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160406 혼자 보기 딱 좋은 날
  • 조회 수: 4859, 2016-05-17 20:07:12(2016-05-11)


  • 끝없는 구름으로 황금 월령 주말을 그냥 떠나 보내고

    호시탐탐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4월 5일 식목일 오후.. 밤 시간 맑음 예보와 위성사진과는 다르게 구름 가득한 하늘..

    갈까 말까 갈까 말까 주저하다가 그냥 주저앉고 말았는데

    자정 이후 초대박 하늘이었다는 굿쟁이님의 염장 속보에

    아픈 배를 부여잡고 다시 4월 6일 아침부터 밤날씨를 분석한다


    날씨는 어제보다 더 애매하다.

    거대한 구름떼가 황해상에서 접근 중.. 자정 넘어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그 전까진 볼 수 있겠지.

    어쨌든 별보기는 볼 수 있을 때 봐 두는 것이 진리일 것이니.. 무조건 go!


    밤 10시 수피령 도착.

    수요일 밤의 수피령.. 아무도 없다

    구름이 들어올 예정인, 주중인 오늘 아무도 없을 것이란 것은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거리가 덜 부담스러운 벗고개로 가고 싶었으나..

    거긴 도저히 혼자서 있을 자신이 없다

    별나라 생활 20여년동안 수많은 관측지에 다녔는데

    혼자 있기 무서운 곳은 벗고개가 처음이었다

    터널.. 그 쓸쓸한 작은 터널이 만드는 묘한 분위기.

    tunnel.jpg


    여튼, 훨씬 외진 곳임에도 적막한 수피령은.. 그저 아늑하기만 하다

    그리고 하늘은..

    누군가 억지로 꼬셔서 왔으면 많이 미안했을 정도.

    그러나 겨우겨우 메시에 스케치 진도는 나갈 만한 하늘이다

    블루투스 스피커에 랜덤 재생으로 노래를 걸어놓고

    조용히 망원경을 세팅하고 정해진 순서대로 진도를 나간다

    혼자라도 좋기는 한데.. 망경 들어줄 사람이 없어서 간만에 EQP 없는 관측을..



    [ M53 ]

    첫 대상은 M53. 집에 와서 보니 내가 그린 첫 대상이 53번이었다

    근데 왜 이걸 그렸을까? 지난달 벗고개에서 이미 그린 아이인데..

    비몽사몽간에 집중력이 결여된 상태에서 그렸던 것이긴 하지만 또 그릴 이유는 없었을텐데.


    이미 두 달이나 지난 일이라 53번을 왜 다시 그렸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101번을 보기 전에 워밍업을 한 것일까?

    여튼.. 두번째 53번이 첫번째 53보다 훨씬 마음에 든다 (Reality가 더 높다)

    그 아름다운 inner star chain들이 더 잘 표현된 것 같다


    (3월의 53번)
    M53_160315_Ori.JPG

    (4월의 53번)
    160406_M53_Ori.JPG



    [ M101 ]

    오늘은 그동안.. 몇년간 다음에 하겠다고 미뤄만 두던 101번을 해야 할 순서가 되었다

    33번을 그리면서 나는 은하 관측에서 사진의 사용법을 새로 배웠다

    사진의 참조가 큰 의미가 없는 성단과 달리

    은하는 사진을 보면서 계속 쪼아 보는 감질맛을 즐길 수 있다


    101번을 잡는 순간 나오는 한숨, 이 뿌연 구름에서 어떻게 또 디테일을 찾나..

    그저 스케치의 힘을 믿고, 별 하나 구름 하나씩 눈알과 손가락의 워밍업을 시작한지 십여분 뒤..

    비대칭의 팔이 무언가 돌아가는 느낌, 그리고 별인데 별이 아닌 것 같은 patch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잘 못 찍은) 구글 사진 하나를 찾아서

    그 수많은 구조들을 하나씩 쪼아 본다

    괜찮아 시간은 많아

    101 작업중.JPG

    흠...... 101번을 볼 시간은 충분히 많은데

    하늘이 그 구조들을 허락하지 않는다

    두시간여 점을 찍고 성운기를 그리다가 포기.

    다음 시간에 이어서.. 역시 별보기는 감질맛이야


    한꺼풀 덮인 하늘에서 낑낑대며 내부 성운과 나선팔들을 구분하고 있는데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나오는 노래와는 다른 더 멀고 구슬픈 가락이 어디선가 흘러나온다

    ghost.jpg
    흐느끼는 여자 목소리가 들려서 처음에는 한 많은 귀신 아닌가.. 벗고개였으면 바로 짐 쌌을거야

    근데 점점 크게 들리는 것이 분명 여자의 노랫소리다

    걸그룹이 백골부대 위문공연을 왔나?

    근데 이런 슬픈 노래를 부를 리는 없을텐데.. 민중가요 같은 노래를 말이야

    flower.jpg


    스피커를 끄고 잘 들어보니 이젠 남자의 절규가 들리는 것이..

    북쪽에서 울리는 대남방송이었다

    혼자 있는 것보다는 대남방송이라도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니 더 낫네!

    역시 별은 같이 보는 맛이 더 좋은가보다



    [ M102 ]

    다음 대상은 102번.

    101번을 깔끔하게 마치고 가려 했으나.. 일단 되는 것부터 해야겠다

    흐릿한 나선팔을 보려고 부릎뜨고 있던 눈으로 102번을 보니.. 작고 밝은 헤일로가 너무나 평화롭다. 

    (101번을 제대로 보려고 노력하는 것에 비해 훨씬 속 편하다는 의미)

    160406_M102_Ori.JPG



    [ M68 ]

    공허한 봄철 하늘에서도 가장 심심한 남쪽 별들이 남중을 막 지나려 한다

    오늘은 바다뱀자리도 보고 가야지.

    그리고보니 지난달에 봄철 대상들을 졸업한게 아니었네..

    까마귀자리 밑의 찾기 쉬운 68부터.

    160407_M68_Ori.JPG  

    뿌연 하늘에 비해서는 의외로 밝은 성단 내부의 얼룩덜룩한 성운기가 눈에 띈다.

    그리고 본체와 약간 떨어진 bright patch도 쉽게 관측할 수 있다


    83은.. 흠 더 좋은 하늘에서 봐야겠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은하인 83번을 이렇게 평범하게 보낼 수는 없지!

    83 작업중.JPG


    주중에 쉬지 못하고 새벽까지 달리니 (그것도 101번 같은 아이와 함께)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예보 상으로는 새벽 일찍 구름이 들어올 것 같긴 한데..

    차에서 30분만.. 딱 30분만 자고 와야지.

    폰 알람을 맞추고 눈을 감았는데.. 눈을 감자마자 알람이 울린다

    알람 오류인가? 조금만.. 더 조금만....

    눈을 뜨니 이미 시각은 새벽 3시가 넘었다

    화들짝 놀라서 비틀거리며 차 밖으로 나오니

    하늘엔 아직도 별들이 빛나고

    약속대로 서쪽 하늘에는 구름 조각들이, 아마도 대군의 선발대일 애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내가 무슨 짓을 한거지.. 구름이 덮기 전에 뭐라도 하지 않으면 천벌을 받을지도..

    부랴부랴 남은 시간동안 4번의 산개적인 별들을 80번 옆 칸에 담는다 

    단독샷을 줄 만한 가치는 없다 생각했는데 그리다보니 한장에 그릴걸.. 아쉬움이..

    M4 작업중.JPG


    구름 사이사이로 구멍치기를 하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다가 

    결국 구름이 전 하늘을 모두 뒤덮고 말았다. 예상보다 두시간이나 뒤에.

    기특하기도 하지.. 늦잠 잤다고 구름이 사정을 봐준 것일까?

    고마워.


    이제 (메시에 스케치) 14개 남았다





                                        Nightwid 無雲


댓글 7

  • Profile

    박상구

    2016.05.11 04:42

    3월의 53은 즐겁고 4월의 53은 간절하군요 ㅎㅎ
    101번의 완성이 많이 많이 기대됩니다 ^^

  • 조강욱

    2016.05.13 01:07

    그렇게 보니 4월의 거북이(53)가 더 진중한 모습이네요 ㅋ

  • Profile

    장형석

    2016.05.12 17:12

    요즘 관측기를 많이 올리시는군요 ㅎㅎ
    작년과 제작년 실제 관측횟수를 넘어가는듯 !!!
    아직도 4월 인제랑 5월 관측기가 남았을텐데 ...

    101번은 4월 인제가 기억에 남습니다. 개인적으로는 83번 그림이 기대되기도 합니다 ㅎ

    그리고 저는 아직 혼자 관측가도 무섭다고 느껴본적이 한번도 없군요...;;;;
    오히려 혼자 관측가면 신나던데..;;;
  • 조강욱

    2016.05.13 01:17

    메시에 스케치를 너무 오래 끌어서 마지막 피치를 올리고 있습니다 ^^;;

    저도 관측지에서 무서움을 느낀 곳은 벗고개가 처음입니다 ;;;;

  • 반형준

    2016.05.13 17:22

    왠만큼 다 하신줄 알았더니 아직도 14개나 남았군요!! ㅎㄷ
  • 조강욱

    2016.05.14 01:49

    이제 7개 남았습니다 ^^;;;

  • 김민회

    2016.05.17 20:07

    으휴 무서워라! 옥시 킬라라도 갖고 댕기 시길.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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