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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호주 5편 : 붉은 땅의 거친 바다 – 황량해서 아름답다?
  • 조회 수: 128, 2023-06-08 10:16:16(2023-06-04)

  • 1. 원정 준비 - 고생길이 훤한데 왜 설렐까?
    2. 가도 가도 아직도 가는 중 - 퍼스에 갈 수는 있을까?
    3. 드디어 아웃백을 향하여 - 첫판부터 몸살이면 어떡하니?
    4. 별들과의 대화 – 꿀잠은 언제쯤?
    5. 붉은 땅의 거친 바다 – 황량해서 아름답다?


    서호주 원정 4일차 – 2023년 4월17일, 서호주 Hamelin Pool Station Stay


    장비 정리하고 잠시 눈 붙이기 전에, 어젯밤 늦게 여기 숙소 캠핑장에 도착하신 심용택님을 만나러 갔다
    이 오지까지 가족들을 모두 데리고 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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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퍼밴 앞에 삼각대들이 놓여있는 것을 보니 여기서 밤새 촬영하신 듯 하다
    자고 있는 분을 억지로 깨워서 얼굴 구경.
    오랜 별친구들을 이렇게라도 보지 않으면 언제 볼지 기약이 없다

    심상무님에서 심사장님으로 변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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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틀간 묵었던 숙소. 침대 두 개와 전등 하나, 전기 콘센트 두 개뿐인 정말로 단출한 숙소지만
    아웃백에서 이 정도면 감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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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식 전 마지막 목적지, Quobba Station으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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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 앞에 물웅덩이가 있는 듯한 신기루가 자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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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 인도양도 스쳐 지나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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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구 5000명의 작은 타운 Carnarvon에 장 보러 잠시 들렀다
    300km가 넘는 오늘 여정의 유일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타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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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름 넣고 장 보고.. 오후 2시가 거의 다 되어서 점심을 해결해야 하는데 
    시내 중심의 쇼핑센터인데도 모든 식당이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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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휑하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 
    간간히 지나다니는 주민들도 동네 분위기를 닮아 있다.
    그래도 여기서도 일식 행사는 열리는 듯 (개기식 경로에서는 살짝 벗어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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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나본을 떠나기 전, 유서 깊은 전파망원경이 있다는 곳을 찾아가 보았다.
    멀리서도 접시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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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착해서 보니 현재는 운영되지 않는, 50여년 전까지 운영되던 시설이다.
    1960년대 NASA에서 한창 아폴로, 제미니 계획을 추진할 때, 
    미국의 정 반대편인 이 곳에서 우주선 추적과 데이터 수집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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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3년부터 1975년까지 12년간 운영되다 폐쇄된 이후 50년 가까이 지난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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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의 방치되다시피 한 이곳이 예전엔 어땠을까 궁금해서 
    아폴로 프로젝트 시절 전성기 사진들을 찾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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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대한 컴퓨터 시스템과 오퍼레이터들. 지금은 무인 시설에서 소형 컴퓨터 한 대로 가능한 일들이 아닐지 ^^;;


    고속도로(Highway 1)를 지나 지방국도 같은 길에 들어서니 풍경은 황량함을 넘어서
    우유니 사막에 온 것 같은 소금사막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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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레에서 볼리비아로 우유니 가는 길에 보던 지구 최고의 별들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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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리비아 남부의 4300M 고원지대)

    4천미터 고원지대, 문명의 저편에서 고산병과 싸우며 보던 찬란한 별빛.
    인생 최고의 하늘이었지만, 그 고생을 생각하면 당분간 다시 가고 싶지는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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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데스 산들 뒤로 지는 석양)

    소금사막을 건너니 다시 인도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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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량함과 아름다움은 별로 관계 없어 보이는 단어들이지만
    서호주에서는 안데스에서 보던 그 황량한 아름다움이 다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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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더 황홀한 별빛을 즐기기 위해서는 
    사람이 살고 싶지 않은 곳으로 점점 더 깊이 들어가야 하는 아이러니.



    인도양 해변을 따라 비포장 길을 10km쯤 달리니
    오늘의 목적지인 Quobba Station Stay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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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셉션에는 단촐하게나마 일식 기념품도 팔고 있다 (여기도 개기일식 루트에선 살짝 벗어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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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식 장소인 Exmouth와 400km, 4시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라
    1년 반 전 일식 관측계획을 세울 때도 가장 먼저 예약을 한 곳인데,
    일식 기간 전후로는 최소 숙박 3일 이상을 예약해야 해서
    이틀만 머물 예정임에도 눈물을 머금고 3박을 예약했었다.

    그리고 몇 달 전에는 Quobba에서 메일을 한 통 받았다.
    ‘일식 기간에 사람도 많이 오고 물도 전기도 많이 필요하니 숙박료를 더 받아야겠다.
     0월0일까지 인상된 숙박요금 차액을 내지 않으면 예약을 취소하겠다
     예약을 취소할 경우 특별히 취소 수수료는 받지 않겠다.’
    는 친절한 안내 말씀.

    창의적이고 대담한 아이디어에 감탄하며 
    예약 짤릴까봐 그 날 바로 송금했다

    그간의 행태로 보아 리셉션에서 체크인하면서 또 한 번 일식 바가지를 당할까 
    단단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리셉션의 아주머니는 아주아주 릴렉스한 분위기.

    “Welcome to QUOBBA!! 너희는 뭘 하고 싶니?”
    “저희 별쟁이들이에요. 여기 별 어떤가요?”

    “너무너무 멋지지~ 나 어제도 놀러온 손님들하고 캠프파이어 하면서 늦게까지 술 마시고 놀았잖아~~ ㅎㅎㅎ”
    밤새 불 피우면서 음주가무라.. 우리 딴 데 가야 하나.. ㅠ_ㅠ
    잠시 할 말을 잃고 표정이 어두워지니 사장님이 다시 물어보신다

    “별 말고는 뭐 하고 싶어? 밤에 별 볼 때 추우니까 캠프파이어 할 나무는 여기 있고, 
     낚시 안 해? 오프로드? 트래킹은?”

    “저희 밤새 별 보고 낮에는 잘건데요?”

    “(당황 당황) ??? 나..나중에라도 필요한 거 있음 얘기해..”


    리셉션에서 체크인을 하고 이틀간 머물 숙소에 도착했다.
    이 벽촌에 침실과 주방이 분리된 나름 독채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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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소 5미터 앞 관측 가능한 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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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에 해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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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것도 없는 거친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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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rnarvon에서 식당을 찾지 못한 관계로 늦은 점심과 이른 저녁을 한 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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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악한 시설이긴 하지만 있을 건 다 있는 단독 주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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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 먹다 보니 벌써 해 질 시간이 되어서 쉴 틈도 없이 일몰을 보러 숙소 앞 해변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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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계획은 일몰 중 오메가와 
    일몰 직후 몇 초간만 보이는 Green Flash를 보는 것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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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이 너무 심하게 깨끗해서 그런 것인지 오메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럼 Green Flash라도 잘 보기 위해서 63mm 파인더를 조준했다.
    일몰 직전과 직후 태양 위에서 연기처럼 피어오를 녹색 빛줄기를 잡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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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 정신과 시신경을 모아 그린 플래쉬를 보기 위해 집중하였으나 
    결국 녹색 연기는 나타나지 않았다. 
    Omega도 Green Flash도 없이
    이렇게 슬프도록 완벽한 일몰이 있을 수 있다니.


    너무 완벽해서 허무한 일몰을 관측한 세 별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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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일은 피곤해서인지 일몰이 지난 후 갑자기 피곤이 몰려온다.
    잠깐 자고 일어나겠다고 잠시 눈을 감았다 뜨니 이미 밤 11시가 넘었다.
    겨우 밖으로 나오니 두 분은 미동도 없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며칠째 밤마다 계속 보는 모습이다 ㅎㅎ 제일 나이 어린 나만 힘들어하고.. 
    이분들은 혹시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


    시간이 늦어서 이미 LMC는 지평선으로..
    폰과 삼각대만 들고 해변으로 나섰다.

    해변으로 향하는 낮은 모래언덕을 넘으니 부서지는 파도소리와 거대한 검은 하늘이 나를 반긴다
    깨알같은 별들과 파도소리는 어떻게 이렇게 잘 어울릴 수 있을까?

    평소에 가는 오클랜드 인근 관측지에서도 경험하는 거친 파도와 넓은 하늘이지만 
    평소에는 망원경에 매달려 있느라 이렇게 여유있게 그 공간을 즐긴 적이 없었다.
    해변 언덕 위의 벤치에 누워서 눈과 귀로 별을 보다 잠이 들었다.
    (위 일몰 사진에 나오는 좁고 긴 벤치)

    푹 자다가 해 뜨고서 일어날까봐 일부러 불편하고 차가운 나무벤치에 누워 있으니 
    졸다가도 얼마 가지 않아서 눈이 떠진다.
    그러면 눈을 뜰 때마다 어김없이 눈 앞에 펼쳐지는 아웃백의 밤하늘과 파도소리!

    자는 시간도 아까워서 핸드폰에 일을 시키기로 했다
    내가 자는 동안 너는 별을 찍거라

    [ 바다로 지고 있는 남반구 은하수 (조강욱 촬영, 갤럭시S22울트라) ]
    Resized_20230418_014431 ER PS Final.jpg


    해변의 넓은 하늘로 지고 있는 별들을 찍어 보았다.
    사진에 모래사장과 파도가 어렴풋이 보이는데.. 딱 눈으로 보이는 정도로 나온 것 같다

    조강욱 촬영, 갤럭시S22울트라 ]
    Resized_20230418_020040 ER PS Final.jpg

    조강욱 촬영, 갤럭시S22울트라 ]
    20230418 0208 Startrails 11min.jpg


    하늘 보며 좀 더 오래 누워 있으려고 천정에 떠 있는 은하수 쪽으로 대강 폰을 조준하고
    넓은 영역을 담을 수 있는 광각 카메라(0.6x)로 60장 정도 찍어서 스택을 해 보았다
    흠.. 전갈부터 남십자까지 한 컷에.. 근데 폰카로 M7 NGC6231까지 나오네?? 

    조강욱 촬영/편집, 갤럭시S22울트라 ]
    20230418_0253 Milkyway 초광각 설명.jpg

    생각보다 은하수가 눈으로 보는 만큼 진하게 안 나오는 것 같아서 
    폰카 세팅을 메인 카메라(1x)로 바꾸어보니 한 장만 찍어봐도 비교가 안 된다. 

    조강욱 촬영, 갤럭시S22울트라 ]
    20230418_0334_final.jpg


    폰으로 별사진을 찍어보려 한 것은 손으로 그림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은하수와 밤하늘을 
    눈으로 보는 것과 비슷하게 만들어 보려고 한 것인데..
    이건 별이 너무 많은데.. ㅎㅎㅎ


    북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어딘가 낯익은 별무리가 보인다
    거 참 국자 손잡이랑 똑같이 생겼네.. 
    가 아니라 진짜 북두칠성이다!

    [ 박대영 촬영 ]
    박대영 북두칠성 QUOBBA.jpg
    (촬영 : 박대영)

    남반구 서호주의 깊은 오지에서 북두칠성을 만나다니.
    한국에서 별을 보며 수천 번은 봤을 아이인데
    지평선을 스치고 지나가는 초현실적인 자태에 당황하여
    고향 생각은 전혀 나지 않았다 ㅎㅎㅎ


    새벽 4시 40분쯤 되니 동쪽 지평선 근처가 이상하게 밝아지는 느낌이다.
    벌써 일출은 아닐거고.. 황도광? 광해? 하고 있는데
    달이 떠올랐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지구조가 마치 보름달처럼 아웃백 들판 위로 소리 없이 솟아올랐다.

    적막한 해변의 파도소리를 뒤로 하고 하늘을 향해 미끄러지듯 날아오르는 그믐달을 
    숨죽이며 태블릿으로 그려 보았다.
    Resized_230418 Earthshine in outback part1.jpg

    달이 떠오르고 나서 숙소에 돌아가보니 김동훈님도 달을 보고 있었다.

    하늘 높이 올라선 그믐달과 박명이 다가오는 하늘도 한 장 그려본다
    Resized_230418 Earthshine in outback part2.jpg


    3일 연속으로 밤을 새우고 일출을 볼 시간이 되었다.
    여기 해변에서 보이는 인도양 바다는 서쪽이라 일출은 반대편이지만
    그러면 바다 위로 떠오르는 비너스벨트를 볼 수 있겠지??

    일출을 얼마 남기지 않고 김동훈님과 서둘러 해변으로 이동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밤을 새고 아침까지 시간에 쫓기며 별을 볼까?
    20230418_063442.jpg

    20230418_063530.jpg

    비너스벨트의 수평적인 아름다움을 몸으로 표현하고자 했으나..
    좋은 시도였던 것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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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와 비너스벨트의 오묘한 만남. 밤하늘 만큼이나 황홀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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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이 되니 해변 언덕 위의 명당 자리에 위치한 숙소가 보인다 (우리집 아님).
    그 자체도 그림 같지만 여기 집 앞에 앉아서 별을 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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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에 이 곳에 올 수 있다면 꼭 여기서 묵어 봐야겠다.
    근데 여기까지 다시 올 수가 있을까? ^^;;



    3줄 요약
    1. 붉은 대지 + 파도 소리 + 깨알 별빛 = 황무지 3종세트
    2. 남반구의 지평선을 스치는 초현실적인 북두칠성
    3. 비현실적인 월출 아니 지구조출 




    Nightwid 無雲

댓글 4

  • 김철규

    2023.06.04 20:46

    다음편 기다리다가 목 빠지는줄 알았습니다. ^^ 정말 부러운 여정을 하셨네요. 우리는 대부분 도시 안에서 묵었기 때문에 카리지니 가기 전엔 별을 제대로 못 봤었습니다.

    NGC6231 은 저도 무척 기억에 남네요. 우리나라에선 워낙 고도가 낮으니까 제대로 본적이 없었는데 거기서는 노필터로 볼때, 그리고 갖가지 필터를 바꿔가면서 볼때마다 다른 모습들을 보여줘서 아주 즐겁게 관측을 했었습니다.

    근데 카나본 가시는걸 알았었는데 거기 전파망원경 기념관에서 패치 하나 사 달라고 부탁하는걸 깜빡했네요. 카나본을 갈때 올때 두번이나 갔는데 두번 다 밤에 도착해서 새벽에 출발하느라 기념관을 못 들어 갔었어요. ㅠㅠ

  • 조강욱

    2023.06.04 23:26

    꼭 카리지니가 아니었어도 별은 어디서나 잘 보였을텐데 말이죠 ^^

    카나본 Tracking Station은 워낙 낙후되어 있어서 기념품 파는데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컨테이너 가건물 같은 곳이 기념품점이었나보네요.. ㅎㅎ

  • 반형준

    2023.06.05 16:10

    다음폰은 갤 23 울트라로 가야겟네요. 갤노트 10이 점점 맛이가기 시작 합니다. @@@@ 강욱님 관측기는 너무 생생해서 같이 다니는 착각이 들 정도라 ㅎㅎㅎㅎ 매번 감사합니다!
  • 조강욱

    2023.06.06 18:42

    S23 타임랩스 찍는걸 보니 또 장비 뽐뿌가 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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