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20100410메시에마라톤 삽질후기
  • 김남희
    조회 수: 7299, 2010-04-14 11:24:27(2010-04-14)
  • 작년 말부터 조강욱님의 메시에 마라톤 뽐뿌를 받아오고 있었다.

    한 번쯤 도전 해보고 싶은 맘도 있었지만 아직 초보의 단계를 벗어나지 못함에

    지금 실력으로 출전 한다는 것은 두려운 마음이 앞서기만 했다.  

    망설였던 또 하나의 이유는 제한된 시간안에 많은 대상을 관측한다기 보다는 확인만 하는 것이니

    과연 맘속에 흡족함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

    차라리 몇가지 대상을 정해놓고 깊이있는 관측을 하는것이 더 뿌듯함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싟님의 마라톤 참가여부 게시글에 마음은 더욱 심란해지고 결국 행사 2주전에 참가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바로 홈피의 과거 강욱님의 메시에마라톤후기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일단은 작전을 어떻게 짜느냐하는 고민을 했고 조강욱님과의 통화중 과거 마라톤 전략을 메일로 받고

    시간대별 공략을 내 자신에 편의에 맞춰 A4용지 한 장의 전략계획서를 만들었다.



    1. M1부터 M110까지 위치 암기

    갑작스런 열공이 시작 되었다. 2주 동안 성도를 옆구리에 끼고 다니며 시간나는대로 성도를 외우기 시작했다.

    전철을 타고 이동시에도 머릿속에 M1을 시작으로 성도상의 위치를 되새기며

    중간에 생각 안나는 메시에는 바로 성도를 꺼내 위치를 확인하고 반복하는 연습을 했다.

    한시간의 전철 이동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아주 짭잘한 시간대비 활용을 하였다.



    2.[현재시간대]+[성도페이지]+[봐야할 대상]을 순서대로 나열하기.

    한 두시간대의 간격으로 놓치지 말고 꼭 봐야할 대상을 한 part씩 묶어놓았다.

    그리고 각 대상들의 생김새등을 암기하였다.



    3.처녀자리은하단에서 광시야 활용하기.

    제일 걱정이 되는 부분이 처녀자리은하단에 있는 메시에들이었다.

    수많은 은하들 중에 메시에만 골라내는 것이 과연 순조롭게 진행이 될까,

    십중팔구 은하단 속에서 난리부루스를 치며 발악을 할텐데..

    그래서 생각한것이 저배율 광시야 아이피스를 활용 해보자는 것이었다.

    저배율을 쓰면 한시야에 두세가지 메시에대상을 신속하게 확인하고 많은시간을 절약 하자는 의도인 것이다.

    다행히 지난 7일 최선생님과의 오붓한 양평번개에서 M85부터 M61까지 집중 공략을 하고

    특히 M84,86,88,91,90,89,87까지와 60,59,58을 숙지하면서 파인더를 사용하지 않는것이 오히려 편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이 대상들에서 파인더와 아이피스를 오가다간 미아의 신세를 면하지 못할듯 싶었다.

    이 날의 집중 연습으로 오히려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4.박명때의 대상들을 고도의 집중력으로 쬐려보기.

    M31,32,110,52,103,33,76,74,77

    진정 얘네들은 마음을 비워야하는 대상들인가?

    한 두개라도 건질수 없단말인가?

    일찌감치 옥상에서 시야가 확보된 자리를 잡고 암적응에 들어갈 생각이었다.

    실전에서 최선을 다하리라 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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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라톤 당일...

    여러가지 작전계획을 세웠지만 실전에서는 완전히 딴 세상이었다.

    내 계획은 순조로운  기상상태를 가정할때 세운 전략인데..

    지난 10일의 밤하늘은 최악의 조건이었다.

    과연 마라톤이 진행될수 있을까,

    하루종일 구름과 낮엔 비도 오고 안개,이슬까지 그야말로 최악의 기상 조건이었다.

    드디어 마라톤이 start 되었다.

    무얼 어떻게 시작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현재시간 19시 50분..

    요즘말로 멍 때린다고 하던가..

    쬐려보기로한 가을철 별자리는 고사하고 겨울철 별자리도 연막전을 펼치고 있는데

    밝은 M45를 찾아보자는 생각에 시야로 대충 위치만 잡고 파인더로 그 주변을 훓어본다.

    아무것도 안보인다.

    아~ 진정 이 무슨 삽질이란 말인가?!

    이게 무슨 메시에마라톤인가?

    삽질 마라톤으로 타이틀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M45 실패.....  실패...   도무지 찾을수가 없다.

    예진이는 아빠속도 모르고  어디있냐고 빨랑 들어오라는 전화만 연속 두 통화가 온다.

    무턱대고 기다리다 보니 북두칠성이 살짝 보인다.

    먼저 무엇을 볼까하다 은하보다는 재미없는 M40은 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드디어 시작을 M40으로 찍고 M109로 돌린다.

    안보인다.

    그 사이 구름이 덮친다. 그야말로 게릴라전이다. 또 멍하니 기다린다.

    그 밝던 시리우스가 보여줄까 말까 약올리고 있다.

    이 때 뽐뿌의 대가 정대장님이 나타난다.

    나에게로 오더니 "20개는 찾았죠?"라고 한다.

    이 무슨 복장 터지는 소리인가?

    저 구름을 뚫을수 있는 초인과 같은 투시력이라도 발휘해야 한단 말인가?  빨리 저리로 가셔~

    얼마나 지났을까.

    시리우스,토성이 보이기 시작한다.

    M47을 파인더 시야에 넣는걸 성공했다.

    그옆의 46은 감으로 찾아 아이피스안으로 끌어 들였다.

    금쪽같이 아까운 시간들이다.언제 다시 구름이 덮칠지 모르는 긴박한 상황이다.

    길거리를 걷다 누가 흘린돈을 발견하고 냅다 줍은 기분으로41,50,48까지 성공했다.

    그런데 산능선에 살짝  걸려 있을것같은 93은 절대 못 찾겠다.

    천정하늘을 보니 사자자리가 간신히 보이고 있다.

    65,66을 확인하고 105로 옮기는데 절대 안보여 준다.

    옥상 저편의 학생 그룹사이에서 "북두칠성이다"하는 여학생의 외침이 들린다.

    108로 다시 파인더를 고정시킨다. 정말 희미하다.

    그 옆의 97로 옮겨간다. 약하게 푸른빛을 띤 놈이 시야에 들어오고 109을 따라 106까지 내려간다.

    현재시간 21시..

    다시 구름이 몰려온다.

    또다시 무작정 기다린다.

    작전대로의 진행이 불가능으로 판단되니 마음이 더욱 조급해지기만 한다.

    이러다가 시간을 놓쳐 관측불가가 80%는 되지 않을까 싶다.

    또 한참의 시간이 지난다.

    95,96,105를 볼 수 있을 것 같아 확인하는데 이놈에 은하가 105만 확인이 된다.

    105를 보고 95,96으로 옮기는데 그 사이에 사라져 버리다니...

    현재시간 22시18분..

    106을 21시에 확인하고 기다리다 105로 넘어가는데 무려 1시간 18분이나 지나가 버렸다.

    더우기 이 시각 부터는 완전 전멸이다.

    안개까지 휩싸이니 숨이 탁 하니 막혀온다.

    이럴땐 카페테리아로 가서 휴식을 취하는게 낫겠다 싶어 내려가니 많은 사람들이 알콜 교제로 한창이다.

    두부김치,계란말이,번데기 등의 안주가 유혹을 하는데 웬일인지 유혁님이 폭탄주를 제안한다.

    폭탄주가 몇 잔 오가며 도란도란 얘기를 하고 있지만 맘은 밖의 하늘에 가 있다.

    수시로 드나들며 밤하늘을 확인하지만 좀체로 열릴 기미가 안보인다.

    에라 모르겠다. 알콜에 발동이 걸리기 시작한다.

    꽤 떠들고 놀다 강의실의 컴퓨터로 위성사진을 확인하니 새벽 3시는 넘어야 혹시 열릴까 기대감이 생긴다.

    24시가 넘은 시간이다. 잠시라도 눈을 붙여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강의실 한 켠에서 잠을 청한다.


    정적을 깨는 핸드폰 벨소리에 잠이 깼다.

    이준오님의 전화다. 순천은 하늘이 열린다는 낭보다.

    눈을 비비며 화장실을 가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2시 14분. 옥상으로 올라간다.

    하늘은 역시 배반을 때리며 무정한 마음을 보여준다.

    그래도 새벽하늘의 적막을 즐긴다.  

    한 숨 잤다고 머리속은 맑은 느낌이다.

    기다린 보람이 있는지 지난밤의 북두칠성이 뒤집어져 보이기 시작한다.

    기회는 챤스다.

    94를 찍는다. 3시 58분..

    51,101,102까지 성공한다.

    베가도 올라오고 알비레오도 보이기 시작한다.

    은하수가 보이기 시작하니 탄력이 붙는 느낌이 든다.

    57,56,27,71,29,39,11까지 몰아 붙힌다. 4시 35분

    이미 박명이 시작 되는 듯 하다.

    전갈자리, 궁수자리는 고도가 낮고 박명에다 달도 올라오니 보이질 않는다.

    무더기 밭에서 단 하나도 건질수가 없는 상황이다.

    오호 통재라 오호 애재라..

    안타레스로 추측되는 별을 찾고 M4를 찾으려 애썼지만 그 밝은 구상성단이 보이질 않는다. 22도 당근이고...

    점점 밝아진다. 달도 점점 높아지고...

    허리를 펴보니 피곤함과 허탈함이 조금씩 느껴진다.

    홍대 학생들인듯 짐작되는 몇 명이 강욱님의 15"돕을 끌어 안고 열심히 달을 보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야! 이걸로 보니까 달이 더 잘 보여..."

    혼자 쓴 웃음을 져 본다.



    북두칠성주변 메시에만 유일하게  다 보고 나머지는 참담하다시피 기대 이하의 성적이 나왔다.

    처녀자리 은하단에서 가장 큰 아쉬움이 남는다.

    처녀자리에 공을 많이 들였건만 단 하나도 못 본 것이다.

    저배율 아이피스의 처녀자리 은하단 관측 계획은 완전히 물거품이 되었다.

    어짜피 구름 때문에 못 봤으니 나만 못 본건 아니지 하며 혼자 위로를 한다.

    짧은 준비 기간이였고 약간의 부정적 시각도 있었지만 메시에 마라톤을 끝낸 마음은 많이 바뀌어져 있다.

    일단은 메시에 준비를 하면서 110개 대상의 전체적 윤곽이 잡히는것 같아 큰 공부가 되었다.

    단순 확인이라는 좁은 생각에서 넓은 밤하늘을 다시 발견하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그리고 왜 강욱님이 15"돕에 뚜껑을 씌우고 5"구멍으로 객기를 부렸는지 그 이유도 알수 있을 것 같다.



    돌아보는 시간 속에 여러가지 감사 할 일이 생긴다.

    우선 즐삽2를 통해 소중한 경험을 맛보게 해준 유혁님께 감사하고,

    항상 응원하며 새벽에 전화를 걸어준 이준오님께 감사하다.

    또 사랑을 보내주며 격려해주시는 최선생님께 감사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진정 별쟁이의 표본이 되는 싟님께 감사하고,

    항상 배려해주고 뽐뿌가 되주고 알콜친구가 되준 강욱님께 감사하며,

    행복한 만남이 되어 밤하늘의 친구가 되준 여러 회원님들께도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야간비행으로 안내 해 주고 인생의 커다란 행복을 맛 보게 해준

    신영호선생님께 감사드린다..............



댓글 9

  • 김경싟

    2010.04.14 17:08

    남희님을 보면 열심.....그 자체입니다.

    소맥의 공격에도 다시 일어나 새벽을 사냥하시어...결국 영광의 1위를 얻어내셨죠.
    축하드립니다.
    짝짝짝!

    위 본문에서 한줄이 빠졌네요.
    항상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열정적인 모습으로 자극을 주는 남희님께 감사합니다.
    *^^*


  • 최승곤

    2010.04.14 18:50

    축하드립니다. 항상 열심이신 모습 참 아름답고 부럽습니다..
  • 이욱재

    2010.04.14 20:16

    축하드립니다.항상 달리시는 열정과 별에 대한 사랑에 존경을 보냅니다^^
    그날 야간근무를 서면서 메세지나 보내드릴까 했는데...방해될까봐 조용스레 응원만 보내드렸는데....많은 이야기를 만드셨네요^^
    다시한번 축하드리며...짝짝짝(2)
  • 이준오

    2010.04.14 21:34

    문장에서 절로 긴박감이 느껴집니다. 정말 제가 천문인 마을에 있었던 듯..ㅎㅎ

    그럼 이제 1등 기념으로 거론된 분들 포함 모든 분들에게 크게 한턱을~ ^^
  • 유혁

    2010.04.14 21:48

    제가 그날 폭탄주를 제안하지 않았더라면... 결과가 더 나아졌을 수도 있는데 말이죠.... ^^;;

    어쨌든... 그날 참 재미있었는데... 저도... 한턱 기대하겠습니다. ^^;;
  • 조강욱

    2010.04.14 22:10

    ㅎㅎㅎㅎ 바람을 넣은 범인(?)으로서.. 살짝.. 코딱지만큼.. 책임을 느낍니다 ^^;;;;

    메시에마라톤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온몸으로 느끼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면 내년엔 Megrez90으로 100개에 도전한다는 것에 동의하실거죠? ^-^
  • 정병호

    2010.04.15 18:45

    제가 뭘 했다고 그러셔용~
  • 최윤호

    2010.04.15 21:56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1등하신거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대단하십니다. 모든게다 선생님 열정의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1등하신 기념으로 이슬이랑 같이 놀게 해주신다면 ㅋㅋ
  • 김남희

    2010.04.16 03:59

    여러분들의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아무래도 한 턱의 분위기로 가는데 유혁님 주신 폭탄주를 답례로 할까 보네요.^^

    월령이 안 좋을때 번개모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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