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메시에 마라톤과 3월의 추가 관측 후기
  • 조회 수: 304, 2023-04-17 15:37:48(2023-03-28)
  • #3월 18일 메시에마라톤 in 횡성 천문인마을

    행사 시작보다 1시간 정도 일찍가면 되겠지 생각하며 여유있게 출발하고 근처 강림순대집에서 식사도 맛있게 하고 도착했는데... 이미 망원경들이 즐비한 모습이 저를 반겨주네요^^; 홍대기 님 돕 근처에 간신히 자리를 잡고 장비를 펼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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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림순대집 고양이입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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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지기 여러분들이 한 자리에 이렇게 많이 모인 걸 본 적이 없었습니다. 사진에서만 보던 수많은 돕과 쌍안경들이 즐비한 모습도 신기했고, 글로만 만날 수 있던 별지기 분들도 직접 환한 조명 아래서 대면할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안시관측 님께선 연예인 보는 것 같단 말씀도 해주셨었는데 저도 비슷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어요 ㅎㅎ

    날씨도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네요. 그동안 주로 갔던 홍천보다는 살짝 밝은 하늘이었지만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한 하늘은 110개 모두 찾는 분을 기다리고 있는 듯 했습니다.

    분명히 이전에 이미 본 대상인데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대상이 보이지 않는 신기한 경험도 했습니다. 시작하자마자 겨눴던 M74는 돔에 보기좋게 가려 애초에 관측을 할 수가 없었고, 박명 전 서쪽 하늘에 있던 M110은 왜 그렇게 안보였는지...M31과 M32가 여기에 있으니 M110은 여기에 있어야 하는데 없네요.

    초반 러쉬에 실패한 이후 하늘이 어두워지고 나서는 맑은 하늘의 도움 아래 그리 어렵지 않게 마라톤을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10시 반 정도 되어 처녀자리 은하단을 공략하기 전까지는 1시간 정도 시간도 있어서 카페테리아에 들어가 간식도 먹고, 정비도 좀 하며 쉴 수 있었습니다. 중반에는 세미나도 있어서 좋은 강의도 듣고 몸도 녹일 수 있었습니다.

    막판에는 하늘이 밝다고 느껴 시야를 조금 포기하고 60배에서 96배로 배율을 올리기도 했고, 동트기 전 마지막 7개 대상을 찾을 때는 아이피스로만 호핑하며 이리저리 하늘을 휘젓고 다녔어요. 마지막에 찾던 대상이 M55와 M30이었는데 이 친구도 정말 안보이더군요. 성도와 아이피스에 보이는 별 배치는 완벽하게 같은데 있어야 할 대상은 온데간데 없습니다. 직시, 주변시, 경통흔들기 모두 동원해도 보이지가 않아요.

    아쉽지만 그렇게 마무리가 되고 최종 106개로 기대하지 않던 3등 수상의 영광도 얻었습니다. 상품 중에 야간비행 조끼가 제일 탐이 났었고, 수상은 기대도 하지 않아 따로 구매하려고 현금도 챙겨갔었는데...매우매우 운이 좋게 수상을 하여 쌍안경과 함께 조끼도 품에 안을 수 있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수상보다는 많은 별지기 분들과 축제의 현장을 함께 하며 밤을 지샜다는 사실에 더 기분이 좋은 날이었습니다. 초반의 왁자지껄 들뜬 분위기, 간간히 들려오던 탄식, 시간이 지나면서 찾아오던 적막, 동트기 직전 분주해지던 사람들, 아직까지 그 현장이 머리속에 그려집니다. 모든 기록을 마치고 올려다 본 하늘에서 해보다 먼저 떠오르던 그믐달은 마라톤을 완주한 자에게 주어지는 작은 보상같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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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측 시작하고 처음으로 밤을 꼴딱 샜던지라 돌아오는 길에 두번이나 졸음쉼터를 찾고, 돌아와서도 정신차리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지만 여운이 길게 남는 날이었습니다.



    #3월 27일, 홍천 942

    메시에마라톤 참석 후 일주일동안 머릿 속에 맴도는 밤하늘을 헤매이다, 일요일 밤 날이 좋아 월요일 출근임에도 홍천에 다녀왔습니다. 달이 자정이 다 되어서야 진다고 해 아이들 다 재우고 느지막히 출발을 했습니다. 출발 전에 양평, 단양, 홍천 등을 놓고 고민했는데, 단양은 오가는데 시간이 꽤 걸려 시간이 제한되어 있는 요번에는 다녀오기 힘들 것 같고, 양평은 의외로 홍천까지 걸리는 시간과 10분 밖에 차이가 안나더라구요. 그래서 기왕이면 하늘이 더 좋은 홍천으로 다녀왔습니다. 간만에 미세먼지도 없었고, 시상도 꽤 좋았습니다.
    이번에는 지난 2월에 끝내지 못해 숙제처럼 남아있던 처녀자리와 머리털자리에 있는 은하들을 마저 찾아봤습니다. 지난 번처럼 모두 xw 7mm, 171배로 관측했습니다.


    1. 타원은하들(M84, M86, M87, M89, M59, M60, M49)

    메시에의 은하 기록이 대부분 별이 없는 성운이라는 글을 봤는데 타원은하들이 이 말에 딱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은하핵과 크기를 제외하면 그닥 차이가 없는 뿌옇게 번져보이는 헤일로에서 디테일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M84와 M86은 마카리안 체인에 속해 있는데 핵은 비교적 잘 보입니다. M86은 바로 아래 있던 은하도 함께 보였는데 이건 NGC 4402 같네요. 이 은하가 본래 관측 대상이던 M86보다 더 밝다고 느꼈습니다. 더불어 메시에는 이 은하밭에서 왜 몇 개만 목록에 포함시켰을까 의문도 가져보구요.

    최초로 촬영한 블랙홀이 있는 M87. 사진에서 보이는 멋진 제트를 보고 싶었지만...안시로도 봤다는 후기도 본 것 같은데..구경을 키우고 좀 더 경험이 쌓이면 볼 수 있을까요? 숙제로 남겨둬야겠습니다 ㅎㅎ

    M60은 바로 옆에 있는 NGC 4647과 함께 보입니다. 다만 NGC 4647은 얼룩처럼 아주 희미하게 있다라는 걸 감지할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거대타원은하답게 다른 은하들보다 핵과 번져보이는 헤일로가 더 크게 보이네요.


    2. 나선은하들(M88, M91, M90, M58, M61, M64, M63, M104, M108, M102)

    타원은하와 나선은하들을 번갈아보다 보니 단순히 뿌옇게 번져있는 구름에서 더 나아가 둘의 차이가 눈에 들어옵니다.

    M88은 상당히 밝습니다. 크기도 꽤 큰지라 보는 맛이 있습니다. 이 날 다섯 번째로 관측했는데 이전의 타원은하와 달리 뿌연 구름에서 거친 질감이 느껴집니다. 나선팔도 보일락 말락.

    M91은 호핑이 조금 까다로웠습니다. 마라톤 때는 어떻게 호핑했는지...ㅋㅋ M90과 함께 어둡다 느꼈습니다. 주변시를 동원하면 형체가 살살 피어오르는 느낌이었으나 디테일을 확인하기는 어려웠습니다.

    M104는 관측하면서 정말 보고 싶었던 대상이었습니다. 부풀어오른 팽대부가 비대칭적으로 아래쪽만 보이고 양쪽으로 길게 뻗어있는 암흑대는 주변시로 보니 좀 더 선명하게 확인됩니다. 세세한 확인은 힘들었지만 날카롭게 뻗어있는 은하의 모습에서 아름다움이 느껴졌습니다.

    M102는 핵이 눈에 띄지 않는 얇고 납작한 얼룩 같습니다. M104보단 살짝 두꺼워 보이네요.

    M108은 핵인지 별인지 긴가민가한 밝은 점 하나와 함께 "/" 모양의 얇은 형태가 확인됩니다.


    3. 기타(M97, M40)

    M97 올빼미 성운도 봤습니다. 올빼미의 눈을 보려고 잔뜩 노려봤지만...쉽게 구분이 안갑니다. UHC  필터와 O3 필터를 번갈아 끼워서 관측해봤지만... 제대로 봤다라는 느낌은 아쉽게도 없었습니다. 뭔가 얼룩 사이에 농담 차이가 있었던 것 같긴 한데 확실하게 봤다라고 표현하긴 애매하네요.

    M40은....그냥 별 2개.


    3월에도 즐거운 관측을 했습니다. 날이 조금씩 풀리지만 아직 밤은 쌀쌀하네요. 다만 습도가 높지 않아 정말 쾌적한 관측이었습니다. 4시쯤 철수했는데 장비 어디에서도 물방울 하나 나오지 않았어요. 이런 날도 있을 수가 있군요 ㅎㅎ
    어느덧 메시에 목록도 82개를 관측했습니다. 올 여름쯤 되면 메시에 목록도 다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또한 행사를 준비한다는 게 쉽지 않은데 안전하게 행사 준비하고 진행해주신 야간비행 선배님들 감사합니다. 메시에마라톤에 참석하셨던 모든 별지기분들도 고생하셨습니다. 모두들 필드에서 다시 뵈면 좋겠습니다^^

댓글 7

  • 조강욱

    2023.03.29 03:23

    마라톤을 하며 느끼는 고요 속의 긴장감은 정말 특별한 경험이죠 ^^
    메시에 망원경 성능이 현재의 60mm 굴절 수준에 못미쳤다 하니
    당시의 망원경으로 검출 가능한 표면밝기의 대상만 기록이 되었을 것 같아요
    물론 이해 안되는 몇가지도 있지만요 ㅎㅎ
  • 정화경

    2023.03.29 10:30

    저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었군요! 은근한 긴장감과 막판엔 회장님 말씀처럼 쪼는 맛도 느낄 수 있었던...ㅎㅎ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 Profile

    김원준

    2023.03.29 11:54

    3등 축하드립니다. 올해는 정말 조건이 좋은 마라톤이었네요.
  • 정화경

    2023.03.29 15:28

    메시에 마라톤 하는 날에는 항상 날씨가 안좋았다 들었는데, 첫 참가에 너무나 좋은 날씨를 경험했네요^^

    내년도 기대가 됩니다~

  • 김재곤

    2023.04.01 09:46

    좋은 경험하셨네요. 현장의 느낌이 생생히 전해집니다.
  • 정화경

    2023.04.02 22:13

    선배님들 덕분이죠^^ 그 날 못뵈어 아쉬웠습니다.

  • 홍대기

    2023.04.17 15:37

    마라톤 후 1주일만에 다시 나가시다니 대단한 체력과 열정이시네요~^^ 마라톤 당일의 은근한(?) 긴장감의 여운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이번 마라톤은 오랜만이기도 했고 날씨가 좋아 너무 너무 좋았습니다. 바로 옆에 정화경님이 계셔서 달리는 밤 내내 외롭지도 않았구요~^^. 저는 회사 전화 때문에 초반에 제대로 달리지 못해 100개를 못채웠지만 너무 즐겁고 기억에 남는 메시에마라톤이었습니다. 3위 입상 다시 한번 축하 드리구요~ 조만간 또 뵙겠습니다~^^ ( M110은 제 16인치로도 안보였습니다 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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