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스케치/사진 ~☆+

  • [27日] 뜨거운 호핑 [스케치]
  • 조회 수: 13560, 2015-08-21 15:24:42(2015-08-21)



  • 4월 어느날, 월령 27일 달을 보겠다고 평소보다 일찍 출근하여 한남대교 남단 다리 난간을 잡고 섰다


    그러나 하늘은 내 어설픈 노력을 비웃듯이, 이미 너무 밝아져 버렸다


    20150417_061629.jpg 


    동쪽 하늘 어딘가에 있을, 달이 있을 위치를 한동안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뜻하지 않던 조기 출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한달 뒤 5월 16일 토요일, 이번엔 아예 새벽 3시반에 나가 보기로 한다


    오전에 대전 천문연구원에 방문해야 하여,


    서울역 앞에서 대우건설(미생의 원인터)  건물을 배경으로 떠오른 눈썹달을 멋지게 그리고


    가볍게 대전행 KTX를 타려고 했는데..


    (그림 제목도 '미생, 아직 살아있지 못한 달'로 이미 지어 놓았었다 ;;;)



    정확한 시각, 월출 시각에 딱 맞게 서울역에 도착했는데


    달은 보이지 않는다. 아니 보일 수가 없다


    그림의 배경으로 생각했던 대우건설 빌딩이 너무 높아서 달을 볼 수가 없다


    서울스퀘어.JPG 



    이걸 어쩌지.. 다급한 마음에 택시를 잡아타고 남산타워로 향했다


    거기라면 최소한 시야는 틔여 있겠지.



    그 와중에 기사님이 잘못 알아들어서


    남산타운(아파트)까지 갔다가 한참을 돌아서 다시 남산타워로.



    뱅글뱅글 돌며 남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


    택시 안에서도 이미 밝아지고 있는 하늘 위로.. 높이 뜬 달이 보인다


    마음만 조급해져서 안절부절 못하다가


    동쪽 하늘의 붉은 기운이 잘 보이는 길가에 그냥 내렸다



    내리자마자 달 위치 확인.


    남산 케이블카.png



    그래 저기 있네..


    마지막 그믐달도 아니고.. 별것도 아닌 것이


    왜 그렇게 만나기 힘들었을까



    겨우 한숨 돌리고 나니


    케이블카도 울창한 나무들도 빨갛게 동이 트는 하늘도 보이기 시작한다


    달이 케이블카를 타고 사라지기 전에


    그 자리에 서서 집중해서 터치펜을 놀린다



    새벽 산책을 나온 아줌마와 트럭에서 쉬고 있던 운전기사,


    새벽일을 하는 청소 아저씨가 나를 빤히 쳐다보며 천천히 지나쳐간다


    아마도 이런 광경은 처음 봤겠지..


    나도 이런 광경은 처음 봤다. 월령 27일의 (나에게만)  귀한 달!



    [ 남산 케이블카, 갤럭시노트4에 터치펜 - 조강욱 (2015) ]


    남산 케이블카.png



    나에게 별보기란


    무엇이 왜 그렇게도 간절한 것일까?


    그저 그 무언가, 멀리 있는 것에 대한 맹목적인 타는 목마름인지도 모른다



    몇년 전부터,


    천문연구원에서 주최하는 학생천체관측대회에


    심사위원이란 명목으로 참여하고 있다



    매년 대회날마다 날씨가 그리 좋지 않아서 관측'대회'에 아쉬움이 있었는데


    작년 11월의 관측대회 날은 너무나도 맑았다



    제한된 시간 동안 뜨거운 열기 속에 정신없이 주어진 대상을 찾는 학생들 사이로


    한 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성도 페이지 찾는 시간조차 줄이고 싶었는지


    땅바닥에 성도 낱장을 모두 펼쳐놓고 엎드려서


    붉은 암등에 의지하여,


    긴 머리카락을 어지러이 날리며 쉬지 않고 별을 찾는다



    내가 언제 저렇게 혼신의 노력으로 뜨겁게 호핑을 해 본 적이 있었을까?



    [ 뜨거운 호핑, 갤럭시노트2에 터치펜 - 조강욱 (2014) ]


    141025 뜨거운 호핑.jpg




    아, 메시에마라톤이 있었지!



    [ 마라톤을 하는 이유, 흰 종이에 파스텔과 색연필 - 천문인마을/조강욱 (2011) ]


    Untitled_1.1.jpg








                                             Nightwid 無雲



댓글 0

위지윅 사용
  조회  등록일 
thumbnail
  • 천세환 조회 수: 6393
  • 스케치
  • 안녕하세요? 미술을 배우기 시작한지 6개월째~ 드디어 화실에서 크레이터를 그렸습니다. 첫 대상은 바닥이 비교적 편평해서 묘사하기 쉬울 것 같은 - Plato ㅋㅋㅋ (사진 보고 그린 겁니다. 크레이터를 이렇게 자세히 관측할 망원경은 없ㅋ음ㅋ) 2016년 9월 7일 기존에 ...
2016-09-27 03:39:11 관심은하 / 2016-09-22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2930
  • 스케치
  • 지인 중에는 내가 110개의 메시에 대상에 대한 글을 모두 써 놓고 하루 하나씩 올리는 줄 알고 있는 분도 있다는.. ㅎ;; 그러면 참 좋겠지만.. 밤마다 11시 반쯤 노트북 앞에 앉아서 오늘은 무슨 얘기를 쓰나 반쯤은 이미 잠에 취해서 의식의 흐름에 따라 글을 쓰다가 ...
2016-09-22 07:27:33 이름없는별 / 2016-09-21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1320
  • 스케치
  • 하늘에는 자리 잘못 잡아서 손해 보는 애들이 있다. 메시에 중에도 말이다 13번 옆의 92번, 57번 옆의 56번 같은 애들.. 그리고 17번 옆의 18번도 마찬가지다 (아래 사진의 중앙 좌측은 17번, 오른쪽의 조금 밝은 별들이 모여 있는 애들이 18번이다 출처 : http://sweag...
2016-09-20 02:28:40 조강욱 / 2016-09-16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9408
  • 스케치
  • 천체 스케치를 주제로 이렇게 별 대책 없는 하루살이 칼럼을 메시에 110편 완주를 목표로 하루하루 써나가고 있지만 2009년까지만 해도 천체 스케치는 그저 ‘하면 좋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막상 하려니 엄두가 나지 않는’ 그런 일이었다 매일 빼먹지 않고 어학 공부를 ...
2016-11-27 11:33:06 / 2016-09-14
thumbnail
  • 천세환 조회 수: 6013
  • 스케치
  • 눈을 사물에 고정시킨 채 그림을 그리는 기법 - 블라인드 컨투어 드로잉은 관찰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훈련법이지만 왠지 두려움이 느껴진다는 것이 천체스케치와 비슷합니다. 이번에는 그 심리적 장벽을 넘어보고 싶어서 월령 10일의 달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드로잉 ...
2016-09-20 02:26:47 조강욱 / 2016-09-14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1613
  • 스케치
  • 밤하늘에는 안시용 대상과 사진용 대상이 있다 물론 밤하늘의 성자 57번처럼 안시로도 사진으로도 모두 만족스러운 대상도 있지만 말이다. 나는 안시쟁이라 장시간 노출로만 화려하게 나오는 희미한 성운류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아무리 해도 사진 만큼의 감동을 느끼...
2016-09-14 07:48:37 / 2016-09-10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0631
  • 스케치
  • 15번은 가을 하늘에서 가장 찾기 쉬운 구상성단이다. 페가수스의 가장 눈에 띄는 별인 Enif 바로 근처기 때문이다 보이는 모습 또한 그냥 저냥 준수하고 말이다 (뱀주인 구상 애들처럼 히마리 없지는 않다) 물론 그 크기와 밝기는 더 남쪽의 M2를 능가할 수 없지만.. 지...
2016-09-20 02:23:38 조강욱 / 2016-09-08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1567
  • 스케치
  • 14번을 찾아가는 길은 쉽지 않다 1년에 한 번(메시에마라톤) 밖에 찾지 않아서 이기도 하고 호핑 루트에 밝은 별이나 특징적인 별무리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흠 그럼 보이는 모습은? 그렇게 대충 봐서 기억이 날 리가 없지 2014년 여름휴가는 횡성의 천문인마을에서 ...
2016-09-14 07:48:09 조강욱 / 2016-09-07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1449
  • 스케치
  • 북반구 중위도에 사는 관측자에게 M13은 특별한 존재이다 ‘하늘에서 가장 밝고 큰 보기 좋은 구상성단’이기 때문이다. 과연 진짜로 그럴까? 전 하늘에서 가장 밝고 큰 구상성단부터 순서를 매겨 보자. 13번의 위치는 Top 5에도 들지 못하고 겨우 7번째에 이름을 올리고 ...
2016-09-08 05:11:55 조강욱 / 2016-09-05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1133
  • 스케치
  • 뱀주인자리 정중앙에는 10번과 12번이 위치하고 있다 (출처 : 위키피디아) 별만 드문 것이 아니라 인적도 드물지만 말이다 문제 : 뱀주인이 매력이 없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다음 중 맞는 것을 고르시오 ( ) 1. 비슷비슷하게 생긴 구상성단들만 모여 있어서 2. 호핑...
2016-09-08 05:12:46 조강욱 / 2016-09-0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