이 생각나 전화를 드리니, 다들 그냥 귀가하기로

    하셨다고 하십니다. 제가 고민하고 있는 사정을 말씀드리니, 그냥 천문인마을에서 하루 더 보내는게 어떻겠냐고 하시네요.

     

    대신 천문인마을에 전화를 넣어주시고 잠시 후, 차에서 기다리던 제게 너무나 좋은 소식을 전해주셨습니다.

    "올라오시래요~~"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불이나게 다시천문인 마을로 올라갑니다. 차를 마당에 다시 주차하고 정병호 대장님께 인사드리니, 방까지 주십니다.

    그냥 마당만 빌려주셔도 감지덕지였는데...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다시 차로 이동하여 잠시 집에 전화를 겁니다. 집사람의 심리상태를 다시 한번 확인해 봅니다.

    저: "여보세요?"

    집사람: "왜?"

    저: "아니 머하나 해서?"

    집사람: "난 다연이랑 집에 내려가고 있어"

    저: "왜 더 있다가 오지?"

    집사람: "집에 오빠가 이틀 동안 별보러 간다고 말하기가 좀 신경쓰여서"

    저: "..."

    집사람: "그래 거기 가니까 어때? 기분이 좋아?"

    저: " 응 오랜만에 나와서 좋네~"

    집사람: "뭬야~~~~"

    그다음 말은 상상에 맡깁니다. ^^

    집사람이 사랑어린 말투로 잠깐 투덜대긴 했지만 다 이해해주는 눈치로 맘 편히 오늘도 묵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마눌신님 -__-

     

    맘 편히 하룻밤을 더 보낼 수 있게 되자 갑자기 피곤이 몰려옵니다.

    어제와는 다르게 투명하고 깨끗한 파란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곧 맞이할 밤하늘의 아름다움을 예상하며 방에들어가 눈을 붙입니다.

     

    눈을 떠보니 시간은 3시간 정도 흐르고 오후 4시입니다.

    밤새있을 전투를 대비하여 배를 채우러 안흥면으로 나가봅니다. 여기저기 살펴보니, 개미식당이라는 짜장면을 파는 곳이 문을 열었습니다.

    4500원짜리 짜장면을 후루룩~~ 한사발 비우고, 다시 천문인마을로 돌아와보니 여전히 간간히 센 바람이 붑니다.

    일단 차로 바람을 막으니 조금 났습니다. 일기예보상으로는 강림면은 밤 12시쯤 부터 바람이 거의 안분다고 나와서 내심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망원경 셋팅하고 나니 5시 반쯤 아직 햇살이 따뜻하니 또 졸립니다. 다시 방에서 잠깐 눈 붙이러 갑니다.

    눈을 떠보니 7시 어느새 서쪽하늘에 눈썹모양의 달님과 비너스가 반짝입니다. 망갱이를 돌리며 어제 실패한 M77을 먼저 테스트 삼아 찾아봅니다.

    조금더 어두워지는 7시 30분경 M77이 살짝 푸르스름한 하늘에서 나타나며 반가운 인사를 건냅니다.

    "쳇 별거아닌데 어젠 왜 그리 정신이 없었는지...."

    M74를 보려고 하니, 돔이 참 알맞게 위치를 가려주는 센스를 보입니다. "올해는 보지말라는 계시이군"

     

    점점 짙게 드리우는 밤하늘로 수많은 별들이 모두모여 들자, 탄성이 나옵니다.

    "자 이제 다들 모이셨으면, 출발해 볼까요?

     

    전자성도로 그간 못 본 허셜 대상 목록을 보니 남은 대상은 85개.

     관측성공한 대상은 69개.

     

    * 목동자리(1)

    * 머리털자리(5)

    * 백조자리(1)

    * 바다뱀자리(1)

    * 사자자리(12)

    * 작은사자자리(4)

    * 외뿔소자리(1)

    * 뱀주인자리(11)

    * 큰곰자리(22)

    * 처녀자리(7)

    * 방패자리(2)

    * 궁수자리(1)

    * 전갈자리(1) 

    마음 준비를 단단히 하고 첫 파인더를 겨눕니다.

     

    허셜 잔여 대상(16개 남음)-1.jpg

    잔여대상수.JPG

     

     

     

       

     이제 모두 16개가 남았습니다.  궁수자리와 전갈자리는 나중을 위해 남겨두었습니다.

    조각가 자리 2녀석은 나중에 봐야할 듯 합니다. 기다림의 미학이 있죠?

     

    혼자 천문인마을 마당에 자리깔고 밤하늘을 올려보는 시간은 참 고독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외로움이라는 말보다는 좀더 심오하고 내면을 바라보는 시간이라고 할까?

    상념과 경이로움에 빠지기 쉬운 정말 멋진 시간이었습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고독의 시간은 나와 우주가 결국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철학적인 생각으로 마무리 됩니다.^^

    이 좋은 날을 혼자 보다니!!!

     

    쉼없이 달려 새벽이 가까워 올 때, 밤하늘에는 짙은 검은 구름이 몰려옵니다.

    우리은하의 중심부의 등장은 엄청난 위엄을 자랑하며 저를 압도합니다.

    스타워즈에 나오는 제국군의 웅장함과 압도감을 훨씬 뛰어넘는 .... 정말 대단한 여름철 은하수 입니다.

     

    이부분에서 다시 3부가 시작 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3부는 내일 다시 올릴께요~~~@.@

     

     

    PS. 관측대상별 사진을 올리려고 하니 엄두가 안납니다.^^

    Profile

댓글 12

  • Profile

    박상구

    2015.03.25 05:48

    과연 어떻게 이틀간의 외박을 얻어내셨을까가 그 통화 중 옆에 있던 사람들의 화제거리였는데 그런 수가 있었군요. ㅎㅎ

    완주가 정말 얼마 안남았네요. 화이팅입니다 ^^

  • Profile

    임광배

    2015.03.25 21:47

    가끔 그냥 슬쩍 질러보면 통할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다음날 복귀 후 집에 봉사좀 했더니, 체력은 바닥이라 헤롱헤롱~~

    남은 완주를 위해 좀더 분발 하겠습니다.

    자주 뵈어요^^

  • 조강욱

    2015.03.25 05:57

    내년에는 마라톤 분야에 허셸400 부문도 넣을까요? ㅎㅎㅎ
  • 김철규

    2015.03.25 07:24

    저도 찬성입니다. 꼭 한번 그런걸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

  • Profile

    임광배

    2015.03.25 21:49

    저는 반대입니다.^^

    저건 하룻밤에 인간이 할 짓이 아니에요.ㅋㅋ

  • Profile

    임광배

    2015.03.25 21:48

    넣는 건 좋지만 전 포기할래요 ㅋㅋㅋ

    중공군 저리가라는 녀석들이 많아서 그냥 메시에만 봐줄래요.

  • 김철규

    2015.03.25 07:26

    하룻밤에 정말 많은걸 보셨네. 대단하십니다. 3912를 본 소감은 어떠신지? ^^ 청옥산보단 조금 못한곳인데 어떻게 보였을지 궁금하네요...
  • Profile

    임광배

    2015.03.25 21:51

    3912년 역시나 어두웠지만 은하 인지는 알아 챌 수 있었어요. 하지만...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아요^^

    이날 6118도 다시봤는데 생각보다는 은하가 있다는게 잘 보였어요.

    워낙 안보이는 녀석들이라 그런지 두번 다시 만나고 싶지 않습니다요.

  • 김남희

    2015.03.25 10:19

    허셜 봄뿌가 옵니다...ㅋ
  • Profile

    임광배

    2015.03.25 21:53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긴 한데... 솔직히 별로 남는 건 없는 것 같습니다. @.@

    정대장님께 허셜 다보고 뭐 추천해주실만한 것이 있는지 여쭤봤는데 나중에 많이 보다 보면 많이 보는 것 보다는

    그냥 잘 보이는 것 다 자세히 잘 보는 것이 더 즐겁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스케치는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는 말씀도 함께 ... ^^

  • 반형준

    2015.03.25 18:04

    짙은 여름 은하수 본지가 언제인지.... 가물가물 합니다.....ㅠㅜ
  • Profile

    임광배

    2015.03.25 21:55

    마라톤 당일 꿈도 못꾸었지만 다음날은 눈앞에 펼쳐지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하늘끝에서 끝까지 그렇게 진한 은하수는 아마 첨이 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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