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에세이 ~☆+

  •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 숲길
  • 김경싟
    조회 수: 19163, 2008-12-01 17:15:02(2008-12-01)





  • 11월 29일 토요일 저녁
    대관령에서 눈과 친구 삼은 후
    아쉬움을 다음의 기약으로 달래놓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

    일정없이 떠난 길이라 마음의 변덕이 쉽게 용서되는 여행입니다.
    이미 깜깜한 밤...
    월정사로 향합니다.


    절 보다는
    일주문에서 절에 이르는 ...전나무 숲길을 걷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러나 차는 어영부영 절 입구까지 와버렸고,
    일주문은 저 뒤쪽 1km 뒤쪽에 있네요.
    너무 어둡고 왕복으로 다녀와야해서 아쉬움 그대로 뒤쪽에 남김니다.

    절에 들어가니 인기척은 우리 가족뿐.
    그리고
    스님들의 독경소리와
    대웅전앞 9층석탑 모서리마다 달린 풍경들의 노래소리와
    발에 밟힌 눈얼음의 무너지는 소리...

    다른 건 다 처치하고라도
    전나무 숲길을 걷고 싶은 마음은 목에 걸린 가시처럼
    나의 발길 붙잡아
    결국 근처에 숙소를 정합니다.

    11월 30일 새벽 5시

    탑앞에 다시 섰습니다.

    저녁과 마찬가지로 스님들의 독경소리가 들립니다.
    하늘엔 별이 초롱합니다.
    살랑 풍경소리가 귀를 스칩니다.
    어느 것 하나 빠지면 섭섭할 듯 너무나 소중히 하나가 됩니다.
    교회에선 하나님이 절에서는 부처님이 되고, 산에선 산신령, 바다에선 해신이 되듯
    너무나 귀한 존재들입니다.





    탑을 돕니다.
    기원합니다.


    밤사이 두번
    너를 마주한다.

    너는 그대로이나
    나는 변하였구나
    수염이 자라고
    머리가 헝클어지고
    얼굴은 푸석하다.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
    너도 변하겠지?
    그러나
    너는 인고를 알고
    나는 조급함만 부리는구나



    절을 나와 전나무 숲길로 접어 듭니다.
    머리위, 그리고 나뭇가지, 나뭇잎 사이사이 별들로 가득 차있습니다.
    마치 크리스마트 트리 위의 반짝이는 전구들처럼...
    오직 자연만이 켰다 끌 수 있는...

    숨 들이킴마다 솔잎 향기 가득합니다.
    수백수천의 나무들이 품어내는 그 향기를 혼자 독차지해봅니다.
    이런 욕심이 통하는 새벽...

    계곡을 따라 물소리 청량하고
    내 발밑 눈 밟는 소리 정겹습니다.

    일주문 빈 공터에서 몸을 한바퀴 돌려
    사방의 별자리들을 둘러봅니다.
    큰별자리 작은별자리, 밝은 별자리 희미한 별자리, 낮은 별자리 높은 별자리...
    어느 것 하나 뽐낼 필요없이
    자격지심 가질 필요없이
    모두모두 있는 그자리에서 빛나고 아름답습니다.

    가던 길 돌아오는 길엔
    후레쉬를 끄고
    어둠속을 걸어봅니다.
    빛은 없어도
    눈이 길을 만들어주고 전나무가 길 양편으로 울타리를 만들어줘
    오직 솔향기에
    오직 물소리에
    오직 내 발자국소리에
    오직 별들의 소리에만
    집중하여 걸었습니다.

    전부터 걷고 싶었던 월정사 전나무 숲길...
    이른 새벽 깜깜함속에 비록 네 모습을 보지는 못했지만,
    대신 제대로 너를 느낄 수 있었다.

    밤에 별 친구들을 보는 것 같이 정겹구나.
    .
    .
    .
    .
    .
    .
    월정사 들어가는 다리 양편의 모습
    삼각대가 없어 다리 난간에 걸치고 찍은 거라 흔들림이 있군요.




    전나무 숲길 방향
    북두칠성의 손잡이와 그 흐름 중간의 아쿠투르스...




    월정사 방향의 겨울철의 대 삼각형
    베델기우스, 시리우스, 프로키온...

댓글 1

  • 이준오

    2008.12.04 08:32

    왠지 따뜻한 군고구마가 먹고 싶어지면서,
    Gogh 아저씨의 "사이프러스 나무와 별이 있는 길 (road with cypress and star)"라는 그 그림이 절로 생각납니다..ㅎㅎ
위지윅 사용
  조회  등록일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3134
  • 집에 가는 길... 회사 가는 길... 별보러 가는 길... 시골집에 가는 길... 술 먹으러 가는 길... 이사 가는 길... 과거 추억의 길... 앞으로 갈 길... 마음속 길... 댓바람 솔솔부는 대나무 숲길... 거칠 것 없는 평야의 길... 길만 있는 길... 집 사이사이 길... 피하...
2008-12-20 02:52:52 / 2008-12-20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4420
  • 유라시아(Eurasia) : 유럽과 아시아를 하나로 묶어 부르는 이름 근래 자전거 여행에 관한 책을 읽고 있습니다. 그런데 좀 길다랗게 여행을 떠났나 봅니다. 유라시아 횡단... 아시아 중국에서 유럽 포르투칼까지의 자전거 여행 어찌이리 무모한 사람들이 있는지... 그런...
2008-12-15 04:03:21 / 2008-12-15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6659
  • 회사에서 달력을 받았습니다. 한해가 또 오겠네요^^ 지금까지 받은 달력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달력입니다. 아름다운 산(山) 사진으로 가득... 어제 받고 사진이 예뻐 좋다좋다 했는데 오늘 다시 보니 사진 밑에 글귀가 있네요. 어젠 사진 설명이겠거니.. 하고 지나갔...
2008-12-10 18:21:23 / 2008-12-10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4492
  • 12월이 되었고 곧 크리스마스가 올 것이고 ... 그리고 한해가 가겠지요. 분위기가 예년같지 않다 걱정이 많습니다만, 힘내시라고 미리 축복 인사드립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ps 서초ic에 있는 예쁜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고 함 만들어봤습니다. 별의 갯수가 아마도 ...
2008-12-08 06:02:14 / 2008-12-08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9163
  • 11월 29일 토요일 저녁 대관령에서 눈과 친구 삼은 후 아쉬움을 다음의 기약으로 달래놓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 일정없이 떠난 길이라 마음의 변덕이 쉽게 용서되는 여행입니다. 이미 깜깜한 밤... 월정사로 향합니다. 절 보다는 일주문에서 절에 이르는 ...전나무 숲...
2008-12-01 17:15:02 / 2008-12-01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5122
  • 눈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해마다 다녀오는....눈(雪)만을 위한 여행. 11월 내내 주말에 출근을 한 관계로 이번에는 좀 쉴 겸 일찍 다녀왔습니다. 장소는 정함 없이 대관령 쪽으로 가자! 였습니다. 삼양목장으로 갈까 하다 이번엔 양떼목장으로 가자며 구 영동고속도로로 ...
2008-12-01 06:49:31 / 2008-12-01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3205
  • 토요일 고속도로를 타고 서울로 올라오는데 밝은 별 두개가 산위에 곱게 떠 있네요. 아래쪽 밝은 별은 목성인데, 위의 저 별은 어느별인지... 언젠가는 별빛도 달라지고 언젠가는 별자리 모양도 바뀔거고 언젠가는 보이지도 않을 것이지만, 그래도 별은 항상 별로 한결...
2008-11-24 17:47:26 / 2008-11-24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0710
  • 아직 가을이 갔다고 하기에는 이른 것 같은데... 어제는 가디건을 처음 꺼내 입었고 오늘은 코트를 꺼내 입어야 했습니다. 이제 가을이 가버리려나 봅니다. 낙엽이 스스로 떨어져 가을을 보내고 있습니다.
2008-11-18 16:58:17 / 2008-11-18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6610
  • 가을입니다. 물든 단풍으로 산에 올라갈때는 하늘이 붉더니 위에서 바라보니 땅이 붉군요. 온통 붉은 기운보다는 초록속에 섞인 붉음이 더 붉어 어우러짐의 산이 더 아름답습니다. 청계산의 주봉인 매봉으로 가는 길은 나무 계단길입니다. 계단마다 번호를 붙여놨습니다...
2008-11-03 18:00:09 / 2008-11-03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8696
  • 오래간만에 파란 하늘을 봅니다. 쌀쌀한 공기속에 하늘의 느낌이 더 경쾌하네요. 거기에 하얀 달... 파란하늘에 아침 고요와 함께하니 달이 빛난다....가 아니라 달도 반짝반짝하네요. 갑자기 마음이 차분해 집니다.
2008-10-24 16:48:09 / 2008-10-2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