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100206 오리온의 본질? - 수피령
  • 조강욱
    조회 수: 6527, 2010-02-12 17:37:50(2010-02-12)
  • 요즘은, 종종 네이버 '별하늘지기' 카페에 접속하여 글을 읽어보곤 한다

    2000년대 초반 'Astro Korea'가 그랬던 것처럼,

    '동호회'라기보단 다양한 이력을 가진 별보는 사람들의 '사랑방'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장비 뽐뿌질도 있고 초보자도 있고 사진도 올리고 (아주 드물기는 하지만) 안시 관측기록도 올라오고..

    얼마전부터 그 카페에서 '수피령'이란 곳이 대세로 떠올라 많은 관측기록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서, 나도 한 번 가보고 싶었다

    천문인마을과 비교하여 어떤가 싶어서..

    지난주 목, 금 연속으로 날씨가 맑더니 토요일까지 깊은 푸른색의 하늘이다.

    구름 사진은 어찌 그리 평온할 수 있는 것인지.

    '강우기가 관측 간다고 떠들고 다니면 날씨가 흐려진다'는 오랜 멍에에 물타기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판단하여

    낼름 번개 공지를 올렸다

    수피령까지의 거리는 104km.  천문인마을 우회로의 170km 보다는 훨씬 가깝다 (서울 길음동 기준)

    하지만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었는데....

    거리는 104km이지만, 계속 신호등이 있고 국도라 마음껏 속도를 낼 수가 없는 것이다

    결국 걸린 시간은 천문인마을보다도 못한 2시간 30분.... ㅡ_ㅡ;;  초행길이긴 하지만, 익숙해진다고 해도 크게 개선될 것 같지는 않다

    도착하니, 몇 분이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신다  (성함 or ID를 모두 외우지 못해 죄송합니다)

    하늘은 천문인마을과 비슷한 수준.

    광해 수준은 북쪽은 아주 괜찮은 반면 남쪽은 수도권이라 그런지 광해가 20~30도 까지 영향을 미친다

    관측지의 고도도 느껴지는 추위도 천문인마을과 비슷한 것 같고.. 그런데 결정적으로, 쉴 곳이 없다 ㅋ

    언 발을 녹이고 쉬면서 관측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것.... 천문인마을 지하 카페테리아에 10년간 길들여져 있다보니

    야전에서의 고행이 여간 불편할 수가 없다 ㅎㅎ;;

    하늘 상태는 괜찮았지만.... 종합적으로 볼 때 앞으로 수피령에 다시 가지는 않을 듯.


    이 날의 목표는 M42, 46번, 100번, 그리고 달 크레이터 한 개..

    스케치를 한 뒤로 하루에 보는 대상의 갯수가 줄어드니, 성도도 NSOG도 우라노메추리알도 다 같이 찬밥 신세가 되었다

    밤새 한 번 펼쳐 보지도 않았다 ㅡ_ㅡ;;;

    오늘의 첫 대상은 M42, 오리온 대성운이다

    관측 기회가 되면 오리온을 그려보겠다고 집에서 사진 보고 연습을 했었다



    저녁 때는 시상이 좋아서, 러닝맨까지 멋지게 관측이 되었다

    한껏 부푼 마음에.. 연습했던 것보다 약간만(!) 크게 그린다고 한 것이, 그리다 보니 너무 커져 버렸다

    달리는 남자는 구도에서 벗어나고, 오리온 대성운 자체도 짤리게 되었다.... ㅠ_ㅠ

    럴수럴수... 그린게 아까워서 다시 그릴 수도 없고... T_T    내가 알던 오리온과는 영 다른 모습이 되어간다

    33번 그리던 기억이 난다

    스케치에 집중하다 보면, 큰 대상의 경우 전체 모습은 잘 안 보이고 세부 구조만 생각하게 된다

    나의 미숙함 때문인 것이겠지....

    오리온 대성운은 17년간 한 해도 빼먹지 않고 봤지만, 이렇게 정성을 들여서 오랜 시간 관측을 해 본 것은 처음이다

    내가 그동안 인지하고 있던 모습이 진짜일까? 아니면 지금 내가 그리고 있는 이 낯선 대상이 42번의 본질인가?

    오리온자리 중심부의 첫번째 관측 대상은 트라페지움 주변이다

    성운기가 가장 진한 부분. 그 곳에는 트라페지움이 반짝이고, 트라페지움을 둘러싸고 성운에 구멍이 퐁~ 난 것처럼 보인다

    이 구멍이 사실은 구멍이 아니라, 밝은 빛에 민감한 사람의 눈이 트라페지움 위의 성운기를 인지하지 못하는

    일종의 착시 현상이라고 한다  (윤정한 형님 글 참조)

    트라페지움을 확대해서 보겠다고 배율을 높이자, 성운의 규모는 물론 더 커졌지만 전체적인 밝기는 더 떨어진다

    내가 그린 42번을 보니, 트라페지움 주위 중심부는 어느 정도 표현이 되었지만, 성운의 전체 구조는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한 3시간쯤 그린 후 내가 그린 중간 완성물의 결과가 너무 이상하여 다시 집중해서 보았는데,

    트라페지움 남쪽의 광활한 성운기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밤이 깊어갈수록 시상이 조금씩 떨어져서 트라페지움 F별이 안 보일 정도가 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60mm 굴절로도 보일 드넓은 오리온 성운기가 15인치에서 안 보인다는 것은 설명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모... 4시간동안 보니 이렇게 보였는데 어쩌라고.... ㅎㅎ;;;;

    다만 43번은 정한 형님의 묘사와 거의 비슷하게, 챙 넓은 모자와 같은 모습으로 관측되었다


    [M42 & M43]


    [Description]



    러닝맨을 놓친 것이 못내 아쉽다.... 완전 팔짝 뛰고 있었는데.... ㅠ_ㅠ

    정한 형님의 관측 기록을 보면, 선명한 동쪽 edge 뒤쪽으로 빗살무늬의 성운기를 언급하셨는데

    아무리 눈을 부릎뜨고 봐도 그런 구조는 보이지 않는다

    구경이 너무 커서 빗살무늬가 덮여버린 것이 아닐까..

    트라페지움을 둘러싸고 있는 dark gap의 복잡한 형태는, 안시로 보는 42번의 백미가 아닐까 한다

    사진으로는 결코 표현하기 쉽지 않은 바로 그 영역.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다음에 42를 다시 시도할 때는 꼭 100배 이하 저배율로 대략적인 구도를 잡고 배율을 올려야겠다

    이 그림을 디밀고 오리온이라 주장하면 몇 명이나 믿어줄까.. ㅡ_ㅡ;;

    아래는 구글에서 찾은 사진에, 내가 실제 그린 부분의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 대조해 보았다

    후하게 쳐준다고 해도.. 전체 크기의 대략 1/3 정도밖에 그리지 못한 것이다.. ㅠ_ㅠ (아래 사진의 노란색 네모 안)




    Fagott's takeout cafe에서 사발면으로 뱃속을 녹이고, 디저트로 나온(?) 커피를 옆에 놓고 다음 대상을 물색한다

    원래 계획했던 나머지 두개 중 46번은 거의 서쪽으로 지려고 하고, 100번은 시상 관계로 영 가망이 없다

    움.... 다 테마를 가지고 간택(?)한 애들인데.... 옆에서 Fagott 카페 주인께서 M3이 잘 보인다고 감탄하는 sound가 들린다

    그래 그거야!!   근데 어떻게 찾더라? ㅡ_ㅡ

    한 번도 안 펴본 성도는 표면에 살얼음이 얼어서.. 펴 볼 생각이 나지 않아서 =_=ㅋ 남희님께서 찾아 주셨음.... ㅎㅎ

    한 번 놓치면 다시 찾을 수가 없어서;; 한참 열심히 점을 찍다가 문득 생각나서 아까 디저트로 나온 커피를 마시려고 입으로 가져가니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금새 얼어서 돌덩어리가 되어 버렸다

    목은 마른데.... 가져온 쥬스도 다 얼어버리고, 그냥 마른 침만 삼켰다 ㅠ_ㅠ


    [M3]



    [Description]



    정한형님 스케치의 영향이 너무 큰 것일까?

    나도 모르게,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구조만 계속 찾고 있었다

    M3을 가르는 고속도로와 쥐파먹은 두 곳.

    그 세 포인트를 찾아서, 보이는 것보다 조금 더 강조하여 그렸다.  그게 3번의 포인트니까....

    아니, 포인트가 되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으로.. ㅎㅎㅎㅎ

    3번을 그리기로 결정한 명분은 순전히 정한 형님이 그렸던 것을 나도 해 보고 싶다는 욕구 때문이었다

    '그분'이 그린 것을 나도 그려보겠다는 생각이 너무 강하여 나만의 무언가를 많이 발견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싶다


    아!~~~ 스케치는 너무 어렵다.

    생각해야 할 것도 많고..

    기존의 틀을 스스로 깨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인가보다

    새벽 2시에 뜬다던 달은 3시가 되어도, 기다리고 기다려도 뜨지 않는다

    한참 전부터 동쪽 하늘을 밝히며 감질나게 뜰락말락만..

    더 못 기다리고 장비를 접고 있으니 그제서야 눈부신 달이 얼굴을 내민다.

    이걸 확!! ㅋㅋㅋㅋ

    Nightwid의 스케치 관측이 안정화가 되려면, 열심히 한다고 해도 2~3년은 족히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목표를 정하고 오랜 기간 성실하게 수행을 거치면 어느새 스케치를 체득할 수 있을 것이라는

    도덕책스러운 얘기만 떠오를 뿐.... 콜록 =_=ㅋ





    P.S.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그믐이니 기회가 오면 주저함 없이 실행하시길 기원합니다.. ㅋ;;

댓글 10

  • 유혁

    2010.02.12 18:01

    정말 amazing, stunning, fantastic, wonderful, beautiful 하군요... .^^;;

    대단히... 멋진 스케치입니다.

    (그나저나, 첫번째 그림 위에 윗줄에 오타 하나 있습니다... ^^::)
  • 조강욱

    2010.02.12 18:04

    감사합니다! 몇 번씩 보고 오타 교정을 했는데도 그런 애가 숨어있었군요 ㅎㅎ

    그 '성은'은 예별이의 이름이 될뻔도 했으나.. 마님의 반대로 무산되었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역시 마님의 선택이 탁월했던 것 같습니다 ^^;;
  • 김남희

    2010.02.12 19:58

    fagott cafe 주인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준오님이 cafe 얘기를 하두만...^^
    아이스 커피가 아닌 돌덩이 커피를 마시려 하던 모습이 기억 나는군요.
    수행의 길에 그정도 고행쯤이야... ㅋㅋ

    m3의 고속도로도 보고 트라페지움의 5번 6번 별도 확인하려 시도하지만
    숨어있는 point가 많이 있네요.
    관측기를 읽으며 즐거운맘도 생기고
    예습과 복습의 좋은시간도 갖습니다.
  • 이준오

    2010.02.13 09:35

    천문인 먈 지하 카페테리아에 10년간 길들여지기라는 부분에서 공감 100배임다. 저도 별따놔 구들장에 길들여져 조금만 추워도..ㅋㅋ
    강욱님도 새해 복 마니 받으세요..^^
  • 조강욱

    2010.02.14 02:48

    남희님 - 각 대상별 관측 포인트를 찾는 것도 안시관측의 주된 즐거움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ㅎㅎ

    생각해보니 메시에 110개 중에서 제가 그런 포인트를 알고 있는 대상이 과연 몇 개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조강욱

    2010.02.14 02:48

    준오님 - ㅎㅎ 럭셔리 관측의 부작용이죠.. 근데 이젠 다시 헝그리로 돌아가라면 못할 것 같아요 ㅡ_ㅡㅋ
  • 김경싟

    2010.02.15 05:52

    선 하나하나가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걸요

    오리온의 그 풍부한 성운의 느낌을 정말 잘 표현한 것 같아요.
    gooooooooooooooooooooooood!!!
    greaaaaaaaaaaaaaaaaaaaaaat!!!
    amaziiiiiiiiiiiiiiiiiiiiiiiiiiiiiiiiiiiiiiiiiiiiiig!!!

  • 조강욱

    2010.02.15 17:28

    싟형님 - Cloudy nights 스러운 표현을... ㅎㅎㅎㅎ
    오리온은.. 제가 제대로 그린 건지 정말 모르겠어요
    다음 관측때 확인할 대상 1순위입니다 ^^;
  • 정병호

    2010.02.17 20:47

    난 다시 스케치를 하더라도 오리온은 안그려요.
    도대체 그걸 어케 그린단 말여요~~~
    ㅋㅋ

    근데 저 구상성단이 92가 아니고 3 이라구요????!!!!!!!!!!!!!!!
  • 조강욱

    2010.02.17 21:53

    JP정 - 92는 어떻게 생겼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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