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 & 관측제안 ~☆+

  • 160206 봄이지 말입니다
  • 조회 수: 3777, 2016-05-04 19:32:22(2016-04-18)


  • 설 연휴 첫날. 날씨가 좋다


    설은 언제나 그믐이니 관측의 적기이지만,


    어디를 가야 귀성 인파를 피할 수 있을까?


    홍천 or 수피령 고민하다가


    춘천 고속도로보다 고향집(?) 가는 길이 될 확률이 적은 47번 국도를 택했다



    반형준님이 수피령 관측지 어떻게 가냐고 문의했는데..


    아 대체 이걸 뭐라 설명하나.. 별하늘지기에서 검색해서 찾으란 말밖에.. 미안~~~ ㅋㅋㅋ



    설 연휴인데 다들 멀리 안가시는지.. 늦은 시간까지 속속 수피령 입장.


    수피령 입구 쪽 자리는 거의 야간비행 차지가 되어 버렸다



    우리의 고정 관측지가 무지 생각나는 시간..


    어찌되었던 진도를 나가보자




    1. M44와 친구들


    이번 겨울의 끝곡. 44번..


    드디어 기나긴 산개의 터널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산개성단을 스케치하는 것은 조금 특별한 느낌이라고 할까?


    단순히 비례와 밝기에 맞추어 보이는 그대로 점을 찍는 단순 노동의 최고봉이지만


    '제대로'만 찍어 놓으면 내가 찍은 그 점들에 막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생동감이 가장 잘 살아나는 대상이다



    결국, 그 별들의 위치를 잡느라 1시간 반을, 또 그 안에서 숨어있는 NGC급 은하 6개를 찾느라


    또 1시간 반을 보내고 말았다


    44번과 은하 6개를 3시간만에 완성했으면 남는 장사가 아닐까?


    M44_160216.JPG




    2. T에서 왼쪽으로


    시린 겨울 산개와 작별하고 따뜻한 봄 은하들을 맞이한다


    지난달에 T Triple까지는 완성했고..


    (오리온자리 말고) T에서 왼쪽으로.. 메시에 마라톤 순서에 맞게 88 91 90 89로 간다


    머리 잘 돌아가는 대학생 시절에 처녀자리 대상 번호와 순서, 호핑 루트를 모두 외워 놓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이제 와서 언제 다시 배우나.. ㅎㅎㅎ



    M88_91_90_89_160217.JPG



    M88번의 나선팔은 불가능.


    하지만 M91번의 막대와 나선팔은 고작 20분의 관측에도 속살을 살짝 보여준다


    M90번은 남쪽 방향으로 나선팔이 더 진한 부분을 느껴볼 수 있다.


    그 밑으로는 흐릿한 은하 4569번이 큰 눈을 번득이고 있다


    M89번은 그 자체는 심심한 타원은하지만 주변에 부하들이 많다.


    4550 4551 두개만 보고 나왔지만 좀 더 집중해서 보면 먼지 같은 애들을 더 찾을 수 있을듯..



    (구글에서 검색한 사진들과 동일 크기 비교)

    사진과 비교.JPG




    3. 이 구역의 대장은 누구?


    M87에는 오래된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미국 아줌마가 24인치로 타원은하의 Jet을 알현하였다는..


    6시간이 넘게 집중해서 점을 찍고 형체를 그리고 있으니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아무리 눈을 부릎떠도 Jet은 보이지 않는다


    여긴 미국의 건조한 사막이 아니니까, 24인치가 못 되어서


    그리고 내가 Barbara의 눈을 가지고 있지는 않으니..


    파티마의 기적이 아무때나 발현되는 것은 아니겠지 ㅎ


    어쨋든.. 그 애는 오늘도 처녀 은하단의 중심에서


    홀로 존재감을 과시한다 (그렇다고 과히 아름답다 하긴 어려울 듯)


    M87_160217.JPG




    4. 아가씨는 T를 좋아해


    아직 처녀 은하단 완주가 되지 않았는데..


    벌써 하늘이 밝아오려 한다


    다음 달에는 또 다음 달의 처녀가 뜨겠지.


    파인더로 두번째 T를 잡고 정해진 순서대로 58로 향한다


    M58_160217.JPG



    58번을 마무리 하기도 전에


    아이피스 시야에서 별들이 하나둘씩 사라진다



    58번을 초치기로 마무리하고서


    관측 의자에 앉아서 잠시 숨을 돌리고 있으니.. 어느새 완전히 날이 밝았다


    야간비행 매수팔보다 많은 인원이 수피령에 출동했는데


    내 관측에 집중하느라 대화도 거의 나누지 못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김민회님 혼자 남아 계신다


    내가 갖지 못한 마음, 별로 사회에 봉사하고 싶다는 목표를 실천하는 민회님.


    나도 언젠가는 (아마도 세상을 더 살면?) 그런 마음이 들 수 있을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겨울의 끝자락에 만나는 봄.. 역시 은하는 따뜻하다


    겨울과 봄을 연결하는 지정학적 위치에 자리잡고 있는,


    무섭도록 시리고 청명한 44번마저 은하들을 품고 있으니 말이야...





                                   Nightwid 無雲




댓글 14

  • Profile

    장형석

    2016.04.18 17:38

    44 내부 은하에 IC 2388이 빠졌으니 무효! 다시 그리세요 ㅎㅎ

    저는 아직 처녀자리를 외우지 못해 한번 들어가면 한참 삽질만하고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네요 ㅎ
  • 조강욱

    2016.04.20 03:14

    워워~~ IC 은하는 pass 하시죠 ㅎㅎㅎ

    처녀는 대학교때 다 마스터 하셨을텐데 왜 숨기시나요 ㅋ;;;

  • 원종묵

    2016.04.18 19:13

    역시 ... 강욱님의 관측기에는 다른 분들과 다른 색다른 매력이 있네요... 아침부터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조강욱

    2016.04.20 03:19

    어떤 부분이 색다를까요? ^^*

    감사합니다~~!!

  • Profile

    박상구

    2016.04.18 23:10

    다시 수피령에 서 있는 기분, 현실감 충만한 스케치를 보며 느껴봅니다. 은하는 따뜻하다는 말이 기분 좋은 공감을 불러옵니다.
    잘 봤습니다 ^^

  • 조강욱

    2016.04.20 03:19

    시린 산개성단 별빛들에 비해서는 

    솜사탕 같은 은하들이 확실히 따뜻하지요.. ^^*

  • 김철규

    2016.04.18 23:51

    사진과의 싱크로율이 어마무시 합니다. ^^ 직접 안시로 보고 있는 듯한데요. 보기도 잘 보시고 그대로 표현도 잘 하시고.... 부럽기 그지 없습니다.
  • 조강욱

    2016.04.20 03:29

    사실 은하 관측의 경우 스케치 완료 전에 구글 사진을 검색하여 내가 놓친 구조가 없는지 한번 더 check 합니다

    성단들이야 사진과 안시의 괴리가 워낙 커서 참고할 필요가 별로 없지만

    은하는 사진상의 구조들이 어디까지 보이는지가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어서..

    사진을 보고서 보일만한 구조를 표적수사 하면 성과가 좋은 편입니다 ^^;;

  • 반형준

    2016.04.19 00:13

    아 ... 얼어죽을뻔한 그날이군요!!!! 대단하셔요.. 역시 북극을 다녀오시더니..
  • 조강욱

    2016.04.20 03:36

    그날이 추운 날이었나요?

    북극에서 입던 옷을 입고 있었더니 전혀 추위를 느끼지 못했음.. ㅎ;;;

  • 홍대기

    2016.04.19 18:47

    쓰셔야한다는 밀린 관측기 이신가 봅니다. 밀린 관측기 마무리 축하드립니다~ ^^; 제가 새로 시작한 프로젝트 때문에 매일 야근이지만 시간만 되면 바로 출동하려고 망원경 차량에 상시 대기중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 조강욱

    2016.04.20 03:38

    아직도 관측기는 3개나 더 남아 있답니다.. ;;;;

    못쓴게 많으면 스스로의 강박으로 몹시 괴롭습니다.. ^^;;;;;

  • 김민회

    2016.04.21 00:52

    혼자라도 새벽까지 스케치 하실 분인건 알고 있었지만, 혼자두고 오기 안됐어서 얼굴 동상 걸려가며 날 밝기 기다린 이유 아실라나요.솜옷 두겹입어도 왜이리 추울까요. 쉰이 괜히 쉰 아닌가봐요,
  • 조강욱

    2016.04.21 20:30

    그런 이유는 꿈에도 생각 못했지요

    정말로 별로 봉사를 하시는군요

    감사합니다 ^^*

위지윅 사용
번호 제목 이름 조회  등록일 
479 이정남 3830 2015-10-12
478 박진우 3824 2018-04-02
477 조강욱 3807 2015-04-20
476 박상구 3807 2014-11-21
475 조강욱 3803 2015-02-13
474 조강욱 3790 2020-01-21
473 조강욱 3790 2017-12-24
472 최윤호 3786 2021-08-24
조강욱 3777 2016-04-18
470 박진우 3773 2014-12-28
469 김남희 3769 2015-02-03
468 장형석 3766 2014-11-18
467 조강욱 3765 2020-08-03
466 박상구 3755 2014-09-29
465 김승희 3739 2018-04-12
464 박진우 3736 2014-12-24
463 김남희 3730 2018-09-10
462 조강욱 3729 2014-03-25
461 최윤호 3714 2021-07-30
460 반형준 3711 2015-05-2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