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스케치/사진 ~☆+

  • [M6] 구상형 산개성단 [스케치]
  • 조회 수: 14590, 2016-08-30 07:59:13(2016-08-24)


  • 나에게는 6번, 7번과의 강렬한 첫 만남의 기억이 있다

    벌써 햇수로 20년 전, 서울의 내 방에 누워 있어도 창문 유리를 통과하여 헤일밥이 보이던 시절이었다 

    그 혜성이 절정기를 보내던 1997년 4월, 나는 학교 수업도 제대로 듣지 않고 매일 헤일밥 보러 다닐 생각만 했었는데.. 

    (결국 선동렬 수준의 학점을 받고 조기 군입대를.. ㅠ_ㅠ)

    하루는 아버지를 운전기사 삼아서, UAAA 96학번 동기들과 ‘엄청나게 어두운 곳’이라 소문이 난 

    강원도 횡성의 '덕사재'란 곳으로 그 혜성을 찍으러 갔다 

    (그 당시에는 슬라이드 필름 가지고 찍기도 많이 했는데, 헤일밥 덕분에 사진에 재능이 없음을 빨리 깨닫고 조기에 사진을 포기하게 되었다)

    Screenshot_2016-06-14-14-06-51.png 


    혜성이 진 뒤, 새벽녘 덕사재 고갯길에 뜬 전갈은 

    아름다움을 넘어 무서울 정도였다. 땅 위의 사람들에게 바로 독침을 날릴 것만 같은....

    그리고 전갈의 독침, Shaula에서 바로 왼쪽으로는 구상성단 두 개가 육안으로도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Screenshot_2016-06-14-13-57-45.png 


    흠~~ 눈으로 M13만하게 보이는 구상성단이라.. 이게 뭘까? 

    아직 메시에도 절반 정도밖에 보지 않은지라 그런 애들도 있겠지 하고 다시 셔터 누르는 데에만 집중했는데 

    (사진 찍는다고 성도도 안 가져갔다)

    나중에 집에 와서 찾아보니 그게 M7과 M6이었다

    하지만 그 후로 ‘육안으로 보이는 두 개의 구상성단’의 모습은 다시 보기 쉽지 않았다

    첫 만남이 너무 강렬해서일까? 아니면 하늘이 더 안 좋아져서 그런 것일까?


    메시에 스케치 완주가 종착점에 다다를 즈음, 수피령에서 

    아주 오랫만에 M6을 만났다. 

    (물론, 구상형 산개성단은 아니었다. 파인더로 쉽게 찾긴 했지만..)


    대학생 시절 어딜 가나 밤보석을 끼고 다니며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외우기‘ 라는 무식한 놀이를 몇 년간 하면서


    나에겐 많은 고정 관념이 생기게 되었는데..

    그 중 하나는, 6번은 나비 모양이라는 것이다. (밤보석 해당 페이지 : http://www.nightflight.or.kr/xe/jewel/30728 )

    M6_des.JPG


    7번이나 6번이나 모두 육안으로 보이는 아이들인데,

    기원전부터 관측기록이 있는 7번에 비해 6번이 메시에 시절이나 되어서야 발견된 이유는 무엇일까? (메시에가 발견한 것은 아님)

    덕사재에서도 맨 눈으로 구상성단처럼 보였는데 말이야..


    [ M6, 검은 종이에 젤리펜 - 조강욱 (2016) ]
    M6_160610_ori.JPG

    여러분에겐 무엇이 보이시나요?


    참, 구상형 산개성단 7번과 6번을 보았던 덕사재 언덕에는 그 몇 년 후 천문인마을과 NADA 천문대가 건설되었다







                                                                             2016. 8. 23
                                                                             Nightwid 無雲


댓글 2

위지윅 사용
  조회  등록일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8695
  • 스케치
  • 그믐 전의 마지막 달을 볼 기회는 2012년 11월 개기일식 전날 아침에 찾아왔다 호주 브리즈번에서 내륙으로 300km 떨어진 외딴 시골 농장에서 18인치 UC로 밤새 관측을 하고 1,700km 떨어진 케언즈의 개기일식을 보러 출발하기 전, 개기일식 전야제로 그 D-1 달을 찾아...
2018-11-07 19:14:19 엄청나 / 2015-08-22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7792
  • 스케치
  • 파랗다. 파란 물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그저 마냥 기분이 좋아서 하늘만 쳐다 보며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데 건너편 길가 가로수 위로 얇은 그믐달이 떠올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27일 달을 보기는 그렇게 힘이 들었는데 28일 달은 어찌 그리 쉽게...
2015-08-21 15:23:22 / 2015-08-21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3560
  • 스케치
  • 4월 어느날, 월령 27일 달을 보겠다고 평소보다 일찍 출근하여 한남대교 남단 다리 난간을 잡고 섰다 그러나 하늘은 내 어설픈 노력을 비웃듯이, 이미 너무 밝아져 버렸다 동쪽 하늘 어딘가에 있을, 달이 있을 위치를 한동안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뜻하지 않던 조기 출근...
2015-08-21 15:24:42 / 2015-08-21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7320
  • 스케치
  • 출근길은 언제나 정해져 있다 최소한의 이동 루트로 출근버스 도착 수십초 전에 목적지 도착. 하루는 그 길에서 오리온자리를 보고 있으니 과거의 기억들이 떠오른다 지난 겨울, 울산 처가에서 막걸리 한잔 하고 나니 오리온 자리가 보이길래 별자리 하나 가르쳐드린다...
2015-08-20 05:11:57 조강욱 / 2015-08-19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9925
  • 스케치
  • 문예단의 명성을 들어본 지는 한참 되었다 그러나 서울에서의 거리 때문에 가 볼 생각은 한 번도 해 보지 않았는데 정말로 우연한 기회에 가 보게 되었다. 망원경도 차도 없이 맨 몸으로.. 그리고 그 곳에는 엄청난 하늘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서둘러 ...
2015-08-18 18:39:07 조강욱 / 2015-08-18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7257
  • 스케치
  • 북극권, 스웨덴 키루나의 산 속 눈밭에서 밤새 오로라를 감상하고 두 시간에 걸친 느린 여명까지 한 장에 나누어 그린 다음에 피곤하지만 뿌듯한 마음으로 숙소로 돌아가는 길, 지평선 바로 위의 언덕에서 월령 24일의 달을 만났다 [ 북극의 하현달 - 갤럭시노트4에 터...
2015-08-17 08:25:00 / 2015-08-17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8057
  • 스케치
  • #1 늦었다. 출근 버스도 놓치고 구파발 역으로 뛰어가는 길에 횡단보도를 지나 가로등 위를 얼핏 보니 달이 걸려 있다 불 꺼진 가로등 위의 불 켜진 세로등. 이 순간을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 세로등, 갤럭시노트2에 터치펜 - 조강욱 (2014) ] #2 오늘은 빨리...
2015-08-17 08:19:18 / 2015-08-17
thumbnail
  • 김영대 조회 수: 7831
  • 스케치
  • 조강욱님의 월령 스케치 연재 흐름에 방해를 놓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습니다만... 일단 올려봅니다 .ㅋ 야간비행 관측행사에 실제로 참가하지는 않았지만 자주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눈팅하고 있는 회원입니다. ^^ 그 동안 스케치에 도전해보겠다고 주변 분들 (박상구...
2015-08-17 20:37:03 김영대 / 2015-08-17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8764
  • 스케치
  • 출근길, 달벽을 그렸던 그 건물 아래 다시 섰다 강렬한 직선의 향연에 그저 탄성이 나온다 얼마전에 강남 미인도를 보고 실소를 할 수밖에 없었는데 강남의 달빛은 그냥 왠지 조금 달라보인다 [ 강남 반달, 갤럭시노트2에 터치펜 - 조강욱 (2014) ] Nightwid 無雲
2015-08-15 02:14:40 / 2015-08-15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9491
  • 스케치
  • 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이착륙하는 비행기를 구경하는 것은 나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얼마 전 꽉 막힌 서울 외곽순환 고속도로에서 운전을 하고 있는데 바로 머리 위에서 집채만한, 아니 아파트 한 동만한 비행기가 스치듯이 지나가더니 바로 착륙. 내 언젠가는 김포...
2015-08-14 17:48:14 / 2015-08-1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