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에세이 ~☆+

  • 먼~ 당신, 철학! 그러나 ... 철학이 필요한 시간이다.
  • 김경싟
    조회 수: 14970, 2013-04-09 00:20:04(2012-01-04)
  • phil.jpg

     

     

    철학이 필요한 시간 - 강신주 지음 (사계절)

     

     

     

    학교 다닐 때, 꼭 들어보고 싶은 과목들이 몇 개 있었다.

    그러나 막상 듣고 나면 만족감이 뚝 떨어진다.

    철학, 논리학, 심리학...

    그리고 전공자에게 양보한다.

    마치 나중에 쓰지도 않을 것, ‘수학을 왜 배워야 해요?’ 항변하는 어린아이와 같이

    ‘철학은 철학자에게!' 라고 고귀한 양보를 하며

    역사의 반복을 되풀이 한다.

     

    강신주....이 분은 전공자이다.

     

    강신주 작가는 우리에게 철학이 필요할 때라고 한다.

    왜냐?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껴안은 그 수많은 상처들을 정면으로 마주하여 헤쳐나가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작가는 이 것을 인간이 ‘인간에게 정해진 고통의 양’을 어떻게 대처하느냐로 설명한다.

     

    즉 인간에게는 고통의 양이 정해져 있는데,

    일시불로 정직하고 솔직하게 고통을 겪여내자고 강조한다.

    자기 최면과 위로로 고통을 할부로 깎아나갈 경우 그 고통이 다 할때까지 새로운 인생은 시작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시불...

    웬지 시원하지 않는가?

     

    그 점에 있어서 나는 한가지 잘 하는 것이 있다.

    카드 사용할 때 할부를 사용하지 않는다.

    저자가 이 점을 말한 것은 아니겠지만, 발가락이라도 닮았다고 해본다.

     

    책에는 48개의 각기 다른 주제가 있다.

    48명의 철학자의 이야기를 쉽게 풀어낸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낼 의무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편하게 책이 잡힐 때 원하는 주제로부터 시작하면 된다.

     

    웃음이 가진 혁명성

    진정한 진보란 무엇인가

    여가를 빼앗긴 불행한 삶

    자유와 사랑의 이율배반

    선물의 가능성

    살아있는 모든 것에 대한 감수성

    후회하지 않는 삶은 가능한가

    ..................

      

    하루에 한단락을 읽어도 좋고, 화장실에서 읽어도 좋은 분량들이다.

    하루에 한단락을 읽어도 생각은 며칠을 가고

    화장실에서 읽어도 변비가 생기지 않을 정도로 편하기도 하다.

     

     

    이 책에서 가장 맘에 파문을 일게 했던 주제는 ‘사유의 의무’였다.

     

    나치과 청궐하던 독일

    당시 유대인 학살에 핵심적으로 관여했던 인물로 유대인이주국을 총괄했던 아이히만이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전범으로 수배를 받다가 아르헨티나에서 체포되어 1961년 재판을 받게 된다.

    그는 주장한다.

    ‘자신은 단지 상부의 명령에 따랐을 뿐이다'

    그는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여성 철학자로 자신 또한 나치의 피해자이기도 했던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이 재판을 통해 전체주의의 기원에 대해서 성찰하고 있다.

     

    아렌트가 볼 때

    아이히만은 악의에 가득 차 있는 잔혹한 인물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는 단지 준법과 근면을 철저하게 실천했던 관료였다.

    나치 치하에서 관료로서 최선을 다한 일밖에 없었다.

     

    여기에서 철학자는 고민했다.

    그럼 아이히만에게 면죄부를 주어야 한다는 것인가?

     

    철학자는 그에게 ‘순전한 무사유’의 책임을 부과한다.

    즉 아이히만은 자신에게 부여되었던 상부의 명령이 유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유대인의 입장에서 자신이 수행할 임무가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성찰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렌트는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서 ‘사유’란 하지 않아도 상관이 없는 ‘권리’가 아니라

    반드시 수행해야만 할 ‘의무’라고 강조한다.

     

     

    현대사회는 분업화, 전문화 되어 서로에게 점점 무관심해지고 있다.

    같은 조직에 있으면서도 서로가 무슨 일을 하는지조자 알지 못하며,

    심지어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도대체 어떤 성격의 일인지 반성할 틈도 별로 없다고 한다.

     

    바로 여기에서

    우리도 무사유의 상태에 빠지면, 언제든지 제2의 아이히만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무섭게 경고한다.

     

     

    며칠전 민주화운동의 대부였던 김근태 상임고문이 고문기술자 이근안으로부터 받은 고문 후유증으로

    평생을 시달리다 요즘으로서는 젊은 64세의 나이에 돌아가셨다.

    기사를 보며 이 책의 ‘사유의 의무’가 생각났다.

     

    아마 고문기술자 이근안도 이웃들이 볼 때는 평범한 시민이었을거다.

    가족에게는 따뜻한 가장이었을 수도 있다.

    주위에서 ‘절대 그럴사람 아니다’라고 할 수도 있다.

    왜냐?

    그는 ‘성실한’ 사람이었으므로.

     

    그러나 이분의 사망소식에서

    그 사유(쉽게 생각이라고 하자) 없이 달린 성실함이 어떤 결과로 나타나는지

    우리는 그 증거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쉽게 버리는 쓰레기, 당당히 자유를 주장하는 흡연, 파헤쳐지는 산, 매꿔지는 바다....

    일상 생활의 모든 점이 같지 않을까?

     

     

    철학이 별거인가?

    어디에선가 자주 나온 멘트다.

    “제발~ 생각하면서 살자!”

     

     

     

    이 책을 읽으며 곁다리로 든 생각이다.

      

    맨 처음 주제로 나온 철학자가 니체다.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간다.

     

    많이 들은 책이다.

    그냥 대략적인 이야기는 안다.

    그러나,

    실제 그 책을 읽은 적이 없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고전들을 그것을 요약한, 아니 요약도 아닌 그냥 인용한 것으로써만 접했고 그렇게 알고 있다.

    인용에 재인용에, 또 그것을 인용한 다른 글을 통해서만 지식을 얻는다.

     

    본질에 대한 접근이 있을 수 없다.

     

     

    그래서 1년 넘게 도전하고 있다.

    조지 소로우의 ‘월든’

    수많은 사람의 추천과 인용이 있지만, 도저히 정이 안간다.

    그래도 항상 가까이 둔다.

    인용으로서가 아니라 직접 느껴보기 위해서.

     

    사진으로써 본 개기일식과 실제 느껴본 개기일식의 그 느낌의 차이를

    책에서도 느껴보고 싶다.

     

    오해 마시라.

    몇권만^^

댓글 1

  • 류혁

    2012.01.04 18:12

    ㅎㅎㅎㅎㅎ. 


    역시~ 멋있는 서평입니다. ^^


    부족한 철학을 바로! 이 책으로 보완해야겠군요... ㅎㅎㅎㅎ ^^;;

위지윅 사용
  조회  등록일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1401
  • 봄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라일락이 한창입니다. 아침 출근할 때 라일락 한꼭지를 따왔습니다. 키보드 위에 올려놨더니....가끔가끔 물씬 향기를 내뿜네요. 오후되니 시들어 더이상 향기를 뿜지는 않지만, 그래도 몸을 움직여 코를 대면 향기는 여전합니다. 참 예쁘게도 ...
2009-04-18 03:02:08 / 2009-04-18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3983
  • 아침에 출근하며 매화나무 밑을 지나갑니다. 전에는 하얀 꽃만 가득하더니 오늘 보니 꽃 사이에 연두색 잎사귀가 움트고 있더군요. 주위에는 벚꽃들도 많았는데 연두색 새잎과 어울린 매화의 아름다움에 하얀만 가득한 벚꽃은 생기를 잃네요.
2009-04-09 17:27:55 / 2009-04-09
thumbnail
  • 이준오 조회 수: 14682
  • . . . 내일이 메시에-마라톤 인데....그쪽 하늘은 어떤지요? 엊그제부터 오늘까지는 이쪽 남쪽나라(?)는 하늘이 그런대로 파랗고 맑네요..^^ 물런...가는게 못내 아쉬운건지 마지막으로 잠깐이나마 이렇게 몸부림치는 꽃샘추위로 인해..바람이 좀 차갑고 매서워서 그렇...
2009-03-28 01:04:20 / 2009-03-28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3290
  • 새벽 동쪽 하늘에 곧 햇볕에 스러질 그믐달과 그믐달에서 쏘아 올린 듯한 금성의 배치가 푸르스름한 하늘과 검정색 산의 라인과 조화를 이뤄 ... 감탄했습니다. 오늘 자전거로 첫출근을 했습니다. 딱 1시간 걸리네요. 새벽의 공기가 차갑지만, 온몸을 깨워 일으키니 ......
2009-03-24 18:19:39 / 2009-03-24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9214
  • 섬진강시인 김용택님의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라는 시입니다. 말이 너무 톡톡튀고 감정이 잘 살아 있으며 풍경이 그대로 그려지는 시라 함 옮겨 봅니다. .......... 좋네요^^
2009-03-12 04:27:47 / 2009-03-12
thumbnail
  • 이준오 조회 수: 17976
  • . . . 매수팔 참석은 비록 못해도...요기에라도 간만의(?) 근황...(제 블로그에 쓴글 그대로 퍼온 것이지만 그래도 꿋꿋이...) 남겨봅니다....^^; . . . . . . . 사실 그간 조용(?)했던 이유는....(그래노쿠도 할말은 다하며 댓글도 꼬박꼬박 달고 댕기고 있쥐만..;;; )...
2009-02-26 10:10:32 / 2009-02-26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5408
  • 토요일 공기는 싸늘했지만, 하늘은 맑고 햇볕은 총총하여 자전가 타기에 딱 좋은 날이었습니다. 과천에 이사온 이후 처음으로 별찌랑 자전거 나들이에 나섰습니다. 자전거가 완전 익숙하지는 않은 별찌 그래서 자전거도 아직은 뒷바퀴에 바퀴 3개 달린 것에서 보조바퀴...
2009-02-23 04:59:07 / 2009-02-23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7320
  •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 욕망이 멈추는 곳, LAOS... 터키와 라오스에 이어 이제는 마음의 길을 잃었다면 아프리카로...."하쿠나 마타타, 우리 같이 춤출래?" 조금전 책을 덮으며 이렇게 아쉬움을 느껴보기는 참 오래간만입니다. 작년 12월에 출간된 지 며칠만에 ...
2009-01-28 08:57:50 / 2009-01-28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4464
  • 지난 1/1 관측때 버너가 제대로 작동이 안되어 민경주님과 이야기하다가... 경주님이 전에 산을 자주 타서 어느 산이 좋습니까?.....물어봤더니 지리산을 꼽더군요. 설악산은 여럿이 가면 좋은 산이라 하고 지리산은 혼자가도 좋은 산이라고 하던 말이 기억이 남아... ...
2009-01-06 19:40:50 / 2009-01-06
thumbnail
  • 김별찌 조회 수: 13386
  • 2008년 송년가족관측회를 경남 산청에 있는 김도현님의 '별아띠천문대'에서 진행했습니다. 즐~거운 시간의 연속이라 행복 가득 담고 왔습니다. 밤에 별찌가 컴퓨터로 야간비행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아빠가 올린 사진과 그림을 들러보고 자신의 흔적을 찾아보더니 자기...
2008-12-29 16:52:39 / 2008-12-2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