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서호주 9편 : 하고싶은 일만 위해 살아보기
  • 조회 수: 149, 2023-08-12 08:22:21(2023-07-29)


  • 서호주 원정 10일차 - 2023년 4월 23일 서호주 Jurien Bay


    집에 돌아가는 날이다
    그동안 매일 밤 숨 가쁘게 열근하던 장비들을 모두 정리하고 퍼스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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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원 한가운데 저 하얀 사막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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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쓰던 캠핑 장비를 잘 접어서 졸음쉼터 쓰레기통 밑에 가지런히 놓아 두었다
    수고한 아이들을 누가 잘 써주기를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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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스, 문명 세계로 다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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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식을 너무 먹고 싶어서 퍼스 교민께 추천을 받아서 
    공항 가기 전에 퍼스 시내에 위치한 한식당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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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에 나와 살아도 어쩔 수 없는 토종 한국인 입맛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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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간 함께 했던 원정 멤버와도 헤어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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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항에서 두 형님을 배웅하고, 렌터카를 반납하고
    퍼스 교민 별쟁이 두 분을 만났다 (왼쪽은 별하늘지기 회원 심동석님)
    퍼스에서 사는 얘기를 좀 듣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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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7년 전이다.
    S전자의 우산 아래 리스크 없이 남반구에서 몇 년 동안 별을 보겠다는 
    창의적이고 야심찬(?) 계획이 결국 원하는대로 되지 않고
    평범하게 회사일을 열심히 해야 할 목적을 잃고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휴직 전 환송회를 겸한 술자리에서 오랫동안 함께한 부서 임원이 중요한 얘기를 해 주었다
    “조차장, 니가 별 보는걸 단순히 취미로만 하는 거면 휴직 따위 취소하고 일이나 열심히 하고
     취미가 아니라면 시간 낭비하지 말고 회사 때려치고 더 중요한 일을 해

    결국 육아휴직 기간이 끝나기 전에 한국 생활을 모두 정리하고 뉴질랜드로 이민을 왔다
    회사일이 잘 풀려서 남반구 어딘가 주재원을 간다 해도 길어야 5년인데
    내 의지로 삶의 터전을 옮기면 기한 없이 내가 원한다면 평생을 있을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러나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법 ㅎㅎ
    뉴질랜드도 맑은 날은 끝내주게 맑지만 청정일수는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영주권도 의식주도 빨리 해결하고 다시 삶이 안정되니 
    별쟁이의 성지 서호주에 살면 어떨까 욕심이 난다
    한국인이 호주에서 영주권을 받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지만 
    뉴질랜드에서 건너가서 호주 영주권을 받는 것은 그보다 훨씬 가능성이 높다

    우선 딸님 고딩 졸업하고 독립하시면 생각해보는걸로.. 
    (이곳에서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엔 부모와 같이 사는 일이 많지 않다)

    한시간여 짧은 만남을 마치고 별쟁이에서 항덕 모드로 태세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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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스트 탈 재력은 되지 않지만 비행기 맨 앞자리인 1A에 한 번 앉아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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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석만 맨 앞줄일 뿐 모든 서비스가 동일한 저비용 항공사라 가능한 발권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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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옆자리에 탄 텐션 높은 호주 누님들은 퍼스에서 크루즈를 타고 일식을 보셨다고 한다
    사진 찍는 분들은 배에서 보는 일식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안시쟁이에겐 상당히 괜찮을듯.
    결항과 지연의 아이콘 젯스타를 타고 호주 동남부의 멜번에 정시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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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은 이미 자정이 되었다.
    뉴질 돌아가는 비행기는 내일 아침 9시라, 평범하게 공항 호텔을 예약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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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유튜버들이 공항에서 노숙하는게 전부터 그냥 왠지 멋있어 보여서
    호텔 예약을 취소하고 나도 노숙 도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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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낭을 꺼내서 베개로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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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모를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 다리 아래에 짐들을 철통 보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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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흠.. 해보니 의자에 허리가 배겨서 30분 이상은 누워 있기 어려웠다 ㅜ_ㅜ
    그리고 출도착 전광판 바로 옆에 자리를 잡는 바람에 잠들만 하면 사람들이 내 옆에서 웅성웅성..

    나는 결국 잠자리가 불편해서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다들 잘만 자던데..
    벤치에 누워서 원인을 따져보니 내가 간과한 것은
    나는 40대인데 20대 여행 유튜버들을 따라 하려 했다는 것. ㅠ_ㅠ

    이걸 깨닫고 공항 터미널을 한 바퀴 돌며 같이 밤을 지새우고 있는 노숙자들 연령대를 보니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은 하나도 없어 보였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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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 올 때 캡슐 호텔도 그렇고 집에 돌아갈 때 공항 노숙도 그렇고.. 
    모두 젊음의 특권인 것으로.. ㅜ_ㅜ



    서호주 원정 11일차 - 2023년 4월 24일 호주 멜번 국제공항


    길고 긴 밤을 뜬 눈으로 보내고 공항 면세점에서 집에 있는 여인들 오더 임무도 완수하고
    드디어 귀국 뱅기 탑승. 간만에 책 작업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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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 멜번 출발 두 시간 만에 웰링턴 도착.
    웰링턴 공항은 해변의 툭 튀어나온 반도 같은 지형의 한 가운데에 위치한 
    자연 지형을 활용한 특이한 모양의 공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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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활주로를 둘러싸고 일반 가정집들이 빼곡이 들어서 있는데
    웰링턴 공항에 내릴 때마다 저기 한번 살아보면 어떨까? 하는 공상을 한다.
    두바이 공항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오피스텔 같은 곳에 사시는
    항공 유튜버 업계의 백종원 급인 Sam Chui 선생도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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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작 사는 사람들은 비행기는 관심 없고 그냥 시끄럽다고 싫어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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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뜬금없는 롯데 면세점을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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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국 심사를 거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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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한국.. 아니 뉴질랜드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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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




    //////////////////////////////////////////////////////////////////////////////////////////////////////////////////////////////


    서호주 원정 3개월 뒤 - 2023년 7월 29일 뉴질랜드 오클랜드

    서호주에서 10일간 황무지를 헤메고 다니다가 온지도 3개월이 지났다.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고
    강렬했던 태양도 별들도 흙먼지도 파리들도 기억 속에서 조금씩 희미해져 간다.
    시간이 더 지나게 되면 결국 몇 가지 기억의 조각들만 실제보다 더 과장된 상태로 남게 되겠지만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소중한 경험을 회상해보고자 
    다른 일들을 접어두고 길고 긴 관측기록을 남겨 보았다.
    (망원경도 없이 맨눈으로 별보다 온 얘기도 관측기라 할 수 있을까? ㅎㅎㅎ)



    원래 계획했던 일들은 얼마나 잘 되었는지 결산해 보자.


    1. 개기일식

    반신반의하며 가져갔던 태양망원경은 앞으로의 개기일식엔 필수품으로 가지고 다니게 될 것 같다
    근데 그 짧은 개기식 중에 망경 보는데 시간을 얼마나 쓸 수 있을까? 큰 딜레마에 빠지게 되었다.

    매번의 일식이 항상 모두 느낌이 달랐지만, 달 크기가 작은 하이브리드 일식이 되니
    육안으로도 태양의 홍염이 말도 안 되게 엄청나게 보였다.
    1분 동안 집중해서 봤음에도 기억상실증에 걸렸나 할 정도로 잘 기억이 나지 않아서,
    그동안 틈틈이 뇌세포를 하나하나 취조해가며 그 모습을 그림으로 완성해 보았다.

    230420 Exmouth 일식 육안관측.jpg
    조강욱 그림 (갤럭시 S7+, Clip Studio)

    나는 금환식은 그리 큰 관심이 없는데, 다음번엔 달 크기가 좀 큰 금환식의 경우
    어떻게 보일까 한 번 보러 가봐야겠다

    우선 그 전에 내년 4월 미국 개기일식을 보기 위해 집에 돌아오자마자 숙소부터 예약해 두었다 
    (아래 지도의 노란색 원 인근)
    이번엔 쫓겨나기 전에 가족과 함께 ^^;;;

    2024 Eclipse.jpg
    출처 : https://www.timeanddate.com/eclipse/map/2024-april-8

    에어비엔비에서 23년 4월에 24년 4월 숙소를 예약하니 
    숙소 주인이 내가 실수로 잘못 예약한 줄 알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23년 5월 숙소 예약하려고 한 거 맞죠?”
    “아녀 24년 4월 맞아요”
    “아.. 어쨌든 웰컴~~”



    2. 폰 별사진

    그림으로 불가능한 부분, 은하수와 별풍경 사진을 간단히 찍기 위해서 
    갤럭시 플래그십 모델인 S22울트라를 구입했다. 

    뼛속까지 안시쟁이인 나에게 DSLR과 트래커, 필터와 각종 악세서리는 엄두가 나지 않았고
    아주 간단히 관측지 풍경을 육안으로 보는 것과 비슷하게 찍어보고 싶었는데
    삼각대에 세워서 촬영 버튼만 누르면 알아서 결과를 만들어주는 갤럭시 천체모드는 
    내 입맛에 딱 맞는 그런 기능이었다
    다만 눈으로 보는 것 같은 딱 그정도를 표현하려면 포토샵의 도움을 좀 받아야 하지만 그 정도 쯤이야.

    호주 원정 중에 여러 천체사진 레전드들께 노하우를 얻었는데
    장비의 한계, 똥손의 한계를 감안하면 어느 정도는 목표한 정도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다
    앞으로는 초점 잘 맞추는 방법, 지상 풍경도 적절히 나오게 하는 방법을 좀 연구해야 할 듯.



    3. 대마젤란 은하 파인더 안시 스케치

    하늘은 매일매일 계속 하염없이 맑았으나 컨디션 난조, 시행착오 등으로 딱 이틀 밤만 유의미한 진도를 나갈 수 있었다
    어떻게 할지는 감을 잡았으니 앞으로 시간 날 때마다 조금씩 완성하는 것으로.. ^^
    LMC_Finder_Chart_work2.jpg

    그나저나 이거 빨리 끝내고 다음거 해야 하는데.. ㅎㅎㅎ;;
    LMC sketch region 27.jpg



    4. 태블릿 스케치 연습

    급격한 노안 진행으로 일상생활도 불편하게 된 정도라 
    종이에서 태블릿으로 스케치 도구를 바꾸는 것은 이젠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되었다. 
    원정 중에도 그동안 익숙했던 스마트폰&Sketchbook앱이나 검은종이&흰색펜 대신 
    일부러 태블릿&ClipStudio앱으로 그림을 그리며 디지털 드로잉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해 보았다

    해 보니, 확실히 표현의 다양성과 수정의 용이성은 종이 그림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좋은데
    문제점을 생각해보면 우선은 암적응의 문제다. 
    Backlight 없이 스스로 발광하는 AMOLED Display를 쓰는 갤럭시탭S 라인으로 일부러 장만했는데도 100% 검은색 화면이 아닌 이상 암적응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그리고 전통적인 종이 그림의 정감은 절대 느낄 수 없는 디지털 드로잉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한 스스로의 정체성 혼란이랄까.. ㅎㅎ 
    안시관측은 아날로그 그 자체인 활동인데 말이다 ^^;;



    지난 12월에 한국에서 숨막히는(?) 일정을 소화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그래도 보고 싶은 사람들을 반도 보지 못했다
    그리고 그중 여러 분을 지구 반대편 서호주에서 상봉했다

    친구분과 엄청난 일정을 소화한 이건호님
    가족들과 함께 캠핑카로 모험을 다니신 황인준님과 심용택님
    그리고 별보기의 즐거움 책을 가져오신 후안무치님
    퍼스 생활에 대해 친절히 알려주신 심동석님
    회사 출장으로 관측을 오신 SKT 촬영팀
    그리고 길에서, 관측지에서 우연히 만난 인연들과 
    일정이 맞지 않아 결국 못 만나고 온 분들까지

    해외에 살면서 자주 보기 어려운 오랜 별친구들을 별쟁이의 성지 서호주에서 만나니 
    더욱 애틋한 마음이 든다
    Eclipse Chaser들은 다음 일식 장소에서 보면 될 거고
    오랜 별친구들은 한국이든 남반구든 같은 하늘 아래에서 다시 별을 볼 일을 자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Nightwid 無雲

댓글 4

  • 김철규

    2023.07.29 10:05

    퍼스 교민 두분 만나셨군요. ㅋ 사진으로나마 반가운 얼굴이네요. 강욱님이 서호주에 가신다면 거기에 안시쟁이 한사람은 확실하게 사시는 거네요. 생각만 해도 즐겁습니다. ^^
  • 조강욱

    2023.07.29 11:27

    저도 생각만 해도 즐거운데

    실제로 어떻게 실행할 수 있을지는 계획을 해봐야죠 ^^*

  • 북극사슴

    2023.08.10 16:13

    이번 후기도 잘 보았습니다
    새로 나온 신간도 구매해서 잘 보았는데요
    새로 또 책 구성중이신가보네요

    언제나 기다리겠습니닫
  • 조강욱

    2023.08.12 08:22

    잘 보아주셔서 감사해요 ^^

    우선 별보기의 즐거움은 세월의 흐름에 맞게 내용을 업뎃 해야 할 부분이 있어서 그것부터 하고 있고,

    그 다음은 메시에 대상을 하나씩 다루는 필드 가이드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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