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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감한 부산 사나이..
  • 윤용일
    조회 수: 11487, 2003-05-20 02:37:28(2003-05-20)
  • 제가 출퇴근을 1호선(소사-종로3가), 3호선(종로3가-녹번)
    전철을 타고 다닙니다.

    그리고 안산집으로 갈때는 4호선도 탑니다.

    탈때마다 느끼는건데 1호선(인천선)이 비교적 분위기가
    산만(?)합니다.
    좀 빨리 나가기 위해서인지 전동차 내에서 이리저리
    앞뒷칸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습니다.
    사람 없을때는 별 상관 없지만 만원 전철에서
    이동하는 사람들에게 계속 툭툭 채이면 좀 짜증나더군요.

    얼마전엔 이런일이 있었습니다.

    저녁에 집에 가려고 소사역에서 의정부행 전철을 탔습니다.
    오호~ 빈자리가 있습니다. 편하게 가는것을 기뻐하며 앉았습니다.

    이상한 냄새가 나서 옆을 힐끗 쳐다보니 제 옆에는
    헤드폰으로 음악을 듣고있는 남학생이 있고 그옆에서
    어떤 술취한 아저씨가 양말을 갈아신고 계시더군요.

    시커먼 양말을 툭툭 털기도 하면서.. 한마디로 x같은
    광경이었습니다.
    근처에 있던 어떤 아가씨는 저쪽으로 피하시고..
    그렇게 끝났으면 좋았는데 이 아저씨 옆의 그 학생에게
    수작을 겁니다. 횡설수설....

    근데 이 학생 헤드폰을 벗더니 낮지만 좀 큰 목소리로
    "아저씨! 쪽팔리지 않으세요?" 하는것입니다.

    비교적 전동차 안이 한산했기 때문에 주위의 다른분들도
    모두 그말을 들었을것이고.. 
    순간 긴장하는 분위기로 변해갔습니다.

    아저씨는 황당해하는 표정으로 그 학생을 쳐다보면서
    버벅댑니다.
    그 학생 한번더 "술드시고 이러는거 쪽팔리지 않으시냐구요!!"
    버럭 소리를 치더니 다시 헤드폰 쓰고 음악을 듣습니다.

    이 아저씨 쪽은 이미 팔릴대로 팔렸다고 생각하셨는지 또
    뭐라고 뭐라고 학생한테 찝적댑니다.

    다음순간 이 학생 갑자기 헤드폰을 벗어던지면서
    "내가여 부산에서 왔는데예..서울사람들 다 이렇십니꺼..."
    갑자기 말투가 경상도 사투리로 바뀌더니
    죄없는 다른 서울사람들 까지 싸잡아서 마구 마구
    아저씨에게 한 1분여를 퍼붓더니 벌떡 일어나서
    다른칸으로 휙 가버리더군요.
    그 아저씨는 놀래서 입만 떡 벌리고 있으시고..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서 모두 황당해 하고 있는데
    그 아저씨 좀 있다가 고개를 푹 숙이시고 도망치듯
    나가시더군요.

    용감한 그 부산친구 덕으로 전동차 안은 다시 평온을
    찾았습니다.
    그 친구에게 서울에 대한 안좋은 인상을 심어준것
    같아서 좀 씁쓸하기도 했고 그런사람을 적절하게
    제지하지 못하는 서울사람들의 일원(?)으로서
    부끄럽기도 하더군요.

    한편으로는 아주 고소하고 재미있었습니다.

    주당 여러분! 술먹고 전철안에서 객기로 닭짓 하지 맙시다.
    대개의 경우에는 사람들의 멸시어린 눈총을 받는것으로
    끝나겠지만 정의감에 불타는 어떤 학생에게 걸려서 개망신 당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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