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스케치/사진 ~☆+

  • 악의 구렁텅이, Cassini - 091011 [스케치]
  • 조강욱
    조회 수: 22580, 2012-03-28 14:02:44(2009-10-13)
  • 이렇게 맑은 날이 연짱 이어진 적이 언제 있었던가?

    일주일이 넘도록 구름 한 점 없는 깊은 푸른색의 하늘....

    다만, 추석 보름달을 전후로 맑았다는 것만 빼면 완벽했다 ㅡ_ㅡㅋㅋㅋ

    우리나라 연간 청정일수가 70일인데.. 그 일수만 괜히 깎아먹는 것은 아니겠지?  ㅎㅎ;;;;

    맑은 나날들의 끝자락, 토요일에 싟형님이 번개를 치신다

    일이 있어서 못 간다고 회신을 드렸는데도 눈은 자꾸 하늘로만 향한다

    밤이 되어 우리별 1호를 재우고..

    야간비행 스타파티 자료 준비를 하다가

    달이 뜰 시간이 되어 잘용이를 들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요 근래 계속 달이 잘 보였지만,

    계절적인 요인으로 원래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는데.. 달이 엄청 높은 고도로 떠 올라서 베란다에서 관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우리집은 남향이라 어느정도 떠오를 때까진 기다려야 하는데,

    남향 창을 열고 보일만한 시간엔 고도가 너무 높아서.. 모가지를 베란다 밖으로 내밀고 봐야 보이니 망원경 관측은 불가능..

    하지만 오늘은 토요일이니 조금 더 무리해서 옥상으로 올라가 볼까..

    11시를 넘겨 올라가니 동쪽 아파트숲 위로 하현 직전의 달이 떠올랐다

    잘용이로 한 번 훓어보니..

    아! 오늘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Cassini와 Stöfler의 석양을 볼 수 있는 날이다

    카시니. 나를 스케치라는 깊고 험한 구렁텅이에 빠뜨린 그 분 아니신가.

    [Cassini 사진, google 검색]


    80mm로 보이는, 코딱지 절반만한 카시니를 보고 있자니 한숨이 나온다

    안되겠다.. 15인치를 출동시켜야겠다....

    우리집은 15층 탑층. 옥상에 가려면 계단으로 1층 높이를 더 올라가야 한다

    대한민국 남자 중 최하 레벨에 랭크될 Nightwid의 부실한 근력..

    헉헉대며 25kg의 미러박스를 옥상으로 옮긴다

    그냥 미러를 반으로 쪼개서 운반하면 안 되나? ㅡ,ㅡ;;;;

    어쨋든 더디지만 꾸역꾸역 조립을 하니.. 12시가 넘어서야 세팅이 완료되었다

    이제 보기좋은 고도로 떠오른 카시니를 더 안락하게 봐 주시기 위하여 돕드라이버를 실행시켰는데..

    이게 영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작동은 되는데, 얘가 backlash가 있는지 컨트롤러의 조작에 즉각즉각 반응이 오지 않는다

    방향 버튼을 한참 누르고 있으면 1~2초가 지나고 나서야 반응이 오는데, 그것도 정속으로 도는 게 아니라

    빨랐다가 느렸다가 지 맘대로다

    뭐.. tracking만 잘 되면 되지 모..

    Tracking 모드로 전환하여 추적을 시켰는데.. 정성을 들여서 세팅을 해도 272배에서 30초를 버티지 못한다

    관측하고 그림 한줄 그리고 다시 오면 시야에 없는 것.

    그리고 돕드라이버를 사용하면 컨트롤러 외에는 임의로 돕을 움직일 수가 없기 때문에 돕의 최대 장점인 민첩함을 전혀 이용할 수가 없다

    에이 답답해!!! 클러치 풀고 그냥 손으로 돕을 움직이니 이렇게 편한데 ㅡ_ㅡㅋㅋ

    돕드라이버를 포기하고 그냥 보는데.. 날씨가 영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늘에 조금씩 떠 가는 구름들은 그렇다쳐도,

    순간순간 춤을 추며 바뀌는 seeing이 도저히 믿겨지지 않을 정도이다

    구름만 빼면 상당히 좋은 수준의 투명도를 보여주는데.. 시상은 0.5초도 견디지 못하고 계속 불규칙하게 바뀐다

    한 0.5초 동안 쨍한 상을 보여주다가 5초 동안은 크레이터의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시상이 춤을 추고 하는 것이 계속 반복된다.

    머리가 다 어지러울 지경이다

    아이피스에 눈을 들이대기 시작한 1996년 이후로 이런 모습은 처음 본다.

    그것도 맑고 맑은 하늘에서.....

    혹시나 아파트 옥상이 대류 때문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망원경 구입 후 단 한번도 돌려보지 않았던 미러 냉각팬도 돌렸다

    신기하게도.. 팬이 돌아간다 ㅡ_ㅡ;;;;;

    근데, 시간이 지나도 춤추는 시상은 변함이 없다

    양평으로 출동하신 최샘께 전화를 해 보니.. 거기도 시상이 dancing 중이라고 하신다.. 오늘 날이 원래 이런 거구나.. ㅡ_ㅡ;;;;

    천벌신도 용서해 주실만한 날이긴 한데.. 그렇다고 관측을 포기?

    내가 미러박스를 어떻게 들고 왔는데.. 절대 허탕치고는 돌아갈 수가 없어.. ㅠ_ㅠ

    150km를 달려서 천문인마을에 도착하자마자, 30분 내로 구름이 덮힐 것이라는 시한부하늘 선고를 받고

    30분 동안 뭘 볼까 인건비와 기름값을 걱정하는 긴박한 순간보다

    더 절박한 심정으로 관측을 한다

    어지러운 상을 꾹 참고 보고 있다가 순간 시상이 좋아지면 0.5초동안 관측을 하고

    그게 몇 번 쌓여서 구조가 머리속에 그려지면 연필질을 한 번 하는 것을 계속 반복...

    이걸 다 못 그리면 진삽이를 끌어안고 옥상에서 뛰어 내리리라.. ㅠ_ㅠ

    (사실 힘이 없어서 진삽이를 들 수가 없다. 고로 끌어안고 뛰어내릴 수도 없다)

    시간이 새벽 2시를 넘으니, 구름은 더 많아졌는데 반대로 시상은 안정을 찾았다

    1996년 가을 임진강변에서 M22를 봤을 때와 비슷한 수준의 충격의 쓰나미를 경험하게 만들었던 Harold Hill의 스케치 한 장,

    바로 Cassini crater이다

    한 3~4년간을,

    스케치 해야 되는데.. 꼭 할거야.. 다음 관측부터는 무조건 한다

    입으로만 하던 스케치란 행위를,

    절박한 마음으로 할 수 밖에 없게 등을 떠밀던 단 한 장의 그림. Harold Hill의 Cassini..

    [Cassini - Harold Hill, 1989]


    이젠 저 스케치의 비밀도 어느 정도 분석하고 파악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어쨋든 여전히 저 한 장의 스케치는 나의 필생의 도전 대상이다

    M22의 미소짓는 모습을 다시 보기 위해 12년을 노력한 것 처럼.. (이건 경우가 좀 다른가?)



    Cassini는 지름 59km의 작은 crater이다 (400km가 넘는 Clavius난 Sinus Iridum에 비한다면..)

    Harold Hill의 그림에서 가장 의아했던 부분은, 월면도에도 나오지 않는 Cassini A 옆의 작은 크레이터이다



    15인치로 보면 무언가 시원한게 보일 것 같은데.. 막상 보니 그렇지 않다

    크레이터인 듯.. 아니면 그냥 단층 구조인 듯 알 수 없는 모습만을 보여준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몇 개의 월면도와 대조해 봐도,

    그 지역은 그냥 경사진 언덕과 같은 구조일 뿐이다

    Hill 할아버지의 착각이었을까?

    만약 Harold Hill이 옆에서 이 얘기를 들었다면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너.. Cassini 관측 해 봤어?  제대로 관측 안 해봤으면 말을 하지마~~!!!”

    어.. 쓰고 보니 Hill이 아니라 달인 김병만 선생이 되어 버렸는데.. ㅋ;;;

    좀 더 정교한 스케치를 위해 연필이 아닌 샤프를 이용하기로 했다

    그러다보니, 묘사는 더 수월해졌는데 부드럽고 일정한 톤을 만드는 것은 더 어려워졌다

    Cassini 자체의 세부 구조도 무언가 눈으로 보는 것보다 어색하다

    서쪽 Piton 산의 미묘한 구조도 아쉽고….

    하지만 Cassini는 필생의 도전 대상이기에,

    허점이 있는 스케치가 별로 아쉽지 않다

    제대로 보일 때 까지 그릴 테니까.. ㅎㅎ   너무 잘 그리면 다음 관측 때 부담되어서 안 된다

    [Cassini sketch]
    Cassini_j.jpg

    [Description]



    Cassini를 마무리하니 새벽 3시가 넘었다

    Stöfler도 봐야 하는데..

    하지만 Stöfler는 이미 그림자가 너무 많이 드리워서 Faraday로 이어지는 미묘한 구조들을 모두 덮어 버렸다

    얘는 terminater 하루 전날 봐야 하나보다..


    달은 어디서도 잘 볼 수 있으니까.. 번개에 참석하는 횟수가 더 줄어들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혼자서 옥상까지 망경 운반하는 것이 생각보다 힘들어서 옥상에 자주 못 올라갈 수도.. ㅎㅎㅎ



                      Nightwid 我心如星

댓글 6

  • 김경싟

    2009.10.14 07:12

    아파트 옥상 문을 열어주나 보네?
    좋겠다~~~
    아예 펜트하우스같이 옥상이 집의 한 부분이 되면 ...더없이 좋으련만.

    그리고 강욱씨!
    마나님과 자~알 상의해서 필드에 뛸 수 있는 쿼터를 늘려보시소.
    필드의 맛...누구보다 잘 알잖소?
    ^^

    강욱씨 달 스케치 보고 있으면
    빨리 소형굴절을 하나 장만해야겠다 싶다.
    그리고
    지난 관측에서도 절실히 느꼈지만.........스케치가 하고 싶은....읔.
  • 김남희

    2009.10.14 11:52

    스케치의 열풍이 곧 몰아칠것 같은 예감이....

    달이 차있을때는 관측잠시 접는 의례적인 모습인것 같은데요.

    저도 제 달용이 최고배율로 달 골짜기,구덩이들을 들락날락 합니다.

    이게 다 Nightwid님 때문이죠. 책임지세요~^^
  • 김원준

    2009.10.14 12:37

    조강욱님 얼마 안 있어서 달 지질탐사가라는 직업이 생길듯 합니다. ㅎㅎ
  • 조강욱

    2009.10.14 17:15

    싟형님 - 수위아저씨를 잘 꼬셔서 옥상에 올라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ㅋ
    소형 굴절은 어쨌든 많이 아쉽습니다..
    12.5인치를 포터블 관측 용으로 쓰시는 것은 어떤가요?
    그런데.. 무슨 대상을 그리고 싶으셨는지? 92번....? ^^;;
  • 조강욱

    2009.10.14 17:19

    남희님 - 어떻게 하면 책임을 질 수 있을까요?
    천벌신께 남희님을 달 관측자로 등록시켜 드리는 것으로 책임을 대신하도록 하겠습니다..
    천벌신께 등록이 되면, 날이 좋은데 베란다에서 달 관측을 안 하거나 기록을 남기지 않으면 가차없이 천벌을 받는
    매우 훌륭하지만 심히 공산당스러운 시스템입니다.. ㅡ_ㅡㅋㅋ
  • 조강욱

    2009.10.14 17:19

    원준님 - 그 직업으로 월급 받고 살 수만 있다만 바로 업종 전환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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