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에세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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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싟






11월 29일 토요일 저녁
대관령에서 눈과 친구 삼은 후
아쉬움을 다음의 기약으로 달래놓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

일정없이 떠난 길이라 마음의 변덕이 쉽게 용서되는 여행입니다.
이미 깜깜한 밤...
월정사로 향합니다.


절 보다는
일주문에서 절에 이르는 ...전나무 숲길을 걷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러나 차는 어영부영 절 입구까지 와버렸고,
일주문은 저 뒤쪽 1km 뒤쪽에 있네요.
너무 어둡고 왕복으로 다녀와야해서 아쉬움 그대로 뒤쪽에 남김니다.

절에 들어가니 인기척은 우리 가족뿐.
그리고
스님들의 독경소리와
대웅전앞 9층석탑 모서리마다 달린 풍경들의 노래소리와
발에 밟힌 눈얼음의 무너지는 소리...

다른 건 다 처치하고라도
전나무 숲길을 걷고 싶은 마음은 목에 걸린 가시처럼
나의 발길 붙잡아
결국 근처에 숙소를 정합니다.

11월 30일 새벽 5시

탑앞에 다시 섰습니다.

저녁과 마찬가지로 스님들의 독경소리가 들립니다.
하늘엔 별이 초롱합니다.
살랑 풍경소리가 귀를 스칩니다.
어느 것 하나 빠지면 섭섭할 듯 너무나 소중히 하나가 됩니다.
교회에선 하나님이 절에서는 부처님이 되고, 산에선 산신령, 바다에선 해신이 되듯
너무나 귀한 존재들입니다.





탑을 돕니다.
기원합니다.


밤사이 두번
너를 마주한다.

너는 그대로이나
나는 변하였구나
수염이 자라고
머리가 헝클어지고
얼굴은 푸석하다.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
너도 변하겠지?
그러나
너는 인고를 알고
나는 조급함만 부리는구나



절을 나와 전나무 숲길로 접어 듭니다.
머리위, 그리고 나뭇가지, 나뭇잎 사이사이 별들로 가득 차있습니다.
마치 크리스마트 트리 위의 반짝이는 전구들처럼...
오직 자연만이 켰다 끌 수 있는...

숨 들이킴마다 솔잎 향기 가득합니다.
수백수천의 나무들이 품어내는 그 향기를 혼자 독차지해봅니다.
이런 욕심이 통하는 새벽...

계곡을 따라 물소리 청량하고
내 발밑 눈 밟는 소리 정겹습니다.

일주문 빈 공터에서 몸을 한바퀴 돌려
사방의 별자리들을 둘러봅니다.
큰별자리 작은별자리, 밝은 별자리 희미한 별자리, 낮은 별자리 높은 별자리...
어느 것 하나 뽐낼 필요없이
자격지심 가질 필요없이
모두모두 있는 그자리에서 빛나고 아름답습니다.

가던 길 돌아오는 길엔
후레쉬를 끄고
어둠속을 걸어봅니다.
빛은 없어도
눈이 길을 만들어주고 전나무가 길 양편으로 울타리를 만들어줘
오직 솔향기에
오직 물소리에
오직 내 발자국소리에
오직 별들의 소리에만
집중하여 걸었습니다.

전부터 걷고 싶었던 월정사 전나무 숲길...
이른 새벽 깜깜함속에 비록 네 모습을 보지는 못했지만,
대신 제대로 너를 느낄 수 있었다.

밤에 별 친구들을 보는 것 같이 정겹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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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월정사 들어가는 다리 양편의 모습
삼각대가 없어 다리 난간에 걸치고 찍은 거라 흔들림이 있군요.




전나무 숲길 방향
북두칠성의 손잡이와 그 흐름 중간의 아쿠투르스...




월정사 방향의 겨울철의 대 삼각형
베델기우스, 시리우스, 프로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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