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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중독 중증 장애
  • 조강욱
    조회 수: 5689, 2010-06-08 10:16:47(2010-06-08)
  • 3월에 M82 하나 보고 끝낸 게으른 관측회 이후,

    나태한 관측으로 천벌을 받는 것인지 그 후 만3개월째 관측을 전혀 하지 못하고있다

    요즘 너무 컨디션도 안좋고 머리도 안돌아가고 이유없이 우울하고 잡생각만 나고 완전 최악의 상태라

    마님께 지금 상황을 말씀드렸더니 간단하고 명료하게 진단을 내려주신다



    바로 '별보러 한동안 못갔을때 나타나는 증상'이라는 것ㅋ

    역시 원장님은 아무나 하는게 아닌가보다ㅎㅎ

    회사 메신저로 싟형님께 말을 걸었다.

    '저 요즘 완전 우울해요'

    '나도 그래'



    최샘께 전화를 걸었다

    '최선생님 저 완전 죽을거 같아요'

    '나도 그래'



    그래..나혼자 이상한건 아니었구나 ㅎㅎㅎ

    토요일. 마님의 재가를 받아놓고 하루종일 하늘만 보고 있는데 하늘은 점점 더 우울해져만간다

    싟형님은 날씨 상관없이 천문인마을로

    남희형님은 가족들과 벗고개로..

    나는 최샘과 논의 끝에 그냥 집에 있기로 했다

    다음날. 별하늘지기 게시판을보니 정관에서 별 잘보고 왔다는 글들이 계속 올라온다

    이럴수가!! ㅠㅠ

    천문인마을로, 벗고개로 가신 두분께 뒤늦게 확인해보니 역시 성공.

    이건 나태한 관측으로 천벌을 받은 것이 틀림없어..



    맨눈으로 은하수를 보고,

    망원경으로 희미한 것들을 보고,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더더욱 절실히 깨닫게 된다



    얼마전에, 회사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다

    체지방이 어떻고 위점막이 어떻고..하는 소견서의 가장 마지막에

    '녹내장 의증, 증세없이 실명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에 바로 긴장모드.

    원장님과 별이는 어떡하고? 또 다른별은 또 어떻게??

    다음날 바로 안과에 갔다

    작년 중국 개기일식 관측 이후 계속 눈앞에 밝은 점이 보여서 안과에 간 이후로 거의 1년만이다

    조금만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안과로 달려가니,

    성인이 되어서 받은 병원 진료는 안과가 압도적으로 많을 듯.



    의사선생님이 언급하는 녹내장의 증상은 세가지이다

    1. 안압이 높아진다

    2. 시야가 좁아진다

    3. 시신경이 눌려있다



    우선 안압은 정상판정.



    두번째 시야검사는 마치 별보는 것과 비슷하다

    눈알을 렌즈에 대고 시야 주변에 희미한 빛이 감지되면 버튼을 누르는 것이다

    아니 이게 머야 별보는 사람한테 주변시 테스트를 하겠다는거?

    갑자기 승부욕이 불타올라서

    정신을 집중하고 혼신의 힘을 다해 버튼을 눌렀다


    움.. 병원 역사상 최고 기록이 나오지 않을까 헛된 망상을 하고 있는데

    결과는 겨우 '정상'.. 에이 ㅡ_ㅡ;;



    마지막 시신경 검사.

    의사쌤이 내 눈알을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뇌로 통하는 시신경이 눌려 있다고 하신다



    의사선생님을 잡고 다짜고짜 따진다

    무엇때문에 시신경이 눌려있는지?

    어떻게 회복이 되는지?

    평소에 어떤 잘못된 습관이 문제가 되는 것인지?



    원인은 특별히 찾을 수 없고

    술 담배 음식 아무거나 먹어도 상관 없고

    약도 주사도 필요 없고

    다만 시신경 상태는 관찰해야 하니 3개월마다 정기적으로 병원에 오라고 하신다



    실생활에 아무 지장 없다는데도 계속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물으니

    얘는 무슨 건강 염려증 환자인가.. 하고 생각하시지 않았을까 ㅡ_ㅡㅋ





    녹내장 검사를 받고 나오면서,

    내가 그동안 알고 있던 것들이 더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본다

    만약에 앞으로 별을 볼 수 없게 된다면,

    나는 무얼 해야 할까?







    그때가 오기 전에,

    책을 한권 썼으면 좋겠다

    Deep sky wonders보다 더 멋진 이름으로

    NSOG보다 더 실용적으로

    재미있는 별자리여행보다 더 재미있게.

    Harold Hill 할아버지보다 더 환상적으로.



    안시관측에 목마른 사람들에게

    더 깊은 도전과

    더 진한 즐거움을 전해줄 수 있도록,,,,

    Deep sky wonders처럼, 사람이 없어도 책은 영원히 남겠지.. ㅎㅎ


    어떤 과정을 거쳐야 책을 만들 수 있을지는 사실 잘 모르겠지만,

    꼭 해보고 싶은 일이 하나 생겼다....






                             Nightwid 我心如星

댓글 5

  • 김경싟

    2010.06.08 16:34

    사무실 동료가 얼마전 라식 수술을 했는데....별생활에 지장 있을까봐 못하고 있잖소^^
    무엇보다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항상 여유가 있어야 할텐데...
    ^^

    다행인 것은
    별중독은.....별을 자주 봐주면 해소된다는^^
  • 정병호

    2010.06.08 18:26

    오늘도 날 죽이는데 워쩌까잉~
  • 김남희

    2010.06.08 18:42

    정대장님 오랜만이네요..^^
    천문인 마을or벗고개 오늘 헷갈리는 날이 되겠군요.

    최닥터님 어디 계시나요?
    이럴때 강욱님을 위해 나오셔야죠!!^^
  • 최승곤

    2010.06.08 20:27

    '안과에 주기적으로 체크하면서 관찰하시는게 중요합니다.'
    안압이 올라가면 두통이 있을 수 있는데 없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체크하셔야 됩니다.

    별중독 중증장애 -> 저도 같은 증상이 있지만... 뭐, 걱정할 필요는 없을듯.. 별을 자주 보면 해결된답니다..

    오늘도 날이 좋네요.. 별보고 싶다 !!
  • 이준오

    2010.06.09 08:58

    병원 역사상 최고 기록..ㅋㅋ

    뭐 쫌만 있다가 호주가서 캥거루 육포 뜯어가며 쎤~한 맥주 한잔 마셔가며 귀한 대상들 맘껏 보고오면 금방 쾌차 될 줄 아뢰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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