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2004.9.24~25 덕초현 천문인마을
  • 김경식
    조회 수: 8829, 2004-09-27 08:02:17(2004-09-27)
  • 2004.9.24~25  덕초현 천문인마을
    박병우님, 김경식

    秋夕입니다.
    이번 추석은 앞이 긴 관계로 별찌 외가집을 먼저 들르고 고향에 내려가기로 했습니다.
    추석은 보름이라 원래 별 볼 생각을 안했는데,
    밖의 날씨가 좋아 혹시나 하고 월령을 봤더니 새벽 1시면 달이 지더군요.
    망원경은 어자피 못가져 가고....
    어찌할까 생각하다가 박병우님께 연락하여 만약 천문인마을 가게되면 후지논 6인치 쌍안경을 사용하기로
    허락을 받았습니다.

    새벽 일찍 오겠다는 항상하는 거짓말을 하고....
    천문인마을에 도착하니 밤 11:30분경.
    지난 목요일 천문인마을까지 왔다가 허탕치고 가셨다는 박병우님이 먼저 오셔서 망원경을 설치하고 계시더군요.
    처음보는 FSQ...참 짱짱하게 생겼습니다.

    후지논 6인치 쌍안경.
    천문인마을 다니면서 (살짝~) 지상 경치 몇 번 봤었는데...그 깨끗함과 입체감에 감탄했던 쌍안경입니다.
    과연 관측은 어떨까?

    먼저 서산에 떠있는 보름달에 가까워지는 달...
    (월령 11일이라고 하는데, 사진을 검색해보니 10일과 11일 중간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사진: A Field Guide to the Stars and Planets에서: Houghton Mifflin Company․Boston 1983)

    무지개만이 어둠의 경계선에 걸려 선명한데,
    무지개만을 둘러싸고 있는 쥬라산맥이 꼭 어둠을 막고 있는 장벽같습니다.
    옆의 알프스산맥의 분화구 Plato와 알프스협곡도 멋집니다.
    비의 바다에 푹 담겨져 있는 두 쌍둥이 분화구 Helicon과 LeVerrier도 눈에 잘 띄고,
    좀 더 남쪽으로는 Kepler가 특유의 빛다발을 제대로 내지 못하고
    분화구만 덩그라니 도드라지는데 꼭 문어 빨판 같은 모습...

    남쪽에도 특이한 대상이 2개 눈에 띄였는데 위치를 표시한 (기록할만한 데가 없어서 임시로 쓴) 신문조각을
    천문인마을에 놓고 와서 정확히 어딘지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하나는 기다란 그림자가 인상적인데 그림자가 주위의 어느 곳보다 긴 것으로 보아
    상당히 높은 산(분화구)인 것 같습니다.
    그림자가 어둠속까지 연결되는 모습은 특히나 멋있었습니다.
    또하나는 어느 분화구의 한쪽 벽이 어둠속에 떠 있는 신기한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어둠의 경계선은 이렇듯 선명하면서도 또한 항상 다른 모습으로 환상적인 드라마를 연출합니다.

    달이 지자......하늘은 감탄에 감탄을 지를 정도로 멋졌습니다.
    예기치 않은 날에 이런 멋진 하늘을 보고있자니 가슴이 벅차더군요.

    이제부터 deep sky를 훑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그날 본 대상이...

    백조자리 M29, M39, 알비레오
    거문고자리 M56, M57, 더블더블
    카시오페이아자리 M103, M52, ngc7789
    페르세우스자리 M76, 이중성단
    삼각형자리 M33
    안드로메다자리 M31, M32, M110, ngc404, ngc185
    페가수스자리 ngc7331
    큰곰자리 M81, M82
    마차부자리 M36, M37, M38
    황소자리 M1
    쌍둥이자리 M35, ngc2158
    오리온자리 M42, M43, M78
    큰곰자리 M41
    고물자리 M46, M47
    토끼자리 M96
    토성

    최고로 멋진 모습은 안드로메다은하...
    안드로메다은하와 위성은하 M32, M110이 한시야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색다른 모습에 뿅~!
    쌍안경이라는 선입견에 조그맣게 보이리라 했건만,
    은은한 나선팔이 약 3도의 시야를 가득 채우고도 남는 모습에 황홀하고...
    그 옛날 M110이 안드로메다은하에 바로 붙어 있는 줄 알고 옆에서 찾다가 못찾은 그 비애를 비웃기나 하듯이
    절대 놓칠 수 없는 어미와 자식의 모습으로 다가오니....감격...

    두 번째는 이제야 제대로 한시야에 보는 페르세우스 이중성단
    7*50 쌍안경으로는 너무 작고, 망원경은 저배율로도 약간 짤려 그 참맛을 못느꼈는데,
    이제야 온전한 이중성단을 본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M81과 M82의 八자를 제대로 감상한 것...

    순위권 바로 밖에는 오리온대성운과 게성운.....


    후지논 6인치 쌍안경, 참 탐나는 녀석입니다.
    꺾이지 않은 직시형이라 천정을 볼 때는 참 난감했지만, 이걸 제외하면 나무랄데 없는 망원경입니다.
    파인더가 없어서 처음에는 어떻게 찾을까 고민했는데,
    나 나름대로 쌍안경의 한 부분과 별과의 정렬을 하고난 다음부터는 찾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구요.
    배율은 25배라 좀 낮지 않나 싶었으나,
    밤하늘을 즐기기에는 나무랄데 없고,
    오히려 배율을 바꾸지 않으니까 일찌감치 포기하고 한 배율에만 집중할 수 있어 좋습니다.
    안경을 쓴 저에게는 아이캡이 방해가 되었으나,
    또한 아이캡을 뺄 수 있게 되어 있어 뺀 후에 편안하게 관측할 수 있었습니다.

    뭐가 보이느니 안보이느니 하는 스트레스 없이
    밤하늘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도구가 아닌가 싶습니다.


    멋진 하늘, 멋진 망원경, 멋진 분위기.........감사할 따름입니다.

댓글 4

  • 이민정

    2004.09.27 09:01

    그 사이를 못참고~천문인마을에 다녀가셨군요..ㅎㅎ 별찌의 외가와 친가라면 오가는 길이 꽤 멀어보이네요.. 즐거운 추석과 함께 먼 길 잘 다녀오세요. ^^
  • 이준오

    2004.09.27 10:14

    ^^ 추석 남보다 더 즐겁게 더 제대로 보내구 계시군여..ㅎㅎ
  • 이경화

    2004.09.27 19:24

    어쩜 그렇게 맛깔나게 표현하시는지요? 잘 만들고 고치는 사람만 맥가이버인줄 알았는데, 경식씨도 전천후인게 맥가이버라 부르고싶네요.
  • 승민

    2004.09.28 03:45

    저도 그걸로 M81, 82 인상깊게 봤었어요 ^^
위지윅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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