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스케치/사진 ~☆+

  • [26日] 오리온 → 양 → 구상성단 [스케치]
  • 조회 수: 7320, 2015-08-20 05:11:57(2015-08-19)
  •  

     

    출근길은 언제나 정해져 있다

     

    최소한의 이동 루트로 출근버스 도착 수십초 전에 목적지 도착.

     

    하루는 그 길에서 오리온자리를 보고 있으니 과거의 기억들이 떠오른다

     

    141007 가로등가로수오리온.jpg

     

     

    지난 겨울, 울산 처가에서 막걸리 한잔 하고 나니 오리온 자리가 보이길래

     

    별자리 하나 가르쳐드린다고 장모님께 여쭤보았다

     

    '장모님 저거 뭔지 아세요?'

     

    '저그 삼태 아이가!'

     

    '그걸 어떻게 아세요?'

     

    '마 삼태도 모르나! ㅎㅎㅎ'

     

     

    대학교 1학년때, 서울 한복판의 캠퍼스에서


    42번이 눈으로 보이면 관측 번개를 날리라던 선배의 목소리도 떠오른다

     

    그때는 그게 참 절실해서, 관측회 가고 싶어서 42번 보이나 안보이나 맨날 하늘만 보고 다녔는데..

     

    내 차 끌고 내 망원경 가지고 별을 보는 요즘도 그 42번은 전혀 지겹지가 않다

     

     

    [ 새벽.. 홍천, 갤럭시노트2에 터치펜 - 홍천/조강욱 (2014) ]

     

    140921.jpg

     

     

    42번 관측이 지겨워질 때면 내 장례식 날짜를 잡아야 할 거라는

     

    미국의 안시관측가 Steve Coe의 명언도 생각난다 

     

     

    어느날 관측회에선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저녁부터 자느라) 본 게 너무 없어서, 

     

    자기 전에 잠깐 얼핏 보았던 오리온 성운을 생각하며

     

    관측 스케치가 아닌 '머릿속에 남아있는 이미지' 스케치를 남겨 보았다

     

    흠.. 새로운 관측 방법이라고 혼자서 외롭게 우겨본다 ;;

     

     

    [ 오리온의 깊이, 갤럭시노트2에 터치펜 - 홍천/조강욱 (2015) ]

     

    150117_오리온의 깊이.jpg 

     

    오리온자리는 수메르에선 무엇이었을까? (황도 별자리가 아니라서 관심이 없었을지도)


    그리고 고려에서는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삼태였겠지)

     

    그게 무엇이길래 사람의 마음을 그리도 뛰게 할까?

     

    평소보다 빨리 출근길에 나선 김에 한참을 서서 그 아이를, 그리고 42번을 구경한다

     

     

    [ 가로등 가로수 오리온, 갤럭시노트2에 터치펜 - 은평뉴타운/조강욱 (2014) ]

     

    141007 가로등가로수오리온.jpg


    거기서 5분을 더 걸어가야 출근버스 정류장을 만난다

     

    덕분에 정류장 앞에 서서, 길건너 교회 십자가에 걸리는 달의 위치와 위상 변화를 즐길 수 있었는데

     

    이 날의 달 배치는.. 양자리 외에는 떠올릴 방도가 없었다

     

    '저그 마 Aries 아이가!' 장모님 목소리가 귓가에 들릴듯 하다 (흠 설마?)

     

     

    [ Cross & Aries, 갤럭시노트4에 터치펜 - 조강욱 (2015) ]

     

    26_141119  Cross&Aries_월령26.png

     

      

    이제 막 박명이 시작될 무렵, 얇은 그믐달을 보고 있으니

     

    2년전 천문인마을에서 촌장님과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방안에서 누워 보던 그 그믐달이 생각난다

     

     

    [ 창 밖의 새벽달, 갤럭시노트2에 손가락 - 조강욱 (2013) ]

     

    창밖의 새벽달.png  

     

    (베게 베고 누워서 보이는대로 그렸는데 좌우가 왜 바뀌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달을 보다 잠이 들어서

     

    점심 즈음 숙취에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눈을 뜨니

     

    벌레가 한가득 죽어있는 천장등이 딱 구상성단으로 보인다

     

    술이 덜 깼나..

     

     

    [ 천장등 안의 우주, 갤럭시노트2에 손가락 - 조강욱 (2013) ]

     

    천장등 안의 우주.png

     

     

     

     

     

     

                           Nightwid 無雲

     

     

     

댓글 2

  • Profile

    장형석

    2015.08.19 21:56

    밤하늘의 3대 성자 .. 42... ^^ (나머지 두분은 45와 57로.. 제맘대로 ㅎ)
  • 조강욱

    2015.08.20 05:11

    ㅎㅎㅎ 3대 성자 동의합니다

     

    3대 악마도 뽑아 볼까요?

    저는 베일에 우선 한 표 주고 싶습니다 ㅎㅎㅎ

    그 다음은 Leo 1과 Pease 1 정도?

위지윅 사용
  조회  등록일 
thumbnail
  • 김승희 조회 수: 2647
  • 스케치
  • 퇴근길 지하철에서 천문연주체 천문사진전 당선작을 발표했다는 카페글을 보고위에서부터 천천히 스크롤을 내리며...마치 도리지구땡의 쪼으는 맛으로 천천히...... 헛! 역시나 그분의 스케치...그 다음은....땡!!! 올해로 두번째 탈락이네요 ㅎㅎㅎㅎㅎ 2018년 11월 정...
2019-04-25 07:53:55 신기루 / 2019-04-09
thumbnail
  • 김선영 조회 수: 2608
  • 스케치
  • 안녕하세요? 야간비행에는 처음으로 글을 씁니다. 두근두근^^ 2016년부터 별하늘지기와 별나들 별사람 등등...네이버카페에서 (카운트)랜슬롯이라는 닉으로 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초보의 막눈으로 보이는 스케치를 주로 올리는데, 별하늘지기에서 조강욱님이 야간비...
2018-09-30 09:29:39 랜슬롯 / 2018-09-27
thumbnail
  • 김영주 조회 수: 2521
  • 스케치
  • 토성을 그려본다. 토요일 하루 종일 주적주적 비가 내리니.....하릴없이 하늘만 쳐다볼 수 는 없는 느릇 막둥이는 나가자고 졸라대지만 이 아빠도 나가고 싶다 격렬하게 나가고 싶다....근데 어쩌니? 비가 이리 오는데 그림 그리자고 꼬셔본다. 금새 넘어온다. 막둥이는 ...
2019-10-13 03:36:12 조강욱 / 2019-05-29
thumbnail
  • 김영주 조회 수: 2473
  • 스케치
  • 6월의 푸르른 신록과 광덕산이 가지는 새까만 어두움..... 미세먼지로 인해 신록과 새까만 어둠이 사라졌다 그 자리에 잿빛 어둠만이 별지기의 마음 속에 음습한다. 아.........별이여!!!
2019-07-11 02:38:15 김원준 / 2019-06-05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2339
  • 스케치
  • 길다. (처녀 은하단 치고는) 엄청나게 길다 동글동글하고 솜사탕 같은 애들이 질리도록 많은 동네라 더욱 인상적인 것이 아닐까. 은하 관측시, 은하 표면이 보이는 방향에 따라 두가지로 분류한다. 은하의 정면이 보이는 정면은하(face-on)와 은하의 측면이 보이는 측면...
2018-07-17 12:55:07 / 2018-07-17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2260
  • 스케치
  • 강원도의 맑은 하늘 아래에서 신나게 대형 구상성단 M4의 스케치를 마무리하고 생각해본다 이제 뭐가 남았지? 아 거기.. 갑자기 신이 안 난다 전갈 위쪽, 뱀주인과 전갈 사이에는 (메시에긴 하지만) 작은 구상들이 뿌려져 있다 (출처: S&T 기사) 많기는 하지만 인기...
2019-01-20 06:42:02 / 2019-01-12
thumbnail
  • 김승희 조회 수: 2005
  • 스케치
  • NGC 2359 *03.18 홍천 *미드 12", 12.5mm 독터, OIII, x121 *03.18 홍천 *미드 12", 12.5mm 독터, OIII, x121  신년관측회때 재곤씨 망원경으로 본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그려봤지만 그모습은 어디 갔는지 ㅎㅎㅎㅎ 투구 모양이 아니라 스푸트니크 1호 느낌이.......
2020-03-25 23:13:28 조강욱 / 2020-03-23
thumbnail
  • 김선영 조회 수: 1972
  • 스케치
  • 지난 금요일 밤, 광주전남 별사랑 및 한아천 회원님들과 별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그날 함께 참석하게 해주시고, 맛있는 떡, 커피, 바나나도 나눠주시고, 그날 뵌 많은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저번에 예진아빠님께서 소개시켜주신 여선생님 두분과 함께 관측을 나가...
2018-11-24 02:10:32 랜슬롯 / 2018-11-17
thumbnail
  • 김영주 조회 수: 1776
  • 스케치
  • 금성과 플레아데스성단의 랑데뷰를 모처럼 찍어봤다. 망원경으로 보이는 랑테뷰는 아름답지 않았다. 큰 화각이 필요했고...그렇다고 쌍안경으로 보면서 그릴 수도 없는 노릇 방법은 사진을 찍고 그 찍은 것을 그대로 그리는 것 사진을 찍고보니 플레아데스의 별마다 성...
2020-04-13 02:32:12 신기루 / 2020-04-08
thumbnail
  • 김승희 조회 수: 1693
  • 스케치
  • 3월20일 별 안보이는 구름 낀 관측지에서... -왠지 장비들을 멀리 보내야 될 것 같아서 기념으로.... - 교동대교를 멍떄리며 보며 유투브를 보고 오일파스텔을 샀는데...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느낍니다 ㅎㅎㅎ 많이 그리다 보면 좋아지겠죠 ^^
2020-04-08 20:16:08 신기루 / 2020-03-23
no image
  • 조강욱 조회 수: 1604
  • 스케치
  • 오클랜드 천체관측 동호회 회원들과 관측회를 다녀왔다. 모두가 잠든 새벽 5시.. 화성이 찬란하게 빛나길래 파인더를 들이대니 희끄무레한게 하나 더 보인다 M22. 이렇게 얻어 걸릴수도 있구나... 잘난 100도짜리 Ethos로 한 시야에 두 아이들을 담아본다 Nightwid 無雲
2020-03-23 05:40:47 / 2020-03-23
no image
  • 조강욱 조회 수: 1471
  • 스케치
  • 목성 - 금성이 거의 붙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집앞에 나왔는데 망경으로는 두별 사이 거리가 넘 멀어서 한시야에 안나온다. 스케치 포기! 일요일에 최근접인데 날씨가 안도와줄듯.. 여튼 기다려야지 금성-목성 최근접 당일은 먹구름으로 꽝. 다음날 보니 이미 조금 멀...
2020-03-23 05:34:11 / 2020-03-23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445
  • 스케치
  • 설날 아침, 1만KM 북쪽의 부모님댁 대신 150KM 북쪽의 캠핑장으로 향했다 학교 개학을 맞은 딸님을 위로하고 유치원쌤으로 열심히 돈버시는 와이프님을 치하하고 밤에는 모두 재우고 별을 보겠다는 흑심을 품고 텐트에 망원경까지 모두 싣고 떠났다 전화도 안터지는 깡...
2020-01-30 16:07:45 조강욱 / 2020-01-29
no image
  • 조강욱 조회 수: 1444
  • 스케치
  • 이번 주말 예정되었던 뉴질랜드 최대의 스타파티는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이틀전에 전격 취소되고, 별고픔을 달래보고자 새벽에 정원에 나가보니 목성과 화성이 딱 붙어있다. 이걸 왜 모르고 있었지? 40배 한시야에 너끈히 들어온다. 이렇게 귀여울수가.. 급히 좌판을 ...
2020-04-13 02:34:17 신기루 / 2020-03-23
no image
  • 조강욱 조회 수: 1281
  • 스케치
  • 엄청난 시상의 일요일 저녁.. ​ 이정도면 웬만한 사진보다 낫겠다 싶어서 신나게 그렸는데 ​ 같은날 찍혀진 사진들을 보니 아직 상대가 되지 않는다. ​ 목성 본체의 그림자 뒤에는 유로파도 숨어있었다. 그래도 보름 전의 목성보다는 조금 발전했기를 바란다 ​ 나의 목...
2021-02-16 01:12:01 / 2020-08-24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1250
  • 스케치
  • 별하늘지기에서 목성의 영이 보일 거라는 게시물을 보고 황급히 망원경을 폈다. ​ 목성 표면에 각기 다른 색의 점 세 개가 보인다. 시간이 흐를 수록 점들도 흐르고 그 색도 바뀐다. 세상에 이 기쁨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난 정말 운도 좋다 Nightwid 無雲
2020-09-06 17:12:29 조강욱 / 2020-08-30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984
  • 스케치
  • 집 뒷마당에서 20분에 한장씩 월식 달을 그렸다. 3시간동안 변화되는 모습을 하나씩 그리려니 무지무지 바쁘고 지쳤는데..  쌩노가다의 결과물을 보니 3시간 그림 + 5시간 이어붙이기 삽질을 할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일식도 아니고 월식...
2021-11-23 11:03:55 / 2021-11-22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853
  • 스케치
  •  목성토성 최근접 당일.. 예보가 안 좋아서 사실 큰 기대를 안하고 있었는데 잠복근무 중에 운 좋게 구름 사이로 볼 수 있었다 (자세한 얘기는 관측기록으로.. ^^) 기본적으로 나는 내 그림에 인공 구조물을 넣는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안이쁘고 그리기도 어렵다) 천...
2021-01-01 17:06:57 / 2021-01-01
thumbnail
  • 조강욱 조회 수: 783
  • 스케치
  • 태양 스케치는 생각보다 어려운 점이 많지만, 그 중 하나는 보여야 할 구조들이 표면에 낮고 넓게 흩어져 있다는 것이다 ​ 눈으로 한 번 휙 돌아보는 것은 별 문제가 없겠지만 종이 한 장에, 또는 한 화면에 그림을 남기려면 큰 문제가 된다 그래서 보통은 각각의 무리들...
2022-08-21 20:56:54 / 2022-08-21
no image
  • 조강욱 조회 수: 622
  • 스케치
  • 남반구에서는 요즘 목성과 토성이 천정에 남중하고 있다 ​ 얼마전까지만 해도 새벽 하늘에 함께 하던 화성은 저 멀리 떠나가고, ​ 목성과 토성만 이른 저녁부터 밤하늘을 빛낸다 ​ 토성 간극이 대체 무엇인지 궁금해서 한참을 파 보았던 몇달 전 이후로 처음 토성을 겨...
2020-08-24 03:36:36 / 2020-08-2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