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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욱

 

 

별나라의 오래된 법칙.

'일요일 밤엔 날씨가 좋다'

대체 왜 그러는 것일까???

나를 시험에 들지 말게 하옵소서.. ㅠ_ㅠ

여튼, 하늘의 부름에는 응답하는 것이 별쟁이의 도리..

평소에는 늘 외면하던 nightwid도 간만에 천벌을 피하여

일요일 밤의 하늘의 부름에 응답했다


Target은 단 하나, 처녀자리 은하단 전신샷!

처녀 상반신을 한 장에 담기 위해

(별보는 사람이 아니면 위 문장을 보고 이상한 생각을 할지도.. ㅎ)

전지 크기 종이를 검은 색으로 만들고

T1과 T2를 정확한 구도에 맞추어 미리 찍어 놓았다

은하 수십개를 한 화면에 잡아 봐야지..



관측지에 도착하니 10시가 다 된 시간.

서천동과 야간비행 몇 분이 벗고개에 나와 계셨다

간만에 별하늘 감상 좀 하고 처녀를 찾으니..

그 동네는 아직 동쪽 산 아래.. ㅡ_ㅡㅋㅋㅋ


느긋하게 세팅하고 서천동에서 막걸리도 한 잔 얻어먹고

(윤선생님 그 막걸리 정말 맛있던데요.. ㅎ)

그래도 아직 처녀가 뜨질 않아서 방황하다가

작년에 보현산에서 Leo Triple을 완성하지 못한 것이 생각나서

그것부터 시작!


내가 별나라에서 가장 헷갈리는 것 두 가지가 있다면

하나는 간상세포와 원추세포의 기능이고

또 하나는 M65와 M66의 모양이다

어찌 그리 봐도 봐도 헷갈리는지 ㅠㅠ



몇시간 끄적끄적 그림 한 장 그리고 나서야

이제야 그 둘을 조금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ㅎ


Leo Triple을 그리다가 너무 졸려서 차에서 한 시간쯤 자다 나왔는데

다른 분들은 내가 막걸리 먹고 있는 줄 아셨던 듯.. ㅡ_ㅡㅋㅋ


자정을 향해 가는 시각. 그 사이 처녀자리는 열심히 열심히 올라와서

이제 딱 보기 적절한 고도에 올라와 있는데

이상하게 그 쪽, 동쪽 하늘만 하늘이 뿌옇다.

어짜피 큰 스케일로 그리는 것이니 오늘 완성할 욕심을 버리고 천천히 진도 빼 보겠다고

집에서 잡아온 구도에 하나씩 은하들을 그리는데

아 이건.... 너무 욕심을 부려서 넓은 영역을 종이 한 장에 잡아놨더니

은하들이 너무 작게 그려질 수 밖에 없어서 디테일을 전혀 표현할 수가 없다 ㅠ_ㅠ

어떻게라도 수습해 보려고 낑낑대다가 포기.

그냥 Leo Triple 하나라도 건지는 걸로.. ㅎㅎ


사자가 위치한 천정은 그나마 상태가 낫다.

작년 여름에 보현산에서 그리던 것에 이어서 2년에 걸쳐서 스케치 한 장 완성! ㅋㅋㅋ

스케치 할 때는 선입견 방지를 위해 사진을 거의 보지 않는 편인데

디테일이 생각보다 잘 보이지 않아서 사진을 참조해보니

내가 놓친 구조가 꽤 많다

눈을 바꿀 수 없다면 앞으로는 스케치 마무리 전에 한 번씩 참고자료를 check 해야 할 듯.

 

66번은 비대칭적인 중심부 구조가 가장 눈에 띈다.

 

Unstarlike Nucleus에 C자 모양의 Core가 관측되며, 66을 중심으로 동서로 뻗은 Star chain이 멋지다.

 

65번은 참고자료에 암흑대가 보이는 것을 보고 뒤늦게 표적 수사를 했으나 검거 불가 ㅎㅎㅎ

 

3628은 너무나 쉽게 그 아름다운 암흑대의 속살이 관측된다. 날씨가 조금 더 좋았으면 더 길고 두꺼워졌겠지..

 

  

[ 벗고개에서 Leo Triple, 검은 종이에 파스텔과 젤리펜 (조강욱, 2013~2014) ]

Leo Triple_Fix.jpg

(글씨가 너무 크고 악필이라 원본 종이에는 사인만 하고 글은 포토샵으로 썼는데.. 어떠신가요? ^^;;)

 

 

다음날 휴가를 내신 분들을 뒤로 하고

새벽 2시, 눈물을 머금고 철수. ㅠ_ㅠ

그래도 일요일 밤에 이렇게라도 한 번 별구경 한 게 어디냐며.. ㅎ

김병수님의 대작 페르세우스 이중성단 스케치에 영감을 받아서 나도 한 번 시도해 보았으나

경험 부족과 안일한 준비로 참담한 실패로 끝나고.. ㅠ_ㅠ

스케일을 좀 줄여서 T1과 마카리안 체인 까지만 넣는 걸로 함 해봐야겠다.. ^^;;




                                                     Nightwid 無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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