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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회

유년시절 손칼국수에 입도 대지 않던 때가 있었다.

위생장갑도 끼지 않은 맨손으로, 이모양 저모양 치대기를 수백번 해야  커다란 세숫대야보다도 넓은

크기가 되는데 , 그 누리끼리한 국수 가닥이 '아이고 더러워' 하고 느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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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래기는 무의 잎과 줄기를 말린 것이다. 시래기와 메주, 곶감 등은 모두 사내키로 엮어 말려 먹던 음식인데,

유독, 시래기가 매달린 장소는 창고, 뒷간, 또는 잘 사용하지 않는 사랑방의 처마밑 이었다.

뒷방이나 대청마루에 매달던 메주나 곶감에 비해 시래기는 천대를 받았다 할까!  대접이 달랐던 것이다.

이제와 생각하건데, 다른 놈들에 비해 말라 비틀어져 가던 그 냄새가 시원치 않았거나, 유독 많이 말라 대청을

더렵혔던 한떨기 부스러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든다.


어머니가 손때 묻은 맨손으로 썩썩 썰어 대시던 칼국수와 뒷간 처마밑에서 꼬장꼬장 겨울을 나던 시래기는,

이제 어머니 나이쯤 장년이 되어버린 내겐 ,  무척 그립고 보고싶은 음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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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인마을 가는 길에 안흥찐빵집 말고, 꼭 들러야 하는 곳이 생겼다. 시래기와 강원도 막장으로 맹근

순댓국집이 그곳이다.  ' 강 0 순 대'


주인이  " 어서옵쇼! '" 하고, 엉뚱한 자리를 권하걸랑,  냉큼 수십년은 묵었을 만한 뜨끈한 화로가 놓인,  안방을

차지하는게 우선이다. 

행여 여름이라 화로가 안보이걸랑, 식탁 뒷편으로, 주인네 소학교 졸업사진이 걸린 자리가 안방인 명당자리다.

그리고 더도말고 ,  겨우내 땅에 묻은 독에서 꺼냈음직한 신김치와 깍두기는 주인이 떨어졌다 속에 없는 말 하더라도,

한번 더 달라 사정이라도 하여서 얻어 먹어야만,  더불어 그 오묘하고 깊은 맛이 집에 돌아와서도 잊혀지지 않는다.

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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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시에마라톤을 준비하러 가는 길에.. 2018년도 3월 17일 야간비행 김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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