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스케치/사진 ~☆+

  • 놀이터의 무아지경 - Gassendi [스케치]
  • 조강욱
    조회 수: 12347, 2011-12-07 18:20:26(2011-11-13)
  • 집에 있는 6만원짜리 적도의(EQ2)로 첫 관측 후 실망하여

    남희님께 그냥 드리겠다고 양도도 아닌 떠넘기기를 선언했었는데..

    http://www.nightflight.or.kr/xe/free/29978


    10월 어느 달이 밝은 밤.. 그냥 문득 달이 보고싶어졌다

    그리고 이전 관측에서 무게추를 안 가져간 것이 생각나서

    진짜 이것 때문에 그런 것일까 혹시나 하여 그애도 같이 가지고 나갔다



    차를 타고 어디 가는 것은 너무 오바인 것 같고..

    아파트숲 사이로 북극성과 달이 보이는 놀이터 벤치에 장비를 내려놓았다

    망경을 조립하고 극망 없는 적도의를 눈대중으로 대충 북극성을 향하게 하고..

    (극축을 맞추는 행위는 1996년 이후로 올 가을에 처음 시도해 보는 것이다)

    레드닷 포인터도 엄청난 고민과 노력(ㅡ.,ㅡㅋㅋ) 끝에 배터리 넣는 곳을 발견하여 파인더 축도 맞추어주고..

    그리고 큰 기대 없이 달을 잡고 tracking을 돌리니..

    이런 세상에....

    추적이 된다

    내 손으로 맞춘 별이 멀쩡히 트랙킹이 되는 것은 망원경을 만지기 시작한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다

    쩝.... 그간의 삽질은 별로 생각하기 싫고, ㅡ,ㅡ;;;

    최강의 협시야를 자랑하는 Pentax XO 5mm를 끼우고 나름 고배율로 달을 본다

    달을 언제 마지막으로 관측했는지 헤아리다간 천벌만 더 키울 것 같아서 생각을 하지 않기로 한다


    아쉽다.. 아쉽다.. 구경이 참말 아쉽다...

    Gassendi가 이렇게 코딱지 절반만하게 보이는데.. 여기에 만족하고 봐야 하는 것일까..


    그 와중에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남학생이 다가왔다 (자정 즈음)

    "와~~ 진짜 멋지다.. 아저씨 이거 천체망원경이에요?"

    "어 일루와서 봐봐. 달이야"

    "와~~ 진짜 멋지다.. 저 망원경 처음 봐요 크레이터가 막 보여요"

    "그래.. 니가 지금 보고 있는 곰보들 하나하나 다 이름이 있어"

    "와~~ 진짜 멋지다.. 엄마한테 망원경 사달랬는데 안사준대요"

    "이 시간까지 안자고 돌아다니니 안사주지 ㅡ_ㅡ;;;"

    "와~~ 진짜 멋지다.. 안녕히 계세요~"


    까까머리 중학생 애와 얘기를 나눈 후.. 갑자기 의욕이 샘솟아서,

    집에서 스케치북과 샤프를 꺼내와서 가센디를 그렸다

    휴대폰으로 굴드베르크를 틀어놓고,

    구름과자 하나 물고,

    벤치에 앉아서 무릎에 스케치북을 놓고

    왼손에는 눈부신 LED 랜턴을 들고

    우둔한 오른손으로 샤프를 잡고

    머리로는 미술선생님의 가르침을 떠올리며.. (크게 보고 명암의 줄기부터 잡으셔야 해요)

    나만의 행복에 빠져든다


    그림이 서툴던,

    환경이 열악하던,

    망원경이 작던,

    구름이 흘러가던 간에....


    자정이 넘은 시각,

    적막한 1만6천세대 은평뉴타운 한구석에서

    내 눈과 귀와 입과 머리와 손은 무아지경에 빠져 간다.



    [Gassendi & Mare Humorum]





                               Nightwid 無雲

댓글 4

  • 김남희

    2011.11.16 06:29

    그러니까 안 준다는 얘기지?!.....ㅎ
  • 조강욱

    2011.11.16 17:56

    네 마음이 바뀌었어요 ㅎ
  • 이한솔

    2011.11.16 19:59

    강욱님 ....
    광축 잘맞추고..., 극축 잘 맞추고...., 무게중심 잘 맞춰서...
    있는 장비로 최고의 결과물을 뽑아낼 수 있는 ....

    '장비 책임제'도 필요 할 듯 싶습니다. ^^;
  • 조강욱

    2011.11.16 21:37

    ㅎㅎㅎ 정곡을 찌르셨군요..
    일전에 한솔님께 광축 맞추기를 배운 뒤로 느낀점이 많습니다 ^^;;
위지윅 사용
  조회  등록일 
thumbnail
2024-03-23 15:04:12 / 2024-03-14
thumbnail
  • 이동근 조회 수: 20
  • 스케치
  • 예순세 번째 예순네 번째 스케치(M65, M66) 3월 14일, 평일이지만 아마도 3월의 마지막 관측이 되지 않을까 하여 몇 분과 마침 시간이 맞아 홍천으로 향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는데 조금 아쉽다. 하지만 10인치 돕으로, 마음 비우고 그리는 메시에 스케치는 그리 문...
2024-03-25 22:29:21 / 2024-03-25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23
  • 일반
  • 1분여의 개기일식이 끝났는데, 너무 심각하게 강렬한 광경에 충격을 받아서 그랬는지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았다 ㅎㅎ 그래서.. 몇 달을 곰곰이 생각하며 뇌세포들을 하나씩 취조해서 겨우 기억을 완성해 보았다 이게 정말 맞는 기억인지,  다른 사람의 사진들까지 기억...
2023-07-29 11:50:02 / 2023-07-29
thumbnail
2024-03-23 15:08:35 / 2024-02-22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45
  • 스케치
  • 늦은 밤, 내 방에 앉아 창 밖을 바라보니 구름 사이로 보름달이 보인다. 그리고 오렌지빛으로 빛나는 달무리를 보니 간만에 달그림이 그리고 싶어졌다 ​ 방에 불을 모두 끄고, 창문 앞에 앉아 낮은 책상 위에 태블릿을 올려놓고 달을 화면 안에 담아보았다 ​ 달과 하늘과...
2023-12-02 19:09:52 / 2023-12-02
thumbnail
  • 이동근 조회 수: 165
  • 스케치
  • 지난번에 이어 이번에도 카시오페이아 근처의 천체를 스케치하게 되었다. 내가 다닌 관측지에서 가장 잘 보이는 방향 및 고도였던 것도 같다. 이번 스케치는 세 번의 시도 끝에 완성되었지만 만족하지 못한 결과를 보여 준다. 관측지의 하늘과 집중의 문제라 생각해 본다...
2024-03-23 15:10:43 Joseph / 2024-01-28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348
  • 일반
  • #1. 지구조 동네 산책길에 눈부신 지구조가 보였다. 찬란한 금성과 함께..  가던 길을 멈추고 자동으로 폰을 꺼내서 그림을 한 장 그렸다.  록다운과 구름으로 딥스카이 관측을 못한지 3개월이 되었다.  27년 별쟁이 생활 이래로 최장 기록이다.  태양계 아이들을 찝적대...
2021-10-13 20:51:57 / 2021-10-13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361
  • 일반
  • 오늘은 개기월식이 있는 날..이지만 아래 지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남의 잔치일 뿐 그런데 뉴질랜드에서는 그 끝자락에.. 부분월식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회사 퇴근시간 땡 하자마자 황급히 집으로.. 동쪽 하늘이 보이는 내 방 창가에 월출 직전에 자리를 잡았다. ​ 그러...
2022-05-16 21:00:27 / 2022-05-16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370
  • 스케치
  • 개기일식에 태양 망원경을 가져갈까 말까 마지막까지 망설였다 이 무거운 걸 2시간 쓰겠다고 그 멀리까지? 그러나 그 2시간은 내가 태양망경을 들인 이후 가장 가치있는 시간이었다. ​ 일식중 내내 최대한의 정성으로 태블릿으로 태양을 그리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2023-07-11 05:16:54 / 2023-05-14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397
  • 일반
  • 11월 초가 되면 뉴질랜드 전역이 폭죽 소리에 시끄러워진다 Guy Fawkes Day라고 연간 딱 한번 불꽃놀이를 마음대로 해도 되는 날이다. 한강 불꽃축제에 단련된 한국인으로서는  여기저기서 개인들이 쏘아 올리는 소리만 큰 조그만 불꽃들은 그저 시시할 뿐이지만.. 산책 ...
2021-11-30 19:16:07 / 2021-11-30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410
  • 일반
  • 한 달에 한 번 찾아오는 기회가 있다. 비너스벨트 안에 달이 걸리는 순간. 일몰 직후 비너스벨트가 올라오고 거기에 달이 있어야 하는데.. 경험적으로 보름달 하루 전날이 딱 맞는 타이밍이 된다 ​ 보름이면 날이 맑아지는 과학적 원리(?)에 따라 요즘 계속 날씨가 좋은...
2022-01-18 08:49:23 / 2022-01-18
thumbnail
  • 김승희 조회 수: 589
  • 스케치
  • 뒤져보니 9행성 기록이 있어서 모아봅니다. 업데이트가 필요한 놈들도 있네요... 다음 도장깨기는 "Alpha Centauri C" ☆수성 2020.11 화천 다음엔 스케치로... ☆금성 2017.05 평창 새벽의 샛별 ☆지구 2020.03 강화 별보러 갔다 구름보고 온 날 ☆화성 2018.10 홍천 V Cent...
2021-09-15 07:13:59 조강욱 / 2021-09-14
thumbnail
  • 천세환 조회 수: 589
  • 스케치
  •  안녕하세요? 천세환입니다.   얼마전 우연한 기회로 다카하시 TSA120을 중고로 구입했고, 이 무거운 경통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삼각대와 경위대를 추가로 구입... ;;;;  뭘 할지 고민하던 중, 최윤호 님의 사냥개자리 이중성 관측기 http://www.nightflight.or.k...
2021-03-12 22:28:59 최윤호 / 2021-03-10
no image
  • 조강욱 조회 수: 620
  • 스케치
  • 남반구에서는 요즘 목성과 토성이 천정에 남중하고 있다 ​ 얼마전까지만 해도 새벽 하늘에 함께 하던 화성은 저 멀리 떠나가고, ​ 목성과 토성만 이른 저녁부터 밤하늘을 빛낸다 ​ 토성 간극이 대체 무엇인지 궁금해서 한참을 파 보았던 몇달 전 이후로 처음 토성을 겨...
2020-08-24 03:36:36 / 2020-08-24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779
  • 스케치
  • 태양 스케치는 생각보다 어려운 점이 많지만, 그 중 하나는 보여야 할 구조들이 표면에 낮고 넓게 흩어져 있다는 것이다 ​ 눈으로 한 번 휙 돌아보는 것은 별 문제가 없겠지만 종이 한 장에, 또는 한 화면에 그림을 남기려면 큰 문제가 된다 그래서 보통은 각각의 무리들...
2022-08-21 20:56:54 / 2022-08-21
thumbnail
  • 이현동 조회 수: 785
  • 사진
  • 오늘 못보면 10년 후나 볼 수 있다 그래서 아이하고 집앞 공원에 나가서 필터끼고 어포컬 한장 잡아보았습니다. 손이 많이 떨려서 대부분의 사진은 날려먹고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것 한 장 올려봅니다. 천체사진은 거의 안찍어봐서,,, 그냥 인증 샷으로 봐주심 될 듯 ...
2020-06-22 03:20:18 / 2020-06-22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821
  • 일반
  • 울집 침실 창문은 서쪽 방향이다. 일요일 이른 아침에 눈을 뜨니 콤비 블라인드 맨 윗칸에 달이 걸려 있다. 그 모습이 나름 인상적이라 잠결에 한장 그리고 다시 잠이 들었는데.. 다시 눈을 뜨니 달은 그 다음 칸으로 내려왔다. 전혀 다른 색으로.. 매 시 정각에 다른 ...
2020-04-14 07:14:11 / 2020-04-14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851
  • 스케치
  •  목성토성 최근접 당일.. 예보가 안 좋아서 사실 큰 기대를 안하고 있었는데 잠복근무 중에 운 좋게 구름 사이로 볼 수 있었다 (자세한 얘기는 관측기록으로.. ^^) 기본적으로 나는 내 그림에 인공 구조물을 넣는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안이쁘고 그리기도 어렵다) 천...
2021-01-01 17:06:57 / 2021-01-01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875
  • 일반
  • 인적없는 동네 밤거리. 평소도 별로 사람이 없지만 시기가 시기인지라 더욱 을씨년스럽다. 문득 옆을 보니 거대한 오렌지색 달이 언덕 너머에서 떠올랐다. 깜짝이야.. 그 언덕은 저 멀리 어느 동네인지 오렌지색 가로등과 집안의 흰색 불빛이 가득하다 눈부신 달빛 아래...
2020-04-13 02:33:18 신기루 / 2020-04-11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906
  • 일반
  • 퇴근하고 소파에 앉아 뒷마당을 바라보니 쟁반보다 더 큰 달이 하늘에 덩그러니. 달빛에 구름마저 빛나고, 왼편으로는 가로등불이, 오른편으로는 앞집의 창이 밝다. 우리집 정원 펜스에는 태양열 전구가 은은하게 빛난다. 사진을 찍어봤으나 도저히 표현이 안되어 터치...
2020-04-09 07:05:55 조강욱 / 2020-04-0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