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스케치/사진 ~☆+

  • [M79] 한 마리 올챙이를 찾기 위하여 [스케치]
  • 조회 수: 5426, 2017-12-01 12:14:59(2017-12-01)
  • 오리온이 밟고 있는(?) 토끼자리에 위치한 M79

    겨울 하늘의 유일한 구상성단이라는 희소성 치고는 존재감이 희박한 아이다.

    가을철 하늘에서 보던 2번이나 5번에 비하면 너무 심심한 구상이기 때문이다.

     

    "에이.."

    어느 가을날 밤, 여느 때처럼 2번과 5번을 보며 한참 감탄을 하고 나서 

    79번을 스케치 하려고 잡았더니 입에서는 실망부터 나온다.

    그래도 진도는 빼야지..

     

    [ M79, 홍천에서 조강욱 (2014) ]

    79_drawing.JPG

     

    별 몇 개 분해되지 않는 작은 성단 79번에선

    언뜻 언뜻 올챙이 꼬리같은 가느다란 스타 체인이 느껴진다 (성단 하단부)

    이거 잘못 보고 있는 거 아냐?

     

    보였다 말았다 하기는 하지만 북쪽 방향으로 가는 꼬리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남쪽(그림 위쪽)으로는 성단 본체와 떨어진 위치에 삿갓을 쓴 것처럼 흐린 성운기와 별들이 보인다

    너 구상성단 맞는거야?

     

    79_drawing.JPG

     

    이건 구상성단이 아니라 갓 부화한 모자 쓴 올챙이 한 마리가 아닐까?

     

    구글에서 79번의 사진을 찾아 보니

    그 올챙이 꼬리가 79번의 사진에도 정확히 표시되어 있다

     

    79_pic.jpg

    (사진 출처 : 구글 검색)

     

    사진을 확인하고 온몸에 전율이 흐른다

     

     

    윤정한 형님이 말씀하셨던 것,

     

    "내가 찍은 별들을 집에 와서 자료 사진과 대조해보고 그것이 완벽히 일치했을 때의 짜릿함"이란

    아마 이런 것일까?

     

    실물과 똑같이 그리는 것이 스케치의 목적은 아니다. 그것은 사진의 몫이다

    하지만,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 자기가 본 것을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올챙이 한 마리까지 그리고 나니 시간은 새벽 4시가 넘었다

    결국 하룻밤에 구상성단 연작 한 장을 완성하는 데 성공.

     

     

    [ 가을밤의 구상성단, 검은 종이에 젤리펜과 파스텔 (조강욱 2014) ]

    compilation.jpg

     

     

     

     

     

     

     

     

                               Nightwid 無雲

     



    1200_별보기_표지입체.jpg

댓글 0

위지윅 사용
  조회  등록일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4122
  • 스케치
  • M11은 35번과 함께 메시에 산개성단 중에서 가장 화려한 아이다 호핑 위치마저 쉬워서 초보든 고수든 가릴것 없이 여름밤 관측지에 도착하면 망원경을 세팅하고 11번을 스윽 잡고 "우와!" 감탄사 한 번 날려주는 것부터 오늘의 관측을 시작하는 것이 대부분의 별쟁이들...
2016-09-08 05:21:20 조강욱 / 2016-08-31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2193
  • 스케치
  • 10번은 뱀주인자리 5형제(비록 노잼 5형제지만) 중의 맏형이다. 북천 트로이카 13번, 5번, 3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아이지만 말이다 그렇다 해도 볼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모든 구상성단은 저마다의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그 중 10번은 구상 중에서도 참 ...
2016-09-08 05:25:37 조강욱 / 2016-08-30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2040
  • 스케치
  • 원래 계획은 메시에 110개 스케치를 모두 완성한 다음 날부터 칼럼 연재를 시작하려 했는데, 별 이유 없이 차일피일 미루게 된 것은 M9번 때문이었다 흠 그래 1번은 1054년 얘기 쓰고 2번은 꽃게 쓰고 3번은 고속도로 4번은 하트... 하다 보니.. 9번은 뭘 쓰지? 쓸 말이...
2016-08-30 07:49:18 조강욱 / 2016-08-29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2973
  • 스케치
  • 석호가 대체 무얼까? 20년이 넘도록 말하고 들어왔던 그 용어, 석호성운. 그게 대체 무언지 너무나 궁금해졌다 결국 네이버에서 한참을 뒤져서 겨우 대충 이해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경포대 앞의 경포호가 대표적인 석호인데, 원래는 해안선의 일부였으나 해안에 퇴적...
2016-08-27 09:16:26 / 2016-08-27
thumbnail
  • 정병호 조회 수: 9885
  • 스케치
  • 2003년에 그린 것들입니다. 조자폐님의 스케치를 보고 생각이 나서 올립니다. 셋 다 3시간 반 정도 걸렸습니다. M7 은 그리면서도 좀 문제 있다 생각했는데, 고치자니 너무 방대한 작업이 되겠길래 그냥... ㅎㅎ 스케치 하는 사람의 자세가 아니에요 ㅋㅋ
2016-08-30 07:55:00 조강욱 / 2016-08-25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0046
  • 스케치
  • M7은 기원전 그리스 시대부터 알려져 온 유서 깊은, 밝은 산개성단이다 하지만 육안으로 보이는 모습은 항상 아쉬움만 자아낼 뿐.. 원래 어떻게까지 보여야 할지 알기 때문이다. 아는게 병일까.. 7번은 적위 -34.5도로 메시에 110개 대상 중 가장 남쪽에 위치한 대상이...
2016-08-25 19:44:30 / 2016-08-25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4590
  • 스케치
  • 나에게는 6번, 7번과의 강렬한 첫 만남의 기억이 있다 벌써 햇수로 20년 전, 서울의 내 방에 누워 있어도 창문 유리를 통과하여 헤일밥이 보이던 시절이었다 그 혜성이 절정기를 보내던 1997년 4월, 나는 학교 수업도 제대로 듣지 않고 매일 헤일밥 보러 다닐 생각만 했...
2016-08-30 07:59:13 조강욱 / 2016-08-24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3044
  • 스케치
  • 음악을 사랑하시는 한솔형님께 여쭈어 보았다. 들으면 별이 생각나는 음악이 있는지? 질문과 동시에 얻은 답은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5번’ 이었다 바로 집에서 브란덴부르크 5번 연주 동영상을 찾아서 들어본다. 나는 어떤 별이 생각날지.. 5번 1악장 후반부, 피...
2016-08-30 09:34:39 관심은하 / 2016-08-22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20494
  • 스케치
  • 4번은 메시에 구상성단 중 가장 헤픈 아이일지도 모른다 그냥 막 다 보여주는 놈이기 때문이다 (밤하늘의 성자, 구상 계의 57번이라고 할까?) 우리가 너무 잘 보인다고 달을 홀대하는 것처럼, 우리는 M4를 잘 뜯어보려는 노력 또한 잘 하지 않는다 그저 성단 중심부의 ...
2016-08-23 06:51:48 조강욱 / 2016-08-20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2489
  • 스케치
  • 나에게는 M3에 대한 큰 고정관념이 있었다 바로 나의 스케치 스승님인 윤정한님의 2003년 스케치 때문이다. 무엇이 보이는가? 별다른 느낌이 들지 않으면 아래 가이드를 잘 보고 다시 보자 M3을 보며, 우리는 안시관측의 첫 번째 기적인 ‘아는 만큼 보인다’를 체험할 수...
2016-08-20 08:09:42 / 2016-08-1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