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2007년 Messier Marathon 후기
  • 조강욱
    조회 수: 5793, 2012-02-23 20:41:33(2007-03-26)
  • 작년 메시에마라톤에서 비를 맞은 이후..

    1년을 더 기다리긴 했지만.. 사실 아무것도 준비한 것은 없다 ㅡ,ㅡ;;;

    이번엔 어떤 망경을 가지고 갈까.. 병화형님한테 80mm를 다시 빌려갈까.. 하다가

    문득 내 망경으로 소구경 반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ㅎㅎ

    근데.. 어떻게? 그냥 신문지로 막아놓고 구멍만 뚫으면 되는건가?

    난 이런 고민을 할 이유가 없다.  이분야의 최고전문가인 최샘께 전화한통 하는 것이

    내가 한달 연구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인 것.. ㅋ;;

    최샘 말씀은.. 5인치 이하로 구경을 줄이는 것은 실효성이 없고

    중앙에서 5인치를 뚫으면 상대적으로 큰 사경때문에 차폐가 생기므로

    사경을 빗겨나서 5인치 무차폐 반사망경을 만들라는 것이었다

    물론 신문지로는 안되고 우드락으로.. ㅎㅎ

    마라톤 당일날 하늘을 보니 뭉게구름 속에 파란 하늘이 선명하게 보인다

    구름사진도 OK. 영동지방에 비가 온다지만 산너머 영서에 무슨 상관인가.

    종합운동장에서 언제나처럼 버스를 타고 가는데

    차 안엔 MT를 온 듯 대학생들 천지 ㅡ_ㅡㅋㅋ

    계란한판 넘는 나이를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어 보인다 ㅎㅎㅎ

    이제 진짜 차를 사야 할 때가 오긴 온 거 같다.. ㅠ_ㅠ

    가는 길에 점점 더 많아지는 구름들.. 그래도 바탕하늘색은 푸른색이어서 계속 기대..

    1년동안 아무 준비도 안 했으면 가는 차 안에서라도 어려운 대상 전략을 만들어야 하는데

    제작년에 짜 놓은 작전지도는 집에 놓고 오고,

    성도 한번 안 보고 그냥 암 생각없이 천문인말에 도착했다

    날씨도 안 좋고 경조사가 마니 겹쳐서 야간비행 식구들 대부분 못오시고

    민정언니 혼자 오심.. 날 보고 평소보다 더 반가워하더라니.. 마니 외로웠던것 ㅋ


    천문인마을 가는길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옥상 서쪽의 마라톤하기 조은 자리 뺏길까바 잽싸게 옥상에 올라가서

    민정언니와 우드락 자르기 공작~~

    준비!!


    마난경 공작 드자이너와 함께..ㅋ


    완성~~~ 근데 구멍 넘 짝아보인다.. ㅎㅎㅎ


    나름 원형으로 자른다고 잘랐는데 해놓고 보니 타원이 됐네.. ㅎㅎㅎㅎ

    머 별이 타원으로 보이기밖에 더 하겠어??

    밥먹고, 개회식하고 마라톤 시작!

    난간에 올라가나 그냥 서있으나 그게 그거유 ㅋㅋㅋㅋ



    메시에 마라톤.

    1년동안 기다려온 순간인데.. 난 왜 아무런 준비도 안 했을까? ㅡ_ㅡ;;;

    74, 77 찾기 힘들거를 뻔히 알면서도 그냥 온 것은 오만을 넘어서 개념상실증에 걸린 듯.. ㅎ;;

    77이 있어야 할 고래자리는 당연히 안 보인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지.. 별을 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Nightwid!

    지나가는 심사위원을 잡고 시험문제 답을 물어본다 ㅎㅎ

    음 어쨋든 고래 머리 별들 위치를 파악했으니

    [63mm파인더로 대충 호핑 → 15인치 50배로 대충 솜사탕 확인 → 다음대상 이동]

    하던대로 []안의 ↑ 이런 짓을 반복해야 하는데

    15인치가 아닌 5인치로 대충보기 놀이를 하려니 당연히 되지가 않는다 ㅎㅎㅎ

    어퍼케이지의 우드락을 뜯어내고 싶은 충동을 억지로 누르고 한참을 눈알을 돌린 끝에

    M77을 찾았다

    음 그담엔.. M74!!

    2005년에도 못찾았던 74번. 꼭 찾아주마..

    근데 어디 있을까.. ㅡ,ㅡ;;;;

    예전에 작전 짤 때는 양자리에서 어떻게 어떻게 찾아갔었는데..

    자폐정도 어디갔는지 좀 써먹을라꼬 하니 보이질 않고 ㅎㅎ

    왼쪽의 고래와  오른쪽의 양자리 사이에서 한참을 삽질을 했다

    찾는 중에 구름은 계속 왔다갔다 하고.. 점점 서쪽 지평선에 붙으면서 배경은 더 밝아지고..

    구름 없는 곳을 찾아 74와 52를 계속 왔다갔다 했는데 둘 다 만만치가 않다

    52는 쉬운듯 하면서도 어려운.. 내가 호핑하기 젤 힘들어하는 대상 중에 하나이다

    보통은 내 잘난 파인더로 대충 맞춰서 보는데..

    구름은 왔다갔다 하고 점점 지고 있는 상황이라 파인더로 '대충' 보이지가 않아서..

    그리고 서쪽 & 북쪽 보는데에 가장 힘들었던 것은..

    내 바로 앞에서 토성을 보겠다고 돌아가면서 찾고 환호성을 지르던 이름모를 대학생들..

    좀 호핑이 될까 하면 사람 머리가 보이고 구름이 걷힐까 하면 손들이 보이고

    학생들 토성한번 보겠다는데 비키라고 할 수도 없고 ㅡ_ㅡ;;;

    그 와중에 74는 어느새 떠나고 52를 겨우 찾을 무렵.. 자폐정 목소리가 들린다

    "안드로메다는 봤냐?"

    어라라!! 또 놓쳤다.. ㅜ_ㅜ

    31 애들을 마라톤때 보는 적이 없군.. ㅡ.,ㅡ;;;;;

    31은 이미 졌다고 해서 포기하고 학생들 머리 사이로 33을 힘겹게 찾는 중에

    이젠 구름이 하늘을 다 덮고 있다

    그제서야 사태를 파악하고 하늘 구멍 뚫린대로 닥치는대로 메시에를 찾았다

    북두칠성이 보이면 97, 108, 109, 81, 82.. 쌍둥이발이 보이면 35, 페르세우스가 보이면 34, 76

    닥치는대로 찾다보니 이젠 1등성밖에 안보여서 1등성만으로 찾을 수 있는 44번을 찾고

    생각지 않던 게릴라전에 몸이 너무 힘들어서 79 지기 전에 그것만 보고 내려가야지... 하는데

    30분이 넘게 기다려도 오리온은 구름에 가려 찾을 수가 없다

    민정언니와 기다리고 기다리다 토끼마저 넘어간 거 같아서 그냥 포기하고 카페테리아로 내려왔다

    몇 개 찾았나 확인해보니 17개. 머 한시간 있으면 다 개겠지..

    날이 안 좋으니 카페테리아는 인산인해!! 여기저기 끼어서 놀다가 나가서 하늘 한번 보고

    한 두시간이 더 지나니 하늘에서 눈이 내린다 ㅡ_ㅜ

    작년의 비에 이어 이젠 눈까지.. ㅎㅎㅎㅎ

    자폐정이 작년 사태 이후 약속대로 횡성한우를 쐈으면 하늘이 이렇게 노하지는 않았을텐데..

    눈오는걸 보고 절망하고 그때부턴 퍼질러 앉아서 잘 놀았다 ㅡ_ㅡㅋ

    그동안 천문인마을 와서 가장 술 마니 먹었던 듯.. ㅎ;;;

    대상 타신 고창균선생님과도 한잔 하고..


    살이 쪽 빠진 거노리 형님도 보고..

    한쪽 자리를 보니 학교 후배들 20여명이 떼거지로 모여있다

    낯모르는 후배들이 10기수도 넘게 차이나는 선배한테 무얼 바라겠는가..

    먹을거 마실거 사주는 선배가 최ㅡ_ㅡ고;;;;


    가망없는 하늘 가끔 모니터링하며 새벽 5시 넘어서까지 쏘주를 꽤 많이 마셨다

    이제 들어가 자자~~ 하고 상을 치우고 옥상 방에 가는데.. 아니! 하늘에 별이 보인다

    물론 1~2등성 몇개만 보인다

    그런데 난 오늘 관측을 하러 온 게 아니라 마라톤을 하러 온 게 아닌가..

    내 목적에 충실해야지.. 1년동안 또 후회할 수는 없으니.. 하는 생각으로

    그저 하이에나처럼(?) 하늘에 보일만한 대상을 기계적으로 찾아나갔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까 하다가.. 안자고 망경 한번 보겠다고 기다리는 후배들도 생각해야 하니

    딱 25개만 채우고 마라톤을 종료했다.  5인치로는 먼가 새로운 멋진 것을 보여줄 수가 없으니..

    목성 보고 M11 보고 애들 몇 개 보여주다보니 날이 밝았다

    의도했던 바는 아니었지만 우연찮게 박명 20분전에 별 뜬 걸 확인하고

    마지막까지 나 자신에게 최선을 다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게 나름 뿌듯한 성과 ㅡ_ㅡㅋㅋ

    아침에 결과를 보고.. 자폐정 : 너도 25개냐??

    그렇다.. 저녁에 25개를 하긴 힘들었을테고 누군가 새벽운동을 한 사람이 또 있나부다 ㅎㅎ


    아침에 학교 후배들과..


    07년 메시에마라톤은 상당히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많은 시사점을 준 대회가 되었다

    바로 생각만 했지 준비를 전혀 하지 않은 점인데..

    메시에 정도 보는데 준비를 뭐.. 하는 자만심과 함께..

    요즘들어 더더욱 매사를 입으로 또는 머리로만 하는 버릇에 대한 자각이다.

    내가 정말 잘 하고자, 즐겁게 하고자 했다면

    이미 몇년전에 만들어놓은 마라톤 관측순서와 초저녁 대상 리뷰 정도는 한 번 하고 왔을 것이다.

    언제나 모든 일을 처음처럼. 최선을 다해서. 아쉬움의 기억이 아니라 짜릿한 추억이 남을 수 있도록..

    여튼 5인치로의 마라톤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내가 늘 써먹던 '대충 찾아서 대충 보기'가 먹히지 않으므로.. ㅎㅎ

    따라서 내년에도 같은 구성으로 마라톤을 할 생각이다

    다음 도전은 5인치로 100개 채운 다음에 생각하기로 하고.. ^_^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사를 드리면..

    올해로 10년째 덕초현을 지키고 계신 촌장님과 왕언니. 자폐정.

    그리고 언제나 든든한 천문인마을의 후원자.. 도우미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내년에는 더 맑은 하늘을 기원하며~~!!!


    천문대장님이 쫌 순결해져야 날씨가 맑아질텐데..



                        Nightwid 我心如星

댓글 6

  • 이준오

    2007.03.26 06:31

    흐흐~, 대장님의 순결(?)을 기대하기보다는 걍 씨원하게 횡성한우 한마리 통째로 잡는걸 더 기대하믄 되겠죠?..ㅋㅋ
  • 정병호

    2007.03.26 21:34

    순수청년 정병호를 왜 이리 못믿는거여욧~
  • 김경식

    2007.03.26 22:23

    같이 가서 응원해줘야 했는데 ^^; 요즘 我心不如星인지라...젊은 패기들 틈바구니 속에서 애썼소.
  • 조강욱

    2007.03.27 04:11

    준오님 : 씨언하게 잡아버리도록 자리를 한번 마련하져~~ㅋ
  • 조강욱

    2007.03.27 04:12

    자폐정 : 음.. 순수 재즈 피아니스트? ㅋㅋㅋㅋ 피아노랑 찍은 사진 보고 어제 윤희랑 완전 뒤집어졌삼.. ㅎㅎㅎ;;;
  • 조강욱

    2007.03.27 04:13

    경식형님 : 언넝 급한일 처리하시고 별나라로 복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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