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0905~06 유령처럼 맴도는 단어 하나 (달용이 PJT #3)
  • 조강욱
    조회 수: 6702, 2012-02-23 22:45:17(2009-06-17)
  • 그간 몇 번의 달 관측이 있었다

    1. 며칠간 극강으로 맑았던 날 중 5월 30일.. 천벌을 피하기 위해 아파트 옥상에서.. ㅡ,ㅡ;;
    2. 보름에 가깝던 어느 날 날씨가 너무 맑아서.. 여러 바다를 돌아다녔던 날
    3. 그리고 야간비행 최초의 '달번개'가 있던 6월 13일 자정

    Theophilus / Cyrillus / Catharina 3형제


    움.. 사실 난 처음 얘네를 보고
    아 이게 알폰수스 3형제구나.. 하고 착각을 했다
    알폰수스를 사진으로만 보고,
    또 달의 일출 일몰 때가 아닌 태양이 높이 떠 있을 때의 분화구 흔적만 본 덕에..
    5월 30일의 두 번째 관측에서야 얘네가 알폰수스 3형제가 아님을 깨달았다.. ㅡ,ㅡ;;;
    두 번째의 관측이 일출(Theophilus 입장에서) 때였다면
    6월 13일 달번개 시의 세 번째의 관측은 일몰과 함께.. ㅎㅎ
    달도 보면 볼 수록 더 잘 보이는 것일까?
    아니면 장비가 90mm → 380mm(15인치)로 바껴서 그런 걸까?
    이전에는 안 보였던 Theophilus의 구조들이 막 보인다
    Theophilus 분화구 내부에는 큰 산이 존재하는데, 한 개가 아니라 여러 개의 산들이 한 점을 중심으로 솟아 있다
    산들 사이 사이의 계곡들이 마치 산을 Y자로 쪼개 놓은 듯 하다 (유혁님 말씀)
    아~~ 이건 정말.. 너무 많이 보인다.
    스케치.. 스케치.. 스케치.. 한 단어가 유령처럼 머릿속에 계속 맴돈다

    Stofler / Faraday


    Stofler라는 분화구 한 쪽에 그 1/3만한 분화구 Faraday가, 또 그 안에 또 작은 분화구들이..
    마치 애벌래가 허리를 구부리고 기어가듯,
    분화구가 분화구를 업고 그 분화구가 또 아기 분화구를 업고..
    성경 신약 맨 처음 부분이던가.. 누가 누굴 낳고 누가 누굴 낳고.. 하는 얘기가 갑자기 생각이 났다 ㅡ,ㅡ;;
    (초절정 날나리 신자가 성경구절 얘기를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그게 생각이 나는걸 어떡해요.. ㅡ_ㅡㅋ)
    90mm 싸구려 굴절, 100배가 조금 넘는 배율로 더 세부적인 관측은 불가하다
    아니, 오히려 더 다행이랄 수 있을까.
    보이는 게 더 많으면 더 표현하기 어려워질 테니.. ㅎㅎ;;;

    Hercules


    분화구 내에 작은 분화구(Hercules G). 그 작은 분화구가 떠오르는 태양 빛을 받아 깊은 음영 대비를 보여준다

    Meton


    달 남쪽과 북쪽의 구조들은, 중앙부에 있는 애들에 비해 매우 어렵다
    우선 시선 방향의 문제로 타원형으로 왜곡되어 보이고, 또 수많은 애들이 겹쳐 보이기 때문에
    하나 하나 뜯어 보기가 쉽지 않다. 특히 100배 정도의 배율에선 더..

    Posidonius


    상당히 2차원적인 얼굴을 가지고 있는 큰 분화구.. 그 못생긴 얼굴이 매우 인상적이다.. ㅋ
    내부의 A분화구, 귀처럼 삐죽 나와 있는 J 분화구, 딱 반 정도 크기의 Carcornac 크레이터가 분화구 벽을 공유하고 있다

    Ptolemieus / Alphonsus / Arzachel


    이건 진짜 알폰수스 3형제.. ㅎㅎ
    그 배치와 각각의 모양이 Theophilus 형제들과 거의 유사하다 ^^;;
    하루만 더 빨리 봤으면 일출의 깊은 그림자를 볼 수 있었을텐데.. 아쉽긴 하지만, 또 다음달이 있겠지
    (그게 벌써 세달째;;;)


    Aristoteles


    달의 북쪽 알프스 산맥 근처의 인상적인 분화구
    아르키메데스하고 이름이 헷갈렸었지.. ㅡ,ㅡ;;;
    심히 코페르니쿠스스러운 복잡한 분화구 벽을 가지고 있다
    사실 그보다 동쪽의 알프스 산맥이, 그 중에서도 알프스 계곡(Vallis Alpes)이 더 인상적이다



    어느 보름에 가까운 날.. 달에 크레이터 말고 또 머가 볼 게 있을까 하여 바다를 한 번 보았다

    Mare Nectaris / Gaudibert


    하얀 한줄기 광조가 작은 바다를 두 개로 나눈다
    광조의 한쪽 끝에는 Gaudibert라는 작은 분화구가 인상적이다

    Mare Facunditatis / Messier


    광조 몇줄기가 토끼 머리 위치의 발음하기도 어려운 이 바다를 수놓고 있다
    가장 인상깊은 광조는 선명한 하얀 십자가
    십자가의 중심에는 Messier라는 크레이터가 있다
    거대한 허셜에 비해 메시에의 존재감은 달에서만큼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ㅋ
    하지만 메시에의 묘한 매력..
    쌍둥이처럼 생긴 두 분화구에서 시작되는 광조가 바다 끝까지 이어져 있다
    마치 로켓에서 흰 연기가 분사되는 것처럼.. ㅋ

    Schickard


    달 남쪽의 거대한 크레이터
    크기는 무지 큰데.. 남쪽 귀퉁이라 아주 못생겼다 ㅋ
    더 아랫쪽에 Schiller와 비견될 정도?


    Cassini


    나에게 엄청난 충격을 준 Halold Hill의 스케치 한 장. 바로 카시니 분화구이다..


    (토성에 그 카시니가 달의 이 카시니 인지는 잘 모르겠다만..)

    마님께 이거 한 번 보라고 카시니 스케치를 보여드리니

    "우와~~ 그림자도 있네.. 멋지다~~  근데.. 이걸 어떻게 그리려고 그래? 사람도 졸라맨처럼 그리면서.. ㅋ"

    그렇다.

    나의 그림 실력은 딱 이정도.. (마우스로 그림판에 방금 그렸다)


    2000년 여름에 정한형님이 쓰신 글을 보면, 천체 스케치는 그림 실력에 비례한다는 얘기가 있다

    대상의 구도를 비례에 맞추어 그대로 종이에 옮겨 그리는 능력,

    그리고 그 대상들에 대해 사실감 있게 명암을 표현하는 능력....



    아파트 옥상에서 카시니를 보면서, 다시한번 다짐했다

    나도 꼭.. 나만의 관측 스타일을 정립할 것이다..

    오직 나만의 스케치. 나만의 감성. 나만의 표현방법

    망원경으로 목성과 달을 처음 보고 그린 갈릴레이의 스케치처럼,

    19세기 로스 경, 스미스 제독의 스케치처럼..

    그렇게 영원히 기록에 남을 나만의 작업을 해보고 싶다


    며칠 전에 부천 쪽으로 외근을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보니 부천 역사에 교보문고가 있었다



    이 책을 골라서 손에 들고 회사로 오는데..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ㅡ_ㅡ;;;

    공짜를 좋아하는 나의 감성에 딱 맞추어 4B 연필도 하나 끼워준 데다가,

    있는지도 몰랐던 교보문고 포인트로 반값에 책을 사서 기분도 좋다 ㅋㅎㅎ


    내 인생 최초의 자발적인 미술 공부........

    너무너무 기대된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의 나의 모습이.. ^^



                                       Nightwid 我心如星

댓글 6

  • 김경싟

    2009.06.18 16:42

    *^^*
    나도 그림책을 하나 산 적이 있다오.
    안되더라.
    근데 확실히 연습이 필요하긴 해요.
    계속계속 연습해내던 아내도 정말 멋진 인물화를 그려내거든.
    강욱씨가 성공하면
    경싟이도 다시한번 도전해보도록 할께요.

    아~
    그건 있다.
    스케치 보다 앞서서 하고 싶은 것.
    아크릴이나 유화 사서 손바닥만한 크기의 캔버스에 그림 그리는 것.
    요즘 계속 사달라고 조르고 있지.
    그림이라기 보다는...색깔내기? 가 되지 않을까 싶소
    ^^
  • 유혁

    2009.06.18 17:52

    그날 덕분에 달 구경 참 잘했습니다.

    그나저나, Theophilus / Cyrillus / Catharina... 이 친구들 발음을 어떻게 하는건가요?

    이름들이 참 복잡해서 기억하기도 어려운 것 같습니다.
  • 이준오

    2009.06.18 20:33

    강욱님은 진정 이 시대의 멋쟁이 입니다...^^* , 오랜시간 후엔 꼭 경싟형님과 함께 스케치+ 유화전을 조촐하게 열게되기를 기원 해 드릴께요.
  • 조강욱

    2009.06.18 22:24

    싟형님 - 저는 재능이 없으니 무식한 추진력이라도 있어야죠 ㅎㅎ
    지금 직선 긋기 하고 있는데 그것도 쉽지 않은 일이더군요.. ㅠ_ㅠ
  • 조강욱

    2009.06.18 22:33

    유혁님 - Theophilus : 그리스의 황제 데오필루스 랍니다
    Cyrillus : 키릴루스 (동로마 제국의 선교사)
    Catharina : 성인 카타리나 겠지요? ^^;;;
    크레이터 각각의 이름도 별자리의 신화 만큼이나 무언가 깊은 의미가 있는 거 같습니다.. ㅎㅎ
  • 조강욱

    2009.06.18 22:35

    준오님 : 제 스케치 진도로 보아 생전에 가능할지 잘.. ㅡ_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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