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한국 방문기 2편 - 마지막 하나
  • 조회 수: 135, 2023-03-15 07:42:11(2023-02-23)


  • 04. 성공한 덕후

    새로 출간한 두 번째 책의 서문이 별 얘기가 아니라 비행기 얘기로 시작하는 것처럼
    항공은 나의 두 번째 취미다. 인생을 걸고 하는 별보기와는 차원이 다르긴 하지만..
    비행기 이착륙 구경, 시뮬레이터 조종, 공항 놀이, 기종별 탑승 등
    보통 사람들이 마음이 답답하면 바다를 보러 간다고 하지만 나는 공항으로 간다

    이번 한국 방문에서, 우연히 기회가 되어서 진에어의 우주동호회에서 강연을 할 기회가 생겼다.
    항공사 본사를 방문해서 기장님들과 항공사 직원분을 만나볼 수 있다니
    항덕(항공덕후)으로써 이보다 더 영광인 일이 있을까?

    진에어 방문 전 우선 목욕재계하고 하루를 몽땅 비워서 강의자료 만들고 회사 앞 커피집에서 PPT 최종 정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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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시간밖에 안 되는 강의 시간에 무슨 내용을 전달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야간비행 중에 3만 피트 상공에서 조종석에서 무엇을 볼 수 있을지 얘기를 나누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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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사도 마스크를 써야 한다니.. 마스크 없는 나라에서 살다보니 넘 힘들었다 ㅜ_ㅜ

    강의를 마치고.. 강의료 대신 현물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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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 기장님들이 쓰시는 파일럿용 캐리어를 득템했다 
    바퀴 닳을까 때 탈까 아까워서 못 들고 다닐 듯.
     
    비행기 연착으로 강의에는 못 오시고 식사 자리에 늦게 오신 한 기장님은
    입고 있던 유니폼에서 배지와 견장을 떼어서 선물로 주셨다
    성덕의 맛이란 이런 것일까,, 감동 감동 ㅜ_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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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훌륭한 항덕이 되기 위하여 며칠 뒤에는 딸님과 김포공항에 위치한 한국항공박물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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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이론 교육을 마치고 교관 기장님과 함께 B747 시뮬레이터를 타 보았다.
    집에서 컴 화면으로만 비행하던 방구석 파일럿이 성공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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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아는 척을 했더니 기장님이 특별히(?) 착륙 한참 전부터 수동착륙 모드로 전환시켜 주셨다;; 
    멋지게 착륙해야 하는데.. 처음 만져본 보잉 요크는 생각보다 너무 예민했다.
    아아아~~ 비명 소리가 절로..
    흠.. 이번 생에 에어라이너는 어려워도 세스나는 직접 한 번 몰아 봐야겠다



    05. 마지막 하나

    두 번째 책의 원고를 마치고 출간을 기다리면서 세 번째 책의 원고를 이미 쓰고 있었다.
    메시에 110개의 안시관측과 스케치에 대해 한 대상씩 심도 있게 다루는 컨셉인데
    그동안 그렸던 스케치들을 모두 정리하다보니..
    M108을 그리지 않은 것을 알게 되었다!
    혼자 동떨어져 있는 아이도 아니고
    M97이랑 파인더 한 시야에 있는 대상인데 이걸 빼먹다니..
    그러나 내가 사는 곳은 108번이 위치한 북두칠성이 보이지 않는 남반구.
    남위 20도 정도까지 올라가면 북두칠성이 북쪽 지평선에 살짝 올라올 것이라
    칠레 아타카마나 호주 다윈에라도 원정을 가야 하나 하다가 결국은 고향 땅에서 보는 것으로.

    차도 망원경도 없이 염치없이 스케치 도구만 챙겨 왔는데..
    김철규|진진아빠님의 도움으로 108을 찾아 한국 여행 중에 또 다른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크리스마스 당일, 철규님을 만나서 강원도 관측지로 출발.
    차 얻어타고 20인치 망원경도 빌려 쓰고 숙소까지..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하나.. ㅜ_ㅜ
    (비공개로 운영되는 관측소라 위치나 사진은 올리지 않는 점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관측지에 가까워오니 눈과 얼음이 도로에도 많아지다가,
    이륜구동 차로는 거의 불가능한 고개를 기적적으로 넘어서 관측지에 도착.
    마지막 구간은 결국 차에서 내려서 눈밭을 헤치며 짐을 메고 끌고 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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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측지에서 종아리까지 빠지는 눈을 한참을 치우고 밤을 맞았다.
    그리고 6년 만에 북극성과 북쪽 별자리들을 다시 만났다
    며칠 전에 오랜만에 부모님 댁에서 집밥을 먹던 감정과 비슷한 감동이다
    20여 년을 보아오던 익숙한 그 별들. 
    철규님 20인치로 북쪽 밤하늘을 떠돌며 하늘의 집밥들을 허겁지겁 맛보다 보니
    어느새 북두칠성이 적당히 떠올랐다.

    얼마나 멋질까? 어떤 감탄사가 나올까 기대하며 아이피스를 들여다보니
    20인치로 봐도 108은 쨍하게 멋진 자태를 드러내지는 않았다.
    옅게 깔린 구름도, 온 땅을 뒤덮은 하얀 눈밭에서 반사되는 불빛도
    배경색을 더욱 밝게 만드는 것 같다 
    뭐가 되었던 우선 보자.

    한 시간여 108을 관측하며 스케치를 남기는 동안, 그리고 그 한참 전부터도
    언제부턴가 철규님은 나에게 망원경을 온전히 넘기고 숙소에서 쉬고 계셨다
    오로지 나를 위해 폭설이 내린 눈밭을 뚫고 여기까지 오신 것이었다 ㅜ_ㅜ

    물의를 일으킨(?) 야구 선수들은 항상 야구로 보답하겠다고 하던데..
    나는 이 망원경으로 관측을 제대로 하는 것으로 일단 조금 갚아 봐야겠다

    희뿌옇게, 희미하게 빛나는 길다란 솜뭉치에서 한시간여 디테일을 찾아 보았다
    몇 년을 기다려온 소중한 시간.
    영하 16도의 설원의 추위는 생각할 겨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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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갖 노력과 정성과 28년간의 노하우를 갈아넣은 M108은.. 
    천체사진으로는 원샷으로 찍은 정도의 디테일이 아닐까?
    하지만 이 초라한 그림 한 장은 주어진 환경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안시의 매력이자 한계. 
    하지만 이상하게도, 내 눈으로 직접 보는 희미한 것들에 질리지 않는다는 것이 
    내가 계속 별을 보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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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남은 메시에 스케치 한 장을 마치고
    구름 사이로 한참을 북극성과 북두칠성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취침.


    아침에 일어나니 북쪽 하늘에 구름이 가득하다.
    밤에 날씨가 더 좋아지길 기다리다가 108번 관측을 한 시간이라도 더 미뤄 두었다면
    아마 아무것도 보지 못했을 것이다.


    밤새 고생한 김철규님 망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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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가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그리고 한국에서의 일정상 단 한 번의 유일한 기회.
    혹시나 날씨가 어떨까 무서워서 일부러 일기예보도 보지 않고 갔는데..
    드디어 세 번째 책에 쓸 그림을 모두 완성하게 되었다 ^^


    (다음 편에서 계속)

    06. 새로운 도전
    07. 저자 직배송
    08. 미호 저수지
    09. 울산 번개
    10. 덕질의 세계


    Nightwid.com 無雲

댓글 8

  • 김철규

    2023.02.23 20:03

    강욱님 진에어 가서 받은 선물을 보니까 너무 너무 부럽습니다. 배가 아플려고 해요.... ㅋ
    메시에 스케치 완료라는 대업에 어느 정도 보탬이 됐다고 생각하니 제가 더 영광입니다. 그냥 빈말 아니고요. ^^

    그런데 저 위에 망원경 사진을 보니 제가 알려줬던 아이피스 정보가 잘못됐네요. 에토스 8미리가 아니고 솔로몬XWA 13미리 였습니다. 내가 너무 일찍 들어와 버려서 착각 했어요. ^^'

  • 조강욱

    2023.02.24 08:24

    메시에 스케치 완성에 화룡점정을 찍어 주셔서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

    아이피스 정보는 이미 캔버스에 써 놓아서 수정이 불가능한데 포토샵으로 연구를 해봐야 할 것 같아요 ㅎㅎ

  • 류혁

    2023.02.24 08:38

    언젠가 무운 선생께서 조종하시는 자가용 세스나를 얻어 타고 뉴질랜드 남섬 여행을 갈 수있는 날이 오기를 기원해봅니다. ^^

    그나저나 마라톤 하는 사람들은 '즐런하세요', 별보는 사람들은 'Clear Sky'라고 인사하는데... 조종사들은 서로 뭐라고 인사를 하나요? ^^

  • 조강욱

    2023.02.24 08:44

    진에어에서 만난 기장님 한 분이 

    실비행을 해 보면 공부가 많이 될 거라고 하셔서 언제 시작해볼까 생각만 하고 있지요 ^^


    그리고 인사는 'Safe Flight'라고 하는게 가장 일반적인 것 같습니다

    한국 방구석 파일럿 분들은 '안비즐비(안전비행 즐거운비행) 되세요'라고 하더군요 ㅎㅎ

  • 최윤호

    2023.03.01 20:24

    항공기 기장은 언제나 동경하는 멋진 분들인데 이런 만남이 부러운데 강의라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ㅎ 형님이 원하는 바를 하나씩 이뤄 나간다는 느낌입니다. 다음 연재 또 기다립니다.
  • 조강욱

    2023.03.12 06:30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이건 그 계획 중에 보너스 스테이지 같은 거라고 할까요? ㅎㅎ

  • 강석민

    2023.03.14 12:42

    M108 스케치를 위한 기다림과 집념... 강우기형 언제나 존경합니다~!! 세 번째 책도 기대할게요.
  • 조강욱

    2023.03.15 07:42

    108번 때문에 여러 사람 걱정시켜 드렸네요 ㅎㅎ

    올해 안에 세번째 책 빨리 만들어 보겠슴다~~

위지윅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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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2 김재곤 373 2023-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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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 김원준 356 2023-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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