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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1 홍천 - L.I.Se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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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11005, 2015-12-18 22:56:19(2015-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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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악의 시상(seeing)을 경험한 날입니다. 평소와 달리 170배에서 별이 뚱뚱하게만 보이고 초점이 맺어지지 않았고, 손 안대고 가만 두어도 아이피스 안에서 별들이 초점이 맺혔다 나갔다를 반복하던 날이었습니다. 며칠전 벗고개에서 실패했던 힉슨10번의 NGC542를 시도해봤는데 역시나 볼 수 없었습니다. 다음으로 패스. ^^;
새로운 것들 몇가지를 몇시간 찾아보다가 진만 빠지고 이런 시상에 고생할 필요가 있겠나 싶은 생각이 들어 큰 것들이나 봐야겠다 마음먹고 난 후에는 명작들을 돌아가면서 감상했습니다.
그래도 잠깐 동안에도 시상이 좀 나아지는 순간이 있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하늘 상태가 조금씩 나아져 운좋게 몇가지 대상들은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성운들이 볼만했는데 특히 말머리가 이날의 백미였습니다.
<< 새로 본 것들 >>
◆ NGC7209 (도마뱀자리 산개성단) - 도마뱀!
[ NGC7209, (사진: Sky-View에서 추출) ]
Deep-Sky Wonders 스터디 중 나온 대상입니다.
사진에는 실제 관측 때 본 것보다 별이 많이 나와있어 구분이 좀 안되지만, 아이피스에 눈을 대자마자 바로 보이는 스타체인이 재미있는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위 사진 중앙에 밝은 별들 몇개를 보면 아래와 같은 모양으로 별들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뭔가 모양을 만들고 싶게 생겼네요. 그냥 넘어갈 수 없게 생겼습니다. ㅎㅎ
이리저리 굴려보다가 남희님께 망둥어 안닮았나요? 한번 던져봤는데... 반응이 미지근하시더군요. 그래서 단념. ^^
근데 잠시 후 다시 보다 보니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 NGC7209, 도마뱀성단? ]
뒤쪽에 꼬리 에 해당하는 부분의 별들도 상대적으로 밝은 녀석들이라서 사진과는 달리 실제 보면 그럴 듯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도마뱀 자리에 있는 도마뱀 성단 ㅎㅎ 그럴 듯 하지 않나요 (아니라고 해도 안삐집니다 ㅎㅎ)
◆ Merrill 2-2 (PK 100-08.1, 도마뱀자리 행성상성운)
[Merrill 2-2, (사진: Sky-View에서 추출) ]
역시 Deep-Sky Wonders 스터디 중 나온 대상입니다. 한솔님께 관측 경험을 여쭤봤는데, 아주 작고 별처럼 보이는데 총기를 잃은 별빛처럼 보이거나 약간 부은 별처럼 보인다고, 그리고 필터를 끼워서 보면 확실하다고 알려주십니다. 그런데 이날은 시상이 영 안좋아서 다른 별들도 부어있기 때문에 별상만으로는 구분이 어려웠습니다. 필터를 통해 보니 O-III에 잘 반응합니다.(UHC는 별로 ㅎ) 필터를 들고 아이피스와 눈 사이에 넣었다 뺐다 해보니 필터를 댔을 때 행성상성운의 빛만 덜 흐려져 구분이 확연히 됩니다. 필터 슬라이드가 있었더라면 더 편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ㅎ
◆ NGC2523 (Arp 9, 기린자리 은하) - 막대!
[NGC2523, (사진: Sky-View에서 추출) ]
기린자리에 있는 막대나선은하(SBbc)입니다.
Arp 선생이 정리한 특이은하(Peculiar Galaxies) 9번이라고 합니다. 사진에는 타원형으로 헤일로가 보이지만 관측시에는 원형으로 보였습니다. 코어 부분이 북서-남동 방향으로 길게 보여서 이것이 무려 막대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 NGC2655 (Arp 255, 기린자리 은하)
[ NGC2655, (사진: Sky-View에서 추출) ]
Arp 255번 은하입니다. 형태 분류가 SAB(s)0/a 라고 하는데 그냥 둥글고 밝은 코어부분을 가진 타원은하처럼 보였습니다. 사진 상에는 헤일로가 바깥쪽에 이중으로 되어있지만(나선팔?) 관측에서 알아볼 수는 없었습니다.
◆ NGC3172 (Polarissima, 작은곰자리 은하) - 이걸 왜...
[ NGC3172, (사진: Sky-View에서 추출) ]
북극성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은하라고해서 Polarissima라는 이름이 붙어있습니다. 전부터 봐야지 봐야지 하다가 이번에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냥 '작고 둥금' 은하입니다. 보면서 든 생각은 '이걸 왜...' 입니다 ㅎ
<< 명작 순례 >>
시상이 좋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명작들에서 평소에 보기 어려웠던 모습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뭔가 시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다른 좋은 변수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 B33 (말머리 성운, 오리온자리 암흑성운) - 브라보!
말의 앞부분을 본 것은 처음입니다. 작년에 처음 뒤통수를 본 이후로 그 전체 모습을 보기위해 애를 썼지만 소용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남희님이 가지고 계시던 H-beta 필터를 빌려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만세)
그리고 나서 한솔님 망원경에 독터12.5 아이피스로도 봤는데 역시! 훨씬 선명하게 보이네요. ^^
H-beta로 보고 나니 UHC로도 관측이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노필터로는 관측이 어려웠습니다. (앞서 필터를 낀 채로 본 잔상이 남은 것처럼 뭔가 있는 느낌이 있었지만 냉정하게 말해 보았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상당히 진하게 보인다고 하시는데 제게는 여전히 아주 흐릴 뿐이었습니다. 그래도 이제까지 뒤통수만 보아오던 것보다는 훨~씬 선명하게 보았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말머리를 못보신 분 중에 저처럼 살짝 아쉬운 눈을 가지신 분들을 위하여 제가 본 모습과 흡사하게 스마트폰 그림판을 사용해 표현해봤습니다. (아래 그림이 잘 안보인다면 모니터 화면의 기울기를 바꾸거나 몸을 움직여 모니터를 조금 위나 아래에서 바라보시면 될 것입니다.)
[ B33 말머리 성운, 살짝 아쉬운 눈을 위한 말머리 안내 일러스트 ]
◆ NGC1435 (Merope Nebula, 황소자리 반사성운) - 빗살무늬는?
[ M45와 Merope 성운, (사진: Sky-View에서 추출) ]
항상 희미하기만 했던 메로페 성운을 이날 확실하게 보았습니다. 메로페 별 주변에서 어두운 하늘과 성운기 덮인 부분이 확연히 구분되었으며 위 사진의 맨아래부분 성운영역까지 성운기가 퍼져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약170배로 메로페 영역만을 보았을 때 성운기가 진하고 흐린 부분이 평행하게 여러줄기로 진행되는 것이 구분되어 아래 사진처럼 빗살무늬도(!) 보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잠시 쉬는 시간에 한솔님과 그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빗살무늬는 시상이 아주 좋은 날 저배율로 볼 수 있었다고 하시더군요. 아무래도 제가 잘못 본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중에 좋은 날 다시 시도해봐야겠습니다. ^^
[ Merope 별과 NGC1435 Merope Nebula, (사진: Sky-View에서 추출) ]
◆ M42
[M42와 런닝맨 성운, (사진: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The_Orion_Nebula_M42.jpg) ]
몇달 전 남희님이 관측기(http://www.nightflight.or.kr/xe/171054)에 남기신 오리온 대성운 안의 오리온 대성운 그림자를 보았습니다. 40mm 아이피스(50배)에 UHC 필터를 끼우고 보니 대성운 뒤편의 어두운 영역의 모양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M43 건너편에 있는 런닝맨 성운과 그 안의 어두운 부분도 뚜렷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 M97
[M97, (사진: Sky-View에서 추출) ]
M97도 평소에 보던 흐릿한 눈이 아니고 확실하게 뻥 뚫린 듯한 두개의 올빼미 눈을 볼 수 있었습니다. 눈이 어느 방향으로 보이느냐 물어볼 필요도 없이 정확히 보였습니다. 위의 사진이 오히려 눈이 선명하지 않군요 ㅎ
◆ M81과 M82
이것들도 역시 '대박이다' 하면서 본 대상들입니다. M81의 나선팔을 그렇게 진하게 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고 M82는 그 표면의 얼룩덜룩함을 제대로 볼 수 있었고 두줄로 뚝 끊어진 부분도 정확히 볼 수 있었습니다.
◆ M1 - 다행이다 필라멘트
한솔님이 보여주신 M1은 필라멘트 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 모양은 처음 보았네요. 힘줄이 불끈 솟아오른 듯한 선명한 몇개의 밝은 선과 평탄해보이지 않는 성운의 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M1 스케치 하던 날 이걸 못본게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게 보였다면 아마 그날 해가 뜨는 걸 보았을 수도 있겠더군요 ㅎㅎ
<관측 장비>
망원경: 별고래 (17.5인치 돕소니언)
아이피스: 40mm(XL), 22mm(Panoptic), 12mm(Nagler), 8mm(Ethos)
필터: O-III(Lumicon), UHC(Baader), H-beta(Lumicon)
- m45_ngc1435.jpg(50.2KB/31)
- M97.jpg(31.1KB/32)
- Me2-2.png(165.1KB/47)
- merope.jpg(13.1KB/22)
- ngc2523.jpg(24.0KB/20)
- ngc2655.jpg(34.9KB/26)
- ngc3172.jpg(38.3KB/24)
- ngc7209.jpg(82.1KB/22)
- ngc7209_lizard.png(196.3KB/32)
- ngc7209_starchain.png(3.0KB/28)
- s_b33.png(37.0KB/36)
- s_The_Orion_Nebula_M42.jpg(144.3KB/24)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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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석
2015.12.15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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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구
2015.12.15 21:15
^^ C-130이 뭔지 찾아봤네요 ㅎㅎ 정말 큰 비행기의 앞모습 같아 보이기도 하네요.
형석님은 스타워즈 뿐만 아니라 ... ㅎㅎ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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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솔
2015.12.16 02:21
제말 너무 믿지는 마시구요... ^^;
생각해보니 상구님이 그낭 보신게 빗살무늬 맞을 것 같네요..
멜로페성운이 고배율에서 잘 보이는데 그것은 배경이 어두워져서 일 것이고
제가 말한건 광해 없고 투명도가 아주 좋은 날에는 저배율에서도 성운이 보이니까 딱 사진처럼 느껴졌던 것을 말한 겁니다..
대부분 플레이아데스 성단은 넓은 화각으로 찍잖아요.. 고배율로보면 사진같은 그 느낌이 안살고요 저배율에서는 왠만해서는 성운이 잘안보이고.. -
박상구
2015.12.16 04:37
너무 믿지는 않고 그냥 믿을게요 ㅎㅎ
그날은 저배율로는 배경도 밝고 해서 어려웠고 좀 높은 배율에서는 보이는 것 같았는데 이거다 하는 느낌은 좀 없었거든요. 저배율로 그런게 보이면 정말 멋질 것 같아요. 나중에 깜깜한 날 잘 받아서 한번 더 시도해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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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우
2015.12.16 03:05
저도 이날의 M81은 기이할 정도로 잘 보였습니다.
나선팔이 아주 날카롭게 보이는게
과장 조금 더하면 사진보다 조금 못한 정도였던것 같습니다. -
박상구
2015.12.16 04:45
하늘 상태를 생각해보면 이상하게 잘보이는 것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하늘의 영역에 따라 시상이 달랐던건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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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욱
2015.12.16 04:59
시상이 별로였단 얘기를 듣고 휴~ 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는데
이건 무슨 염장 관측기인가요 ㅎ;;;
멜로페, 말머리, 필라멘트.. 모두 제가 못 본 것들이군요
올빼미 눈알과 81 나선팔도 스케치를 하며 힘들게 찾아본 대상이지요시상도 투명도도 아니라면 그 요인은 대체 무엇일까요? -
박상구
2015.12.16 07:45
음...... 관측자의 외모?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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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희
2015.12.16 09:21
말머리는 이제 시안에서도 볼수 있을 것 같은....쿨럭,,,,,,
18"를 자작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겠다는 생각이 불끈 들었습니다.^^ -
박상구
2015.12.17 00:32
신년회는 18인치로! ㅎㅎ 응원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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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회
2015.12.16 20:54
모든 대상 제쳐놓고 m42 오리온대성운은 빼놓을 수 없는 best of best입니다. 지저분한 우주의 분자구름을 그림자까지 뜯어 본다는 건 망원경 가진자의 특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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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구
2015.12.17 00:36
이 멋진 특권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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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환
2015.12.18 22:56
완전 동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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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72는 북극성에 가까이 있을뿐이지.. 아무 특징없는... 아마 다른데 있었다면 거의 사람들이 안볼듯한 은하지요 ㅎ
저는 토요일에 M42를 보며 다스몰 얼굴이 떠올랐답니다 ㅎ (강욱님과 재곤님에게 말했더니 스타워즈 덕후라는 소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