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20140830 이틀 만에 벗고개에 (스케치 후기)
  • 조회 수: 5338, 2014-09-04 23:25:48(2014-09-02)
  • 1. 다들 홍천으로 가신 지난 토요일
     
    2. 저녁 일정 때문에 홍천은 어렵지만 벗고개라도. 밤 10시가 다 되어 집에서 출발.
      
    3. 차를 몰고 나왔는데 울리는 핸드폰. 구름의 움직임이 심상치않아 출정을 단념하셨다는 이원세님과의 아쉬운 통화.
     
    4. 다시 울리는 핸드폰. 용축에 나왔는데 하늘이 점점 안좋아지고 있다는 대학 선배님의 문자.
     
    5. 어쩔까. 잠시 망설임.
     
    6. 톨게이트 돈도 냈다. 모르겠다 직진.
     
    7. 11시 넘어 도착한 벗고개 하늘은 이틀 전보다 더 좋은 상태. 습도도 약간 더 낮은 듯하고 은하수도 잘보이고 사람들도 많다.
     
    8. 맨 아래 차를 세우고 대충 훑어보니 가족, 친지들끼리 온 팀이 꽤 있고 혼자 온 이들은 대부분 사진 장비를 돌리는 것 같다.
      
    9. 인사 생략하고 구탱이 쭈그리 모드 ON.
     
    10. 자리잡고 장비 설치하고 조금 보고 있자니 뒤에 서는 차.
      
    11. 유치원생 정도 아이와 젊은 부부. 바로 뒤에 돗자리를 펴신다.
     
    12. 살짝 뒤통수가 따가운 느낌. 인사라도 해야하나...
     
    13. 많은 별과 은하수를 보며 감탄하는 소리. 가족끼리 오붓하게 별보는데 말 걸면 방해가 되는 거라고 생각하기로 함.
      
    14. 뻘쭘한 상태로 조용히 별보기 강행.
     
    15. 아빠 저게 뭐야 응 망원경이야 저 아저씨 뭐하셔 응 별 보시는거야... 점점 뜨거워지는 뒤통수.
     
    16. 자리 접고 일어나려는 듯한 분위기. '애기가 심심해 하는 것 같은데 여기와서 조금 보시겠어요?' 말 걸었다. 땀 삐질.
     
    17. 잠시 동안의 구경 후 정리하고 자리를 뜨신다. 조심해 가시라 인사하고 다시 쭈그리 모드 ON
      
    18. 도착부터 지금까지 하는 일은 이틀 전 본 것들의 복습
     
    19. 이틀 전에 관측지를 떠나면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오늘도 아무 것도 손을 못 댔구나'
     
    20. 잘해야 된다고 누가 압박하는 것도 아닌데. 자신있게 하면 될텐데.
     
    21. 오늘이 좋은 기회. 어차피 쭈그리 모드.
     
    22. 한손엔 스케치북. 한손엔 연필. 아이피스를 들여다보며 한참을 고민. 첫 점을 찍는 것이 아직은 너무 어렵다.
      
    23. 그리고 지우고 그리고 지우고 그리고 지우고
      
    24. M76을 하나 그려냈다. 두시간이 흘렀다.
      
    25. 2시쯤 철수 계획이었으나 어느덧 3시.
      
    26. 뿌듯한 마음으로 집으로. 졸리지도 않는다.

      
    27. 그러나 집에 와서 실신.
     
    28. 한시간 자고 일어나 마님을 체육관에 모셔다 드리고.
      
    29. 두시간 자고 일어나 아이 둘을 데리고 도서관에 서점에 파스타 집에. 집에 와서 다시 실신.
      
    30. 월요일 출근. 비몽사몽. 그나마 오늘은 일이 많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하며 병든 닭 모드 ON.

     

     

     

    s_re_m76-0-30.jpg
    [ M76, 흰종이에 연필. 스캔 후 포토샵에서 반전 ]

     

     

     

    확실히 한 대상을 오래 보게 되니 더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스케치 덕에 북서쪽의 성운기를 볼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야 원을 너무 작게 그렸더니 정작 그려야할 M76은 코딱지 만 해졌네요. 다음에는 원을 더 크게 그리든가 아예 원을 그리지 말든가 아니면 너무 외곽의 별들은 그리지 말든가 해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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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 Profile

    장형석

    2014.09.02 19:18

    그래도 스케치가 멋진데요..^^
    저는 성질이 드러워서(?) 한 대상 오래보기를 잘 못해서 이런 그림을 볼때마다 부럽습니다.

    M76 관측기를 보니... S&T 에 칼럼이 하나 생각납니다.
    Richard Jakiel이란 사람이 쓴 Bipolar Planetary Nebulae 관련 칼럼인데요
    시간날때 한번 읽어보셔도 좋을듯 합니다. ^^ (오래된 내용입니다. 2006년~)

    http://www.skyandtelescope.com/observing/a-collection-of-bipolar-planetary-nebulae/

  • Profile

    박상구

    2014.09.02 20:44

    ^^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잠시후 밖에 나가 움직여야하는데 지하철에서 볼 거리가 생겼네요 ㅎㅎ 감사합니다.

  • 조강욱

    2014.09.02 19:33

    첫 점을 찍는 설레임과, 한 대상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돌아오는 길의 뿌듯함은
    해 본 사람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죠.. ^^*

    저는 뒷통수가 따가워지면..
    지금 보고 있는거 그대로 보여줍니다.. ㅎ;;;

  • Profile

    박상구

    2014.09.02 20:48

    종이 위 3mm 에 연필을 멈추고 바들바들 떨며 점을 찍지 못하는 제가 엄청 답답했습니다. 이게 설레임으로 바뀌어야 마음이 좀 평안해질텐데요 ㅎㅎ

  • 김남희

    2014.09.02 19:42

    뒤통수 따가와도 안면몰수 모드 on..
  • Profile

    박상구

    2014.09.02 20:50

    아이 목소리가 너무나 귀여워서...^^

  • 이원세

    2014.09.02 22:33

    벗고개가 좋았다니 다행입니다. 사실 그날은 아들녀석을 데리고 자크혜성을 보여줄 생각이었거든요. 그래서 확실하게 날이 좋다는 확신이 없어서 접었지요.
  • Profile

    박상구

    2014.09.02 23:41

    저도 지난번 장형석님이 자크혜성 보여주신게 꽤 밝고 커서 토요일에 나가 다시 한번 찾아보려고 했었는데 그만 깜빡 잊었네요.

    다음 번에 관측나가도 볼 수 있으려나 모르겠습니다 ^^;

  • 김민회

    2014.09.04 03:19

    8.28일.30일의 쏟아지는 관측기를 보는 이 괴로움. 다들 저물어 가는 14'년의 여름을 알차게 보내셨다니 다행입니다.
  • Profile

    박상구

    2014.09.04 23:25

    여름내내 개점휴업이었는데 이제 날이 슬슬 좋아지니 달리고 싶어 들썩거리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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