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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구

극악의 시상(seeing)을 경험한 날입니다. 평소와 달리 170배에서 별이 뚱뚱하게만 보이고 초점이 맺어지지 않았고, 손 안대고 가만 두어도 아이피스 안에서 별들이 초점이 맺혔다 나갔다를 반복하던 날이었습니다. 며칠전 벗고개에서 실패했던 힉슨10번의 NGC542를 시도해봤는데 역시나 볼 수 없었습니다. 다음으로 패스. ^^;

 

새로운 것들 몇가지를 몇시간 찾아보다가 진만 빠지고 이런 시상에 고생할 필요가 있겠나 싶은 생각이 들어 큰 것들이나 봐야겠다 마음먹고 난 후에는 명작들을 돌아가면서 감상했습니다.

 

그래도 잠깐 동안에도 시상이 좀 나아지는 순간이 있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하늘 상태가 조금씩  나아져 운좋게 몇가지 대상들은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성운들이 볼만했는데 특히 말머리가 이날의 백미였습니다.

 

 

<< 새로 본 것들 >>

 

◆ NGC7209 (도마뱀자리 산개성단) - 도마뱀!

 

ngc7209.jpg

[ NGC7209, (사진: Sky-View에서 추출) ]

 

Deep-Sky Wonders 스터디 중 나온 대상입니다.

사진에는 실제 관측 때 본 것보다 별이 많이 나와있어 구분이 좀 안되지만, 아이피스에 눈을 대자마자 바로 보이는 스타체인이 재미있는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위 사진 중앙에 밝은 별들 몇개를 보면 아래와 같은 모양으로 별들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ngc7209_starchain.png    뭔가 모양을 만들고 싶게 생겼네요. 그냥 넘어갈 수 없게 생겼습니다. ㅎㅎ

 

이리저리 굴려보다가 남희님께 망둥어 안닮았나요? 한번 던져봤는데... 반응이 미지근하시더군요. 그래서 단념. ^^

근데 잠시 후 다시 보다 보니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ngc7209_lizard.png

[ NGC7209, 도마뱀성단? ]

 

뒤쪽에 꼬리 에 해당하는 부분의 별들도 상대적으로 밝은 녀석들이라서 사진과는 달리 실제 보면 그럴 듯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도마뱀 자리에 있는 도마뱀 성단 ㅎㅎ 그럴 듯 하지 않나요 (아니라고 해도 안삐집니다 ㅎㅎ)

 

 

◆ Merrill 2-2 (PK 100-08.1, 도마뱀자리 행성상성운)

 

Me2-2.png

[Merrill 2-2, (사진: Sky-View에서 추출) ]

 

역시 Deep-Sky Wonders 스터디 중 나온 대상입니다. 한솔님께 관측 경험을 여쭤봤는데, 아주 작고 별처럼 보이는데 총기를 잃은 별빛처럼 보이거나 약간 부은 별처럼 보인다고, 그리고 필터를 끼워서 보면 확실하다고 알려주십니다. 그런데 이날은 시상이 영 안좋아서 다른 별들도 부어있기 때문에 별상만으로는 구분이 어려웠습니다. 필터를 통해 보니 O-III에 잘 반응합니다.(UHC는 별로 ㅎ) 필터를 들고 아이피스와 눈 사이에 넣었다 뺐다 해보니 필터를 댔을 때 행성상성운의 빛만 덜 흐려져 구분이 확연히 됩니다. 필터 슬라이드가 있었더라면 더 편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ㅎ

 

 

◆ NGC2523 (Arp 9, 기린자리 은하) - 막대!

 

ngc2523.jpg

[NGC2523, (사진: Sky-View에서 추출) ]

 

기린자리에 있는 막대나선은하(SBbc)입니다.
Arp 선생이 정리한 특이은하(Peculiar Galaxies) 9번이라고 합니다. 사진에는 타원형으로 헤일로가 보이지만 관측시에는 원형으로 보였습니다. 코어 부분이 북서-남동 방향으로 길게 보여서 이것이 무려 막대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 NGC2655 (Arp 255, 기린자리 은하)

 

ngc2655.jpg

[ NGC2655, (사진: Sky-View에서 추출) ]


Arp 255번 은하입니다. 형태 분류가 SAB(s)0/a 라고 하는데 그냥 둥글고 밝은 코어부분을 가진 타원은하처럼 보였습니다. 사진 상에는 헤일로가 바깥쪽에 이중으로 되어있지만(나선팔?) 관측에서 알아볼 수는 없었습니다.

 

 

◆ NGC3172 (Polarissima, 작은곰자리 은하) - 이걸 왜...

 

ngc3172.jpg

[ NGC3172, (사진: Sky-View에서 추출) ]


북극성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은하라고해서 Polarissima라는 이름이 붙어있습니다. 전부터 봐야지 봐야지 하다가 이번에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냥 '작고 둥금' 은하입니다. 보면서 든 생각은 '이걸 왜...' 입니다 ㅎ

 


 

<< 명작 순례 >>

시상이 좋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명작들에서 평소에 보기 어려웠던 모습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뭔가 시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다른 좋은 변수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 B33 (말머리 성운, 오리온자리 암흑성운) - 브라보!

말의 앞부분을 본 것은 처음입니다. 작년에 처음 뒤통수를 본 이후로 그 전체 모습을 보기위해 애를 썼지만 소용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남희님이 가지고 계시던 H-beta 필터를 빌려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만세)

그리고 나서 한솔님 망원경에 독터12.5 아이피스로도 봤는데 역시! 훨씬 선명하게 보이네요. ^^

H-beta로 보고 나니 UHC로도 관측이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노필터로는 관측이 어려웠습니다. (앞서 필터를 낀 채로 본 잔상이 남은 것처럼 뭔가 있는 느낌이 있었지만 냉정하게 말해 보았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상당히 진하게 보인다고 하시는데 제게는 여전히 아주 흐릴 뿐이었습니다. 그래도 이제까지 뒤통수만 보아오던 것보다는 훨~씬 선명하게 보았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말머리를 못보신 분 중에 저처럼 살짝 아쉬운 눈을 가지신 분들을 위하여 제가 본 모습과 흡사하게 스마트폰 그림판을 사용해 표현해봤습니다. (아래 그림이 잘 안보인다면 모니터 화면의 기울기를 바꾸거나 몸을 움직여 모니터를 조금 위나 아래에서 바라보시면 될 것입니다.)

 

s_b33.png

[ B33 말머리 성운, 살짝 아쉬운 눈을 위한 말머리 안내 일러스트 ]

 

 

◆ NGC1435 (Merope Nebula, 황소자리 반사성운) - 빗살무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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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45와 Merope 성운, (사진: Sky-View에서 추출) ]

 

항상 희미하기만 했던 메로페 성운을 이날 확실하게 보았습니다. 메로페 별 주변에서 어두운 하늘과 성운기 덮인 부분이 확연히 구분되었으며 위 사진의 맨아래부분 성운영역까지 성운기가 퍼져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약170배로 메로페 영역만을 보았을 때 성운기가 진하고 흐린 부분이 평행하게 여러줄기로 진행되는 것이 구분되어 아래 사진처럼 빗살무늬도(!) 보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잠시 쉬는 시간에 한솔님과 그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빗살무늬는 시상이 아주 좋은 날 저배율로 볼 수 있었다고 하시더군요. 아무래도 제가 잘못 본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중에 좋은 날 다시 시도해봐야겠습니다. ^^

 

merope.jpg

[ Merope 별과 NGC1435 Merope Nebula, (사진: Sky-View에서 추출) ]

 

 

◆ M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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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42와 런닝맨 성운, (사진: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The_Orion_Nebula_M42.jpg) ]

 

몇달 전 남희님이 관측기(http://www.nightflight.or.kr/xe/171054)에 남기신 오리온 대성운 안의 오리온 대성운 그림자를 보았습니다. 40mm 아이피스(50배)에 UHC 필터를 끼우고 보니 대성운 뒤편의 어두운 영역의 모양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M43 건너편에 있는 런닝맨 성운과 그 안의 어두운 부분도 뚜렷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 M97

 

M97.jpg

[M97, (사진: Sky-View에서 추출) ]

 

M97도 평소에 보던 흐릿한 눈이 아니고 확실하게 뻥 뚫린 듯한 두개의 올빼미 눈을 볼 수 있었습니다. 눈이 어느 방향으로 보이느냐 물어볼 필요도 없이 정확히 보였습니다. 위의 사진이 오히려 눈이 선명하지 않군요 ㅎ

 

 

◆ M81과 M82

이것들도 역시 '대박이다' 하면서 본 대상들입니다. M81의 나선팔을 그렇게 진하게 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고 M82는 그 표면의 얼룩덜룩함을 제대로 볼 수 있었고 두줄로 뚝 끊어진 부분도 정확히 볼 수 있었습니다.

 


◆ M1 - 다행이다 필라멘트

한솔님이 보여주신 M1은 필라멘트 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 모양은 처음 보았네요. 힘줄이 불끈 솟아오른 듯한 선명한 몇개의 밝은 선과 평탄해보이지 않는 성운의 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M1 스케치 하던 날 이걸 못본게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게 보였다면 아마 그날 해가 뜨는 걸 보았을 수도 있겠더군요 ㅎㅎ

 

 


 

<관측 장비>

망원경: 별고래 (17.5인치 돕소니언)

아이피스: 40mm(XL), 22mm(Panoptic), 12mm(Nagler), 8mm(Ethos)

필터: O-III(Lumicon), UHC(Baader), H-beta(Lum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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