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에세이 ~☆+

  • 내가 돕소니언을 좋아하는 이유!
  • 조회 수: 10111, 2015-01-08 19:58:27(2014-02-17)
  • bidet.jpg

     

     

    고등학교가 미션스쿨이었습니다.

    그래서 학교에는 선생님 이외에 목사님이 한분 계셨습니다.

    나이가 꽤 드셨는데 약간 독특한 점이 있으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다른 건 기억이 거의 안나고

    독특함을 넘어 약간 기이한 언행 두가지가 뚜렷합니다.

     

    하나는 2학년 때로 기억하는데,

    목사님은 특별한 목적의 지원자를 모집합니다.

    일명 고래 잡는다는, 포경수술.

     

    아브라함이 했다는 할례를 직접 주관하고 싶은셨던 건지

    아님 단순히 학생들의 위생상의 목적 때문인지

    그것도 아님 피끊은 청춘의 특정 신체부위를 단련하기 위한 것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느 목적이었건,

    놀라운 것은 그런 공개적인 모집에 응모하는 친구들이 있었다는 겁니다.

    작은 것 하나에도 놀림받는 그 시기에.

     

    여하간 그들은 방학을 맞아 목사님의 인솔하에

    기차로 3시간 정도 걸리는 수원의 한 병원에서 집단 시술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실밥을 빼기 위해 다시 그곳을 방문하기에는 너무 먼 그곳이었기에

    그들은 다시 학교에 모여

    목사님 방에서 목사님이 직접 후처리를 해주셨습니다.

    아멘!

     

    또 하나는 그분의 생활습관이었습니다.

    직접 본 것은 아니고 본인의 이야기였습니다.

    볼 수가 없는 것이었죠.

     

    그분은 독특한 건강법을 강조하셨는데,

    그것은 뒷물이었습니다.

    douche의 그것이 아닙니다.

    남자분이셨으니까요.

    목사님은 화장실에 항상 바가지에 물을 떠놓고 볼일을 마친후 뒤 손으로 항문을 깨끗이 씻으셨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하시며

    그것이 얼마나 건강에 좋은지 여러 사례를 들어가며 강조하셨지만 지금은 기억나지 않습니다.

    매번 항문을 본인손으로 직접 씻는다는 그 사실에 충격을 먹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비데라는 물건이 있어 손 안대고 코푸는 시대가 되었지만,

    그때 당시에는 비데라는 말 자체를 들어본 적도 없었으니까요.

     

     

    얼마전에 읍내에 있는 도서관엘 갔습니다.

    너무나 시골스러운 서가에 기대 책을 뒤적이다가 몸에 신호가 와서 화장실에 갑니다.

    그것에는

    예상치도 못한 비데가 설치되어 있더군요.

    추운 겨울 엉덩이를 따뜻하게 데워주는 그 기능만으로도 행복하게 해주는 비데 아닙니까.

    누군가의 배려에 감사하며 볼일을 봤습니다.

     

    오래 되었는지 자주쓰는 세정같은 버튼은 덮고있는 비닐막이 닳아 속이 드러났더군요.

    좀 걱정되었지만,

    안되면 그냥 닦고 나오면 되는거니 문제될 건 없었습니다.

    볼일을 마치고,

    세정을 누릅니다.

    걱정과는 달리 시원한 물줄기가 몸을 강타하며 쾌감을 선사합니다.

     

    고등학교때 목사님이 떠오르며

    앞서가신 그분을 다시한번 생각했습니다.

     

    세정-멈춤-건조로 이루어진 비데의 사이클 중에 저는 건조는 쓰지 않으니

    멈춤으로 끝내고 나오려 합니다.

    push, push....push psuh & push

    떼 탄 세정이 멀쩡히 그 기능을 수행한 것과는 달리 깨끗한 멈춤버튼은 말을 듣지 않습니다.

     

    그 부위는 온전히 물줄기를 받아들이고...

    아~ 내보내는 기능만 있는게 아니구나.

     

    그냥 일어설까 했지만, 그럼 물줄기는 분수처럼 솟구쳐 문제가 더 커질 것이기에

    (수온 조절이 안되고) 따뜻하게 느꼈던 물이 이제 뜨거움으로 바뀌고

    (강약 조절도 안되고) 부드럽게 어루만져주던 손길은 이제 할큄으로 바뀐

    그 물줄기를 받으며 고민했습니다.

    좁은 화장실 안에서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자신이 한심하기도 하고

    좋았던 기분이 한순간에 뒤바뀐 이 상황이 황당하기도 합니다.

     

    다행히 해결책이 보였습니다.

    비데를 작동시키는 전원을 연결하는 코드가 뒷면 벽 밑에 보였던 거지요.

    그걸 빼자 모든 상황이 정리되었습니다.

    ~

     

    중간에 전원을 차단당한 비데는

    넣지 못한 혀 마냥 노즐을 빼꼼히 내 놓은 상태로 그 기능을 멈췄습니다.

    마치 수고했다. 메롱~’ 하는 것처럼.

     

    그 모습에 다음 사람은 멈칫하겠지만,

    다시 전원을 꼽았다가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몰라 그냥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때 새로운 생각이 올라옵니다.

     

    "이래서 내가 돕소니언을 좋아한다니까!"

댓글 5

  • 김철규

    2014.02.19 07:29

    이 게시판은 오늘 처음 봤는데 경식님의 글이 있어서 반갑게 읽었습니다. 글이 너무 재미있습니다. 아래의 만년필에 관한 글도요.

    저도 컴퓨터를 좋아해서 한때 푹 빠져서 살았던 적이 있었지만 요즈음 들어서 아날로그적인 것이 더 친숙하고 익숙하게 느껴지기 시작하더군요. LP판도 다시 꺼내서 듣기 시작했고요, 시계도 바늘있는 시계를 더 선호하게 되고요. 저도 그래서 손으로 직접 대상들을 찾아가는 돕소니언이 끌리는것 같습니다.
  • 이준오

    2014.03.02 10:31

    이레서 제가 형님을 좋아합니다.!!! ^_____^*
  • 이원세

    2014.03.18 01:33

    한 편의 수필을 보는것 같습니다!
  • 김민회

    2014.03.22 03:12

    이런 글엔, '경싟님 외엔 댓글이 없겠구나!' 생각하고 읽으려니, 교묘히^^ 뒷마무리를 하셨네요. 뒷물은 저또한 수년간 비밀리 시행하고 있는 습관입니다. 비데를 사용하지 않고요. 입은 약국에서 구입한 '혀글게?'로 하고요. 위 아래가 시원합니다.
  • 정기양

    2015.01.08 19:58

    ㅎㅎㅎ.. 어렸을 때, 그러니까 1960년대 후반에 온양관광호텔 수영장에 가서 놀다가 화장실에 갔는데 처음 본 좌식 양변기가 있는 것을 보고는 어찌할 바르 모르고 그 위에 올라가서 쪼그리고 앉아서 일을 보던 기억이 납니다.
위지윅 사용
  조회  등록일 
thumbnail
  • 이준오 조회 수: 17949
  • . . . . 밤새 안녕히 주무셨는지요?. 좋은 아침입니다...^^ (행여나 이글을 밤에 보시게 되는 분은....ㅋㅋ) 어제(9.9일) 매수팔 하시던 날...저는 최근 일주일 넘게 본의아닌 휴가로 인해 반백수가 되어..... 무주에 있었음다...-.-; 암턴 무주 다녀온 그 이야기를 제 ...
2009-09-10 16:34:50 / 2009-09-10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5075
  • . . . 연못에 연꽃이 피었습니다. 치명적인 은은함으로 가는 길을 붙잡고 놓아주질 않네요. 털석 주저앉아 하염없이 하염없이 바라봅니다. .................................................................. 지난 토요일 가족과 과천과학관엘 갔습니다. 요즘은 틈만...
2009-09-14 08:41:43 / 2009-09-14
thumbnail
  • 이준오 조회 수: 18040
  • . . . . .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별 헤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 놀 구름에 달 가듯이 움직이는 쌍대포..... -,.-ㅋ . . . . . 지난 9.12 토. 번개를 가졌지만, 앞에 자유게시판에 올린 그대로 우려먹는다면.... 김남희님의 저주(?)로 인해 구름만 실컷 볼 뻔~했는데......
2009-09-16 06:46:27 / 2009-09-16
thumbnail
  • 안개 +2 file
  • 김경싟 조회 수: 17103
  • . . . 변함에 있어 사람 마음은 참 간사합니다. 아니 원래 변하는 것이 사람 본성일 수도 있겠네요. 안개에 대한 저의 생각이 이렇네요. 어제 자전거 출근길... 양재천을 달리다 보니 안개가 가득~ 합니다. 답답함 보다는 포근함이 축축함 보다는 시원함이 안개속을 달...
2009-09-30 17:39:28 / 2009-09-30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4998
  • . . . 추석때 남원역에서 내려 집에 가다보니 돔...건물이 보입니다. 천문대??? 집에 들러 정리를 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천문대를 찾아 나섰습니다. 들어서는 길을 찾지못해 춘향테마파크를 통해 접근을 해서는 숲을 헤치고 들어갑니다. ^^ 10월초에 개장한다고 합니다....
2009-10-04 23:25:58 / 2009-10-04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8260
  • . . . 명절때면 저는 별찌와 조카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갑니다. 차타고 근처에 여행을 가던 아님 물놀이를 하던 그냥 놀러나가던.... 이번에 내려갈때...뭐할까 고민하다가 뒷동산에 가서 대나무를 베어 컵을 만들어보자... 큼지막하니 쭉 뻗은 녀석을 하나 골라 베어내...
2009-10-04 23:51:16 / 2009-10-04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4783
  • . . . 별찌 스케이트 타는 사이 잠깐 관악산 초입에 다녀옵니다. 근래 산에 가보지를 못해....이리 가을빛이라도 담아보려고. 산에 들어가 돌아올 시간을 감안하여 끝을 어디로 잡을까 생각하는데 어디서 물소리가 들려옵니다. 계곡을 따라 내려가면 되겠다. 가을을 담...
2009-11-02 05:41:00 / 2009-11-02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2356
  • . . . 과거, 예뻐서.....산 책이 있습니다. 온갖 격언들로 가득찬. 그래서 산 이후로 읽어보지도 않은 책. 그래도 좋습니다. 언젠가는 그런 책을 만들어보겠다 하는 생각이 들게 하기 때문이지요. 오늘... 비슷한 책을 샀습니다. 책이 예쁘다기보다는(사실 예쁘기도 합...
2009-11-02 06:05:03 / 2009-11-02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6693
  • . . . 새벽 4시경? 잠에서 깼습니다. 뒤돌아 모습(제가 누운 자리를 상상하여)을 보니 가관이더군요. 별찌와 제가 침대에 모로누워 다리는 침대 밖으로 나와 있고 머리 위로는 초롱이(고양이 이름)이가 한자리 차지하고 옆으로 자빠져 자고 있었습니다. 아내의 이야기로...
2009-11-02 06:50:27 / 2009-11-02
thumbnail
  • 김경싟 조회 수: 14636
  • . . . 토요일 출근을 합니다. 주말에 해놓아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양복입고 출근하는 것이 아니니 일이 있어도 놀러나온 것 같습니다. 가을이 잔디밭 위에 소복히 내렸습니다. 낙옆을 보니.... 참 곱게 늙은 분들이 생각납니다. 아름답네요. 가을 속 낙엽...
2009-11-07 19:37:16 / 2009-11-0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