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101010 당신의 나선팔을 보여주세요 - 천문인마을 스타파티
  • 조강욱
    조회 수: 6820, 2010-10-23 16:56:28(2010-10-23)
  • 관측을 다녀온지 보름이 되었다.

    사실 요즘은.. '시간'이 없다기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부족하다.

    관측기록 하나 쓰는 것. 3시간만 투자하면 쓸 수 있는 것인데..


    며칠전에 윤정한 형님과 사내 메신저를 하면서 형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이 난다 (계열사 직원끼리는 사내 메신저를 쓸 수 있음)

    "이제 내 심정을 이해하겠지?"


    전 우주 최고의 안시관측가가 자신의 능력을 썩히고 있는 것이 항상 안타깝고 이해가 안 되었는데,

    나도 점점 깊은 업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음을 느낀다.

    계속 늪 안에 있으면 나에게도 똑같은 결과가 일어나겠지.... ㅠ_ㅠ



    보름 전의 천문인마을에선 스타파티가 있었다

    맑은 하늘에서 만나는 보기 드문 스타파티.. 마님과 예별사마를 태우고 메시에마라톤 이후 간만에 천문인마을로 출동~!


    천문인마을 행사 등 기회 있을 때마다 별보는 얘기를 사람들 앞에서 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번에는 '남쪽하늘 별보기'에 대해서 유혁 대장님과 세션을 나누어서 진행하게 되었다

    대장님은 어떻게 가는지에 대해, 나는 무엇을 보는지에 대해..

    나름대로 신경써서 준비를 하고 발표를 했는데..

    사실 이번 세션은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별로 '재미'가 없었다

    정보의 전달이야 다 되었겠지만..

    내가 별보는 주제로 떠드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내가 재미있고 듣는 사람들이 재미있어 하기 때문인데

    너무 생소한 얘기를 막 집어던진 것 같은 느낌이랄까..

    나는 반년간 공부해서 익숙한 대상이지만 듣는 사람들에겐 완전 듣보잡이었을테니.. ㅎㅎ

    다음에 할 때는 청중이 누구인지에 대한 고려를 더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강좌를 마치고 옥상에 올라가니.. 아.. 맑은 하늘.

    7월 호주 이후로 처음 접하는 clear sky.

    뭘 볼까? 바로 직전 강좌에서는 관측 준비에 대해 그렇게 강조하더니 본인은 여전히 관측 준비를 전혀 하지 않는다  ㅋ

    시간이 없다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핑계일 뿐.

    시상을 check하고 스케치 하기 가장 좋은 대상이 무엇일지 탐색을 하는데.. 밝은 불빛 하나가 계속 암적응을 깬다

    (광원이 어디인지 얘기는 생략하겠습니다)

    암적응이 안 된다는 핑계로 1시까지 또 그냥 놀다가.. 불빛이 꺼진 후 본격적인 관측을 시작..


    오늘의 target은, 33번부터 시작을 하려니 얘는 너무 높이 떠 있다.

    물론 높을수록 좋은 것이지만.. 보조의자를 놓고 관측과 스케치를 병행하는 것은 너무나도 비효율적인 일이라

    고도가 좀 떨어지면 잡기로 하고, 알맞은 고도의 M74를 첫 대상으로 정했다



    M74 (SkyView 추출, 0.3도 영역)


    메시에 대상 중 가장 어렵다고 말하는 74번.

    메시에 마라톤의 넘사벽 74번. (※ 넘사벽 =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

    대부분의 메시에 대상이 그러하듯, 나는 74번을 한 번도 제대로 뜯어본 적이 없다

    물론 사진에선 나선팔이 멋지게.. 콜록 ㅡ,ㅡㅋㅋ


    지난 겨울에는 집에 있는 관측 서적을 보고 검은색 머메이드지에 파스텔과 콩테로 습작을 그려보았다



    이렇게만 보인다면 뭐 말로 할 수 없이 좋겠지만.. 현실에선 가장 안 보이는 메시에 대상 ㅡ_ㅡ;;

    253은 낮으니까 그렇다 쳐도, 메시에가 7331이랑 2903은 못 찾았으면서 74번은 어떻게 찾았을까?

    (사실 최초 발견자는 피에르 메시엥이긴 하지만.. 어쨌든 그 사람도 7331과 2903을 못 찾았긴 마찬가지)

    어쨋든 연필의 힘만 믿고.. 패다보면 나선팔이 보이겠지.. 하는 단순한 생각으로 74번을 잡고 관측을 시작했다

    10분 경과. 그냥 솜뭉치..

    20분 경과. 주변의 잔별들 찍으면서 눈알 워밍업 좀 하고 암적응과 집중도를 높이면 먼가 더 보이겠지..

    30분 경과. 이건 뭐 그냥 솜덩이에 불과하다

    투명도 6등급 날씨에 15인치로 30분을 봐도 나선팔의 흔적도 안 보이면 대체 너는 메시에가 맞는거냐? ㅋ

    Starlike nucleus와, 원형의 희미한 헤일로 중앙에 bar(막대나선)와 같은 구조가 언뜻 보인다

    원래는, 스케치의 선입견을 방지하기 위해서 관측 도중에는 NSOG를 잘 안 보는데..

    74번의 의미있는 스케치를 위해서는 컨닝을 좀 해야겠다.. ㅡ,ㅡ;;

    요즘 관측에서는 항상 메시에 두어개 보고 오는터라 NSOG도 안 들고 다녀서 김원준님께 신세를.. ㅎㅎ;;

    관측하는 모습과 동일해지도록 NSOG의 74번 사진을 방향을 틀어서 준비해 놓고

    아이피스와 내 스케치와 NSOG를 번갈아가면서 대조 작업을 한다

    분명히 저 위치에 나선팔이 뻗어야 하는데..사진과 비교하면서 봐도 나선팔은 잘 떠오르질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여기저기서 한두잔씩 마신 술이 올라오는지 피곤이 급속히 밀려온다

    관측하다 서서 졸고, 별 찍다가 졸고.. ㅡ_ㅡㅋㅋ

    겨우 잠을 쫓아가며 눈알을 부릎뜨고 굴리다보니, 사진의 이미지를 생각하면서 표적수사(?)를 하던 지역에서

    두 줄기.. 아주아주 희미한 나선팔의 성운기가 살짝 나타났다 사라진다.

    스케치에는 보이는 모습보다 아주아주 선명하게 그렸는데..

    희미하게 주변시로 겨우 보인다고 그림도 그렇게 그려 놓으면 보는 사람이 주변시를 쓸 수도 없고 보기가 어려우니

    보이는 것보다 강조해서 그린다는 정한 형님의 철학을 받들어.. 나도 따라해 본다.


    아래 스케치의 나선팔은 방향과 길이는 보이는 것과 동일하지만 밝기는 훨씬 어둡다는 것..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M74, 검은 종이에 흰색 콩테/파스텔]


    위쪽 팔은 더 길고 가늘게 휘어 돌아가고, 1/4 바퀴쯤 돌다가 성운기가 퍼져서 명확한 끝을 알 수 없게 되어버리고,

    아래쪽 팔은 2/3바퀴 정도로 돌아가며 짧고 상대적으로 더 밝게 관측된다

    별과 같이 보이는 핵에서 양쪽 나선팔 쪽으로 마치 막대나선과 같은 모습이 관측되는데..

    정상나선은하에 무슨 막대가.. ㅎㅎ 이건 설명하기가 좀 어렵네.. 다음 관측에서 증명해 보는 수 밖에..



    겨우 74번을 다 그리고.. 카페테리아로 내려가니 피곤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그대로 테이블에 엎드려서 졸기 시작.... 관측 끝!! ㅡ_ㅡ;;;;;


    회사 업무 때문에 계속 잠을 못자서 + 저녁 시간에 세션 진행한다고 말을 많이해서 + 오며 가며 마신 맥주 몇 잔 + 나선팔 좀 보겠다고 눈알 혹사

    몇 가지 요인이 복합하여.. 그 맑은 날씨에 단 한개 관측하고 관측을 마무리하는 불상사가.. ㅎㅎ


    그래도 어쨋든 나에겐 스케치 한 장이 남았다

    74번으로 메시에 스케치는 총 10장이 되었다

    그 중 33번은 재관측을 해야 한다고 보면 총 9장.

    과연 언제 메시에를 다 관측할 수 있을까? 그냥 보는 것은 99년에 이미 완료하였지만..

    메시에 관측을 마치는 그 날은 요원하기만 하다.. ㅎㅎ



    스타파티를 마치고 나선 회사 업무가 더욱 바빠져서,

    요즘은 거의 새벽 출퇴근을 반복하고 있는데..

    가을은 가을인지 높고 파란 하늘은 밤에도 그 색깔이 더 깊게 느껴진다

    늦은 시각 회사 앞 정거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으면.. 매일 매일 차오르는 달이 보인다

    엣지있는 반달이었는데... 점점 배가 부르더니, 어제 밤에 보니 완전히 동글동글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버스정거장에서 매일 달의 엣지 부분을 멍하니 보며..

    망원경으로 달 보고 그림 그리면 정말 재미있겠다는 단순하고 당연한 상상을 해 본다

    지금이 춥지도 않고, 계절상 시상도 좋고 달 스케치에는 딱인데..

    달 스케치도 올 1월 이후 9개월째 개점휴업 상태.

    달 관측하겠다고 장비에 욕심을 부려서 90mm와 80mm를 집에 모셔놓고 있는데..

    장비를 가져다 놓고 썩히고 있다니.. 천벌 중에서도 극형 감이다..

    앞으로도 못 볼 거면 장비를 정리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용이할지 잘 모르겠다.. ㅎㅎ;;;;



                   Nightwid 無雲


    부록 : 예별사마의 스타파티

    1. 아빠 망원경 앞에서 한장~


    2. 엄마 커피에 설탕을 타 주고 있는 예별님


    3. 강좌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졸린별


    4. 원장님과 예별사마는 독감 예방접종 중~~




    5. 이젠 망원경 정리도 거뜬히 ㅋ

댓글 12

  • 김원준

    2010.10.24 04:06

    제 12인치로는 솜덩어리뿐입니다 ㅋㅋ

  • 이준오

    2010.10.24 09:05

    예별이가 하루가 다르게 이뻐지고 사랑스러워지는군요..ㅋ

    좀 안보이면 어떻고 관측못나가면 어떻습니까? 세상에서 가장 이쁜 별이 바로 강욱님 집에 둘이나 있는데...^^
  • 김경싟

    2010.10.25 07:42

    준오씨 의견에 100% 동감^^

    그리고
    그날 강욱씨보다 더 열심히 잔.....1인^^;
  • 김남희

    2010.10.25 07:58

    그 늪에서 조금씩 나오시길 바랍니다.
    메시에 목록 스케치 완성해야죠.백개 남았군요.ㅋㅋ
    옥상에 강욱님꺼랑 똑같은 망원경이 있어 한참 봤어요.
    흔치 않은 건데... 누구껀지....
  • 정기양

    2010.10.25 08:24

    스타파티나 맑은 날에 잠이 오는 것은 안시 고수에게만 나타나는 증상인듯 합니다.

    이제는 북반구에 남아있는 관측대상이 별로 없어서 그러시기도 하고
    쿠나에서 사정없이 맞은 은하수 별빛의 금단증상이 나타나는 것 같으니
    어서 빨리 관측지를 남반구로 옳기셔서 활력을 되찾기 바랍니다. ^^
    경싟님은 곧 약간의 활력을 찾을 듯...
  • 조강욱

    2010.10.26 04:30

    원준님 - 74번이 의미있는 관측이 되기 위해서는 18인치 정도가 적정할 것 같습니다.. ^^;
  • 조강욱

    2010.10.26 04:30

    준오님 - 가장 아름다운 별 둘은 집에 있지만 세번째로 아름다운 별부터는 모두 밖에 있으니.. 걔네들도 관리를 해줘야 합니다 ㅋ
  • 조강욱

    2010.10.26 04:31

    싟형님 - 제가 볼때마다 망원경은 돌아가고 있던데.. 대리운전을 하셨군요.. ㅎㅎ;;;
  • 조강욱

    2010.10.26 04:33

    남희님 - 메시에 스케치는 백한개 남았어요. 양심적으로 33번은 스케치 완성한 것으로 치기가 어렵네요.. ㅎㅎ
    그리고 제꺼 쌍둥이 망원경은 친한 별동네 후배 망원경이에요.
    그 친구하고는 망원경도 같고 망원경 운반도구(i30)도 동일합니다.. ^^;;;;
  • 조강욱

    2010.10.26 04:37

    정기양님 - 남반구에서 사정없이 맞은 은하수 별빛의 부작용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ㅠ_ㅠ
    정기양님 말씀대로 관측지를 남반구로 옮기지 않으면 완치가 되지 않을 것 같아요.. ^-^
  • 유혁

    2010.10.27 02:41

    경싟님... ^^;;

    새벽 2시부터 아침까지 내리 쿨쿨... 잠만 잔...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 아주~~ 개운한 상태로... 집으로 돌아간... 저 같은 사람도 있었는걸요... ^^;;

  • 조강욱

    2010.10.27 17:46

    유혁 대장님은.. 별빛 아래에서 꿈나라 여행하는 것을 항상 즐기시는 것 같습니다
    별보기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시는 것?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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