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에세이 ~☆+

  • 산에 깃들어 사는 즐거움
  • 김경싟
    조회 수: 12100, 2013-04-09 00:20:25(2012-01-03)
  • sanpleasure.jpg

     

                         나는, 꼭 행복해야 하는가 - 정용주 著 (새움)                 산에서 살다 - 최성현 著 (조화로운 삶)

     

     

     

    자기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자기 얼굴을 들여다 보는 경우도 세수할 때 수염 잘 깎였나? 정도 살펴보려고 거울을 쳐다볼 경우가  전부인 상황에서

    자기 목소리를 들으려고 일부러 수고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으리라.

    그래도 입을 다물고 있는데 들려오는 자기 목소리가 이상하다는 정도는 알고 있을거다.

     

    얼굴은 어떨까?

    아마 목소리보다는 알아보기가 쉬울 지라도,

    지인들이 '너와 똑 닮은 사람 봤다'라며 마냥 신기한 듯이 이야기하는 경우는 있어도 자기가 느끼는 때는 많지 않을 듯 싶다.

    결국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목소리와 마찬가지로 얼굴도 자기 자신과 비슷한 경우를 쉽게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럼 자기의 생각이나 삶이 비슷한 사람은 어떨까?

    내가 생각만 하고 있던 것 같을 이야기를 상대편이 한다던지

    나와 비슷한 생활 패턴을 가지고 있거나 삶의 방향이 같은 경우....

    아마 이런 경우는 종종 있지 않았던가?

     

     

    그런데,

    목소리나 얼굴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 웬지 거부감과 심지어 불쾌감까지 들 것 같다.

    아마 나만의 유전적 독립성, 유일성을 가지고 싶은, 그런 동물적인 본능이 그리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자기 생각이나 삶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 반가워한다.

    서로간의 주파수가 증폭이 되어 높은 친밀감과 흥분을 느끼게 해준다.

    서로를 자극해준다.

      

     

    웬지 그런 사람일 것 같다.

    위 책의 저자 정용주님과 최성현님은.

     

    두사람 모두 산속에 혼자. 산다.

     

    혼자라는 말은(더구나 중년이 넘어선 남자가 혼자라는 것은)

    궁핍, 외로움, 궁상 등등의 단어가 떠 오르는데

    두사람 다 잘 산다.

    스스로 만족하면 잘 사는 것 아니겠는가.

     

    정용주님이 말한다.

    ..........................

    나는 별일 없이 산다,

    괜찮다, 외로움도 줄겁다!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은 게 진짜 행복이다!

    .........................................................

     

    제목인 '나는, 꼭 행복해야 하는가' 라고 하는 것이

    행복하지 않아도 상관없다가 아니라 진정 행복은 찾은 사람의 여유 아닐까 싶다.

     

     

    정용주님은 치악산의 한 골짜기에서 화전민이 버리고 간 집에서 숲속의 게으름뱅이로 산다.

    최성현님은 박달재 깊은 산속에서 자연농법을 실천하며 바보 이반의 생활을 하며 산다.

     

     

    흰머리가 반백이 넘은 긴머리를 꽁지 묶어 웬지 산속 도인같은 풍경의 정용주님은

    모습과는 달리 아주 감성적인 글을 쓴다.

    숲속에서 소박하고 유쾌하고 투명한 삶을 산다.

    글을 읽으면 그냥 행복하다.

    봄의 기운이, 가을의 향기가, 여름의 시원함이, 겨울의 따뜻함이 전해진다.

     

    책을 읽고 있으면, 앞뒤 재지 않고 당장 짐을 싸들고 들어가고 싶어진다.

    그러다 미쳤다는 소리 듣겠지?

    그러나 떠나지 못해도 위안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자연과 더불어 사는 꿈을 꾼다.

     배낭을 메고 친구들과 어울려 오고 싶을 때는 아무 때나 올 수 있는 곳인데도 굳이 "짐 보따리를 싸서 들어오고 싶다"고 말한다.

     그런데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사실 지금 그들이 있는 곳에 할 일이 많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말한다.

     애들 졸업시키고, 정년퇴직하고, 더 늙기 전에 돈을 모아 땅도 사고 그럴듯한 집이라도 지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라고.

     살아가면서 어느 때가 되어야 자신이 할 일을 다 끝내고 미뤄뒀던 삶을 시작해도 되는 때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것은,

     누구나 지금의 모습이 결국 제 살고 싶은 모습 아닌가 하는 것이다.'

     

    너무나 따끔한 지적이 아닌가 싶다.

     

     

    최성현님은 독특한 농사 철학을 가지고 있다.

     

    '우리 집에는 세 가지 종류의 배추 밭이 있다.

     하나는 사람을 위한, 하나는 배추흰나비 애벌레를 위한, 다른 하나는 토끼를 위한 밭이다.'

     

    땅을 갈지 않는다.

    풀도 생명이고, 땅을 갈면 땅속의 생명을 다치기 때문이다.

    풀 사이에 배추를 심고 자연이 주는 대로 받아 먹는다.

     

    최성현님은 바보 이반의 나라 주민이 되고 싶은 사람이다.

    바보 이반의 나라는 어떤 나라일까?

    며칠전 서점에 들렀더니 톨스토이 단편집이 있어서 찾아서 읽어봤다.

    왜 그런 농사를 짓는지, 왜 바보 이반의 나라에 살고 싶어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간다. 

     

    이 책은 처음 읽었을 때는 사실 반감이 더 컸다.

    그 자연농법에 대한 나의 차이 때문이다.

    너무나 극단적이지 않냐 하는 생각이다.

    그러나 2년이 지나고 다시 읽은 현재, 아직 받아들이기는 어려워도 이해는 할 수 있겠다.

     

     

    이 두 책이 산에서 사는 이야기라고 산으로 끌어들이지 않는다.

    모든 사람들이 산으로 간다면 산이 망가질꺼다.

     

    만약 이 세상에

    진짜 축복

    이라는 게

    있다면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로리 리)

     

    최성현님의 글 서두에 소개된 글로, 위의 정용주님의 글과 같은 의미이다.

     

    현재 자신이 있는 곳, 지금 현재를 자신의 천국으로 바꾸지 못하면

    결국 세상 어디에도 천국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자연의 그 물 흐르는 듯한 자연스러움과 수고속의 수확의 의미를 간직해야 하겠지.

     

    또 하나의 결론이라면,

     

    떠난 나는 실패인 것이고, 남은 여러분은 성공한 것이다.

    *^^*

댓글 1

  • 류혁

    2012.01.03 22:30

    서평도 멋~있습니다.  ^^


    한번 읽어보고 싶어지는 책이네요... ^^


    아직 철학이 부족해서 그런지... 그 '혼자'라는 말 빼고는... 다 괜찮아 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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