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에세이 ~☆+

  • 잣 pine nut
  • 김경싟
    조회 수: 12980, 2015-01-08 19:53:17(2014-09-27)
  • pinenut2.jpg


    (털고 난 잣송이와 수확한 잣 185개...모아두고 보니 우리나라오 일본 같은 모양이 되었군요^^)



    숲을 공부하다보면 이름이 그 식물의 특징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생김새로 이름을 얻기도 하고

    쓰임새 때문에 불리우기도 하고

    또는 맛과 향기로 이름을 부여받기도 합니다.

     

    그러다 문득 영어 이름 중에 우리나라 Korea가 들어간 것을 없을까? 생각해 봅니다.

     

    들국화의 한 종류로 요즘 한창 보라색 빛을 발하는 벌개미취가 있습니다.

    벌개미취, 쑥부쟁이, 구절초는 생김새가 비슷해서 많이 헷갈려 하다보니

    안도현님의 이런 짧은 임팩트 있는 詩도 있습니다.

     

    <무식한 놈>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

    이 들길 여태 걸어왔다니

    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 하고 절교(絶交).

     

     

    벌개미취의 영어 이름은 Korean Daisy라고 합니다.

    도장나무라고도 하며 주로 석축할 때 돌들 사이에 심는 회양목이라는게 있습니다.

    석축 사이에는 대부분 철쭉 또는 영산홍, 회양목을 주로 심는데 이유는 ... 싸기 때문입니다.

    여하간 이 회양목은 Korean Box Tree로 불립니다.

    봄을 알리는 전령사, 개나리는 Korean Golden-bell Tree

    유럽에서 근래 크리스마스 트리로 가장 인기있는 나무라고 하는 구상나무는 Korean Fir(Fir=전나무)이며,

    잣나무는 Korean Pine(Pine=소나무)입니다.

     

    Korea가 들어갔다는 의미는 곧 그 식물의 원산지가 우리나라라는 의미겠지요.

    그러나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 원산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오히려 다른 나라 이름이 들어간 것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소나무입니다.

    소나무의 영어명은 Janpanese Red Pine입니다.

    산에서 소나무는 점점 참나무에 밀리는데 어찌 이름까지 그렇나요.

    이름처럼 언제나 늘 푸르게 우리들 곁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어버이날에 로얄티를 지불하는 카네이션 대신에 우리꽃 패랭이를 달아주자 라는 운동도 하는데요.

    그 패랭이꽃은 Chinese Pink입니다.

     

     

    오늘은 영어 이름 중에 Korea가 들어간 것 중에 잣나무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왜냐면 요즘 잣 까먹는 재미에 푹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잣나무는 소나무과에 속하는 나무여서 소나무랑 비슷한데 가장 특징적으로 잎의 갯수가 소나무와 차이가 납니다.

    소나무는 잎이 2개, 리기다소나무는 잎이 3개, 잣나무는 잎이 다섯 개.

     

    소나무에는 솔방울이 달리고

    잣나무에는 잣송이(또는 잣솔방울)가 달립니다.

    잣나무는 5~6월에 꽃을 피우며 8월 즈음에 제법 통통해지면서 어린 잣송이 모양을 갖춥니다.

    이 어린 잣송이는 해를 넘겨 이듬해 9월 즈음에 이르러서야 익는데,

    꽃이 피고 열매가 익기까지 1년 반 정도 걸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잣나무는 자연스럽게 해거리를 하게 되는데, 이러다보니 한 잣나무에서 3년에 한 번 수확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흔하디 흔한 그러나 먹지 못하는 솔방울 씨앗과는 달리 잣송이에는 고소하고 맛있는 잣이 들어 있습니다.

    잣송이 하나에는 보통 100개 이상의 씨앗을 품고 있는데 이 씨앗 상태의 것을 피잣(껍데기가 있는 잣)이라고 하며

    이 씨앗의 껍데기 안에 있는 배젖이 곧 잣(pine nut)입니다.

    잣은 질 좋은 식물성 기름이 74% 정도에 이르러 고소하고 향이 좋습니다.

    피를 맑게 해주고 혈압을 낮춰주며, 영양분이 많아 몸이 허한 사람에게 잣죽으로 끓여주면 보양이 된다고 합니다.

    또한 한방에서는 해송자, 백자, 실백으로 불리며 성인병 치료에 좋은 약재로 이용되어 있습니다.

     

     

    요즘 이 잣을 손에 붙잡고 삽니다.

    솔방울은 길가다 걸리면 툭 차고 지나가지만

    잣송이는 잘못차면 발다칠 정도로 한덩치 합니다.

    잣나무도 소나무의 일종이다 보니 당연히 송진이 나오는데 특히 잣송이에는 하얗게 발라져 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그냥 집었다가는 내내 손에 찜찜함을 달고 살아야 하지요.

     

    잣송이는 실편으로 빼곡이 둘러쌓여 있고 이 실편 하나하나에 잣이 2개씩 들어 있습니다.

    그 모습이 꽃 눈(eye)과 같이 보이기도 하고 젖꼭지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일반적인 크기의 잣송이라도 적어도 100개 이상의 잣이 들어 있으며

    실하다 싶은 것에는 130~140여개의 잣이 들어 있습니다.

     

    그러던 중 며칠전에 하나의 잣송이를 털었는데

    무려 185개의 잣이 들어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본 중에 최고입니다.

    그리고...

    밤새 그 185개의 잣을 모두...하나도 남김없이 다~ 까먹었습니다.

    다람쥐 월동준비하는 것도 아니고^^;


    잣송이 터는 맛에

    잣을 하나하나 깨는 맛에

    그리고 그 고소한 맛에

    잣을 손에서 놓기는 어렵고

    이래저래 올 가을엔 살 좀 통통히 오를 것 같은 예감입니다.



댓글 6

  • 조강욱

    2014.09.28 18:40

    잣 까먹어 본지가 언제인지..
    얼굴 자주 보여주세요 ^^*
  • 정병호

    2014.10.01 05:53

    저는 잣방울 하나 까다가 득도 하는줄 알았습니다. ^^
  • 전은경

    2014.10.03 18:11

    와 잣이 그런거군요. 올가을 어디가서 잣방울하나 줘와야 겠습니다 ㅎㅎ 그러고보니 한번도 잣을 까먹어본적이 없네요
  • Profile

    김원준

    2014.10.08 02:26

    이번에 양평에서 잣을 좀 주워서 까먹었는데 완전 노가다입니다. ㅎㅎ
    근데 사먹는 중국산 잣과는 비교할수도 없을 정도로 멋이 좋더군요.
  • 김대익

    2014.10.25 05:26

    강원도에만 나는줄 알았는데 영동에도 잣이 있었네요
    아이들이 체험을 좋아하는데 잣줍기 체험도 좋겠습니다. ^^

  • 정기양

    2015.01.08 19:53

    ㅎㅎㅎ.. 도토리를 입안에 가득 넣은 다람쥐같이 볼에 살이 통통하게 오른 싟님의 얼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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