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4월 관측 후기 - 무비유환
  • 조회 수: 350, 2023-06-06 12:00:51(2023-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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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측 나가고자 하는 날의 날씨가 예보되기 시작하면 매일매일 여기저기 예보사이트 찾아다니며 날씨만 확인하던 4월이었습니다. 맑은 날이 없고 유독 구름만 많이 예보되던 날들이었어요. 그렇게 구름, 황사, 미세먼지와 꽃가루 등이 어우러져 관측하기에 참 주옥같은 환경만 가득했던 가운데 지난 주에 잠깐 날이 열렸었지요. 예보상으로 8시부터 2시정도까지 하늘이 열린다기에 얼른 짐을 꾸리고 홍천으로 달렸습니다.



    # 4월 19일, 홍천 942


    평일이었지만 누군가 있겠지라는 마음으로 942를 찾았습니다. 간만에 열린 하늘이 반갑기 그지없더군요. 날도 제법 많이 풀렸는지 날아다니는 벌레들도 보입니다. 하늘은 구름은 없지만 투명도는 조금 아쉬운, 또 조금은 밝은 그런 하늘이었습니다.

    오늘도 메시에 완주를 위해 계획한 대상들을 찾아봅니다. 지난 번 구매한 20인치를 들고 혼자 계단을 들고 오를 수는 없었기에 10인치 돕으로 관측하기로 했습니다.


    1. M68

    HFW 12.5, 96배

    이번에 관측계획한 대상들은 아직 저고도인 것들이 많았습니다. 새벽이 되어야 그나마 좀 올라오는... 그나마 이른 시간에 먼저 올라와 있던 M68을 보았는데, 그저 뿌옇고 아주 어두운 먼지뭉치처럼 보입니다. 이후에 다른 대상들 찾아보다 고도가 좀 올라온 시점에 다시 보았는데 확실히 첨 봤을 때보다는 디테일이 살아나네요. 뿌연 성단 안에 있는 십여 개의 별들이 분해가 됩니다. 흐릿했던 형상도 조금은 또렷해지는군요.


    2. M101

    HFW 12.5, 96배

    오늘 계획한 것 중 가장 높은 고도에 올라와있는 M101과 M51을 바라보았습니다.

    정말 우스꽝스럽게 대상을 아이피스에 도입하고 바라보자마자 대상과 겹쳐지는 휘감기는 나선팔의 환영을 보았습니다. 그동안 M101 찾아보며 여러 사진들을 봐와서인지, 그간 종종 보았을 때 잘 보이지 않아 정말 보고 싶다는 열망을 품고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순간적으로 대상과 겹쳐보이는 환영에 잠시 놀랬습니다..^^;

    대상은 역시나 어둡습니다. 다만 그동안 찾아본 대상의 모습 중 오늘이 가장 잘 "느껴지는" 듯 합니다.

    아주 작은 점으로 보이는 핵, 처음에 느낀 환영의 여파인지 보일락 말락하는 나선팔의 형상.

    먼지조각 같은 조그만 모습 속에 흐릿하지만 분명 짙고 옅음이 존재한다는 걸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잘 보인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잘 느낄 수 있었던, 그래서 조금은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M101이었습니다.


    3. M51

    HFW 12.5, 96배→xw 7, 171배

    이미 10인치 돕이나, 다른 분들의 망원경으로 몇 번 봤던 대상이지만 각잡고 뜯어보는 것은 처음입니다.

    호핑은 M101과 함께 그리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뿌연 2개의 핵이 아주 잘 보입니다. 나선팔과 빈 공간 사이의 농담 차이도 느껴집니다. 이전에 22인치로 감상했던 부자은하에선 나선팔이 휘감기는 방향까지 알 수 있었지만 오늘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살짝 보이는 정도네요.

    96배로 보다 배율을 조금 더 올려 171배로 보니 아빠은하의 면 위에 있는 밝은 별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두 은하를 연결해주는 브릿지는 찾아보기 힘들구요. 두 은하의 핵을 바라보고 비교해보니 아빠은하의 핵이 조금 어둡지만 좀 더 크고, 아들은하의 핵은 그와 반대로 작지만 좀 더 밝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외에도 몇가지 더 뜯어볼 것이 있지만 나머지는 모두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디테일 확인 시 참고한 조강욱님 스케치 링크입니다. http://www.nightflight.or.kr/xe/sketch/193552


    4. M5

    HFW 12.5, 96배→xw 7, 171배

    진하고 잘 보이는 구상성단이 오랜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치 흑백사진 보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높은 고도는 아니지만 배율을 높이니 디테일을 조금 더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표면이 거친 오돌토돌한 공 모양의 느낌에서 한꺼풀 껍질을 벗겨내 거친 속살을 확인한 듯한 느낌이랄까요. 구상성단만 덩그러니 있지 않고 주변의 별들이 배경이 되니 한 폭의 그림같은 장면이었습니다.


    5. M83

    xw 7, 171배

    171배로 보면 아이피스에 꽉 찬다고 스카이사파리에 나오지만 저고도의 영향 때문인지 핵과 은하 외곽 밝은 별 3개만 덩그러니 보입니다. 은하의 형태만 겨우 감지할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6. M12

    xw 7, 171배

    대상 도입 후 처음 바라볼 때는 저고도와 광해 때문인지 뭔가 어설프게 생긴 모양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처음 착용한 야간비행 관측조끼의 후드를 뒤집어쓰고 잡광을 차단한 다음 암적응을 끝낸 눈으로 가만히 바라보니 "구"보다는 네 면이 납작하게 눌린 직사각형에 가까운 모양으로 보이네요.

    171배로 확대 후 흘러가는 M12를 계속 중앙으로 도입하다 그냥 흘러가는 걸 바라보면 어떨까 싶어 대상을 우상단 바깥쪽에 놓고 가만히 있어봤습니다.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천천히 좌하단으로 흘러가는 성단을 보고 있으니 지구자전체험이 아닌, 마치 내가 직접 우주를 유영하는 느낌이었어요. 주변에 보이던 것을 후드로 모두 차단하고 완전한 암흑 속에서 흘러가는 천체를 바라보는 것이 참 색다르고 매력적인 경험이었습니다.


    7. M10

    xw 7, 171배

    조끼후드의 유용함을 몸소 깨달았습니다. 윙크를 잘 하지 못하는 몸이라 안대도 써보고 그것도 귀찮을 때는 손가락으로 눈꺼풀을 덮고 관측해왔는데, 후드만 뒤집어쓰면 두 눈을 뜨고 있어도 방해되는 게 없어 관측의 편안함이 수직상승합니다. 오래 봐도 눈에 무리가 없네요.

    이 구상성단은 곱단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전의 잘 보이던 구상성단들이 100방 사포의 느낌이라면 이 친구는 3~400방 정도로 표시하면 적당할 것 같아요. 그래도 계속 보고 있으니 그 고운 표면 사이로 몇몇 별들이 톡톡 튀어오르는 느낌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딥스카이원더스에 "황혼의 구상성단 필터"라는 내용이 나오는데요. M22를 황혼 녘부터 바라보면 성단에서 톡톡 튀는 별들을 볼 수 있다고 해 여름에 시도해보려고 했었는데 아, 이런 느낌이겠구나 살짝 맛보기한 것 같습니다.


    8. M107, M80

    xw 7, 171배

    M107은 어둡고 흐립니다. 방금 전까지 보아오던 구상성단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네요. 먼지 한 톨 수준 정도..?

    M80도 작습니다. 하지만 은하수 근처라 그런지 주변의 반짝이는 별들과 어우러져 보기가 좋습니다. 바로 옆에 붙어있는 별과 그리 차이나지 않은 크기로 보였지만 적은 면적에 오밀조밀 모여있어 그런지 더 밝게 빛나는 느낌을 주네요.

    M80을 호핑할 때까지만 해도 괜찮던 하늘이 관측을 끝내고 나니 구름으로 뒤덮이는 게 보입니다. 예보에는 2시까지 맑다고 되어 있었는데 시간을 보니 12시였어요. 벤치 건너에서 함께 관측하시던 부자 별지기 분들도 정리를 하시고 저도 정리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 4월 22일, 인제, 야간비행 정기관측회


    15일에 예정되어 있던 야간비행 정기관측회가 날씨로 인해 22일로 미뤄졌습니다. 22일 당일에도 날씨가 오락가락하고 기상청을 제외한 다른 예보사이트는 대부분 구름을 예보했었는데 이번엔 기상청 예보가 맞았습니다. ㅎㅎ 9시 경에 이미 구름은 온데간데없고 맑은 하늘에 박혀있는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네요.

    선배님들과 함께 할 수 있었기에 요번에 인수한 돕을 펼쳐 보았습니다. 설치할 때는 두께만 2인치가 넘는 20인치 미러의 무게를 다시 한 번 절실히 느꼈습니다. 능숙한 선배님들의 도움으로 광축도 맞추고 관측을 시작해보았습니다.


    1. M19

    xw 7, 254배

    20인치로 처음 보는 메시에 대상입니다. 요새 겨누기로 한 대상들이 전부 이제 막 올라오기 시작한 천체들이라 그런가 하얀 먼지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계속 바라보니 조금씩 분해되며 거친 질감의 성단이 눈에 들어옵니다.


    2. M62

    xw 7, 254배

    좀 오래 두고 봐야 조금씩 분해되는 느낌이 듭니다. M19보다는 조금 더 보드라운 느낌이 드는 성단입니다.


    3. M26

    xw 7, 254배

    레드닷파인더가 없어 찾기까지 상당히 오래 걸렸습니다. 모여있는 별들에게서 기린의 모습이 연상되었습니다.



    지난 19일에 관측하고자 했었지만 못봤던 대상은 본격적으로 관측을 시작한 시각에 이미 산 아래로 내려가버렸고, 5월에 보고자 했던 대상들 몇 개를 미리 땡겨 관측을 했는데 그나마도 3개 밖에는 보지 못했습니다. 아직 제대로 준비를 하지 못한 관계로 여차하면 10인치도 펼 생각을 가지고 갔었는데 여차저차 20인치로 첫 관측을 마쳤습니다.

    모든게 어설펐습니다. 레드닷 장착도 안돼, 십자선 불도 잘 안들어와, 잘만 하던 호핑은 이날 따라 왜 이리 안되는지, 기존에 쓰던 의자는 너무 낮아 관측자세도 어정쩡하니 힘들고...초보일수록 사전준비를 철저히 해야 하지만 그러질 못한 결과는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관측 종반 이한솔님께서 20인치로 보니까 어떠냐고, 10인치랑 좀 다르냐고 여쭤보셨는데...잠시 고민하다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는 망언을 내뱉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화끈거리는 이 발언에 선배님은 잠시 당황하시는 듯 보였으나 이내 지금 보는 메시에 대상들은 밝은 편이니 그리 느낄 수 있다며, 어두운 대상들 볼 때 진가를 발휘할 것이라는 위로의 말씀을 건네주셨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건데, 분명 20인치로 보는 대상들은 확연히 차이가 있었습니다. M51은 좀 더 뚜렷한 나선팔을 보여주었으며, M82는 10인치에서 보이지 않던 하나의 암흑대를 더 보여주었으며, M13은 확연히 더 분해되는 많은 별들이 수를 놓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도 차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것은 어설펐던 그 날의 환경과 마음가짐 때문이라 믿고 싶습니다.


    지난 관측이 아쉬워 이번 월령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26일 밤에 조경철천문대를 찾았습니다. 먼저와 관측하고 계시던 별하늘지기 Joseph 님과 반갑게 인사 후 돕 설치에 도움도 받았습니다. 저고도에 보이는 광해와 시간이 지나도 꺼지지 않는 기상관측소의 불빛이 심히 거슬렸지만, 그 위의 하늘은 참 좋았습니다. 중간에 제가 있던 자리에 방문해주신 별하늘지기 Starholic 님 덕분에 가출했던 광축도 다시 찾아올 수 있었고, 그리고 나서 바라본 M11은 쨍하니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M57과 M27은 인제에서 처음 봤을 때보다 훨씬 더 선명한 모습으로 나타나 주었습니다. 다만 이번에도 새로운 대상은 찾아보기가 힘들었고, 주로 이미 봤던, 찾아보기 쉬운 대상들 위주로 복습만 하고 돌아왔습니다.


    뭔가 아쉬운 4월이었습니다. 좋은 하늘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네요. 야심차게 준비한 interstellarum Deep Sky Atlas 성도도 제대로 써보질 못했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지만 잘 정리하고 5월엔 더 즐거운 관측이 되길 바래봅니다.

    

댓글 5

  • 이한솔

    2023.05.02 19:05

    저 당황하지 않았었습니다 ^^;
    화경님 관측 스타일로 보아 메시에급 대상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은 당연하게 느껴졌고 (물론 1:1로 비교해 보면 차이가 보였겠지만)
    그동안 꼼꼼히 잘 관측해왔음의 반증이라 생각합니다ㅎ
    망원경 성능도 훌륭하고 앞으로 멋진 관측 기대합니다^^
  • 정화경

    2023.05.04 16:41

    언제나 응원의 말씀 감사합니다.

    아쉬웠던 4월이었지만 며칠 전 5월 관측 대상 정리하다보니 또 설레이더라구요 ㅋㅋ

  • 조강욱

    2023.05.02 19:27

    10인치로 정면 나선은하를 열심히 보셨군요 ^^
    뿌연 대상의 첫 모습에서 사진이 겹쳐 보이는 환영.. 저도 예습한다고 사진을 너무 많이 참조하다 보면 나타나는 부작용(?)이지요 ㅋ;;;
    M101을 보던 날이 기억이 납니다. 첫 인상의 환영이 사라지고 난 뒤 그저 뿌옇기만 한 은하를 지켜보며 여기서 무얼 찾아야 하나 암담하던 기억,
    그리고 기어코 디테일을 찾아내던 즐거운 기억까지.. ^^
    20인치로 더 시원한 관측 되시기를 기대합니다~ ㅎㅎㅎ
  • 정화경

    2023.05.04 16:42

    안시관측자라면 한번씩 경험하는 건가 봅니다...순간 너무 신기했었어요 ㅎㅎ


  • 홍대기

    2023.06.06 12:00

    오~ 20인치로 업글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한달에 관측을 몇번을 나가신건지 대단한 열정이십니다. 게으른 제 자신을 반성해봅니다 ㅎ~ 조만간 관측지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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