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에세이 ~☆+

  • 난 내가 마음에 들어
  • 김경싟
    조회 수: 18381, 2009-08-30 16:32:29(2009-08-30)


  • .
    .
    .

    *^^*

    토요일....

    별찌는 서울과학관(창경궁옆)에 가고,
    아내는 일이 있어 교회에 데려다줍니다.
    저는 다시 집에와서 참외 1개를 깎아 락앤락에 넣고
    김밥 한줄과 만두 1인분 사서 자전거를 타고 과천과학관에 갔습니다.

    전시관과 플라네타리움을 지나
    천문대 옆으로 계단식 잔디밭 길을 오르면
    사람 거의 안오는 한적한 곳이 있지요.
    전망도 좋고 바람도 시원합니다.

    돗자리를 펴고
    신발을 벗고 양말을 벗습니다.
    단순한 것 같아도 양말을 벗고 안벗고에 따라 시원함의 정도는 천양지차입니다.
    그리고 누워 하늘을 보고
    책을 읽습니다.

    책읽다가 졸리면 잠깐 졸고
    눈아프면 일어나 앉아 뛰노는 아이들 구경하고
    다시 책읽고....

    같이 한 책은............한비야님의 "그건, 사랑이었네"

    1장이 '난 내가 마음에 들어'

    "이런 말 하면 웃을지 모르지만 난 내가 마음에 든다.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잘났다거나 뭘 잘해서가 아니라
    그냥 나라는 사람의 소소한 부분이 마음에 든다는 말이다.
    .......
    사실 내가 살짝 호들갑에 오버하는 기질이 있긴 하다.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그렇지만 마음에 드는 것은 말로든 표정으로든 좋다는 표현을 해야 직성이 풀린다.
    예를 들면 나와 처음 식사를 하는 사람 중에는
    "야, 맛있다. 정말 맛있어. 금방 소름 끼쳤어" 하는 나의 과도한 반응에 놀라지 않는 사람이 드물다.
    근데 왜 그러냐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뭔가 허전하고 밋밋하다.
    그리고 맛있는 걸 맛있다고 하는 게 뭐가 어떤가?
    그래야 같이 있는 사람들도 얼떨결에 맛있게 먹을 테고 그 음식을 좋아할 게 아닌가.
    음식도 먹는 사람이 맛있다고 말해주면 좋아라 하면서 최대의 맛을 낸다는 과학적 의견도 있다.
    자연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산에 갈 때마다 봄이면 봄, 여름이면 여름, 사계절의 변화가 너무나 마음에 들어
    나는 늘 비명에 가까운 찬사를 보낸다.
    비 오면 풀 냄새, 흙 냄새가 싱그럽고 구수하다고,
    바람 불면 나무들이 모두 이효리처럼 신나게 춤을 추는 것 같다고
    약간 과하다시피 칭송하곤 한다.
    이런 호들갑과 오버액션은 내 즐거움의 원천이자 정체다.
    .......
    뭐든 좋아하면서 살기로 했다.
    그리고 좋아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마음에 든다 든다 말하면서 마음껏 내색하면서 살기로 했다.
    나는 내게 어떤 선택권도 없이 주어진 성씨, 출생 년도, 집안에서의 출생 서열,
    심지어 국적까지도 만족의 차원을 넘어 열광(!)하는 내가 상당히 마음에 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인생이 괴롭다고 몸부림치며 살기보다
    재미있다고 호들갑 떨며 살기를 선택한 내가,
    나는 제일로 마음에 든다."


    책을 읽다 스스로 즐거워집니다.
    지금 이순간 내가 얼마나 행복한가!

    상큼하고 단맛이 코로도 들려오는 참외
    껍질 얇고 살 통통한 만두
    입안 가득 차지하며 오물오물거리게 만드는 김밥
    고소한 둥글레차
    내 한몸 딱 누이기 좋은 돗자리
    회사생활 이외에는 항상 함께하는 든든한 티롤화
    양말에서 해방되어 바깥바람 만끽하는 발
    누웠다 돌아누웠다가 발을 폈다 허공에서 꼬았다가 앉았다가....원하는 대로 자세 잡고
    구름에 가려져 따갑지 않은 해와
    가을 전령이 미리보낸 시원한 바람까지...

    행복이 온몸 땀구멍에서 솟아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메세지를 보냈지요.
    (아래 준오씨가 올렸던 내용과 같이^^)


    "과학관 뒷뜰에서 양말벗고 누워 바람맞으며 책읽으니 행복합니다....행복하시죠?...싟"

    또하나...

    "늦여름 오후! 싟이는 게을러서..행복합니다. 세상도 같이 게을러지네요..행복하소소!"


    사람들이 동참합니다.

    결혼식 참석중에....
    연주 준비중에...
    내일 주일 준비중에....
    수술이 맘에 들게 끝난 후에....
    시골에서 잡일하고 한숨 자고 일어난 후에...
    금요일 관측후에 바뀐 잠 패턴에서 회복된 후에...
    시험공부 중에...
    일하는 중간에...
    배추 심고 나서....

    그런 와중와중에 야간비행사들이 함께해줍니다.
    모르겠습니다.
    웬 뜬금없는 메세지?라고 놀라셨을 수도 있겠네요.


    그때 저의 그 행복함이 전달이 다른 분께는 영 아래 무한한 소수점일 지라도
    그래도....
    잠깐이나마
    자신을...주위를...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행복한 주말 되소소~~~

댓글 4

  • 이준오

    2009.08.30 23:59

    덕분에...(밑에 글, 사진 그대로..) 행복했음다...^_^*
    근뎅 글 읽다보면... 저만 행복했던 것만은 아니었나보네요. 암턴 그 무섭다는 신종플루에 비해 이런 전염병은 대 환영입니다..ㅎㅎ
  • 이민정

    2009.09.01 09:13

    부지런한 사람의 한가로움이 흠씬 묻어납니다~
    진정 자연을 즐길 줄 아는 이의 여유가 다른 사람들의 마음까지 풍요롭게 하네요..

    200% 목적 달성입니다...여러사람 전염되었네요..ㅋㅋ

  • 이재희

    2009.09.01 19:41

    경식님의 문자로 바쁜 토요일이었지만 초가을 한가로움의 맛을 한껏 만끽했습니다.^^
    경식님이 누리신 여유와 맛....저도 느끼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담에는 저도 이런 여유와 맛을 나눠봐야겠습니다.
  • 윤용일

    2009.09.06 07:45

    얼마전 저도 이책읽고 한동안 행복 했었습니다... 위의 문귀도 마음에 들었구요... .배운것도 많았구요. 물을 아껴써야 겠다는 생각도 하고...
위지윅 사용
  조회  등록일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5723
  • 시골집에 내려가면 바로 앞에 섬진강의 지류인 요천수가 흐르고 멀리 동쪽으로 병풍을 두르듯이 지리산이 보입니다. 지금과 같은 겨울에는 항상 하얀 모자를 쓰고 있었지요. 그렇게 항상 보며 자란 지리산. 그러나 정작 지리산에 가 본 것은 대학때 종주 한번.... 후배...
2013-04-09 00:27:49 / 2011-02-07
thumbnail
  • 이준오 조회 수: 15484
  • 누구에게나 막연한 그리움은 있는 듯 합니다. 얼마 전에는 불쑥 김지현님 식구분들이 보잘 것 없는 저를 보러 오시더니.. 이번 주말(04.23~24)에는 김남희님과 이욱재님이 먼 걸음을...^^ . . . 그리고 그런 분들이 떠난 후, 오히려 그때가 되서야만 더 더욱이 그리운 ...
2010-04-26 07:28:20 / 2010-04-26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5483
  • 토요일 양희은님의 콘서트엘 갔습니다. 아래 조병화님의 '공존의 이유'라는 시는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라는 노래 앞머리에 읊은 것이지만 저는 오히려 왠지 '봉우리'란 노래에 더 와닿았습니다. 봉우리 노래를 들을 땐 주책없이 눈동자가 촉촉해지더군요 ^^; 공존...
2008-06-01 12:02:42 / 2008-06-01
thumbnail
  • 김경식 조회 수: 15473
  • ㅇ~ㅗㅣ로움과 ㅆ~ㅡㄹ쓸함... 일이 있어 고향에 다녀왔습니다. 월요일 월차까지 받아 2박을 시골에서 보내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망원경도 가져가 봤지만, 이틀밤동안 본 것이라고는 별 10여개... 그래도 딸내미 별찌랑 오토바이타고 이곳저곳 돌아다니고, 동생과 오...
2003-07-01 06:22:52 / 2003-07-01
thumbnail
  • 김경식 조회 수: 15467
  • 지난 5/1일에는 가족과 함께 남이섬엘 다녀왔습니다. 전에 회사에서 남이섬 대표 초청강연이 있었는데, 너무 가보고 싶게 새로 만들어진 것 같았고... 더구나 이날은 책잔치가 있어서 비가 온다는 예보에도 불구하고 나섰습니다. 봄,여름,가을,겨울...한번씩 들러보고 ...
2007-05-13 21:44:30 / 2007-05-13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5457
  • 올해 3월...충북 영동에 앞으로 정착할 집을 짓기 시작했다. 충북 영동. 애매하다. 누구는 강원도로 간 것으로 생각한다. 겨울철 눈이 오는 것으로 매일 뉴스에 나오는 강원도 영동지방 때문에. 생활권은 전북 무주이다. 무주가 거리도 가깝고 서울에서 접근하면 무주ic...
2013-04-09 00:17:34 김경싟 / 2012-07-29
thumbnail
  • 김남희 조회 수: 15456
  • Gustav Theodor Holst 라는 영국 작곡자의 The Planets(행성)이라는 곡을 소개 해 볼까 합니다. 첫 곡 [화성]을 시작으로 [금성], [수성],[목성],[토성],[천왕성],[해왕성]까지 일곱곡으로 작곡 되어 있습니다. [명왕성]은 미래에 퇴출 될 줄 알았는지 이 곡은 안 쓰여...
2010-02-11 10:23:12 / 2010-02-11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5408
  • 토요일 공기는 싸늘했지만, 하늘은 맑고 햇볕은 총총하여 자전가 타기에 딱 좋은 날이었습니다. 과천에 이사온 이후 처음으로 별찌랑 자전거 나들이에 나섰습니다. 자전거가 완전 익숙하지는 않은 별찌 그래서 자전거도 아직은 뒷바퀴에 바퀴 3개 달린 것에서 보조바퀴...
2009-02-23 04:59:07 / 2009-02-23
thumbnail
  • 김경식 조회 수: 15376
  • 기회가 되어 장흥유원지(경기도 양주) 계명산 형제봉에 있는 '송암천문대'를 다녀왔습니다. 아직은 정식 open을 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천문대는 다 마무리되었고, 산아래쪽 부분이 막바지 작업중이더군요. 전에 이 천문대는 소식을 한번 접했었습니다. 만드는데 300억...
2007-07-02 01:41:21 / 2007-07-02
thumbnail
  • 정기양 조회 수: 15366
  • Burnham's Celestial Handbook의 처음에 나오는 시입니다 비록 문학에는 문외한이지만 누가 썼는지 모르는 이 시를 읽으면(Burnham이 썼나요?) 마치 내가 지금 별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영어로 되어 있지만 나중에 번역에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Midnight...
2013-11-13 02:00:15 두별 / 2012-02-24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5296
  •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The Education of Little Tree) - 포리스트 카터 Forrest Carter (조경숙 옮김, 아름드리미디어) 이름, 작은 나무 Little Tree 나이, 다섯 살 아빠가 세상을 떠나고 1년 만에 엄마도 돌아가셨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된다. 나중엔 ...
2013-04-09 00:18:38 / 2012-02-07
thumbnail
  • 김경식 조회 수: 15255
  • 이번에는 야간비행에 글을 올릴 때...사진을 여러개 첨부하는 방법입니다. 단순히 첨부하면 첨부파일을 한개밖에 올리지 못하게 되어 있지요^^; 물론 photoshop에서 몇개 사진을 한 file로 만드는 것도 방법입니다만, 사진 중간중간에 글이 들어갈 경우에는 이것도 여의...
2004-07-13 19:17:04 / 2004-07-13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5122
  • 눈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해마다 다녀오는....눈(雪)만을 위한 여행. 11월 내내 주말에 출근을 한 관계로 이번에는 좀 쉴 겸 일찍 다녀왔습니다. 장소는 정함 없이 대관령 쪽으로 가자! 였습니다. 삼양목장으로 갈까 하다 이번엔 양떼목장으로 가자며 구 영동고속도로로 ...
2008-12-01 06:49:31 / 2008-12-01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5075
  • . . . 연못에 연꽃이 피었습니다. 치명적인 은은함으로 가는 길을 붙잡고 놓아주질 않네요. 털석 주저앉아 하염없이 하염없이 바라봅니다. .................................................................. 지난 토요일 가족과 과천과학관엘 갔습니다. 요즘은 틈만...
2009-09-14 08:41:43 / 2009-09-14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5020
  • 숲속을 걷다 보면 차고 넘치는 작은 소리들로 가득합니다. 길을 걸으면 작년에 쌓인 나뭇잎 사이사이에서 자기 방어라고는 오로지 도망치고 숨을 수밖에 없는 작은 생명체들의, 부산함 탁 톡 톡톡 탁탁 스삭 사삭 .... 그러다 나뭇잎을 중간만 밟은 상태에서 물결처럼 ...
2013-04-09 00:17:49 김원준 / 2012-05-31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4998
  • . . . 추석때 남원역에서 내려 집에 가다보니 돔...건물이 보입니다. 천문대??? 집에 들러 정리를 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천문대를 찾아 나섰습니다. 들어서는 길을 찾지못해 춘향테마파크를 통해 접근을 해서는 숲을 헤치고 들어갑니다. ^^ 10월초에 개장한다고 합니다....
2009-10-04 23:25:58 / 2009-10-04
thumbnail
  • 이민정 조회 수: 14993
  • 출근하려고 차에 가보니 말로만 듣던 우담바라가 피었어요.. 흐~ 3천년에 한 번 핀다는 .. 하지만, 제 차에 피어버린 우담바라는 그야말로 사~이언티픽(?) 그 자체입니다. ^^; 사진을 자세히 보세요.. 풀잠자리가 알에서 깨어나고 있는 모습과 이미 주인이 떠난 알껍질...
2005-08-29 20:39:40 / 2005-08-29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4987
  • . . . 어느 시간...눈을 떴습니다. 빗소리가 들립니다. 몇시일까? 아내를 깨웁니다. "우리... 대공원에 비 맞으러 갑시다." 들려야 할 뻔한 대답 대신 "그래요..." 시계를 봅니다. 새벽 4시 한시간만 더 자다 일어나자. 알람은 듣지 못하고 스스로 깹니다. 배가 고프네...
2009-07-13 06:40:07 / 2009-07-13
thumbnail
  • 김경식 조회 수: 14978
  • 설 전날... 일만 방해되는 복잡스런 애들을 해치운다는 명분하에 애들을 데리고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곡성섬진강천문대'에 다녀왔습니다. 네비게이션에도 아직 등록이 안되었는지 검색이 안되었고, 대략적인 위치도 모르는 상황이었었지만, 곡성에 가면 표지가 있겠...
2008-02-10 03:03:32 / 2008-02-10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4970
  • 철학이 필요한 시간 - 강신주 지음 (사계절) 학교 다닐 때, 꼭 들어보고 싶은 과목들이 몇 개 있었다. 그러나 막상 듣고 나면 만족감이 뚝 떨어진다. 철학, 논리학, 심리학... 그리고 전공자에게 양보한다. 마치 나중에 쓰지도 않을 것, ‘수학을 왜 배워야 해요?’ 항변...
2013-04-09 00:20:04 류혁 / 2012-01-0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