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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GC와 IC [천문 워크샵]
  • 김병수
    조회 수: 10091, 2012-10-06 03:26:52(2012-09-26)
  • 세계지도를 보면 여러나라가 있고 수많은 도시들이 있습니다.

    만약 이런 도시에 자기 맘대로 이름을 정해서 부른다면 엄청난 혼란이 올 겁니다.

    밤하늘에도 각각의 대상에 이름을 붙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야만 어떤 이름을 불렀을때 누구나 같은 대상을 말하는지 알게 될 겁니다.

    우리는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천체의 이름과 번호이지만, 2~300년 전, 처음 밤하늘을 망원경으로 탐험하기 시작했을 때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누군가 밤하늘의 대상들을 정리했기 때문에 지금은 남들과 쉽게 소통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 '정리'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 합니다.

     

    다들 잘 알다시피 Messier는  1770년대 파리에서 보이는 혜성과 비슷하게 보이는 천체를 100여개 묶어서 Messier 리스트 를 만듭니다.

    메시에는 어려서 유명한 혜성을 보고 천문학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혜성관측이 천문학의 중요한 분야였는데, 메시에는 13개의 혜성을 찾아내어서 이 분야에 뛰어난 업적을 남기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4인치 굴절망원경에서 혜성과 비슷하게 보이지만 혜성처럼 매일 매일 움직이지 않는 대상들이 많다는 것을 깨닫고 이런 대상들을 정리했는데, 이것이 Messier list입니다. 즉, 체계적으로 Deep sky 대상을 정리한 것이 아니라 혜성과 헷갈리지 않기 위해서 기록한 대상들입니다.

     

     이 리스트는 체계적이지는 못했지만 북반구에서 발견되는 밝은 대상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가장 흔히 쓰이는 리스트가 됩니다.

    하지만, 밝은 대상 중에 빠진 것들이 있고(Double culster, Veil nebula, NGC 4565, NGC 2903등등...), 몇몇 대상은 deep sky 대상이 아니라는 점(M40, M73, M24), 일정한 순서가 없이 번호가 매겨진 점, 그리고 결정적으로 남반구 대상이 없다는 점에서 좋은 천체 catalogue가 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당시의 천체 관측가 중에 가장 유명한 사람은 윌리엄 허쉘(William Herschel)입니다. 젊었을때 음악가로도 이름을 날렸지만 30대 후반부터는 천문관측과 망원경 제작에 몰두하게 됩니다.

    Herschel_40_foot.jpg

    천왕성을 발견하고 많은 이중성 리스트를 작성하기도 했지만, 오늘 주제와 관련된 것은 그의 Catalogue of Nebulae and Clusters of Stars 입니다.

    그의 나이 45세 경인 1782년 부터 1802년까지 2,500개의 Deep sky 대상을 체계적으로 정리합니다.

     

    그의 아들인 존 허쉘(John Herschel)이 이를 계승해서 1864년에 General Catalogue of Nebulae and Clusters를 발표합니다. 여기에는 존 허쉘 자신이 남아프리카에서 관측한 남반구 대상을 포함해서 당시까지 알려진 5,079개의 대상이 들어가게 됩니다.

     

    19세기 중반은 유럽의 여러 곳에서 새로운 Deep sky 대상을 관측하고 보고하는 것이 흔한 일이 되었습니다. 대표적인 분으로 Leviathan이란 별명이 붙은 초대형 망원경으로 관측한 로스경(Lord Rosse)이 있습니다. 

    WilliamParsonsBigTelescope.jpg

    로스경이 죽고 그의 아들이 관측을 이어가는데 아들 Rosse경에게는 Dreyer라는 젊은 조수가 있었습니다.

    Dreyer는 1878년에 허쉘의 GC에서 없는, 새로 학계에 보고된 1,000여개 대상으로 General Catalogue supplement(증보판)을 내놓습니다.

    그리고 1886년 경에 2차 증보판을 만드려고 했지만,  Royal Astronomical Society에서는 Dreyer에게 아예 새로 catalogue를 만들라고 부탁(지시?) 합니다.

    이렇게 해서 1888년에 나온 것이 New General Catalogue입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NGC 목록이라고 부르는 것이지요.

    NGC가 기존의 리스트에 비해 뛰어난 것은 한명의 저자가 당시까지 나온 모든 기록을 검토하고 직접 관측한 후 동일한 패턴으로 대상을 기술했다는 점입니다.

    또한 춘분점에서 시작해서 적경 순서로 번호를 매겼기 때문에 일정한 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워낙 여러 명의 관측기록을 바탕으로 대상이 선정되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중복되거나, 좌표의 정확도에 문제가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허쉘등이 발견한 대상은 해당좌표에 아무것도 없다 해도 Dreyer가 임의로 대상을 삭제하지 않았는데 이 대상들이 지금까지도 NGC에 포함되어 내려오고 있습니다.

     

    한편, 이 NGC가 발표되는 순간에도 새로운 대상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1895년에 Dreyer는 1888년에서 1894년까지 새로 발견된 1,520개 대상을 Index Catalogue 라는 이름으로 발표합니다.

    그런데, 이 무렵부터 밤하늘을 사진으로 찍어서 연구하는 기술들이 발달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서 눈으로 발견 못한 작고 희미한 대상들이 하나 둘씩 발견되기 시작합니다.

    결국 1908년에 Dreyer는 당시까지 사진상으로 발견된 3,866개 천체로 Index Catalogue II 를 발표합니다.

     

    이를 구별하기 위해 1895년에 발표된 Index Catalogue를 IC I 이라고 부르고 1908년의 것을 IC II라고 부르지만, IC 번호는 따로 I, II를 구분하지 않고 둘을 합쳐서 1번에서 5386번까지 나가게 됩니다.

    각각 적경기준으로 번호가 매겨졌기 때문에, IC 1번은 적경 00h 00m에서 시작하고 1520번은 적경 23h 59m 정도에서 끝나게 됩니다.

    다시 IC 1521번이 적경 00h 00m 에서 부터 시작해서 5386번이 적경 23h 59m 근처에서 끝나겠지요.

    그래서 NGC 번호는 1번부터 7840번까지 서쪽에서 동쪽으로 순서대로 가는 반면, IC 번호는 두 세트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또한 IC 대상중 1520번 이내의 것들은 안시로 발견된 것이기 때문에 NGC와 맞먹을 정도로 밝은 대상이 꽤 있는 반면, 1521번부터 5386번 까지는 사진으로 발견한 것이기 때문에 매우 작은 대상이나 아주 희미한 대상만 있는 것도 쉽게 이해 됩니다.

     

    여기까지가 NGC와 IC catalogue가 발표되고 그 번호가 매겨진 역사입니다.

    하지만 많은 대상들의 정확한 위치와 기술이 실제와 다른 경우가 있어서 이후에도 몇 차례 개정 시도가 있었습니다.

    본격적인 개정은 1973년 Tifft등이 Revised NGC를 발행하면서 이루어 집니다. 이들은 당시 팔로마산 천문대에서 사진으로 찍은 POSS 데이타를 이용해서 NGC대상의 좌표에 해당 대상이 있는지 일일이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데이터를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바람에 해당 좌표에 해당 대상이 없으면 "non-existent" 라고 하게 됩니다.  이 과정을 "cleaning up"이라고 표현했지만, 결국 오랜 관측 데이터를 무시하는 오류를 범하게 됩니다. Houston의 Deep Sky Wonders라는 책을 보면 많은 대상들이 RNGC에서는 non-existent라고 되어 있으나, Houston 자신은 그 대상을 관측할 수 있다는 말들이 여러번 나옵니다.

     

    1988년에는 Sinnott가 J2000.0 좌표에 맞게 RNGC를 개정했는데 이를 NGC 2000.0이라고 부릅니다.

     

    이후 원래 NGC와 IC 대상을 모두 복원하고 정확한 위치를 찾기 위해서 관측의 고수들 몇 명이 NGC/IC project를 시작하였고, 이런 노력은 최근까지도 계속 되고 있습니다.

    현재 Revised NGC/IC 라는 이름으로 최초 관측자 및 Dreyer의 기술등 모든 것을 고려해서 대상을 확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으로 겹치는 많은 대상들을 정리할 수 있었고, 이제는 거의 모든 NGC, IC 대상들이 정확히 identify 되었지만 아직도 약 300개 정도의 대상은 그 정체를 밝히지 못했습니다. 아직도 그 존재가 의심스러운 이런 대상들은 아마 최초 발견자의 오류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NGC/IC project의 예를 들면,

    NGC 56 does not exist. John Herschel recorded it only once very early in his observing career (Sweep 14 in 1825), saying, "About this place a considerable space seems affected with nebulosity." There is a possibility that he saw a reflection of the bright star 2 degrees north, but there is no other reasonable explanation for the observation. The other objects that he recorded in Sweep 14 (including M15) are all in the same area of the sky, so there is no gross error in the position.

    NGC 56번은 존 허쉘이 관측경력 초기에 한 번만 언급한 것이 다 인데, 그 위치에는 아무것도 없고 아마도 2도 북쪽의 밝은 별의 반사광을 착각했던 것 같다. 당일 관측한 다른 대상은 모두 정확한 것으로 보아 좌표에는 문제가 없는 것 같다.

     

    새로운 대상을 발견하고 외쳤을 별선배들의 환희의 샤우팅이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오래 지난 후 catalogue의 해당 위치에서 대상을 찾지 못해서 고민하고 토론하고 다시 관측하고 하는 절망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번 조사를 통해 우리가 쉽게 부르는 대상 번호에 수백년에 걸친 사람들의 숨소리와 땀방울이 숨겨져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아무리 위대한 관측가도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 역사 탐험이었습니다.

     

     

     

댓글 6

  • 이한솔

    2012.09.26 10:10

    너무나도 좋은글입니다..
    덕분에 IC목록에 2개의 set가 있다는 사실을 새로 알게 되었네요...
  • 김지현

    2012.09.26 23:23

    무엇이든.. 역사를 알고나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고.. 더 깊이 감동하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조강욱

    2012.09.27 05:11

    아.. '이제는 말할 수 있다' 프로그램을 보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

    Dreyer라는 사람의 존재와

    NGC와 IC가 탄생한 비화를

    속시원히 해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앞으로 IC를 볼 때는 번호에 유의해야겠습니다.. ㅎ
  • 김경싟

    2012.09.27 14:55

    하나하나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기쁨을 느끼게 해주시는군요.
    그저 감사할 따름^^
    그래서 함께하면 좋은거지요.
  • 김남희

    2012.09.27 21:09

    새로운 정보입니다. 두고두고 정독하며 읽어 보겠습니다. 자주 좋은글 올려 주세요.^^
  • 류창모

    2012.09.27 23:12

    프린트해서 외우려고 어제부터 들고다녔는데 없어졌습니다. 다시 프린트해서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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