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에세이 ~☆+

  • 8월의 어느 여름날...
  • 김경싟
    조회 수: 16086, 2009-08-03 06:20:54(2009-08-03)


  • .
    .
    .

    알람을 맞춰놨습니다.
    알림이 울리네요.
    아내의 것이 먼저 울립니다.
    끄고 나니 거실에 있는 제 핸드폰의 알람이 울리는군요.
    5h 50m이라는 의미.
    밖으로 나와 알람을 끈 후,
    작은방에 고양이를 끼고 다시 눕습니다.
    꼭 껴안고 싶지만 귀찮아 가버릴까 두려워
    조금만 조금만 터치합니다.

    이렇게 또 늦잠을 잡니다.
    인도여행 이후 잠이 많아졌습니다.
    새벽이 아침이 되고 더워질때까지 자니
    아내가 깨웁니다.
    일요일...

    8시가 넘었습니다.
    일요일의 8시.
    남들은 이르다고 할 수 있는 시간이지만
    우리집은 늦은 시간.
    샤워를 하고
    일을 봅니다.
    물의 양이 더 많군요.
    새벽에 깨어나 다시 잘 때 이불을 덥지 않고 잤더니
    배가 차가우고
    금방 티를 냅니다.
    서둘러 수습을 하고
    교회에 도착하니
    9h 10m

    아내와 별찌를 내려주고
    저는 예배시간이 2시간 넘게 남은지라
    시간이 여유롭습니다.
    원래 이 시간에는 차안에서 하모니카를 연습하지만
    오늘 아침
    바쁜 와중에 하모니카의 행방을 찾지 못합니다.

    배가 고픕니다.
    많이 배출하고 아침을 거른 덕분이겠지요.
    근처의 해장국집에 갑니다.
    혼자 몇번 갔던 곳이라 혼자여도 부담이 없습니다.
    땀을 수없이 닦아내며
    한그릇을 해치웁니다.
    환경에 기여한 자신을 잠깐 생각합니다.

    다시 교회에 돌아와
    책을 읽으며 마시려고 200원짜리 커피 한잔을 뽑습니다.
    500원을 넣었습니다.
    거스름돈을 받습니다.
    동전의 양은 원래 받아야할 숫자이나
    하나의 크기가 다르네요.
    700원이 나옵니다.
    일요일 횡재로 in my pocket 합니다.

    교회 건물 그늘에 걸터앉아
    장석주님의 '새벽예찬'을 읽습니다.
    봄,여름,가을,겨울....4계절을 주제로 구성되어 있는 中
    여름이 먼저네요.

    "
    .....
    참나무에 들러붙어 뜨겁게 뜨겁게 울어 젖히는 매미소리를 들으며
    여름이 석 달이라는 건 너무 짧다고 중얼거립니다.
    여름이 가기 전에 꼭 해야 할 일들이 있지요.
    팔월의 태양,
    팔월의 숲들,
    팔월의 바다,
    팔월의 오솔길들이 주는
    쾌락을 맘껏 들이키는 것이지요.
    키를 늘이고 폐활량을 키우고 조그라든 자존심을 펴주는 것은
    오로지 그것들에 대한 무분별한 사랑이지요.
    그 누구의 것도 아닌,
    팔월의 순진무구하고 위대한 풍요는
    몇만 명 사람들이 한꺼번에 들러붙어 떠먹어도 바닥이 드러나지 않지요.

    팔월이 되면 턱없이 낙관적이 되고 행복해집니다.
    ....

    어제 텃밭에서 수확한
    너무 익어 군데군데 터진 빨깐 토마토가 생각납니다.

    여름입니다.

    햇볕이 앉은 자리로 조금씩 조금씩 다가옵니다.

    책과 함께 커피 한잔이 바닥을 드러냅니다.
    다시 500원을 들고 갑니다.
    자판기에 동전을 꽂아 넣으며
    ....
    또한번 요행수를 기대합니다....만,
    횡재는 뜻밖의 선물일 뿐.
    기대하면 이루워지지 않습니다.
    그렇지요.
    세상일이...

    커피 2잔을 공짜로 마시고
    햇볕이 발 언저리에 오기 전
    여름을 마치고 일어섭니다.

    8월의 어느 여름날....

댓글 1

  • 김남희

    2009.08.06 03:04

    여름을 맞아 빨간 클래식카를 장만하셨나요?
    18" 다 안들어 갈것 같은 느낌이....
    싟님의 8월은 시원하네요....
위지윅 사용
  조회  등록일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2935
  • 눈이 왔네요 *^^* 기쁘고 기쁩니다. 눈길을 걷는 걸음걸음마다.... 행복이 묻어 납니다. 2008년이 몇일 남지 않았네요. 아쉬움은 멀리하고 새로움과 설레임으로 마지막 몇일을 정리해야겠습니다. 해마다 계획을 세워보지만... 반복되고 반복되는 계획입니다....만, 그래...
2008-12-23 17:11:22 / 2008-12-23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3134
  • 집에 가는 길... 회사 가는 길... 별보러 가는 길... 시골집에 가는 길... 술 먹으러 가는 길... 이사 가는 길... 과거 추억의 길... 앞으로 갈 길... 마음속 길... 댓바람 솔솔부는 대나무 숲길... 거칠 것 없는 평야의 길... 길만 있는 길... 집 사이사이 길... 피하...
2008-12-20 02:52:52 / 2008-12-20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4420
  • 유라시아(Eurasia) : 유럽과 아시아를 하나로 묶어 부르는 이름 근래 자전거 여행에 관한 책을 읽고 있습니다. 그런데 좀 길다랗게 여행을 떠났나 봅니다. 유라시아 횡단... 아시아 중국에서 유럽 포르투칼까지의 자전거 여행 어찌이리 무모한 사람들이 있는지... 그런...
2008-12-15 04:03:21 / 2008-12-15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6659
  • 회사에서 달력을 받았습니다. 한해가 또 오겠네요^^ 지금까지 받은 달력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달력입니다. 아름다운 산(山) 사진으로 가득... 어제 받고 사진이 예뻐 좋다좋다 했는데 오늘 다시 보니 사진 밑에 글귀가 있네요. 어젠 사진 설명이겠거니.. 하고 지나갔...
2008-12-10 18:21:23 / 2008-12-10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4492
  • 12월이 되었고 곧 크리스마스가 올 것이고 ... 그리고 한해가 가겠지요. 분위기가 예년같지 않다 걱정이 많습니다만, 힘내시라고 미리 축복 인사드립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ps 서초ic에 있는 예쁜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고 함 만들어봤습니다. 별의 갯수가 아마도 ...
2008-12-08 06:02:14 / 2008-12-08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9163
  • 11월 29일 토요일 저녁 대관령에서 눈과 친구 삼은 후 아쉬움을 다음의 기약으로 달래놓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 일정없이 떠난 길이라 마음의 변덕이 쉽게 용서되는 여행입니다. 이미 깜깜한 밤... 월정사로 향합니다. 절 보다는 일주문에서 절에 이르는 ...전나무 숲...
2008-12-01 17:15:02 / 2008-12-01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5122
  • 눈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해마다 다녀오는....눈(雪)만을 위한 여행. 11월 내내 주말에 출근을 한 관계로 이번에는 좀 쉴 겸 일찍 다녀왔습니다. 장소는 정함 없이 대관령 쪽으로 가자! 였습니다. 삼양목장으로 갈까 하다 이번엔 양떼목장으로 가자며 구 영동고속도로로 ...
2008-12-01 06:49:31 / 2008-12-01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3205
  • 토요일 고속도로를 타고 서울로 올라오는데 밝은 별 두개가 산위에 곱게 떠 있네요. 아래쪽 밝은 별은 목성인데, 위의 저 별은 어느별인지... 언젠가는 별빛도 달라지고 언젠가는 별자리 모양도 바뀔거고 언젠가는 보이지도 않을 것이지만, 그래도 별은 항상 별로 한결...
2008-11-24 17:47:26 / 2008-11-24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0710
  • 아직 가을이 갔다고 하기에는 이른 것 같은데... 어제는 가디건을 처음 꺼내 입었고 오늘은 코트를 꺼내 입어야 했습니다. 이제 가을이 가버리려나 봅니다. 낙엽이 스스로 떨어져 가을을 보내고 있습니다.
2008-11-18 16:58:17 / 2008-11-18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6610
  • 가을입니다. 물든 단풍으로 산에 올라갈때는 하늘이 붉더니 위에서 바라보니 땅이 붉군요. 온통 붉은 기운보다는 초록속에 섞인 붉음이 더 붉어 어우러짐의 산이 더 아름답습니다. 청계산의 주봉인 매봉으로 가는 길은 나무 계단길입니다. 계단마다 번호를 붙여놨습니다...
2008-11-03 18:00:09 / 2008-11-0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