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130330 분노의 관측 - '인제' 맑아지면 어떡해
  • 조회 수: 3641, 2014-04-27 15:39:56(201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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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라톤 일주일 전, 토요일 예보에 우산 그림이 떴다

    괜찮아 1주일 뒤를 어떻게 맞춰?

    하루하루 시간이 흐를수록 비 예보는 더욱 확고하게 굳어간다..

    참가선수도 역대급으로 많고

    멋진 마라톤이 될 것이라 기대 만빵이었는데..


    마지막 기적을 바라며 토요일 오전까지 기다려볼까 했으나

    참석 신청하신 분들의 주말 일정을 고려하여

    금요일 정오쯤 마라톤 취소 공지를 올리고 문자를 돌렸다

    차주 초까지 각자의 관측지에서 자체적으로 마라톤을 시행하시라는

    마지막 지령(?)과 함께.. ㅎㅎㅎ


    일요일 아침, 일어나서 창 밖을 보니 부슬부슬 내리던 비는 온데간데 없고

    맑은 하늘이 보인다

    이건 또 뭐야~~!! (뿜엔터테인먼트 김지민 버전)


    토요일 꽝 일요일 맑음이 이렇게나 지속된다면

    월화수목금일토로 요일명을 바꿔보면 어떨까? -_-;;

    일요일 오후. 원장님의 재가를 받고 월요일 출근의 압박에도 인제로 달렸다

    나름 빨리 간다 했건만 여전히 뒤에서 순위권이다 ;;;

    2012년 4월에 인제에서 4시간 동안 13번을 관측했으니 딱 2년만이네..

    박명이 오기도 전에 벌써 온 별들.

    강원도의 별빛은 벗고개와 다르다

    더 맑고 시리고 아름답다 ㅠㅠ


    정신을 차리고 망경을 조립하고 광축을 맞추다가

    조금 이상해서 한솔님을 초빙하니

    사경이 어퍼케이지에 고정도 안 되고 이 상태로 어떻게 쓰고 있었냐고 놀라신다

    어떻게 썼냐고요? 이렇게 11년을 썼는데요 ㅠㅠ


    여튼 겨우 광축 조정을 마치고 오늘 볼 대상을 물색해본다

    북두칠성 근처에 안 그린게 뭐가 있었지..

    그래. 지난 여름 보현산에서 그리다 만 97번을 완성해보자.

    당시 찍어 놓았던 별 배치를 활용하니 능률이 오른다

    작년 여름밤, 타지(?)에서 시간을 투자하여 노력했던 것이 헛고생은 아니었구나..


    뭐니뭐니해도 97의 트레이드 마크는 뽕뽕 뚫린 눈알 두 개!

    사실 나는 97을 제대로 본 지가 너무 오래 되어서

    그 눈알이 보기 힘들다는 자체를 까먹고 있었다

    별 배치를 대충 완료하고 성운 디테일 관측을 시작했는데

    어 눈알 왜 안 보이지.. O3를 쓸까 UHC를 꺼낼까 옆자리의 윤호씨에게 물어보니

    그냥 필터 없이 보는 것이 제일 좋을 거란다

    에이 설마 PN인데.. 하고 O3와 UHC를 번갈이 끼워봐도 노필터와 별 차이 없다

    아니 별 밝기가 감소하니 별만 차이가 있는 거지 --;;

    여튼 윤호GOTO의 다양한 기능에 탄복하며 다음 질문..

    '윤호씨 97번 올빼미 눈알이 왜 안 보일까?'

    '아.. 하하.. 그거 원래 잘 안 보여요'

    아니 눈 좋은 윤호씨도 어렵다는데 이거 볼 수 있을까? 

    그렇다고 97번 스케치에 눈알이 없으면 이건 트라페지움 없는 오리온인데..

    커다랗고 빈틈(눈알) 없는 동그란 성운기를 눈알 굴려가며 한참 보고 있으니

    97번이 내게 말을 건다

    udanja.JPG


    아.. 안보인다.. 보일듯 말듯 하는데 허상인지 실상인지..

    관측을 게을리 한 죄, 사전 준비를 하지 않은 천벌의 죄값을 느끼며

    한솔님 NSOG 사진을 컨닝하고 눈알 방향을 확인했다

    수사망을 좁히고 압박을 하니 눈알이 보였다 안보였다..

    윤호GOTO를 불러서 확인을 시키니 한방에 눈알 방향을 맞춘다

    난 스케치를 해야 겨우 보이는 구조인데.. ㅎ

    내가 보는 것이 허상이 아님을 확신하고 스케치를 완성했다

     

    M97_140330_Ori_size2000.jpg


    올빼미 눈알은 보이는 것보다 조금 더 선명하게 그렸어요.. ㅎ



    다음은 지난 관측에서 실패한 처녀자리 은하단.

    너무 큰 스케일로 과욕을 부린 것을 깨닫고

    84/86 주변부로만 구도를 제한했다

    대학교 1학년 겨울에 8인치로 처음 이 지역을 보았을 때의 신선한 충격을

    나는 아직 잊을 수가 없다

    당시 내가 가지고 있던 유일한 아이피스인 다카하시 번들 30mm 83배로

    한 시야에서 가장 많은 대상을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여기였다

    그리고 그 때부터 한 시야에 많은 대상이 보이는 그룹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여튼, 그 기묘한 웃는 얼굴은 언제봐도 신비롭고 재미있다

    허나 처녀자리의 그 수많은 은하들은 별 특징 없이 그저 둥글거나 동그랗거나

    대부분 재미 없는 타원은하들 ㅎ

    머리털자리의 멋진 아이들을 절반만이라도 닮았으면 ㅠㅠ

    스케치 하면 먼가 더 잘 보일까 했는데

    투명도에 비해 그리 좋지 못한 시상의 영향도 있고

    '늘 보던 모습' 이상은 볼 수가 없었다 ㅎ

    그리고 운 좋으면 볼 수 있는 4435의 긴 헤일로도 오늘은 방향만 겨우 찾을 수 있을 뿐.. ㅠㅠ

    아주아주 안정적이고 평범한 구도로

    메시에 두 개를 포함한 은하 9개와 별들을 최대한 찍어놓고 12시 반에 관측 종료.

    M8486_140330_Ori_size2000.jpg


    내가 집에 가면 분명히 날씨가 더 좋아질 것을 알면서도 장비를 접어야 하는 이 불편한 진실.. ㅎ

    오늘을 위하여 연차를 아껴둔 몇 분과

    맑은날 다음날 창립한 훌륭한 회사를 다니는 윤호GOTO를 남겨두고 서울로 출발.

    너무 무리하지 않아서 그런지 돌아오는 길도 별로 졸립지 않았다

    처녀는 이제 84 86으로 스타트를 끊었는데..

    나머지 85 100 98 99 88 91 90 89 87 58 59 60 49 61을

    어떻게 그릴까?

    큰 종이에 성도의 별들을 그대로 옮겨놓고 그 위에다 대상만 확대해서 그려볼까?

    ㅋㅋ 그것도 재미있는 작업이 될 것 같다..

    2014년 봄은 처녀와 함께!!!!



    그리고 그 날.. 다른 하늘 아래에서 많은 분들이 자체 마라톤에 동참해 주셨다

    나는 그 글들을 정독하며 대리만족을 느끼는 수준으로 만족했지만..

    밤새도록 모든 것을 쏟아부어 마라톤을 완주하신 모든 분들께 진정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내년 마라톤 할 때는 맑아지겠죠.. ㅎ

     

     

     

     

                                  Nightwid 無雲

     


     

댓글 10

  • 이원세

    2014.04.25 02:07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내년엔 맑겠죠!
  • 조강욱

    2014.04.27 14:57

    2011년 이후 맑은 적이 없었으니

    이제 순번이 돌아오겠죠 ^^;;

  • Profile

    장형석

    2014.04.25 02:26

    요즘 저친구가 유행인가보군요...ㅎㅎ
    뭐든지 끝~! 하는 분들이 주변에 많아져서 ㅎ

    저도 언젠간 마라톤을 할수 있는 날이 오길...??
  • 조강욱

    2014.04.27 15:00

    딱! 끝! 이게 회사에서 써먹기 딱 좋거든요 ㅎ


    근데 항상 춘분점 인근에 중요한 일이 있으셔서..

    이 난관을 어찌.. ^^;;

  • 김재곤

    2014.04.25 08:16

    아.. 별 빛 쐬어본게 언제인지.. 다음 주 노동자의 생일을 노려봤으나, 다시 학생이 되고 보니, 그날 쉬지 못하네요.. 슬.퍼.요.
  • 조강욱

    2014.04.27 15:32

    망경 공부에 회사 공부에 더 바빠지셨군요.. ㅎ

    별빛 아래에서 더 자주 뵙기를~~ ☆

  • 김남희

    2014.04.26 19:53

    2014년 봄은 처녀와 함께!!!!.......... 좋습니다...^^

    근데 강욱씨가 처녀와 함께 할지 못할지의 열쇠는 내게 있는데....ㅎㅎ
  • 조강욱

    2014.04.27 15:34

    흐으~~ 인질극인가요? ^^;;;;;

    그나저나 그 사이 봄은 벌써 2/3가 지났네요 ;;;

  • 김철규

    2014.04.27 06:35

    올빼미 눈이 그렇게 보기 힘든것이었군요. 저는 눈은 별로 신경써서 본 적이 없었는데 어제 스타마스터 18인치로 보니까 간신히 보이더군요. 그렇게 흐린건줄 몰랐습니다.

    좋은 관측기 잘 읽었습니다.
  • 조강욱

    2014.04.27 15:39

    스타마스터 18인치라..

    제 디스커버리 15인치 원 주인이 사용하시던 그 망경인가요? ㅎ


    저는 이제 대상마다의 관측포인트를 짚어가며 천천히 하는 관측이 더 재미있어서

    그렇게 좋아하던 속도전을 통 못 해보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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