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밤하늘을 품에 안은 천문인마을(3)
  • 조회 수: 4213, 2015-03-27 00:31:28(2015-03-26)
  • 3. 이게 가능한 날인가?

     

    허셜 69개를 관측한 이날, 또 다른 엄청난 경험(??)을 했습니다.

     

    과연 이런날이 가능한 걸까? 정말 일년에 손꼽을 정도의 날이 아닐까?

     

    ...

     

    떨림이 없는 대기의 안정, 미세먼지와 황사가 날아간 투명한 하늘, 거세게 불던 바람의 멈춤.

     

    그냥 망갱이 돌리면 다되는 날??

     

    이날 이런 뜻밖의 날씨로 살펴본 대상들이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사전 준비가 안되어있어 더 멋진 것을 봤어야하는데 ...라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습니다.

     

    1. B 145

    barnard 145.jpg  

    출처: https://farm9.staticflickr.com/8178/7917208032_a541009ba7.jpg

     

    백조자리에 위치한 버나드 암흑성운 145입니다. 오늘에야 제대로 암흑성운을 감상했습니다.

    에토스 13mm로 약 130배로 관측하다 보니 한 시야 다 들어 오지는 않지만 주위 빽빽한 별과 달리

    정말 이 부분은 겨울바람 처럼  휑~~~~ 합니다.

    별사진에 먹물을 뿌려 놓은 것 같다고 해야 할까요?

    좀더 저배율 광시야로 보면 좋을 것을 하는.... 입맛만 다시게 만들었습니다.

    별이 너무 많아 오히려 찾아가는 것은 별배치를 보고 확인했습니다.

    정말 휑한게 오히려 "Empty art"라는 생각에 묘한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만일 저 암흑성운에서 갑자기 별이 하나 툭 튀어 나온다면.... 정말 멋지지 않을까 라는 상상을 해봤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여름철 은하수가 새벽에 보이니, 시간되시면 꼭 감상해보세요.(나만 안본 건가??)

     

     

    2. M20(삼렬성운)

     m20.jpg

    출처: ASOD

     

    삼렬성운으로 유명한 메시에 20번 되시겠습니다. 평소에는 성운기가 진하며 뭔가 갈라져 있구나 정도로 느꼈었는데...

    이날은 암흑대가 그냥 쫙쫙 갈라져 마치 땅이 갈라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삼렬성운이라기 보다는 V자가 위 아래로 맞닿아 있어 X자 처럼 갈라져보이기도 하고 위 사진 처럼 X자 중심부에서 왼쪽편의 갈라진 둥근암흑대도 잘 보입니다.

    이날 삼렬성운은 사렬, 오렬 성운으로 보였습니다. 정말 이렇게 본 것은 처음으로 한 동안 넋을 잃고 봤습니다.

    전체적으로 엄청 진한 성운기가 슬글슬금 피어오르는 모습은 장관이라고 표현하기에도 한참 모자랍니다.

     

    위 사진은 ASOD에서 가장 비슷한 스케치를 고른 것인데,  자세히 보시면, 왼쪽 삼렬성운 모습이 꼭 인상쓰고 있는 고양이 얼굴처럼 보이지 않으신지요?

    이날 전 계속 그 생각이 맴돌았습니다. 벽 사이에 얼굴이 끼어 인상쓰고 있는 고양이의 모습 ^^

     

     

    3. M8의 모래시계

     M8.jpg

    출처: 구글 이미지

     

    라군성운은 삼렬성운보다 훨씬 진한 성운기와 암흑대로 마치 튤립 꽃을 보는 듯 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성운기 내부에 위치한 모래시계형태의 진한 성운기.

    바로옆에 밝은 별도 위치해있고 모래시계 모양을 완벽하게 보여주는 모습... 역시 이 모습도 처음 보는 광경입니다.

    지금까지는 그냥 밝게만 느껴진 부분이었는데 이날은 UHC필터를 끼고 보니 매직아이처럼 모래시계 모양이 툭튀어 나와 보였습니다.

    너무나 선명한 실루엣이라 보는 내내 침을 질질 흘렸습니다.

    이런 날 혼자 보고 있다니... 함께 보지 못하는 아쉬운 마음과 혼자보는 즐거움이 교차하는 순간입니다.

     

     

    4. M17 왕곤을 뒤집어쓰고 길게 꼬리를 늘어뜨린 오리

     M17_omega.jpg

    출처: 구글이미지

     

    이날 본 오리는 숫자 "2"를 초서체로 흘려쓴 것 처럼 상당히 자연스럽고 곡선이 아름다운 모양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리 머리에 위치한 왕관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숙인 머리 위 별과 함께 빛나고 있는 왕관은 이 녀석이 미운오리새 끼가 아니고 왕족의 피를 가진 백조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듯 했고,

    머리 앞부분에 보이는 검은 암흑대(살짝 살짝 머리가 떨어져보이는 저 부분)도 확실히 보일만큼 디테일이 살아있었습니다.

    예전 강욱형님께서 스케치 하셨던 것 처럼 뒤쪽으로는 ㄱ자 형태로  꼬리가 길게 늘어져있었고

    마치 활 궁자 처럼 "弓"게 보이기도 했습니다.

    오리는 백조일까요? 활일까요?

     

     

    5. 은하 중심부의 진한 암흑대와 두팔 툭 튀어 나온 말

     말.jpg

    출처: 구글이미지

     

    새벽 4시반이 넘어가는 시간에 본 은하수 중심부는 암흑대가 눈으로 쫘~~~악 쫘~~~악 갈라져 보입니다.

    예전에 김남희님께서 벗고개에서 저랑 둘이 늦게까지 남아서 관측할 때, 날 좋은날은 말이 서있는 모습이

    보인다고 하셨었는데 여태 보지 못했던 모습이 이날 제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위 사진 처럼 말이 하늘을 향해 서 있고, 앞발과 뒷발이 전갈자리 쪽으로 뻗어 나가는 모습이었고

    말머리 쪽도 충분히 볼 수 있었습니다.

    거대한 은하수 초원을 달리고 있는 저 말의 주인은 도대체 누구일까요?

     

    은하수 자체가 너무 멋지다 보니 대상을 찾아보기 보다는 그냥 앉아 감상하는데 정신줄을 놓은 시간이었습니다.

     

     

    6. 마카리안 체인의 은하들

     마카리안체인.jpg

    출처: https://c1.staticflickr.com/9/8075/8281950573_c39524fb87.jpg

     

    처녀자리 마카리안 체인은 너무 많이 봤지만 이날은 보이기도 잘보이고 위 사진에 보이는 은하들도 쉽게 보였습니다.

    그냥 집중하지 않아도 위에 보이는 것 처럼 17개의 은하는 참 잘 보였습니다.

    (아래쪽 7개, 그 위에 2개, 그 위에 2개, 그 위에 1개, 그 옆에 2개, 그옆에 아래 3개) 

    예전 문예단에서 처음봤을 때가 가장 잘 보였다고 생각했는데, 이날은 그 기억을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역시 잔뜩 모여있는 은하는 이런 날 보는 것이 제 맛입니다.

     

     

    엄청난 하늘에 날을 새우고 싶었지만....

    이틀간의 여정 탓인지 온몸에 힘이 빠지고 피곤이 순식간에 몰려옵니다.

     

    간단히 아이피스 등을 정리하고 망갱이 혼자 나머지 시간을 감상하라고 남겨두고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이불을 깔고 누우니, 큰 창밖으로 남천에 떠 있는 궁수자리와 전갈자리가 한 눈에 들어옵니다.

    창문을 통해서 보는 것인데 어찌 저리 잘 보일까??

     

    조용한 새벽밤 우리가 봐주지 않아도 저 녀석들은 계속 저렇게 기다리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

    .

    .

    .

    .

     

     

    이로서 이틀간의 관측 여정은 끝이 났습니다. ^^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순간도 몇일 전의 그 시간이 바로 지금 일처럼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역시 관측기는 남겨야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도 즐거운 하루 되시고, 담에 또 다른 관측기로 글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Profile

댓글 10

  • 조강욱

    2015.03.26 08:24

    이것이 바로 염장 관측기란 것이군요..
    어째 초승달이 심상치 않더라니.. ㅠㅠ
    145번은 잘 보시면 그 안에 더 까만 놈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
  • Profile

    임광배

    2015.03.26 22:20

    역시 염장은 질러야 제 맛이죠 ㅋㅋ

    더까만 놈은 담에 주의깊게 찾아볼께요? 

    원정기 언제 올릴꺼에요?

  • Profile

    장형석

    2015.03.26 17:41

    정말 맘에드는 관측을 하고나면 피곤하지도 않고.. 편안하게 잠자리에 ㅎㅎㅎ
    부럽습니다..;;;;
    4월에는 저도 질좋은 관측기를...;;;;
  • Profile

    임광배

    2015.03.26 22:22

    저도 작년에 장형석님 관측기 보며 부러울때가 많았어요^^

    4월에는 다시 필드에서 잼나는거 많이 보여주시길 바래봅니다.

  • 반형준

    2015.03.26 17:47

    어제 저녁 거제 하늘도 참 좋더군요..... 이런하늘에 관측을 가야하는데.....
  • Profile

    임광배

    2015.03.26 22:23

    캬~~~거제도의 하늘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관측기 많이 올려주세요.

  • 반형준

    2015.03.26 22:50

    안타깝게도 조선소 광해 때문에 부산시내급입니다.. 남쪽으로 가면좀 나으려나요?? 그래도 여긴 망경도 없으니.....

  • Profile

    박상구

    2015.03.26 18:03

    돌아오면서 나도 하루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정말 최고의 하늘을 만나셨군요. 글만 읽어도 두근거림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
  • Profile

    임광배

    2015.03.26 22:25

    혼자만 봐서 죄송합니다^^ 아직도 눈에 어른거립니다. 이런날 또 있겠죠 ㅋㅋ

  • 김철규

    2015.03.27 00:31

    프로필 사진 멋있다.... ^^ 지금 중국에 있는데 이상하게 야간비행 홈피는 접속이 안되네. 접속을 차단했다는 메세지가 떠.... 지금 이 글도 한국에 있는 내 컴에 원격으로 접속해서 쓰고 있어....

    관측후기 3개로 엄청나게 뽐뿌를 주시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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