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스케치/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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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욱

8월말부터 이어지는 맑은 가을 하늘..

많은 분들이 벗고개로.. 과천으로 출동하셨는데

나는 산적한 업무를 핑계로 그냥 있었다

본연의 업무를 훌륭히 수행하시면서도

어떻게 그렇게 열심히 별을 보러 다니실 수 있는 것인지..

나는 도저히 못하겠다 ㅡ_ㅡㅋ


아쉬운 일요일이 저물어 갈 무렵..

우리집에 놀러온 처제&동서와 거실에서 보쌈에 맥주로 저녁을 먹고 있는데

베란다 밖으로 보이는 하늘이 심상치 않은 기운을 보인다

처제를 배웅하러 현관 앞에 나가니 뭉게구름 사이에서 파란 속살을 드러내는 하늘이..

남자의 직감ㅡ_ㅡ으로는 분명히 밤에 맑을 것 같다..

밤이 되니 진짜 맑아져서 눈부신 상현달이 보이는데..

오늘은 예별님이 쉽게 꿈나라로 출발하질 않는다

억지로 재우려 해도

우리별1호가 좋아하는 함미 하비(할머니 할아버지)가 집에 계시니 놀고 싶어서 안 주무신다

한참 그리다가 예별님이 뭐 엎으면 사고 수습하고

여유 있을때는 뭘 뒤집어 엎어도 잘 했다고 잘 놀았다고 ㅡ_ㅡ;; 반응하려고 노력하는데

달이 질까 마음이 급하여 그것도 잘 안 된다 ㅎㅎ

예별이는 울고 주무시진 않고 그릴 것은 많고 달은 서쪽으로 넘어가려 하고..

고요하고 삭막한 스케치에는 안 나타나 있지만..

스케치한 종이 사이사이에는.. 안 놀아주는 아빠가 야속한 예별이의 울음소리가

깊게 배어 있을 것입니다.....



r_kies.jpg


Kies 영역을 그려보고 싶은데.. 위로는 Bulialdus부터 아래로 Campanus까지

지형들이 심플하면서도 엣지가 살아있다

평소 같았으면 여러 개의 지형들 구도를 잡는 데만도 한참의 시간이 걸렸겠지만

인건비 개선을 위해

월면도를 스케치할 종이 뒤에 대고 각 크레이터 위치를 그대로 그렸다

먼가 치팅 하는 것 같아 마음이 꺼림칙 하기도 하지만.. 여튼 편하고 좋다


구도는 흥미있는 지역으로 잡았는데.. 문제는 영역이 너무 넓다는 것이다.. ;;;

크레이터 두세개 해당하는 영역만 그려보다가..

황량한 지형에 드문드문 있는 애들을 표현하려니

집중력을 계속 유지하기가 어렵다

80mm라 망정이지.. 15인치로 봤으면 이걸 어떻게 그려.. ㅡ,ㅡ;;



예별이 보던 시간을 제외하고 실 관측시간 1시간 50분

12시가 다 된 시각에 스케치를 마무리 하고서도..

거실에서 밝은 불 아래 30분이 훨씬 넘게 후반 작업을 했다

찰필을 이용해서 스케치의 거친 부분을 다듬는 것..

명암처리가 부족한 부분은 더욱 강조될 수 있도록..

이것은 상상화가 아니라 효과적인 스케치를 위한 고육책이라고 스스로 최면을 건다... ㅡ_ㅡ;;


뭐 어쨋든간에,

이 스케치의 핵심은 Kies이다

대충 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공부를 하고 애정을 가지고 봐야 그제서야 살짝 미소짓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 분은

바로 감질맛의 현신이 아니신가 ㅎㅎ


Harold Hill의 스케치에는 전혀 고요하지 않은 무지막지한 Kies가 그려져 있지만

80mm로의 Kies는 쇠락한 옛 궁전의 희미한 흔적 같다고 할까..

Kies의 아랫쪽으로는 작은 구릉의 구조를 지나 Kies A로 이어지는데

그 연결된 모습이 마치 열쇠처럼 생겼다

달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열쇠.. 라고 하면 어떨까

감질나는 맛의 미학을 달까지 확장시키는 key 같은 존재라고..


Stadius는 어떤 느낌일지 다시 보고 싶은데

애정이 부족한지 찾기가 어렵다


Kies 동쪽으로는 Campanus와 Mercator가 마치 안경처럼..

안경점의 시력검사용 동그란 테의 안경처럼 생겼다

위쪽의 Bullialdus는 상당히 크고 심플한 크레이터인데,

복잡한 대상보다 심플한 대상의 표현이 더욱 어렵다..

Konig과 Bullialdus B는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광조를 가지고 있다

이게 진짜 광조(Ray)인지 아니면 단층과 같은 구조인지는 구분이 잘 가지 않는다

그림으로 그려보니 높이 차이가 나는 것처럼 보이는데,

실제 관측에서는 그저 ray처럼만 보인다


Campanus 위쪽에는 완만한 뿔 같은 그림자가,

Mercator 바로 서쪽으로는 작은 화살표 같은 그림자가 관측이 되는데

주변 구조물과 비교해 보면.. 그런 모양의 음영이 나오기 힘든 상황인데..

이상하다.. ;; 어쨋든 나는 보이는 대로 그렸으니깐..... ;;;;;


매끈한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찰필로 문질러주니

기존의 달 스케치보다 훨씬 부드러운 그림이 만들어진다

그렇다고 해도.. black 컬러의 표현은 여전히 어렵다

2차원 그림의 음영으로 입체감을 표시하는 것도..

기본이 없이 그냥 들이대려니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




싟형님 형수님께 기본기 특강이라도 받고 싶은 심정입니다.... ㅠ_ㅠ



P.S. 어제(9/1) 달번개 하실 때.. 저는 그때까지 회사에서 회의 하고 있었습니다  ㅡ,ㅡ;;;
       집에 와서..  날이 맑길래 망원경을 꺼내어 달을 겨누어보니,
       가센디와 슈뢰터가 밝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아.. 한 개만 해 볼까?
       하다가.. 그냥 곱게 잠을 더 자기로 했습니다
       별도 아니고 달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앞으로도 엄청나게 많으니
       더더욱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는 것이죠..  ^^


              Nightwid 我心如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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