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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문인마을 가는 길에 [자유글]
  • 조회 수: 1924, 2018-04-03 09:39:06(2018-03-24)
  • 유년시절 손칼국수에 입도 대지 않던 때가 있었다.

    위생장갑도 끼지 않은 맨손으로, 이모양 저모양 치대기를 수백번 해야  커다란 세숫대야보다도 넓은

    크기가 되는데 , 그 누리끼리한 국수 가닥이 '아이고 더러워' 하고 느꼈기 때문이다.


    e1-1-1.jpg


    시래기는 무의 잎과 줄기를 말린 것이다. 시래기와 메주, 곶감 등은 모두 사내키로 엮어 말려 먹던 음식인데,

    유독, 시래기가 매달린 장소는 창고, 뒷간, 또는 잘 사용하지 않는 사랑방의 처마밑 이었다.

    뒷방이나 대청마루에 매달던 메주나 곶감에 비해 시래기는 천대를 받았다 할까!  대접이 달랐던 것이다.

    이제와 생각하건데, 다른 놈들에 비해 말라 비틀어져 가던 그 냄새가 시원치 않았거나, 유독 많이 말라 대청을

    더렵혔던 한떨기 부스러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든다.


    어머니가 손때 묻은 맨손으로 썩썩 썰어 대시던 칼국수와 뒷간 처마밑에서 꼬장꼬장 겨울을 나던 시래기는,

    이제 어머니 나이쯤 장년이 되어버린 내겐 ,  무척 그립고 보고싶은 음식이 되었다.


    e2-2-2.jpg


    천문인마을 가는 길에 안흥찐빵집 말고, 꼭 들러야 하는 곳이 생겼다. 시래기와 강원도 막장으로 맹근

    순댓국집이 그곳이다.  ' 강 0 순 대'


    주인이  " 어서옵쇼! '" 하고, 엉뚱한 자리를 권하걸랑,  냉큼 수십년은 묵었을 만한 뜨끈한 화로가 놓인,  안방을

    차지하는게 우선이다. 

    행여 여름이라 화로가 안보이걸랑, 식탁 뒷편으로, 주인네 소학교 졸업사진이 걸린 자리가 안방인 명당자리다.

    그리고 더도말고 ,  겨우내 땅에 묻은 독에서 꺼냈음직한 신김치와 깍두기는 주인이 떨어졌다 속에 없는 말 하더라도,

    한번 더 달라 사정이라도 하여서 얻어 먹어야만,  더불어 그 오묘하고 깊은 맛이 집에 돌아와서도 잊혀지지 않는다.

    꿀꺽.


    e3-3-3.jpg


    ~  메시에마라톤을 준비하러 가는 길에.. 2018년도 3월 17일 야간비행 김민회


     




    

댓글 10

  • 김남희

    2018.03.24 04:50

    감성을 자극하는군요. 좋은 글과 그림입니다. 이렇게 능력이 뛰어나신데 자주 이런글 좀 올려주세요.
    좋은 추억거리 되새김질 하게됩니다.

    그리고 6329 차주가 누군가요?ㅎ
  • 김재곤

    2018.03.24 07:29

    언덕위에서 추억을 낚고 계셨군요. 구수한 냄새가 좋았는데, 이렇게 봄날이 또 가나 보네요.
  • 김민회

    2018.03.24 09:00

    그랬습니다.  뒤꼍에서 내려다 본 순댓집이 이제는 없어진 옛 우리집 같드랬습니다. 

  • 최윤호

    2018.03.24 09:07

    이 그림들 보시고 그냥 당일 다 그리신 거죠? 뭔가 전공을 잘 못 택하신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ㅎ 맛갈진 글과 그림이 너무 좋습니다. 이번 추억을 함께하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 홍대기

    2018.03.24 21:26

    저번에도 좋은 그림 올려 주셨지민 김민회님께 이런 그림 솜씨가 있으실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느낌이 잘 살아있고 특히 정감 가득한 느낌이 너무 좋습니다. 저같은 막손은 그저 부러울 따름이네요~ ^^  관측지에서 늘 뵈었으면 좋겠고 앞으로도 좋은 그림 많이 부탁드립니다~

  • 김승희

    2018.03.24 21:48

    강림.JPG

    여기 김민회님께서 꼭 가봐야 된다고 해서 갔었습니다...

    1년전 사진인데...이 시래기가 아직 그림의 그 시래기는 아니겠지요...^^;



  • 이한솔

    2018.03.24 23:40

    글이면 글 그림이면 그림..... 하
    그날 잘 먹었습니다~~ ㅎ
  • 반형준

    2018.03.27 20:55

    유명한 곳이지요.... 입에 침고입니다....냠...
  • 원종묵

    2018.03.27 21:47

    야간비행에는 정말 능력자 분들이 많은거 같습니다. 스케치의 대가 강욱님이 떠나니.... 또다른 류의 새로운 작가분이 등단하시는 군요. 낭만 화가 민회님의 글솜씨도 예사롭지 않지만 그림도 매우 운치가 넘치네요. 개인적으론 글 그림에 따스한 온기가 느껴져서 너무 좋습니다. ^^

  • Profile

    박상구

    2018.04.03 09:39

    이렇게 멋진 글을 써주신걸 주인장이 아셔야될텐데요. ㅎㅎ
    아직 한번도 안가봤는데 꼭 가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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