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이방인, 부산에서 쓰다.
  • 박한규
    조회 수: 7742, 2010-10-17 01:15:08(2010-10-17)
  • 정확히 반달이었습니다. 그러나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저를 유혹하였습니다.

    "나는 유혹에 약한 것만 빼면 모든 것에 강하다네" 그리스 거장도 말했는데

    온고지신, 저도 따르는 것이 당연합니다.

    호정씨를 꼬드겨 냅니다. 나중에 제수씨 얼굴을 어찌 봐야 하는지...



    오늘은 C9.25으로도 석계공원/하늘공원에서 deep sky 관측이 가능한 지에 대한 전망을 살피는 게 목적입니다.

    산개성단은 오늘 밤 관측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은하 위주로 보려 합니다

    저녁을 먹고 느즈막히 출발하여 도착하니 달이 서산 머리에 걸렸습니다. 망원경을 펼치자 달이 집니다. 기막힌 타이밍 입니다. (역시 예습한 보람이 있습니다)

    미안해서 목성 딱 한번 봐 주고 넘어 갑니다.



    안드로메다는 역시 맨눈으로도 아주 잘 확인 가능합니다. 자정이 되자 가을철 중심 별자리답게 천정에서 위용을 자랑합니다.

    강원도에서 처럼 눈에 꽉차게 들어오지는 않습니다. 암흑대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주변부와 배경이 뚜렷이 구분가는 것이 봐 줄만하고 오늘 관측에 희망을 넣어 줍니다.

    M32, 110도 적당한 위치에 적당한 모양과 밝기로 위치하고 있습니다.



    Triangulum 자리에 있는 M33도 쌍안경으로 스윽 잘 보입니다.

    아이피스 안에서는 기대와는 다르게 한지에 먹물 번진 듯합니다.

    그러나 NGC604는 제 위치에서 빛나고 있네요. 날 좋을 때 한우산에서 3" 굴절로도 이놈을 봤습니다. 도전해 보세요.



    Mirach's ghost라는 NGC404도 앙징맞게 Mirach 별빛이 잦아드는 위치에서 숨쉬고 있습니다.

    자꾸 강원도 하늘+대구경 돕소니언으로 본 이미지들이 머리 속에 남아서 비교가 됩니다. Mirach가 붉은 시리우스인 줄 알았습니다.

    이러면 안되는데...제 애마 쩌미오가 속상하겠습니다.



    안드로메다와 페가수스 자리 주변으로 주요 은하 섭렵에 들어 갑니다.

    NGC7662(blue snowball nebulae), 행성상 성운으로 안드로메다 13 주위에 위치하며 약간 푸른 기운을 내는 놈이 별명에 걸맞게 눈송이 처럼 말캉말캉하게 자리합니다.

    가운데로 갈수록 짙은 듯 보이고 주위로 halo가 있는 듯 없는 듯 합니다. 중심부 공동은 관측되지 않네요.



    NGC7331, 나선은하(Sc)이며 나선팔과 중심부가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유별난 놈입니다.

    쩌미오로 관측하기에도 중심부가 밝고 나선팔이 적당히 살져서 좋습니다. 작지만 예쁩니다. 사진만 예쁜 게 아닙니다.



    NGC7332, 7339, 서로 직각을 이루고 있으며 7332는 S0 타입으로 밝은 중심부가 관측되고 7339는 Sbc로 막대나선은하입니다. 중심부가 약하므로 길쭉하고 희미하게 보입니다.

    NGC7626, 7619, 모두 E 타입 은하로 희미한 솜뭉치를 떠올립니다.

    이 네놈은 모두 보이기에 아주 작아서 하늘이 좋지 않으면 흔적만 확인이 가능합니다. 오늘도 그 정도에서 더 보여주지 않네요.



    이 정도 관측이 끝나자 동산 위로 오리온과 시리우스, 프로키온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천체관측의 예의를 지켜 오리온 대성운과 Trapezium은 주저없이 관측합니다. 언제보아도 오리온 성운은 좋습니다.

    4"굴절로 볼 때에 비하면 풍부한 성운기에 매료됩니다. 호정씨는 첫 스케치 대상으로 오리온 성운을 꼽습니다.

    다음에는 이놈을 제대로 한번 관측해 보려 합니다.

    강원도에서 본 M46이 생각나 찾으려 하니 허걱 처음으로 직접 호핑을 해야 하는 대상이더군요. 성도를 보니 M47,46,48은 같이 묶어서 보아야 겠습니다.

    어찌 어찌 M47, 산개성단을 찾은 뒤 M46, 산개성단을 찾습니다. 그러나 강원도에서 같은 NGC2438, 행성상 성운은 없었습니다. 다만 작고 희뿌연 흔적 정도만 관측이 가능했습니다.

    M48, 산개성단도 보너스로 관측하고 호핑법을 기억해 둡니다.

    내친 걸음에 M1(Crab nebulae)도 관측합니다. 황소 오른쪽 뿔에 기생하는 게. 궁합이 잘 안 맞네요.

    더 이상한 건 아무리 보아도 게딱지 처럼 보이지 않는데 왜 게라고 이름 붙였을까요? 옛날에 이름을 붙였다면 그때는 지금하고는 모양이 달랐나 보죠? 현대에 붙인 건가?



    호정씨가 저를 다급하게 불러댑니다.

    별지시기가 가리키는 곳은 페르세우스 자리로 쌍안경으로 은하가 보인다고 합니다. 에이 그럴리가...

    대상을 넣고 파인더로 보니 어, 사다리꼴 별빛 주위로 은하처럼 생긴 놈들이 있네! 그중 한놈을 아이피스에 담았더니, 산개성단이었습니다.(나중에 보니 NGC1528 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다른 한놈은 진짜로 은하입니다. 그것도 쌍안경으로 보이는 주먹만한 은하.

    아이피스에는 M32보다 크고 밝게 보입니다. 아니 이것이 뭔 일이다냐? 머리를 싸매 보지만 답이 나올리 없습니다.

    나중에 집에 와서 The sky, Worldwide telescope을 모두 펼쳐봐도 그 자리에 은하는 없었습니다.

    큰일입니다. 무슨 일일까요? 집안일일까요? 생각하던 중....그거겠구나!하고 찾아보니

    역시 하틀리2(Hartley 2)였습니다. 이번주와 다음주로 가면서 점점 밝아지다가 어두워 진다고 했는데 정말 오늘 그렇게 밝을 줄 생각도 못했습니다.

    강원도에서 본 게 처음이자 마지막 하틀리2라고 생각했으므로 오늘 관측 대상에서도 없던 놈인데 이렇게 놀라게 합니다.

    제가 사전에 하틀리2를 몰랐다면 천문연에 신고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으~민망한 일이 벌어질 뻔...ㅎㅎㅎ



    날이 밝아져 시계를 보니 허걱 4시30분. 곧 박명입니다.

    자리를 정리하고 고인들에게 명복을 빌어주며 차를 돌립니다.

    # 석계공원: 공원묘지. 묘지 한복판에서 고인들과 별을 보니 좋아 하시더군요.
    # 낯 모르는 사람이 멀리서 재미없는 글 쓰더라도 재미있게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댓글 5

  • 김남희

    2010.10.17 09:43

    하늘공원이 지대가 높은 공원인줄 알았습니다.
    근데, 거기가 그런곳이었군요.ㅎㅎ
    박한규님! 멀리 있거나 이방인이라는 생각이 안듭니다.
    계속해서 지금처럼 글 올려주세요.
    애마 별칭 "쩌미오"... 괜찮네요.^^
  • 김경싟

    2010.10.17 16:08

    저도 천문인마을 갔을 때 하틀러2 혜성에 대한 정보와 관측을 처음하면서

    은하아닌가? 했었습니다.

    요즘은 이렇게 공부도 못하고 살고 있네요^^;

    관측기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福이 함께할 겁니다^^

    박한규님과 유혁님 덕분에 부산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양쪽에서 이렇게 관측기로 댕겨주면 공간이 휘어서 부산이 바로 옆동네가 될 겁니다....*^^*



  • 유혁

    2010.10.18 02:22

    아... 하늘공원을 다녀오셨군요...^^ 저도 처음 서울 상암동의 하늘공원 같은 곳인 줄로만 알았었습니다. ^^

    다음에는 저도 불러주세요... 저녁 약속만 없으면 저는 언제든 OK 이니까요...^^
  • 조강욱

    2010.10.18 17:08

    7331의 중심부와 나선팔이 반대로 돌아가는 모습이 관측이 되나요? 보인다면 흥미로운 관측이 되겠는데요.. ^^

    저는 페가수스에서 7479를 가장 좋아합니다. 특이하게 돌아가는 나선팔이 정말 재미있는 대상인데.. 9.25로는 좀 어려울 것도 같습니다.

    저는 하틀리2는 아직 보지 못했지만.. 박한규님의 설명을 들으니 머리속에 자태가 그려집니다.

    전 요즘 유혹에도 응대를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올려주시는 관측기로 대리만족.. 자주 소식 보내주세요 ^-^
  • 박한규

    2010.10.18 17:34

    감샤합니다.
    유혁님, 목요일만 시간이 나신다고 해서...다음에는 문자 드리겠습니다.
    강욱님, 7331의 반대 방향 회전이 쩌미오로 보인다면 쩌미오 값이 10억 쯤 하지 않을까요?
    실제로 그렇다네요. 특이해서 잊혀지지 않는 대상입니다.
    관측 전에 가급적이면 보이는 형태 뿐 아니라 대상에 대한 재미있는 정보도 수집하는데 이처럼 의외의 것도 있어 관측이 더 즐겁습니다. 특히, 별자리 전설의 기원을 찾아가면 메소포타미아와 만나게 됩니다. 이전부터 수메르에 관심이 많았었는데 별공부하다가 다시 수메르와 만나서 아주 기쁩니다. 서양 문명의 처음이자 끝이 결국 수메르입니다. 중시조가 그리스와 로마이고요. 관측에 탄력이 좀 더 붙으면 이 부분에 공부를 더 해볼 생각입니다.
    야간비행 여러분들과 함께 관측할 수 있으면 더 좋았을 텐데...아, 돕이 정말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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