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스케치/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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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욱


#1


낮에 보는 달은 어떤 모습일까?


파란 하늘에 보호색을 입고서 있는 듯 없는 듯 떠 있는 낮달.


낮달은 한 달 중에 보름 이상을 볼 수 있지만 관심과 열망이 없으면 절대로 볼 수가 없다


별도 달도 아는 만큼만 볼 수 있는 법..



딸래미 손을 잡고 은평뉴타운 산책로를 걷다가 무성한 초목 사이로 낮달을 발견했다.


(실은 산책을 구실로 달 어디 떠 있나 한참을 두리번거렸음)



[ 낮달, 갤럭시노트2에 터치펜 - 조강욱 (2014) ]

11_141005_낮달_월령11.jpg



#2


한달 뒤 같은 날, (월령 11일)


부서 회식으로 막걸리를 알딸딸하게 마시고 나오니


강남역의 회사 건물 위로 눈부신 달이 떠 있다


하지만 그보다 시선을 잡아끄는 것은 달 아래 빌딩 층마다 촘촘히 켜 있는 형광등 불빛.


집에 가자 쫌



달이 떴는지 별이 떴는지도 모르고 일하고 있을 그 사람들을 어떻게 표현할까 하다가


얼마전에 전시회에서 본 판화 기법을 차용해 보았다



[ 달이 차오른다 가자, 갤럭시노트2에 터치펜 - 조강욱 (2014) ]

11_141103_달이 차오른다 가자_월령11.png

(달 그림 연작 중 제일 내 맘에 드는 그림 중 하나인데.. 이렇게 아낄 줄 알았으면 선 좀 똑바로 그릴 걸 그랬다)



#3


북극 원정을 준비하면서 가장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것은


북극에서 차박을 하다가 너네 진짜로 얼어 죽는다는 주위의 동정 어린 시선이었다


아니 내가 내 의지로 하겠다는데 왜..


아니 근데 진짜로 얼어 죽을 위기에 처하면 어떡하지?


가장 추운 날을 고르고 또 골라서


1월의 마지막날,


서울에서 가장 가깝고 가장 추울 광덕산 천문대 주차장에 올랐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영하 20도의 추위와 1100m 고지의 칼바람에


온 몸이, 특히 손가락과 광대뼈가 찢어질 듯이 아프다


준비해온 옷을 모두 껴입고, 핫팩으로 중무장을 하고


광덕산.jpg


그대로 냉동차(?) 안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살을 에는 겨울바람이 쉴새 없이 몰아쳐도 하늘은 너무나 맑고 고요하다


1100 고지에서 보는 별은 평지에서 보는 별과는 사뭇 다르다


그 고도만큼 별빛도 더 맑아지는 것인지....



군대에서도 안 해본 혹한기 훈련을 민방위도 끝날 때쯤 하게 되다니..


억울함에 뭐라도 기록을 남겨 봐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장갑은 벗을 생각도 못하고 둔한 손놀림으로 터치펜에 의지해서 한 장.



[ 혹한기훈련, 갤럭시노트2에 터치펜 - 조강욱 (2015) ]

11_150131_혹한기훈련_월령11.jpg





                                             Nightwid 無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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