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스케치/사진 ~☆+

  • [M11] 우주의 가장 아름다운 비행 [스케치]
  • 조회 수: 14122, 2016-09-08 05:21:20(2016-08-31)


  • M1135번과 함께

     

    메시에 산개성단 중에서 가장 화려한 아이다

     

    호핑 위치마저 쉬워서 초보든 고수든 가릴것 없이

     

    여름밤 관측지에 도착하면 망원경을 세팅하고

     

    11번을 스윽 잡고 "우와!" 감탄사 한 번 날려주는 것부터 오늘의 관측을 시작하는 것이

     

    대부분의 별쟁이들의 일상이다 (물론 나도 그렇다 )

     

     

    11번에는 강력한 별칭이 있다

     

    Wild duck cluster. 우리말로는 야생오리 성단, 또는 들오리떼의 비행이라고도 한다



    이거? 

    duck.jpg

    (아래 오리 사진들의 출처는 모두 구글 검색)

     

    아니 이거

    flock.jpg  

     

    사실은 이것도 포함..

    flock2.JPG

     

     


    이게 대체 어떻게 하늘에서 보인다는 걸까?

     

    11번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은 아마 상상이 잘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망원경을 처음 구경하는 사람이라도

     

    맑고 어두운 하늘에서 8인치 구경 이상으로 M11을 마주하게 되면

     

    이게 (위의 마지막 오리떼 사진이) 무슨 얘기인지 바로 알게 될 것이다.


     

    하늘에 이것보다 별이 촘촘히 모여 있는 산개성단은 메시에 중에서는 없다.

     

    오히려 NGC에서 3532번과 7789번을 겨우 찾을 수 있을 뿐..


    (3532는 능력치가 너무 먼치킨이고 울나라에서 볼 수 없으니 예외로 하자)

     

     

    4인치로 봐도 충분히 존재감이 있긴 하지만

     

    그 숨막히는 촘촘한 별들의 장관은 구경이 작아지면 흐릿한 성운기 정도로 밖에는 볼 수 없으니 아쉬울 뿐이고..

     

    역시 안시는 구경이 깡패;;

     

     

    그럼 위의 첫 번째 오리떼 사진은 무슨 의미일까?

     

    ※ 필자도 한강에서 새벽에 월령 27일 달 찾으러 나갔다가 너무 늦어서 허탕치고

       그믐달 대신 찾은 것이 얘들의 편대비행이었다

     

    [M11의 찬조 출연 또는 위로 공연, 출근 전 한남대교에서 조강욱 (2015) ]

    찬조출연.jpg

     


    11번은 산개성단 관측의 핵심인 스타체인이 아주 잘 보이는 대상이다

     

    그것도 겹겹이 말이다

     

     

    백문이 불여일견, 우선 그림부터 보자

     

    [ M11 오리떼의 군무, 검은 종이에 파스텔 - 천문인마을에서 조강욱 (2011) ]

    M11_1500px_110505.jpg


     

    M11은 그저 넉 놓고 바라만 봐도 좋지만,

     

    밝고 큰 만큼 발라먹을 살도 감자탕 등뼈만큼 많다

     

    M11_des_1105051.JPG

     

     

    우선 첫 번째로 봐야 할 것은 물론 아이피스 시야 중심을 가득 채우는  압도적인 별무리들.

     


    오리떼 정 가운데에서 대장 오리를 찾아보자.

        남다른 포스로 수천 오리떼의 군무를 일사불란하게 지휘하는 마에스트로를 어렵지 않게 알현할 수 있다

     


    대장 오리가 어느 방향으로 지휘를 하고 있을까?

        시야를 조금만 넓혀서 보면 오리떼의 비행 방향이 보인다

        이중성단도 35번도 대부분의 rich한 산개성단은 대부분 원형을 띄게 되는데

        이 아이는 특이하게도 삼각형 모양의 편대 비행을 하고 있다.  바로 이 오리들처럼.

        flock.jpg  



    시선을 편대 비행 방향으로 조금 더 앞쪽으로 옮겨가면, 

        본진(?)의 방향에서 시계뱡향 90도 회전한 방향인 동쪽으로 날아가는 척후병들도 삼각 편대를 이루고 있다

        반대로 본진의 뒤쪽으로는 보급부대가 일렬로 뒤따라 오고..

     


    다시 본진의 오리떼에 집중해 보자.

        분해가 될 듯 말 듯 순대국에 들깨가루 뿌린 것 마냥 무수한 별들을 집중해서 보고 있으면

        그냥 별들이 많이 모여있는 것이 아니라, 별이 없는 공동(void)들도 많이 볼 수 있다

        dark_lane.JPG


        산개성단의 천문학적 성질로 볼 때 성단 내의 암흑성운이 성단을 가리고 있을 확률은 높지 않다

        아마도 시선 방향에서 성단 앞의 암흑성운이 우연히 가리고 있거나,

        아니면 상대적으로 별이 적은 영역을 우리가 암흑대(Dark lane)라고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뭐가 되었건 간에, Dark lane을 보는 것은 M11의 수많은 포인트 중에서도 최고의 백미이다

        그것이 입체감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11번이 날고 기어도 산개성단 암흑대의 최고봉은 NGC7789임은 이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산개성단 안의 알파벳 찾기

        ‘밤하늘의 T'를 생각하면 초보 딱지를 뗀 별쟁이들은 하나같이 처녀자리 은하단을 생각하게 되어 있다

        셀 수 없는 망망대해 은하밭의 등대같은 존재인 T 3형제 말이다

        그에 비할 길은 없겠지만, 산개성단 M11 안에도 T 3형제가 있다

        T3.JPG

     


    본진 내에서는 T 외에도, 편대 1선에 마차부를 생각나게 하는 5각형(6각형)이나

        대장별을 호위하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같은 모양도 찾을 수 있다

     


    T 3형제의 가운데 위치에는 아주 작은 미성들이 깨알같이 모여서 마치 작은 성운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내 15인치 망원경으로 M11에서 유일하게 별들로 분해해서 볼 수 없었던 영역이다

     


    1~8의 관측 포인트를 생각하며대장별을 중심으로

        본진의 ‘(순대국에 뿌려진) 들깨가루들'에 집중하고 있으면

        마치 매직아이를 보는 듯 성단의 입체감이 느껴진다.

        중세 수도원에서 도 닦고 있던 수도승이 아니라면 여기서 누구나 자동으로 탄성이 나오게 되어 있다

     


    ⑩ 이번엔 시선을 아주 넓혀서 보자

        M11은 은하수 덩어리가 밀집된 동네에 위치한 관계로,

        지정학적으로 주위에 무시무시한 암흑성운들을 이웃 주민으로 두고 있다

        chart.jpg

        (uranomertia 성도 캡쳐, S&T 기사에서 인용)


        밝고 화려한 것보다 어두침침한 것을 좋아하는 나의 특이 취향을 충족시키기 위해

        10년쯤 전에 M11 근처의 성도상에 보이는 괴상한 Barnard.. B318번과 B115/114/116/117/118,

        그리고 위 성도 우상단의 B10415인치로 시도했으나 참패, 하나도 건지지 못했다 (하아 구경병이 또....)


        대신 M11 위의 거대한 영역을 차지하는 B111

        암흑성운 안의 암흑성운(검은 구멍 안에 더 검은 구멍)B110B113

        비교적 쉽게(!) 관측 가능하다 

        but 위에 참패한 대상들처럼 재미있는 모양은 아니다


       성도의 맹점은 암흑성운의 opacity(불투명도) data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

       아래 S&T 칼럼의 사진으로 뭐가 *이고 된장일지 미리 check하고 시도해 보자!


       chart3.jpg

       참조 : http://www.skyandtelescope.com/observing/dive-into-scutums-dark-nebulae071520151507/


       무시무시할 만큼 친절한 설명까지.. 역시 S&T의 디테일은 존경스럽다

       chart2.jpg

     



    M11 얘기를 신나게 떠들고 있으니 앞방 칼럼에 자리를 잡은 9번과 10번의 눈초리가 너무 따가워서

     

    (왜 쟤만 예뻐하냐는.. 그럼 너네들도 예뻐지던가..)


    이만 줄여야겠다   



    메시에를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빛나는 것을 사랑해야지.


     

     

     

                                       Nightwid 無雲

     

     

     

     

댓글 2

  • Profile

    박상구

    2016.08.31 21:32

    대부분 별쟁이들에 저도 포함되나 봅니다. ^^ 11번 한번 보고 우와 한번 날려주고 관측 시작. ㅎㅎ
    역시나 11번에는 볼거리가 많네요. 암흑성운들 도전해봐야겠어요 ^^

    (근데 오타가 하나... 북쪽방향에서 90도 시계 방향은 동쪽이 아니라 서쪽... ^^;)

  • 조강욱

    2016.09.08 05:21

    17.5면 주변 암흑성운이 가능할 것 같아요

    그나저나 오류를 뒤늦게 발견했네요 ^^;;

위지윅 사용
  조회  등록일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4479
  • 스케치
  • 달, 달이란 나에게 무엇일까? 그리고 우리에겐 어떤 의미일까? 관측의 훼방꾼. 대부분의 별쟁이에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언젠가부터, 아마도 별보러 나가는 횟수가 1년에 다섯번을 넘지 못하면서부터 서울에서 이른아침 출근 시간에, 늦은 퇴근길에 버스 안에...
2015-07-28 17:19:58 조강욱 / 2015-07-24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8561
  • 스케치
  • 2014년 10월말 그믐 전후, 나는 생각지도 않게 서호주의 오지를 떠돌고 있었다 인생의 야심찬 목표 하나를 잃고서 어짜피 망가진 인생 아무려면 어떠냐고 아무 계획도 없이 서호주에 날아와서 낮에는 초코바로 연명하며 정처없이 떠돌고 밤에는 아무데나 별빛 아래 누워...
2015-07-26 00:59:14 / 2015-07-26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8212
  • 스케치
  • 과학동아천문대는 야경이 참 멋진 곳이다 용산 전자상가 중앙의 7층 건물, 보이는 별보다 빌딩 불빛이 더 화려하다 약속한 그 날은 낮부터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 이걸 어떡하지.. 뭐라도 하나 건져야 할텐데.. 저녁 7시, 짙은 구름 사이에서 극적으로 붉은 달이 나타...
2015-07-26 23:48:58 / 2015-07-26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6143
  • 스케치
  • # 1. 2014년 여름, 나는 천문인마을에 있었다 울 마나님과 딸님은 울산 처가집으로 보내고, 나는 천문인마을에서 밤에는 별을 보고 낮에는 잠을 자고 저녁에는 천문인마을 손님들에게 별을 보여주며 소일거리를 하고 있었다 어느날 저녁 무렵, 아직 파란 하늘에 서쪽 산...
2015-07-29 15:25:36 조강욱 / 2015-07-28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4596
  • 스케치
  • 저녁 무렵이 되면, 사무실 내 모니터 가장자리가 갑자기 붉게 물드는 순간이 있다 서산으로 지는 태양빛이 15층 빌딩 유리창을 넘어 모니터에 반사되는 것이다. 그 신호를 보고 서쪽 창가에 있는 우리층 창고에 들어서면 강남의 빌딩숲과 우면산을 배경으로 탁 트인 시...
2015-07-31 05:30:46 조강욱 / 2015-07-29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6433
  • 스케치
  • 나만의 세계에서 월령 5일의 그라데이션을 그린 다음날, 비슷한 시각 같은 장소.. 하늘은 또 맑고, 푸른 하늘에서는 좀 더 높이 월령 6일의 달이 보인다 (작년 9월~11월은 이상하리만치 맑은 날이 참 많았다) 근데 참 이상하게도.. 달은 어제보다 더 홀쭉하다 구름이 끼...
2015-07-31 05:28:58 조강욱 / 2015-07-30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8926
  • 스케치
  • 일몰 직후 보이던 초승달은 하루하루 지날수록 더 일찍, 더 높은 곳에서 더 밝은 얼굴을 내민다 그와 동시에 내가 하늘을 두리번거리는 시간도 더 늘어난다 아파트 단지의 가로수 잎도 모두 떨어진 스산한 11월의 주말 오후, 슈퍼에 저녁거리를 사러 가다가 월동준비를 ...
2015-08-19 01:13:30 조강욱 / 2015-07-31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6828
  • 스케치
  • 별쟁이에게 상현이 지난 달은, 일손(?)을 놓고 쉬는 시간이다 다시 하현이 될때까지.. 가끔씩 배가 너무 고프면 단 두세시간이라도 달 없는 시간에 별을 보겠다고 짐을 꾸리기도 하지만 말이다 달 그림을 그리기 전에는, 한마디로 거들떠볼 일이 없는 월령 8일. 퇴근길...
2015-08-01 07:57:01 / 2015-08-01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7851
  • 스케치
  • 서울에 사는 사람은 서울의 명소라는 63빌딩도 남산도 잘 가지 않는다 데이트하는 커플이면 모를까.. 어릴적, 엄마아빠 손잡고 갔던 63빌딩에 초딩 1학년 딸래미 손을 잡고 (실은 대롱대롱 매달려서) 다시 갔다 세상에 이렇게 큰 영화관이 있을까 싶었던 아이맥스 영화...
2015-08-02 08:49:15 / 2015-08-02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6115
  • 스케치
  • #1 나에게 트윈스는 애증의 존재다 모태신앙(?)으로 가지게 된 트윈스敎. 하지만 트윈스는 나를 끊임없이 시험에 들게 한다 회사 동료들과 함께 오랜만에 찾은 잠실 야구장, 늘 DMB로 듣던 '사랑한다 엘지~'를 현장에서 거대한 함성으로 들으니 사진으로만 보던 열망의 ...
2015-08-05 03:24:40 조강욱 / 2015-08-0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