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새로운 댓글

박상구

1. 다들 홍천으로 가신 지난 토요일
 
2. 저녁 일정 때문에 홍천은 어렵지만 벗고개라도. 밤 10시가 다 되어 집에서 출발.
  
3. 차를 몰고 나왔는데 울리는 핸드폰. 구름의 움직임이 심상치않아 출정을 단념하셨다는 이원세님과의 아쉬운 통화.
 
4. 다시 울리는 핸드폰. 용축에 나왔는데 하늘이 점점 안좋아지고 있다는 대학 선배님의 문자.
 
5. 어쩔까. 잠시 망설임.
 
6. 톨게이트 돈도 냈다. 모르겠다 직진.
 
7. 11시 넘어 도착한 벗고개 하늘은 이틀 전보다 더 좋은 상태. 습도도 약간 더 낮은 듯하고 은하수도 잘보이고 사람들도 많다.
 
8. 맨 아래 차를 세우고 대충 훑어보니 가족, 친지들끼리 온 팀이 꽤 있고 혼자 온 이들은 대부분 사진 장비를 돌리는 것 같다.
  
9. 인사 생략하고 구탱이 쭈그리 모드 ON.
 
10. 자리잡고 장비 설치하고 조금 보고 있자니 뒤에 서는 차.
  
11. 유치원생 정도 아이와 젊은 부부. 바로 뒤에 돗자리를 펴신다.
 
12. 살짝 뒤통수가 따가운 느낌. 인사라도 해야하나...
 
13. 많은 별과 은하수를 보며 감탄하는 소리. 가족끼리 오붓하게 별보는데 말 걸면 방해가 되는 거라고 생각하기로 함.
  
14. 뻘쭘한 상태로 조용히 별보기 강행.
 
15. 아빠 저게 뭐야 응 망원경이야 저 아저씨 뭐하셔 응 별 보시는거야... 점점 뜨거워지는 뒤통수.
 
16. 자리 접고 일어나려는 듯한 분위기. '애기가 심심해 하는 것 같은데 여기와서 조금 보시겠어요?' 말 걸었다. 땀 삐질.
 
17. 잠시 동안의 구경 후 정리하고 자리를 뜨신다. 조심해 가시라 인사하고 다시 쭈그리 모드 ON
  
18. 도착부터 지금까지 하는 일은 이틀 전 본 것들의 복습
 
19. 이틀 전에 관측지를 떠나면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오늘도 아무 것도 손을 못 댔구나'
 
20. 잘해야 된다고 누가 압박하는 것도 아닌데. 자신있게 하면 될텐데.
 
21. 오늘이 좋은 기회. 어차피 쭈그리 모드.
 
22. 한손엔 스케치북. 한손엔 연필. 아이피스를 들여다보며 한참을 고민. 첫 점을 찍는 것이 아직은 너무 어렵다.
  
23. 그리고 지우고 그리고 지우고 그리고 지우고
  
24. M76을 하나 그려냈다. 두시간이 흘렀다.
  
25. 2시쯤 철수 계획이었으나 어느덧 3시.
  
26. 뿌듯한 마음으로 집으로. 졸리지도 않는다.

  
27. 그러나 집에 와서 실신.
 
28. 한시간 자고 일어나 마님을 체육관에 모셔다 드리고.
  
29. 두시간 자고 일어나 아이 둘을 데리고 도서관에 서점에 파스타 집에. 집에 와서 다시 실신.
  
30. 월요일 출근. 비몽사몽. 그나마 오늘은 일이 많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하며 병든 닭 모드 ON.

 

 

 

s_re_m76-0-30.jpg
[ M76, 흰종이에 연필. 스캔 후 포토샵에서 반전 ]

 

 

 

확실히 한 대상을 오래 보게 되니 더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스케치 덕에 북서쪽의 성운기를 볼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야 원을 너무 작게 그렸더니 정작 그려야할 M76은 코딱지 만 해졌네요. 다음에는 원을 더 크게 그리든가 아예 원을 그리지 말든가 아니면 너무 외곽의 별들은 그리지 말든가 해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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